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퓨리텍 전경.

[월간수소경제 송해영 기자] 최근 ‘수소경제법안’이 발의되고 수소전기차 보조금 추가 편성에 파란불이 켜지면서 수소사회를 향한 발걸음에 훈풍이 불어온다. 특히 수소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수소 생산부터 저장, 운송, 이용 등 수소에너지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수소 정제’는 수소를 활용한 제품의 불량률을 낮추고 연료전지 내구도를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지난 2008년 설립된 퓨리텍(Puritech)은 산소발생기, 수소정제기, 오존발생기, 가스 퓨리파이어 등 기체 발생 및 정제와 관련해 다양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산소발생기 분야에서는 한국기계연구원(KIMM)에 대용량 산소발생기를 납품하고, 노르웨이의 Redox사와 수출 계약을 맺는 등 여러 성과를 보이고 있다.

퓨리텍이 수소정제기 분야에서도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산업통상자원가 추진하는 ‘수소충전소용 대용량 수소제조장치 개발 사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수소가 지닌 가능성을 발견하고 수소정제기 분야로 뛰어든 걸까. 기자의 질문에 홍승훈 퓨리텍 대표는 고개를 내저었다. 수소정제기는 원래 퓨리텍의 사업 분야 중 하나였는데, 과거에 비해 수소 연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수소정제기를 찾는 곳 역시 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퓨리텍의 움직임이 바빠진 것은 그만큼 수소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수소 정제의 필요성
천연가스에서 개질한 수소에는 일산화탄소(CO),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중 일산화탄소는 연료전지의 백금촉매와 반응해 연료전지의 성능과 내구성을 떨어뜨린다. 또한 반도체, 석유화학 등의 산업에서 순도가 낮은 수소를 활용할 경우 제품의 불량률이 높아진다.

홍승훈 퓨리텍 대표는 “연료전지의 성능과 수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70~90% 가량이던 수소의 순도를 99.995% 이상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수소산업이 발전하고 수소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고순도 수소에 대한 요구도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 퓨리텍의 수소 PSA. 기존 제품에 비해 부피와 무게를 80%까지 줄인 것이 특징.

높은 경제성이 특징인 ‘수소 PSA’
수소 정제 기술로는 PSA, TSA, 멤브레인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그 중 퓨리텍이 보유하고 있는 수소 PSA(Pressure Swing Absorption)는 가스의 압력을 변화시켜 불순물의 흡착과 탈착을 반복함으로써 수소를 분리 및 정제하는 방법이다. 이는 압력에 변화를 줬을 때 수소, 질소(N2),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가스의 흡착량이 다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수소 PSA는 TSA(Temperature Swing Adsorption)나 멤브레인(Membrane) 방식 등에 비해 설치비용은 물론 운전 및 유지보수 비용이 적게 들어 경제적이다. 이에 따라 수소충전소나 수소 플랜트 등 폭넓은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모듈화 통한 효율성 향상
퓨리텍 수소 PSA 기술의 강점은 바로 ‘모듈화’에 있다. 기존의 수소 PSA 시스템은 가스의 용량에 따라 흡착 베드와 컬럼, 흡착탑의 크기가 달라야 했다. 그러나 퓨리텍의 수소 PSA 시스템은 일정한 용량의 제품을 하나의 모듈로 확정하고, 고객이 필요로 하는 가스 용량에 따라 여러 개의 모듈을 연결해 하나의 시스템을 구축한다. 따라서 기존 제품에 비해 부피와 무게를 80%까지 줄일 수 있다.

