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의 연료전지 파워팩이 탑재된 드론. 1회 충전당 2시간 이상 비행 가능하다.

[월간수소경제 송해영 기자]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선 두산그룹은 ‘연료전지’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미국의 연료전지 분야 선도 기업인 클리어엣지 파워(ClearEdge Power)와 국내 가정용 연료전지 기업인 퓨얼셀파워(Fuel Cell Power)를 차례로 인수·합병하며 PAFC(인산형연료전지) 및 PEMFC(고분자전해질연료전지) 기술력을 갖췄다. 활용 분야 역시 주택용부터 건물용, 발전용에 이르기까지 풀 라인업을 구축했다.

이후 PEMFC 기술력을 기반으로 소형 모바일 연료전지를 개발한 두산그룹은 그 첫 번째 적용 분야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 중인 ‘드론 시장’을 주목했다. 이후 두산그룹은 지난 2016년, 자회사인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Doosan Mobility Innovation, 이하 DMI)을 설립하고 드론용 연료전지 파워팩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드론과 연료전지는 ‘찰떡궁합’
현재 드론의 동력원으로는 배터리가 주로 쓰이고 있다. 이외에도 유선 드론, 연료전지 드론, 가솔린 하이브리드 드론 등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유선 드론은 파워케이블을 통해 전력을 공급하므로 6시간 이상 비행이 가능하지만, 파워케이블 손상이 잦고 장력 조절 장치와 소형 발전기 등을 구비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가솔린 하이브리드 드론은 추락이나 충돌 시 폭발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 또한 드론은 열에 민감한 부품이 많이 사용되는 만큼 가솔린 연소 과정에서 부품 손상을 가져온다.

배터리 드론은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충전 시간’ 이슈를 빼놓을 수 없다. 비행시간이 30분 내외인 배터리 드론의 충전 시간은 60~90분에 이른다. 배터리 셀의 수를 늘리면 더 많은 양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지만, 이에 비례해 드론의 무게도 증가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 내구성이 뛰어나 산업 현장에 최적화된 연료전지 드론 ‘DT20’.

반면 연료전지는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가 3~4배 높으며, 충전 시간이 짧다. DMI의 드론용 연료전지 파워팩은 수소가스 주입 과정 없이 수소 용기 교체를 통해 충전이 이뤄지므로 별도의 안전 교육을 이수하지 않아도 수소 충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두순 DMI 대표는 “수소전기차 기술 개발은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되었지만, 연료전지 드론은 친환경성은 물론 배터리 드론 이상의 에너지 밀도, 즉 성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최적의 조합”이라고 밝혔다.

사용자 편의성 높인 연료전지 파워팩
현재 DMI의 대표 제품은 2시간 이상 비행 가능한 2kW급 연료전지 파워팩이다. 해당 파워팩은 드론 외에도 보조 전원(야외용, 군용, 데이터 저장소 등), 소형지게차, 오토바이, 로봇 팔 등에 적용할 수 있다.

연료전지 파워팩 DP20은 연료전지 스택, 수소 용기, LiPo(Lithium Polymer) 배터리 등으로 구성된다. 현재로서는 주로 드론에 이용되고 있어 ‘스택 경량화’는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스택 전체 중량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분리판인데, DMI는 초박막 금속 분리판을 개발 및 적용함으로서 스택 경량화를 달성했다.

▲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의 2kW급 연료전지 파워팩.

또한 스택 구조 설계를 통해 셀(Cell)간 균일한 출력을 확보함으로써 연료전지 파워팩의 높은 출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DMI는 모바일 연료전지 파워팩에 적용하기 위해 탄소섬유 와인딩 최적 설계를 통한 초경량 Type4 수소 용기를 자체 개발했다. 최대 압력은 350bar다. 해당 수소 용기는 모바일 연료전지 파워팩용 수소 용기로서는 최초로 한국 KGS 인증을 획득했으며, 현재 ISO나 DOT 등 국제 인증을 준비 중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수소 충전 방법’이다. 충전소에서 수소가스를 주입하는 수소전기차와 달리, DMI의 연료전지 파워팩은 수소 용기를 교체하기만 하면 된다. 퀵커플러 형태를 채용해 별도의 안전 교육 이수 없이도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수소 용기를 장착 및 탈착할 수 있다.

수소 용기는 연료전지 파워팩 양산이 시작되는 올해 하반기부터 DMI 웹 사이트나 모바일 앱을 통해 주문이 가능하다. 공용기는 회사에서 수거하므로 사용자들은 수소충전 인프라 이슈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 모바일 앱이나 PC 기반의 GCS를 통해 실시간 잔여 수소량, 잔여 비행시간, 전압 및 전류 등 연료전지 파워팩의 성능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모바일 앱(DMI View App)이나 PC 기반의 GCS(Ground Control System)를 통해 실시간 잔여 수소량, 잔여 비행시간, 전압 및 전류 등 연료전지 파워팩의 성능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잔여 수소량이 10% 이하일 경우 알람이 뜨므로 안전한 비행이 가능하다.

