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병기 현대모비스 상무(전동화사업부장).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현대차그룹이 수소전기차 핵심기술의 독자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핵심부품의 일관 대량생산체제에 돌입했다.

현대차그룹의 자동차 부품 제조 전문기업인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충북 충주에 위치한 기존 친환경차 부품 전용생산단지(11만㎡) 내에 수소전기차 핵심부품 생산을 전담할 공장을 추가로 준공하고 시장 대응에 나섰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관련 시장에서 선제적으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과감한 시도로 평가 받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단지 내 친환경차 공용부품을 생산하는 1공장(5만2,000㎡ 규모)을 지난 2013년 완공해 운영해온 데 이어 수소전기차 부품 전용 생산공장까지 마련함으로써 글로벌 친환경차 부품 전문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핵심 연구소인 용인 마북연구소(환경기술연구소)와 남양연구소를 거쳐 지금은 현대차그룹의 친환경차 부품 생산을 지휘하고 있는 안병기 현대모비스 상무(전동화사업부장)를 만났다.

“독자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소전기차의 핵심부품 생산부터 시스템 조립까지 전용 생산공장에서 일관 양산하는 최초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경쟁사의 경우 수소전기차의 일부 단위 핵심부품에 대해서만 생산라인을 제한적으로 확보해 운영하고 있는데 반해 전체 핵심부품의 일관 종합생산체제를 구축한 것은 현대모비스가 유일합니다.”

안병기 현대모비스 상무가 말하는 충주 수소전기차 부품생산시설이 갖는 의미이다.

▲ 충북 충주에 위치한 현대모비스의 친환경차 부품 전용생산단지(11만㎡) 전경.(사진=현대모비스)

700여 억원 투자를 통해 새롭게 완공된 수소전기차 부품 전용 생산공장(이하 신공장)은 1만3,000㎡ 규모로 각종 핵심부품들이 결합된 ‘파워트레인 연료전지 통합모듈(PFC; Powertrain Fuelcell Complete)’을 연간 3,000대 생산할 수 있는 첨단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생산 규모는 글로벌 경쟁사들 중 톱 수준이다. 또 향후 시장 수요에 따라 수만 대 규모로 생산을 확장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신공장에서 생산되는 PFC모듈은 연료전지 스택, 구동모터, 전력전자부품, 수소연료공급장치 등으로 구성된다.

안 상무는 “기존 1공장에서는 친환경차 공용부품인 구동모터와 전력전자부품 등을 생산해 신공장으로 공급하고, 신공장에서는 수소전기차의 핵심부품인 연료전지 스택, MEA 양산은 물론 이러한 제품들의 최종 결합체인 PFC모듈까지 제작해 완성차 생산라인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수소전기차 부품 국산화…신기술 대거 적용
PFC모듈 구성품 중 연료전지 스택은 저장된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화학적으로 반응시켜 차량의 동력원인 전기를 발생시키는 장치로 일반 내연기관과 비교하면 차량의 엔진 역할을 하는 수소전기차의 심장이다.

또 연료전지 스택의 핵심부품은 차량연비와 내구성 등 성능을 좌우하는 얇은 필름형태의 막전극접합체(MEA)로 산소와 수소의 화학적 반응을 이끌어내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현대차그룹은 기존에 수입에 의존하던 MEA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멤브레인막이 여전히 국산화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이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 안병기 현대모비스 상무(맨 왼쪽)가 월간수소경제 장성혁 편집장(가운데), 이종수 취재팀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MEA는 현대차의 자동차 설계 기술과 모비스의 생산·품질 노하우가 어우러져 국산화가 완료됐다고 봅니다. 막을 여전히 수입한다고 해서 국산화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어요. MEA 자체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MEA는 어느 업체든 원소재부터 다 하는 곳은 없어요. 막 생산하는 고어(Gore) 역시 원소재는 듀폰(Dufont)에서 구입해 만들었죠. 우리나라는 이러한 원소재를 공급하는 곳이 없고 막 역시 아직은 기술고도화가 추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러나 1~2개 업체에서 기술개발 후 고도화에 나서고 있어 당분간은 선진업체의 막을 쓰면서 국산화 개발을 병행하면 될 것 같아요”