수소 PSA는 압력차를 이용하는 특성 때문에 압력 헌팅(hunting)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수소 가스의 순도는 99.999%에서 80%까지 떨어지기도 한다. 이를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이 스토리지 탱크와 리시버 탱크다. 그러나 탱크를 활용할 경우 수소 PSA 시스템의 공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퓨리텍은 커다란 탱크를 여러 개의 컬럼으로 나눠 공간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수소의 순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 전문호 퓨리텍 연구소장이 산소 PSA를 체크하고 있다. 산소 PSA와 수소 PSA는 기본 원리가 동일하며, 흡착제 종류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전문호 퓨리텍 연구소장은 “각 컬럼에서는 서로 다른 주기로 압력 헌팅이 발생한다”며 “따라서 (여러개로 나누면)하나의 컬럼에서 헌팅이 발생했을 때 다른 컬럼이 보완해줄 수 있어 전체 시스템의 안정성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퓨리텍의 수소 PSA는 기존 시스템에 비해 생산성과 회수율이 높아 원료 소비량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술 개발을 위한 노력
가스장비 분야에서 20여 년의 경력을 자랑하는 홍승훈 대표는 린데(Linde)의 수소공장 건설 및 시운전에 참여한 경험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후 홍 대표는 고순도 가스 퓨리파이어 기술을 공부하고 퓨리텍을 창업하는 등 수소 분야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보여 왔다. 또한 퓨리텍은 수소 PSA 기술 개발을 위해 자가 공장 및 설비를 보유하는 것은 물론 공정 해석을 위해 에너지기술연구원 조순행 박사 연구팀과 연계하고, 수소 정제 장치의 핵심 부품을 국산화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 덕분일까. 지난해에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수소충전소용 대용량 수소제조장치 개발’ 과제 수행 기업에 선정되었다. 2025년까지 진행되는 이번 과제에서 퓨리텍은 제이엔케이히터와 함께 500kg/day급 수소 정제 장치의 공간 효율성 향상을 위한 설계 및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홍승훈 대표는 “과거에는 수소 정제 기술만 연구해서는 회사를 유지하기가 힘들 정도였지만 앞으로 수소산업이 확장되면서 수소 정제에 대한 수요 또한 늘 것으로 기대한다”며 “당장 큰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꼭 필요한 분야”라고 밝혔다.

<미니인터뷰 - 홍승훈 퓨리텍 대표>

수소 PSA, 수소산업 확장에 ‘제 역할’ 찾을 것
“수소전기차 수요 증가 따라 고순도 수소 수요도 늘어날 것”


▲ 홍승훈 퓨리텍 대표.


퓨리텍에 대해 소개해달라.

퓨리텍은 2008년 설립된 이후 특허 취득, ISO 인증, 연구소 설립, 국책과제 수행 등을 통해 내부 역량을 다져왔으며, 외부적으로는 한국기계연구원, 에너지기술연구소, 선문대학교, 호서대학교 등의 외부 연구기관과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현재 국내외 20여 건의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2014년에는 선박평형수살균용 산소발생기 공급 MOU를 체결했으며, 2016년에는 노르웨이의 Redox사와 대용량 산소발생기 수출 계약을 맺었다. 주요 제품으로는 산업용·가정용·차량용·선박용 산소발생기, 산소용해기, 수소정제기, 오존발생기, 질소발생기 등을 생산하고 있다.

산소발생기 분야가 중심이라는 인상을 받았는데 최근 수소정제기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넓힌 건가.

아니다. 수소 PSA는 퓨리텍 설립 당초부터 사업분야에 포함되어 있었다. 과거 수소공장 건설 및 시운전에 참여한 경력이 있고, 이후 가스 플랜트 및 PSA 분야 기업에서 가스 퓨리파이어 개발 및 제작 부서에서 근무했으니 당연한 수순이다. 다만 퓨리텍 설립 당시에는 수소 PSA를 찾는 곳이 많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영업과 판매 모두 산소 PSA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사실 산소 PSA와 수소 PSA는 흡착제의 종류나 사이클 타임 등이 다를 뿐 원리는 동일하다. 따라서 산소 PSA 제작 경험이 수소 PSA 개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 수소 PSA 분야 동향은.

주로 카이스트나 에너지기술연구소 등의 연구기관에서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도 수소 PSA 시스템을 개발 및 판매하고 있지만 아직 시장 규모가 작아 수소 PSA만 전문적으로 취급해서는 기업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분간 수소 PSA 시장이 급격히 성장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수소’가 글로벌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데다가 각 국가들이 수소 PSA 기술 개발을 위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 또한 당장의 수요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다가올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꾸준히 진행해야 하는 사업인 것이다.

수소 PSA와 관련해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 상용화 된 수소 PSA 시스템은 사실 1950년대에 개발된 기술이다. 에어프로덕츠나 린데, 프렉스에어 등 글로벌 기업 역시 60여 년 전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퓨리텍은 수소 PSA 기술의 고도화를 통해 세계 시장에 내놓아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기술과 제품을 개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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