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02 (목)

INSIDE

극저온 단열기술로 액화수소 시장에 도전하는 ‘크리오스’

국내 최초로 2.5톤 액체수소 탱크트레일러 개발
LNG 초저온 기술 기반…액화수소 시장 진출
김대성 대표 “LNG의 현재가 액화수소의 미래”
액화수소·액화암모니아 시장 전망 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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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부산 화전공단의 크리오스(CRYOS) 본사를 찾은 길이다. 창밖으로 화전산단1로를 따라 서낙동강의 지류가 흐르고 있다. 길 건너에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이 내려다보인다.

 

“크리오스는 크라이오제닉 시스템(Cryogenic System), 그러니까 초저온시스템 전문 회사입니다. LNG(액화천연가스) 관련 기술을 보유한 초저온 탱크 전문기업으로 근 25년에 이르는 업력을 갖추고 있죠.” 

 

지난 9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H2 MEET 전시회에서 김대성 대표이사를 처음 만났다. 그 후로 두 번째 만남이다.

 

크리오스는 ‘액체수소 운송을 위한 3톤급 탱크트레일러 개발·실증’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본 과제에 착수한 지 1년 반 만에 2.5톤 탱크트레일러 실물을 선보여 큰 화제가 됐다. 

 

“3톤급 탱크 설계도 이미 끝마쳤습니다. 올 연말부터 제작에 들어가 내년에 출시할 예정이죠. 이와 별개로 ‘액체수소 저장방식 수소충전소용 저장탱크·수소 공급시스템 기술개발’ 과제도 함께 진행하고 있어요. 기체수소를 쓰는 기존 충전소에 저장 기능을 담당하는 1톤급 액화수소 저장탱크를 만들게 되죠.”

 

 

 

‘슈퍼인슐레이션’ 적용한 2.5톤 탱크트레일러 개발

크리오스는 대창솔루션의 자회사다. 김대성 대표는 크리오스와 대창솔루션의 대표이사 자리를 겸하고 있다. 본사도 이곳 화전산단의 건물을 공유한다.

 

대창솔루션은 1953년에 창립해 3대째 주강산업을 이어오고 있다. 쇳물을 거푸집에 부어 성형한 주물 제품을 만드는 곳이다. 울산시 울주군에 1, 2공장을 두고 대형선박용 엔진의 주요 부품인 메인 베어링 서포트(MBS), 원전폐기물 용기, 해상풍력발전기 부품, 산업용 구조재 등을 생산하고 있다.

 

“대창솔루션이 지난 2012년에 크리오스를 인수했어요. 사업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LNG 저장·운송에 장점이 있는 초저온시스템 전문기업을 물적분할 방식으로 인수했죠. 지금도 밸브와 소형 기자재는 대창솔루션에 있는 초저온 사업부가 맡고 있어요. 액화수소 쪽으로 초저온밸브, 이중배관 같은 제품은 대창솔루션과 연관이 있죠.”

 

 

크리오스의 초저온 탱크 기술은 LNG 선박과 깊은 관련이 있다. 굴지의 선박엔진 회사인 만(MAN Energy Solutions)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ME-GI 이중연료엔진을 돌리는 데 꼭 필요한 LNG 연료탱크를 납품한 업체가 바로 크리오스다. 

 

토트마리타임(Tote Maritime) 사가 주문한 두 척의 컨테이너 운반선에 ME-GI 엔진을 넣을 당시 크리오스의 LNG 탱크를 적용했다. 미국의 나스코 조선소에서 건조된 이들 선박은 디젤 외에도 천연가스를 연료로 활용해 황산화물과 미세먼지, 탄소 배출을 줄였다.

 

“아시아 최초로 건조한 LNG 선박인 에코누리호(인천항만공사 발주)에 들어간 LNG 탱크, FGSS(연료가스 공급장치)도 크리오스에서 만들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천연가스는 영하 162℃에서, 수소는 이보다 훨씬 낮은 영하 253℃에서 액체가 되죠. LNG를 자유자재로 다룬 초저온 전문기업이라야 액화수소로 넘어갈 수 있어요. 이번 전시회에 액화수소 탱크 실물을 선보인 것도 초저온 분야에서 쌓은 오랜 경험이 밑바탕이 됐죠.”

