▲ 현대로템이 제작한 KTX 산천 고속열차.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2018년 12월 중장기 수소 및 수소전기차(FCEV) 로드맵인 ‘FCEV 비전 2030’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 생산량을 연 50만대 수준으로 확대, 글로벌 수소전기차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현대모비스 공장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 확대를 위한 제2공장 신축과 함께 타 완성차, 선박, 철도, 지게차 등 운송 분야, 전력 생산 및 저장 등 발전 분야에 연료전지시스템을 공급하는 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현대차는 국내 수소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수소충전소 구축·운영 특수목적법인 하이넷에 참여 중이고, 자체 투자를 통해 수소충전소를 구축하는 등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인 현대로템이 신사업으로 수소충전 설비공급 사업을 착수함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추진 중인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에 있어 필수적인 충전 인프라 구축 전략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게 됐다. 

현대로템, 어떤 회사인가

현대로템은 1970년대 기관차 및 화차 제작을 시작으로 고속전철, 자기부상열차, 전동차 등의 철도차량과 신호통신 시스템은 물론 운영 및 유지보수에 이르기까지 철도사업의 통합 솔루션을 공급해왔다. 

지상전력의 중심인 전차 및 차륜형장갑차 등 방산부문을 비롯해 자동차 생산 및 제철 관련 설비를 공급하는 등 다양한 플랜트 사업도 수행하며 세계 각국에 수출하고 있는 글로벌 종합 중공업 회사이기도 하다.

▲ 경기도 의왕에 있는 현대로템 본사.

현대로템은 주력 차종인 전동차를 비롯해 고속전철, 경전철, 디젤동차, 2층 전동차 등 철도차량의 모든 차종을 생산할 수 있는 철도종합기업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미국·호주·브라질·터키·인도 등 37개국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친환경 철도차량으로 도심형 자기부상열차를 개발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상용화에 성공했으며, 별도의 전력선 없이 배터리 충전을 통해 운행이 가능한 무가선 하이브리드 저상 트램을 개발하는 등 미래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또 2019년부터는 현대자동차와 함께 국내 첫 수소전기열차(트램) 개발에 나서 친환경 철도차량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배양하고 있다. 

방산부문은 최신예 K2전차를 개발해  생산하고 있으며, 차륜형장갑차, 장애물개척전차 등 다양한 방산제품들을 개발해 지상무기체계 선도기업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이 외에도 다목적 무인차량인 HR-셰르파(HR-Sherpa) 등 무인체계 R&D에 집중해 관련 부문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고 방산부문의 장기적인 성장동력 확보에 힘쓰고 있다.

철도, 방산 외 플랜트 사업은 일관제철소 설비 사업을 턴키베이스로 수행하고 있으며, 프레스라인을 비롯해 차체, 도장, 의장 등 자동차설비 사업 등에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GM, 포드, 르노 등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의 공장에도 자동차 생산설비를 공급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아울러 현대로템은 탑승교, 수하물 처리 시스템 등 공항설비를 비롯해 발전소 등에 사용되는 컨베이어 시스템 등 각종 물류설비를 공급하며 플랜트 부문 사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키워가고 있다.

특히 수소충전인프라 사업 진출 계획을 공식 발표하며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과 미래 성장동력 강화에 나섰다. 

수소 충전설비 공급 사업 진출

현대로템은 지난 6월 10일 “현대자동차그룹이 추진하는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 전략에 맞춰 수소충전인프라를 구축하고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수소 충전설비 공급 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현대로템이 추진하는 수소 충전설비 공급 사업은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장치인 수소리포머(수소추출기)의 원천기술을 확보해 수소충전소 구축에 필요한 설계·구매·시공에 이르는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 현대로템의 수소충전소 조감도.