막과 함께 여전히 국산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품인 GDL(가스확산층)의 경우 독일의 SGL의 제품을 쓰고 있다.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국내의 GDL 제품도 일단 선진사 대비 95%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게 안 상무의 평가다. 다음 차종에서는 100% 부품 국산화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소전기차 부품에는 경쟁사가 시도하지 않은 공기압축기, 분리판, 수소재순환계 등 여러 신기술들이 적용됐다. 시스템을 단순화하고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다.

안 상무는 “사실 신기술을 적용하면 제대로 작동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직접 수소전기차를 운전도 해보고 시험평가 결과를 봤을 때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라며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수소전기차가 아직 매출이 많은 차는 아니지만 궁극의 친환경차인 수소전기차 분야에서 다른 경쟁사에 비해 한 발짝 앞서 나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독자적인 핵심기술을 보유했고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차가 바로 최근에 출시돼 이슈가 되고 있는 수소전기차 ‘넥쏘’라는 얘기다.

▲ 지난 3월 27일 광주 동곡 수소복합충전소 준공식에 이어 진행된 ‘수소전기차 넥쏘 1호차 전달식’에서 공개된 수소전기차 ‘넥쏘’의 연료전지 스택룸.

도요타 수소차와의 경쟁력 비교
현재 현대차 수소전기차의 강력한 대항마는 도요타(Toyota)의 수소전기차 미라이(Mirai)다. 수소전기차 경쟁력을 논할 때 현재까지는 양사가 엎치락 뒤치락 하는 상황이며, 오는 2021년경 진검승부가 예상된다는 것이 안 상무의 생각이다.

안 상무에 따르면 먼저 현대차와 도요타의 수소전기차는 개발 방향과 부품채택에 있어 다소 차이가 있다. 현대차와 도요타는 개발 초기에 각각 ‘저압’과 ‘고압’에서 출발한 이후 ‘고압’과 ‘저압’으로 변했다. 도요타는 분리판에 코팅을 많이 하지만 현대차는 코팅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택한다. 수소재순환기 구조와 가습기 원리 역시 상이하다. 비슷한 점은 도요타 역시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MEA에 사용되는 멤브레인막의 원소재를 구입해 기술 내재화를 이뤘다. 반면 분리판 품질은 현대차가 확실히 우위에 있다는 설명이다.

안 상무는 “현대차와 도요타가 서로 앞서는 것들이 있고 도요타 수소차의 부품 공정이나 실제 제조 과정을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결국 완성차의 성능을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 출시된 미라이와 넥쏘만 놓고 보면 여러 기능적인 면에서 현대차가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도요타가 2020년 도쿄올림픽을 겨냥해 새로운 차량을 선보인다는 계획인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상무는 그러나 “넥쏘(2018년)보다 2~3년 정도 지나 (도요타가)후속차량을 선보이겠지만 이러한 신모델과 비교해서도 뒤지지 않는 차를 만들자는 계획을 갖고 부품을 개발했다”고 넥쏘 부품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수소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의 품질 보증을 최소 10년, 10만km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사실 30만km까지는 무리 없이 달릴 수 있도록 품질테스트 기준을 엄격하게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실차로 30만km 이상 운행한 수소전기차가 없지만 일반 내연기관차량보다 악조건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고 내구성, 안전테스트 등의 기준도 낮지 않은 만큼 충분히 달성(30만km)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소전기차 생산보다 더 시급한 ‘수소충전소’
기아자동차의 수소차가 오는 2020년경 양산체제를 갖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아차 수소전기차에 대한 부품 공급계획도 물어 보았다.

▲ 안병기 현대모비스 상무.

안 상무는 “올해 출시된 넥쏘에 들어가는 부품과 거의 동일한 사양으로 적용될 것이기 때문에 부품 공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굳이 필요한 거라면 생산기지를 확장하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수소전기버스 상용화도 준비하고 있다. 올해 5월부터 현대차의 3세대 수소버스가 울산 정규노선에서 시범운행된다. 오는 2020년 상용화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가능성도 궁금했다.