 

크리오스가 개발한 2.5톤급 액화수소 탱크트레일러는 하이창원에서 지은 하루 5톤급 액화수소 플랜트에 투입될 예정이다. 전시회 출품 전 플랜트 현장에 들러 로딩베이의 플렉시블 호스 체결 여부를 확인했다고 한다. 아직 액화수소 생산 전이라 탱크에 실제로 액체수소를 넣지는 않았다. 탱크 개발 단계에서는 액체질소로 시험을 진행했다. 액화수소 생산이 본격화되는 내년에 실제 운송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액화수소 탱크는 극저온 단열을 위해 ‘슈퍼인슐레이션’이라 부르는 MLI(Multi Layer Insulation) 방식을 적용하게 됩니다. 통상 외조, 내조로 나눠 탱크를 이중으로 만드는데, 내·외조 탱크의 빈 공간에 보냉재를 채우는 방식보다 탱크 크기를 작게 만들 수 있는 이점이 있죠.” 

 

스테인리스 텀블러를 떠올리면 된다. 뜨거운 커피를 담아두면 시간이 흐를수록 온도가 떨어진다. 바로 이 빈 공간에 보냉재를 채워 온기를 오래 유지하게 된다. 통상 보냉재 소재로 글라스버블 또는 펄라이트를 쓴다.

 

김대성 대표가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문서 하나를 보여준다. AAA 건전지 크기의 내조탱크에 든 액체수소를 진공단열로 잡는다고 가정해보자. MLI를 적용할 경우 AA 크기의 외조탱크로 감싸면 된다. 하지만 글라스버블을 채울 경우 두툼한 D형 건전지 크기의 외조가 필요하고, 펄라이트를 채울 경우 1.5리터 크기의 콜라 페트병 크기가 필요하다. 외조탱크의 크기를 줄이려면 슈퍼인슐레이션을 적용하는 수밖에 없다.

 

“국내 도로교통법상 액체수소 탱크의 최대 길이가 전장 13m입니다. 이보다 길면 운행이 불가능하죠. 이번에 설계를 마친 3톤급 탱크도 2.5톤급 탱크와 크기가 동일해요. 외조탱크 크기를 동일하게 가면서 내조탱크 크기를 최대한 키우게 됩니다. MLI 방식이 진공을 높게 잡아야 해서 탱크 만들기가 훨씬 까다로워요. 보냉재 방식보다 더 높은 진공단열 기술을 요한다고 할 수 있죠.”

 

 

 

LNG 단열기술 고도화…액화수소 탱크에 적용

트럭이 끄는 탱크트레일러의 경우 차량의 움직임에 따라 탱크 내 액체가 요동치게 된다. 유체가 한쪽으로 쏠려 큰 힘이 가해지면 내조탱크의 고정 부위가 파손될 수 있다.

 

액체수소의 슬로싱(Sloshing), 즉 출렁임 현상을 막기 위해 격벽을 설치하게 된다. 가운데 구멍이 뚫린 CD 모양의 방파판을 격벽으로 세우게 되는데, 이를 위해 유체의 움직임에 따른 액체수소의 표면 증발 영향을 분석하는 전산해석을 진행한다. 이 결과를 토대로 격벽의 개수와 간격을 조정하게 되고, 이를 안정적으로 지지하는 구조체를 설계에 반영하게 된다.

 

“내·외조 탱크를 고정하는 지지대 쪽으로 들어오는 전도열이 가장 크고, 배관을 통해서도 열전도가 일어나죠. 이런 요인을 세세하게 분석해서 단열재의 열차폐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게 됩니다. 크리오스는 바로 이 초저온·극저온 분야에 특화된 탱크 제작 전문기술을 확보하고 있죠.”

 

탱크 소재는 스테인리스강을 쓴다. 온도 변화에 따른 연성과 강성이 좋은 대신, 크롬이나 니켈이 들어가 가격이 비싸다. 스테인리스강은 액화암모니아 탱크에도 사용된다. 99.999%의 초고순도 액화암모니아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제작공정에 쓰임이 있다. 크리오스는 이들 회사에 액화암모니아를 공급하는 원익머트리얼즈, DIG에어가스에 20피트 탱크컨테이너를 제작해 공급하고 있다.

