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한산업의 건물용 연료전지 제품.(사진=범한산업)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정부가 지난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수소·연료전지 관련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이들 기업 중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업은 바로 ‘범한산업’이다.  

공기압축기 및 수소·연료전지 전문기업인 범한산업(대표 정영식)이 군수용 연료전지기술을 바탕으로 올해부터 건물용 연료전지, 수소충전소 등으로 수소에너지사업을 확대한다. 올해 30주년을 맞이하는 범한산업으로서는 새로운 도약의 큰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1990년 경남 마산에서 설립돼 현재 창원 마산자유무역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범한산업(대표이사 정영식)은 지난 30년간 공기압축기 분야 전문기업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회사다. 선박용, 발전설비, 원전, 군수용에서는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춰 현재 국내 잠수함·선박용 공기압축기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선박용 전력 및 통신케이블을 제조하는 베트남 현지 공장도 인수해 선박용 케이블 분야로도 사업을 확장했다.

범한산업은 수소경제 시대의 도래를 미리 내다보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 잠수함용 연료전지를 시작으로 건물용 연료전지, 건설기계용 연료전지 파워팩, 무인잠수정용 연료전지, 수소충전소 등 다양한 분야의 수소·연료전지 기술개발을 진행해 왔다.

범한산업은 지난해 말 수소·연료전지 사업 부문을 분리, 설립한 ‘범한퓨얼셀’을 통해 본격적으로 군수용 및 민수용 연료전지, 수소충전소 사업을 추진한다.   
 
잠수함용 연료전지 기술력으로 건물용 진출
범한산업은 이미 2015년부터 군수용 연료전지 사업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잠수함 등 군수용 압축기를 공급해온 범한산업은 수중에서 외부 공기의 흡입 없이 전기를 발생시켜 추진하는 잠수함 공기불요추진체계(AIP)의 주변장치들을 제작·설치하면서 연료전지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고, 지난 2015년 5월 군수용 연료전지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GS칼텍스의 연료전지 사업 부문을 양수해 연료전지 사업에 진출했다.

범한산업은 자사의 압축기 유체제어 기술과 GS칼텍스의 연료전지기술을 결합해 잠수함·선박용 연료전지 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 범한산업의 연료전지모듈 4대가 탑재된 3,000톤급 차기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사진=범한산업)

국내 최초로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해 지난 2018년 9월 진수식이 진행된 3,000톤급 차기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에 처음으로 군수용 연료전지를 공급하면서 군수용 연료전지 사업을 본격화했다. ‘도산안창호함’은 잠수함 국산화 사업인 장보고-III 사업의 1번함으로, 잠수함의 핵심기술인 연료전지로 범한산업의 제품이 탑재된 것이다.

잠수함용 연료전지 개발·적용은 전 세계적으로 지멘스에 이어 범한산업이 두 번째로, 세계 군수용 연료전지 시장에도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정영식 범한산업 대표는 “도산안창호함에 처음으로 연료전지를 공급함으로써 세계 군수용(잠수함) 연료전지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라며 “앞으로 군수용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돼 연료전지 수요 역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범한산업은 올해 장보고-III 사업의 2번함, 2021년엔 3번함에 각각 연료전지 공급이 예정돼 있다. 이미 6번함까지의 납품 계약이 예정된 상태여서 회사 성장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또한 방위사업청 및 대우조선해양과의 협력을 통해 인도, 인도네시아 등으로의 수출도 모색하고 있다.

▲ 신현길 범한산업 연료전지본부장(우)이 잠수함용 연료전지모듈에 대한 ‘2019 세계일류상품’ 인증서를 받은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범한산업)

범한산업의 잠수함용 연료전지모듈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주관하는 ‘2019 세계일류상품’에서 ‘현재세계일류상품’ 부문에 선정되기도 됐다. 세계일류상품은 세계 전체 시장 규모가 연간 5,000만 달러 이상이거나 수출 규모가 연간 500만 달러 이상인 상품 중 세계 시장 점유율 5위 이내이면서 시장 점유율이 5% 이상인 상품에 한해 선정한다.

범한산업은 공기압축기 분야에 이어 수소연료전지사업에서도 잠수함용 연료전지가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되는 결실을 맺었다. 특히 연료전지 분야에서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된 제품은 범한산업의 잠수함용 연료전지가 최초이다.

범한산업은 군수용 연료전지 사업의 미래 먹거리인 무인잠수정용 연료전지 개발 사업 등도 국방과학연구소,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함께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정 대표는 “범한산업은 잠수함용 연료전지모듈 제조를 주력으로, 선박·무인잠수정용 연료전지도 개발하고 있다”라며 “앞으로 가정·건물용과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해 건물용 연료전지 인증을 마치고 민수용 시장에도 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범한산업은 민수용 시장 진출을 위해 현대제철의 건물용 연료전지를 양수작업을 마무리한 후 자체 보유기술을 적용해 단가, 설치면적, A/S 편의성 등에서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도록 연료전지 시스템을 개선했다.

범한산업의 건물용 연료전지(5kW, PEMFC) 제품은 도시가스(모델명: BNH050)와 수소(모델명: BHH050)를 각각 연료로 사용하는 2개 타입의 시스템이다.