현대로템은 수소충전인프라 관련 사업으로 지난 5월 29일 산업통상자원부의 ‘바이오가스를 이용한 수소 융복합충전소 시범사업(충북 충주)’에 사용될 수소리포머 1대의 계약 체결에 이어 지난 6월 강원테크노파크에서 발주한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강원도 삼척)’에 사용될 수소리포머 2대를 수주해 첫 성과를 거뒀다.

수소리포머는 온사이트(On-site) 방식의 수소충전소와 수소생산기지에 적용되는 필수 장치다. 

박동춘 현대로템 수소에너지개발팀장은 “현대로템이 처음으로 수소리포머 사업을 수주할 수 있었던 것은 현대로템에 수소리포머 기술을 이전하는 해외 선진기업의 많은 실적과 높은 제품 신뢰성에서 비롯됐다”라며 “현대로템은 이번에 수주한 사업을 시작으로 고품질의 제품을 적기에 납품하고, 향후 성공적인 사업수행 실적을 바탕으로 추가 수주 기반을 다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소리포머 국산화 추진 

현대로템은 수소리포머의 국산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품의 신뢰성을 갖춰 수소 인프라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수소에너지개발팀을 신설해 수소 인프라 구축 관련 기술 도입과 기술 개발을 추진해왔다. 특히 수소리포머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2월 현대자동차와 서브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일본 오사카가스의 기술을 이전받아 2월부터 수소리포머 제품 제작에 돌입했다.

현대로템이 제작하는 수소리포머는 천연가스에서 하루 640kg의 수소를 추출할 수 있다. 

현대로템은 수소리포머 기술의 국산화를 통해 외산 수소리포머 대비 15% 이상 비용을 절감시키고, 2025년까지 소형(연료전지)부터 하루 1,000kg 이상 등 대형까지 다양한 용량의 리포머 기술을 단계별로 확보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로템은 수소리포머 1호기부터 국산화를 시작했다. 아직 구매처가 확정되지 않은 1호기는 국내 방폭 기준 등을 적용한 국산화(30%) 설계로 일본에서 제작, 국내로 들여올 예정이다. 

2호기부터는 국내에서 생산한다. 2호기는 ‘바이오가스를 이용한 수소 융복합충전소 시범사업(충주)’, 3·4호기는 삼척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에 사용될 수소리포머로, 81%의 국산화율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7호기부터는 국산화율 95% 이상을 목표로 한다. 

▲ 최고속도 세계 4위의 최정상급 기록을 보유한 현대로템의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해무(HEMU-430X)’.

박 팀장은 “아직 국내 수소리포머 기술이 상용화되지 않은 상황이고, 자체적으로 수소추출기 기술을 개발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수소경제 초기 시장의 빠른 안정화와 기술 국산화를 통한 국내 부품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이미 국내에 많이 알려져 있고 시장에서 품질이 검증된 오사카가스의 기술을 도입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박 팀장은 이어 “수익성보다는 국내 수소 인프라 확장의 시급성과 제품의 신뢰성과 안정성에 초점을 맞추고 일본, 유럽 등의 선진기업과 기술이전 협상을 진행해왔는데, 일본과 한국의 관련 법 규정의 유사성으로 인한 KS와의 호환성 등의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국내에 가장 빨리 적용할 수 있는 오사카가스의 기술을 선택하게 됐다”라며 “특히 수소리포머에서 생산된 수소의 품질이 저하되면 수소전기차 연료전지시스템의 핵심부품인 스택에 악영향을 미쳐 결국 수소전기차 이용자에게 피해를 주고 수소전기차 대중화를 이루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제품의 안정성을 강조했다.      

현대로템은 충남 당진 플랜트 공장에서 국내 중소 협력업체로부터 부품을 받아 수소리포머 완제품을 생산하는 한편 국산 수소리포머를 저렴하게 보급할 수 있도록 인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수소생산클러스터에 관계 기관과 협력해 산업단지를 구축, 수소추출기 부품·소재 협력업체들을 발굴·육성할 계획이다.  