 

이날도 원익에서 들어온 5기의 탱크컨테이너에 대한 정기검사가 진행 중이다. 암모니아는 부식성과 독성이 강해 취급에 특별한 주의를 요한다. 글로벌 최고의 반도체 회사로부터 인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 탕정공장에 질소와 불산 공급시설을 설치했고, SK하이닉스 이천공장에는 질소와 산소 공급시설을 설치했죠. 또 일본 도레이의 요청으로 헝가리에 가스정화 스키드 시스템을 설치했습니다. 반도체, 배터리 부문에 산업용 가스 수요가 크게 늘었어요. 대부분의 기체는 운송비를 낮추기 위해 액화상태로 운송해서 저장하기 때문에 냉각 기술 못지않게 기화, 압축 기술에 능해야 하죠.”

 

크리오스는 일찌감치 수소사업에 발을 들였다. 그동안 이를 외부에 알리지 않고 액화수소 시장이 열리기만을 기다려왔다. 지난 2005년 에어리퀴드가 여수공장에 구축한 수소고압가스 충전설비를 설치했고, 카타르에 수소 압력용기를 공급했다. 최근 SK가 인천에 구축한 액화수소 플랜트에 콜드박스용 액화수소 용기를 납품했고, 창원 두산에너빌리티에 액화수소용 가압기화기(PBC) 등을 공급했다. 또 미 텍사스 포트아서에 있는 에어리퀴드의 가스제조시설에 수소정제용 PSA 스키드를 납품했다.

 

“국내에 LNG 탱크컨테이너 국제면허를 갖춘 회사가 딱 두 곳인데, 그 중 하나가 크리오스입니다. LNG 사업을 하면서 확보한 단열기술을 고도화해서 액화수소 탱크에 적용했다고 할 수 있죠. 3톤급 탱크트레일러 개발과 병행해서 1톤급 액화수소 저장탱크 국책과제도 함께 진행하고 있어요. 창원에 있는 기존 기체수소충전소에 액화수소 탱크를 설치하게 되죠.”

 

SK E&S, 효성중공업, 하이창원을 통해 내년에만 4만 톤이 넘는 액화수소가 생산될 예정이다. 이를 유통하기 위한 수요처 확보를 위해 전국에 액체수소충전소가 구축되고 있다. 액화수소 탱크트레일러를 활용하면 튜브트레일러를 통한 250bar 압축수소 대비 수소운송비를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수소가격에서 운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기존 수소충전소의 운영비 절감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본에서 액화수소를 유통하는 이와타니의 수소충전소가 딱 이렇게 운영됩니다. 1.5세대 업그레이드 충전소라 할 수 있죠. 1톤급 액화수소 탱크를 추가로 설치하고 200bar 펌프로 뽑아낸 액체수소를 기화해서 버퍼탱크로 보내게 돼요. 이 수소를 기존의 압축설비로 승압해서 차량에 충전하게 되죠.”

 

액화수소펌프 국산화 과제의 목표는 100bar로 잡혀 있지만, 부산의 협력사와 논의해 200bar에 맞춰 개발 중이다. 버퍼탱크 내부 압력을 200bar로 일정하게 유지하기 때문에 튜브트레일러에서 압축기로 기체수소를 뽑아내는 방식보다 더 효율적이다. 튜브트레일러의 경우 기체수소가 빠져나갈수록 압이 떨어진다.

 

 

“LNG의 현재가 액화수소의 미래”

크리오스는 LNG와 함께 성장해왔고, 지금도 매출의 대부분을 LNG 사업이 차지하고 있다. 사업영역을 보면 △FGSS △ISO 탱크컨테이너, 탱크로리 등 수송장치 △초저온·압력용기 △LNG, 산업용가스 등 플랜트 엔지니어링 △기화기, 밸브 등 초저온 요소 부품을 아우른다.

 

“LNG를 운송하고 저장하는 데 필요한 탱크 제작은 기본입니다. 탱크에 든 LNG를 기화해서 선박의 엔진이나 발전용 가스터빈에 넣게 되죠. 우리 업무는 여기까지 관여합니다. 기체의 유량과 압력을 조절하는 플랜트 설계, 설치에 이르는 기술 전반을 확보하고 있죠.”