안 상무는 “이미 수소승용차를 두 번(투싼, 넥쏘)이나 출시한 경험을 갖고 있어 테스트, 검증 등 꼭 필요한 일정들만 맞출 수 있다면 기술적으로나 생산측면에서 수소버스 상용화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지금은 수소전기차를 만드는 것보다 수소충전소 확충이 더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밝혔다.

그는 “모비스가 충주공장에 수소충전소를 하나 짓고 있는데 충주시를 비롯해 충청북도에서도 친환경차에 관심이 많고 수소충전인프라 확충이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충전소의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나 지자체가 지원에 나서고 정유 및 가스업체 등이 수소충전소 설치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조속히 수소전기차 충전이 용이한 환경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모비스는 최근 충주공장에 하루 5대 가량 충전할 수 있는 소형수소충전소를 발주했다. 이 설비는 효성이 수주해 공사에 나선다.

친환경차 부품 설계부터 개발까지…글로벌 시장 타깃
글로벌 자동차시장이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다. 특히 여러 완성차 업체들이 수소차를 속속 출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도 글로벌 수소전기차 부품시장 변화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일단 모비스의 1차 목표는 친환경차 부품 생산기지로서 고객사인 현대기아차에 최고의 부품을 공급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로 인한 효과도 적지 않다. 해외로 제품을 수출하기 전에 내수시장을 키워 수익을 창출하고 품질 검증까지 할 수 있다.

현대차와의 협력도 강조했다. 안 상무는 “현재 현대모비스는 주요 부품의 설계 및 개발 기능에도 역량을 쏟고 있지만 무엇보다 친환경차 부품부터 모듈까지 독자적으로 생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이러한 측면에서)모터 등 여러 전동화 부품들의 설계권한을 이양 받아 독자적인 사업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현대차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기업을 상대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 현대모비스 연구원이 수소전기차 부품에 대한 시험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현대모비스)

이와 관련해 그는 “시기나 아이템이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주요 부품과 관련해서는 글로벌 기업과 경쟁이 가능하도록 현대차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고 실제 부품 설계권 이양이 진행되면 모비스도 핵심 부품의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두 책임질 수 있는 역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현재 모비스의 설계 및 생산 능력이 이미 글로벌 탑 수준에 와 있다는 것이 안 상무의 생각이다. 특히 연료전지 스택과 관련된 생산시설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다.

안 상무는 “모비스가 친환경차 관련 모든 공용 부품을 다루다보니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자연스럽게 갖추게 됐다”라며 “수소전기차 부품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이라고 해도 무방하며 향후 (타 완성차업체에) 부품 공급 시 우선순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 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안 상무의 말은 기술유출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끝으로 그는 수소전기차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안 상무는 “‘수소전기차의 미래가 있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게 된다. 나는 당연히 미래가 밝다고 말한다. 잘 알고 있는 얘기지만 국제유가의 향후 움직임을 예측하고 온실가스 감축 등의 글로벌 규제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친환경차가 시장에서 더욱 각광받을 것이다. 특히 친환경차를 대표하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가 주목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희소금속의 가격 급등과 주행거리, 충전시간 등으로 대표되는 단점이 단기간에 극복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면 전기차만이 시장에서 독주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닐 것이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가 상호 보완관계를 지속하면서 수소산업이 확장될 것이고 관련업계와 정부는 지금부터 ‘수소경제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당장 수소시장이 작다고, 미래의 일이라고 치부해 버리면 향후 국내는 물론 글로벌 관련시장에서 도태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안 상무는 “현대차그룹 내에서도 모비스가 친환경차 부품 생산기지로서의 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원하고 있고 점차 부품 설계 영역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글로벌 부품시장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이를 위해서라도 지금 당장은 부품 생산량을 점차 확대해 가면서 설계와 개발·생산능력을 조율해 가는 것이 향후 글로벌시장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확실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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