연료전지 파워팩부터 소프트웨어까지…연료전지 드론 솔루션 패키지 제공
‘드론 전문기업’이라는 말에 이두순 대표는 고개를 내저었다. 이두순 대표는 “DMI는 연료전지 파워팩을 중심으로 모바일 연료전지 사업을 전개할 것”이라며 “세계 각국의 드론 기업들은 경쟁자가 아니라 우리의 고객이자 파트너”라고 밝혔다.

즉, 연료전지 적용을 원하는 드론 기업을 대상으로 해당 기업의 드론에 최적화된 연료전지 파워팩을 개발해 제공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관련 기업들과의 협업으로 드론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함으로써 연료전지 파워팩부터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연료전지 드론 관련 전체 솔루션을 패키지 형태로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 이두순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대표.


다양한 분야에 활용 가능한 연료전지 드론
DMI와 한국전력 전력연구원은 지난해 10월 29일, 송전선로 점검용 연료전지 드론의 현장실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지금까지 한국전력은 송전탑과 송전선 관리에 배터리 드론을 이용해왔다. 지상에 위치한 송전탑의 경우, 드론을 띄워 송전탑의 상태를 촬영하고 다시 내려오기까지 30분이 채 걸리지 않으므로 배터리 드론으로도 가능하다. 문제는 산 위에 위치한 송전탑이다. 체공시간의 한계로 배터리 드론으로는 원하는 작업을 진행하기가 어렵다. DMI와 한국전력이 손 잡은 이유다.  

이번 양해각서 체결을 통해 전력연구원은 LTE 통신을 이용한 드론 제어, 두 개의 통신 라인을 사용함으로써 하나의 통신 라인이 끊어져도 다른 통신선을 이용할 수 있는 통신 두절 방지 기술, 장애물 인지 및 회피비행 등 드론 항법기술을 개발한다.

▲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과 한국전력 전력연구원은 지난해 10월 29일, 송전선로 점검용 연료전지 드론의 현장실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DMI는 한국전력에서 사용 중인 드론 및 조종시스템에 최적화된 연료전지 파워팩을 개발하고, 비가시권(BVLOS, Beyond Visual Line of Sight) 비행 모니터링이 가능한 드론 디지털 플랫폼을 제공한다.

장시간·장거리 비행이 가능한 연료전지 드론은 대형 파워 플랜트나 건설 현장, 광산, 송유관, 철로 등 대형 산업 인프라 점검 및 관리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산림 병해충 모니터링, 산불 감시, 조난자 구조와 같이 넓고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공간에서의 정보 수집에 매우 용이하다.

이두순 대표는 “앞으로 비가시권 비행 기술이 개발되고 규제가 풀리면 더 많은 어플리케이션이 생길 것이다”라며 “현재 정부 주도로 다양한 실증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향후 2~3년 내에는 그 성과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은 지난달 24일부터 사흘간 개최된 ‘2019 드론쇼코리아’에서 드론 비가시권 비행 시연을 선보였다.

▲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은 지난달 24일부터 사흘간 개최된 ‘2019 드론쇼코리아’에서 드론 비가시권 비행 시연을 선보였다.

DMI는 지난달 24일부터 사흘간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2019 드론쇼코리아를 통해 드론용 연료전지 파워팩을 비롯해 드론 원격조종 비행 솔루션, 수소 용기 교체 시연 등을 선보였다.

이와 더불어 드론 비가시권 비행 시연이 진행돼 참관객들의 발길을 붙들었다. 부산 벡스코에서 드론을 조종하자, 약 300km 떨어진 경기도 이천시 두산베어스파크에 있는 드론이 입력 받은 경로를 따라 비행했다. 참관객들은 부스에 위치한 화면을 통해 드론의 비행 영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두순 대표는 비가시권 비행을 위해 필요한 두 가지로 ‘장시간 비행 가능한 에너지원’과 ‘통신 기술’을 꼽았다. 이 중 에너지원 문제는 연료전지로 해결 가능하다. 통신 기술 개발은 통신사의 몫이다.

이 대표는 “두 가지 모두 해결되면 드론을 조종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이 갖춰져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비행하는 만큼 전압이나 전류, 잔여 수소량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하고 이상이 생기면 즉시 사용자에게 알릴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디지털 플랫폼’을 제공하기 위해 DMI는 관련 기술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해당 기술이 갖춰져 장거리 비가시권 비행이 가능해지면 드론의 활용 용도는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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