 

LNG플랜트의 경우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의 대형가스터빈 부하설비용 LNG 공급설비를 비롯해 국내 LNG위성기지의 약 91%(11개소), 대형 LNG저장탱크의 83%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또 PNC LNG충전소, 한진부산 LNG충전소, 부산신항 LNG충전소, PSA현대 LNG충전소, 감만항 LNG충전소 등 총 7개의 LNG충전소 구축에 참여했다. LNG충전소 대부분은 항만 컨테이너터미널에서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야드트랙터(Yard tractor) 충전에 활용된다. LNG 가스엔진을 장착한 야드트랙터는 기존 디젤엔진 차량보다 대기환경에 이점이 크다.

 

 

“단순히 설비 구축만 한 게 아니라 LNG충전소 운영에도 참여하고 있어요. 그날그날 날씨나 기온에 따라 기화되는 양에 대한 수치를 명확히 알고 있고, 이를 설계에 반영해왔죠. 선박만 하더라도 탄소 배출을 줄이는 쪽으로 연료를 바꿔가고 있어요. LNG 추진선에 이어 메탄올이나 암모니아 추진 선박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죠. 향후 무탄소 에너지인 수소와 암모니아로 넘어간다는 데 이견이 없는 걸로 알아요.”

 

국내 액화수소 플랜트 구축 전망을 보면, 2025년 연간 총생산량을 11만3,000톤으로 잡고 있다. 하루 생산량만 310톤 규모로 이 정도 양을 액체수소 탱크트레일러나 탱크로리로 운송하려면 약 250대가 필요하다.

 

“지난 9월에 KB증권과 주관사 계약을 체결하고 IPO(기업공개)를 목표로 상장 준비에 들어갔어요. 그 시점을 2025년으로 보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갈 계획이죠. 액화수소가 시장에 안착하는 2025년에는 크리오스가 한 단계 도약하는 한 해가 되리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2040년에는 연 526만 톤의 수소가 국내에 유통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중 절반 이상은 청정수소 생산에 유리한 해외에서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운송에 유리한 암모니아 형태로 들여오겠지만, 향후 액화수소로 들여올 가능성도 열려 있다. LNG 시장의 부침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김 대표는 액화수소운송선 개발에 긍정적이다.

 

 

“국내 액화수소 법규가 미비한 점을 들어 시장 형성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렇게 대답합니다. 액화수소의 미래를 보려면 LNG의 현재를 보면 된다고. 국내에 LNG 관련 법규가 아직 없지만 시장은 활짝 열렸죠.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액화석유가스 안전 및 사업관리법, 도시가스사업법의 적용을 받아서 일상에서 LNG를 쓰고 있으니까요. 저는 ‘LNG의 현재가 액화수소의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김대성 대표는 액화수소, 액화암모니아를 미래 성장의 한 축으로 꼽는다. 크리오스의 관계사인 대창솔루션은 2년 전부터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정한 ‘부산 암모니아 친환경에너지 규제자유특구’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 연말까지 액화암모니아 운송용 탱크와 저장시스템 개발을 완료하게 된다.

 

기술의 난이도만 놓고 보면 액화수소가 단연 정점에 있다. 영하 33℃에서 액화가 진행되는 암모니아는 저장과 수송에 유리하고 에너지 비용도 훨씬 적게 든다. 그에 반해 수소는 영하 253℃에서 액체가 되고 액화상태를 유지하기도 어렵다. LNG에 비해 10배 정도 증발이 잘 되기 때문에 진공단열 작업에 큰 노력이 든다.

 

“어려운 기술인 만큼 이를 체화해서 습득하면 그만한 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게 되죠. 국내에 관련 법규가 없는 상황에서 에어리퀴드, 린데 같은 해외 선진사가 한시적으로 임시허가를 받아 액화수소 플랜트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국내 중소·중견 업체도 이를 계기로 실적을 쌓고 액화수소 기술을 체화하는 계기가 되리라 봅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지만,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기회의 장을 열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 대부분의 기체는 액화해서 운송해야 경제성이 확보된다. 산소도 질소도 천연가스도 그 길을 따랐다.

 

“결국엔 수소도 액화로 가게 됩니다.”

 

크리오스는 그 때를 묵묵히 기다려왔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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