지난해 9월 제품 인증(KGS, KS)을 완료하고 정부 보조금 시장에 진출해 40여 대를 수주하는 성과를 올렸다. 올해부터는 보조금 시장뿐만 아니라 규제시장에도 진출해 건물용 연료전지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2~3년 내 건물용 연료전지 부문 매출 목표를 200~300억 원으로 잡았다.   

▲ 범한산업 창원 본사 전경.(사진=범한산업)

범한산업의 건물용 연료전지가 해외에도 진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창원시는 지난해 6월 25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한국과 독일의 수소 관련 기업 간 기술상담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 자리를 통해 범한산업은 연료전지 기업 파워셀(PowerCell)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건물용 연료전지의 해외 판매 및 인증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향후 5년간 최소 200억 원 이상의 수익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현길 범한산업 연료전지본부장은 “군수용에 이어 건물용 연료전지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연료전지 사업을 회사 성장의 주력 사업으로 키워나갈 것”이라며 “30년간 축적해온 공기압축기 기술력과 군수용 연료전지 사업을 바탕으로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수소충전소 사업 진출
범한산업은 연료전지 사업 이외에도 수소충전소 사업을 회사 성장 사업의 하나로 키워나갈 예정이다.

지난해 3월 출범한 수소충전소 설치·운영 특수목적법인 ‘수소에너지네트워크(하이넷)’에 출자해 회원사로 가입하고, 수소충전인프라 관련 핵심인재를 영입해 수소충전소 시장에 진출했다. 이미 지난해 4건(부산 3기, 대구 1기)의 수소충전소 사업을 수주하는 성과를 올렸다.

올해는 10개의 수소충전소 사업 수주를 목표(수주 120억 원, 매출 100억 원)로 하고 있다. 현재 지난해 수주한 4기의 수소충전소 구축과 함께 올해 목표 달성을 위해 민간기업과 수주 협의를 진행 중이며, 지자체 수소충전소 입찰에도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범한산업만의 고유기술 준비도 병행하고 있다. 

정영식 대표는 “수소충전소 사업을 단순한 건설 사업이 아니라 핵심 부품의 자체 개발을 통해 가격 및 품질에서 경쟁우위를 가지는 형태로 전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범한산업은 민군 협력과제로 ‘개질 방식의 이동형 수소충전소’를 개발 중이다. 이 충전소는 150Nm³/h의 용량으로, 개질기 유닛과 저장·압축·충전이 각각 하나의 유닛으로 구성되어 있다. 초기 3년간의 응용연구를 통해 시운전 및 누적 운전시간 500시간을 달성했다. 향후 2년간의 시험개발 기간에는 이동형으로 시범 운전하면서 민수용으로도 직접 가동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품을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건설기계용 연료전지 파워팩 개발
범한산업의 또 다른 미래 먹거리는 건설기계용 연료전지 파워팩이다.

지난 2016년부터 2019년 9월까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2톤급 수소연료전지 굴삭기 개발’ 과제를 통해 건설기계용 연료전지 파워팩 기술 및 연료전지 굴삭기 운행기술을 확보했다. 지난해 건설기계부품연구원의 평가 장소에서 연료전지 굴삭기의 실주행 시험평가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 범한산업이 개발을 완료한 2톤급 수소연료전지 굴삭기.

범한산업은 올해부터 4년간 진행되는 ‘14톤급 수소연료전지 건설기계 개발’ 국책과제를 추진해 중대형 건설기계용 연료전지 파워팩 플랫폼을 개발하고, 실차 탑재 및 장기 실증운행을 통해 상용화 기반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수소건설기계 상용 판매를 위한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정부 기관 및 산학연 관련 기관과 협력해 인증 및 형식승인안 등도 도출할 예정이다.

유럽 및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는 2020년 이후 건설중장비의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과 연비 개선을 규제하는 Tier V, Stage V가 발효될 예정이어서 건설중장비 분야에서 연료전지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는 정부가 지난해 1월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의 수소 모빌리티 중 수소건설기계가 반영돼 있다. 지난해 2월 수소건설기계 발전포럼이 발족하는 등 수소건설기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범한산업은 국내·외 건설중장비 관련 정책과 시장 트렌드를 파악하면서 사업화 기회를 포착해 나갈 계획이다.

▲ 서울 마곡지구 ‘범한기술원’ 조감도.(사진=범한산업)

범한산업은 수소·연료전지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위해 서울 마곡지구에  부지 5,000m², 건물 1만5,500m² 규모로 ‘범한기술원’을 설립해 올해 5월경에 오픈할 예정이다.

정영식 대표는 “수소·연료전지 사업은 기술집약형 사업으로 우수한 핵심인재의 확보가 사업 성패에 아주 중요한 요인이다. 이러한 인재를 확보하고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기술개발을 위해 마곡지구에 범한기술원을 설립하게 됐다”라며 “잠수함과 같은 특수 용도의 군수용 연료전지와 건물용 연료전지, 수소충전소를 아우르는 수소연료전지 분야의 세계 일류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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