현대로템은 인천테크노파크에서 진행하는 ‘수소생산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 연구’에 공동 참여해 향후 인천시의 ‘수소생산 클러스터 구축사업’ 참여 기회를 확보한 상태다. 

현대로템은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7년 현대차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으로부터 기술이전 받은 CCU(Carbon Capture & Utilization: 이산화탄소 포집 및 재활용) 기술을 온사이트 수소생산시설에 접목할 계획이다. 

▲ 현대로템 창원공장.


수소충전소 압축기·디스펜서 개발 

현대로템의 수소충전소 구축사업 대상은 온사이트뿐만 아니라 수소 튜브트레일러 공급 방식의 오프사이트 충전소도 포함된다.  

올해 상반기까지 수소충전소 표준화 모델을 확립한 이후 차량용 수소 충전장치인 디스펜서를 개발해 수소전기차 충전소 구축에 필요한 기술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유럽 선진기술을 도입해 수소충전소의 핵심 장비인 압축기 기술도 확보할 예정이다. 이 압축기 기술은 기존 다이어프램, 왕복동 등의 기계식이 아닌 멤브레인 기술을 적용한 전기화학식으로, 소음과 진동이 없고 유지보수가 편하다. 전력비도 30% 이상 절감할 수 있고, 10년 정도 보증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현대로템 측의 설명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유럽 방문을 미뤄왔던 현대로템은 올해 중으로 유럽을 직접 방문해 압축기 기술 도입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현대로템은 수소충전소 구축사업에서 압축기는 우선 시장에 나와 있는 기존 기술을 활용하고, 도입을 추진 중인 유럽 선진 압축기 기술은 실증형 R&D 과제 형태로 국산화해 미래 중장기 전략 상품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현대로템이 압축기와 디스펜서 기술 개발에 신경을 많이 쓰는 이유는 수소충전소의 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설비가 압축기(40%)와 디스펜서(20%)이기 때문이다. 

박 팀장은 “그동안 국내 수소충전소는 구축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이제는 안정적인 운영까지 생각해야 한다”라며 “충전소를 하나 지으면 20~30년은 운영해야 하므로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유지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 현대로템이 개발 중인 수소전기트램 이미지.

또 현대로템은 다양한 수소 모빌리티가 한 곳에서 수소를 충전할 수 있는 대형 수소충전소 구축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11월 철차·방산공장이 위치한 경상남도 및 창원시와 함께 ‘대형 수소 모빌리티 충전소 구축’에 대한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창원에 구축될 수소충전소는 2021년 완공될 계획이며, 열차·트램·상용차(버스·트럭)·승용차·드론 등 수소를 기반으로 하는 모든 모빌리티를 충전할 수 있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현대로템은 정부의 수소전기차 및 수소에너지 보급과 연계해 도심지와 고속도로 휴게소 거점 등에 수소충전설비와 수소리포머를 공급해 오는 2022년까지 1,100억 원, 2025년까지 3,500억 원의 매출액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박 팀장은 “현대로템의 자체 분석 결과 수소 튜브트레일러 공급 방식은 손익분기점이 11년 정도이고, 온사이트 수소생산·공급 방식은 현재의 수소충전소 구축비용과 수소 가격(kg당 8,000원) 적용 시 6~7년 정도로 나왔다”라며 “수소 인프라 구축에 있어 정부가 평생 보조금을 지원할 수는 없기에 설비 공급 가격을 낮추는 게 수소 인프라 확장의 관건이다. 현대로템이 시장 참여자로서 설비공급 단가를 낮추는 마중물 역할을 하기 위해 수소충전 설비공급 사업에 진출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로템은 수소충전 설비공급 사업화의 일환으로 지난해 11월 충청남도, 당진시, 현대제철과 함께 ‘수소 시범도시 조성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국토부의 수소 시범도시 공모사업에 도전한 바 있는데, 사업 선정에는 실패했다. 

현대로템은 향후 수소도시 조성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협력 체계를 구축해 다시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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