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개질(改質, reforming). 여기서 출발했다. 열과 촉매의 작용으로 탄화수소의 구조를 변화시키는 일을 개질이라 한다. 주유소에서 흔히 보는, 옥탄가 높은 고급휘발유를 만들 때 쓰는 공정이기도 하다. 신넥앤테크(SN&T)는 바로 이 ‘리포밍’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다.
“건물용 연료전지에 들어간다고 보면 됩니다. 수소를 연료로 하는 PEMFC(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 앞단에 메탄(도시가스)을 리포밍하는 개질기가 붙게 되죠. 기체가 아닌 액체 연료도 가능합니다. 메탄올이나 DME(디메틸에테르)로 수소를 개질하기도 하죠. 연료전지 시스템 작동에 필요한 수소를 만들어내는 개질 시스템을 제공하는 회사라 할 수 있습니다.”
신장식 대표이사가 말한다. 신넥앤테크는 세종시에 있는 산학연클러스터지원센터에 입주해 있다.
연료전지 시스템에서 개질기만 톡 떼어 말하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이쪽 업계에서 ‘신넥앤테크’를 모르는 곳이 없다. 개질기를 자체적으로 만드는 기술이 없거나, 별도로 연구 과제를 진행하는 업체들이 맨 먼저 찾아왔다 맨 나중에 계약을 하러 찾는 곳이다.
메탄올 개질 수소, 고온 PEM 활용도 높아
신넥앤테크는 지난 2015년 4월에 설립됐다. 한국연료전지협의회에 2016년부터 참여해왔고 지금도 운영위원사로 활동하고 있다.
신장식 대표 방에 놓인 화이트보드에 올해 프로젝트 현황이 적혀 있다. K사, B사, 비지환경, 엣지에너지, 고등기술연구원같은 이름이 보인다. 현재 일을 추진 중인 곳도 있고 계약이 확정된 곳도 있다.
“연료전지 업체가 가장 많고, 음폐수에서 나오는 바이오가스로 수소를 만들거나, 폐플라스틱을 열분해해서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갖춘 업체도 있죠. 개질용 연료를 보면 도시가스가 가장 많고, 메탄올도 의뢰가 들어오고 있어요. 특히 중국이 메탄올 개질에 관심이 많습니다.”

두오커(Duoke)라는 중국 회사 이름이 보인다. 고온에서 작동하는 HT-PEM 연료전지에 쓸 ‘5Nm3/h 메탄올 개질기’를 요청한 업체다.
“냉동탑차에 필요한 보조전원에 메탄올을 활용하고 싶어했어요. 메탄올을 개질한 수소로 고온 PEM을 돌려 전기를 공급할 생각이죠. 제품은 작년 5월에 납품했지만, 코로나로 입국이 미뤄지는 바람에 올해 들어가서 시운전을 완료했어요. 배터리를 쓰자니 충전이 어렵고, 환경 규제로 디젤발전이 힘들다 보니 메탄올에 눈을 돌린 거죠.”
중국은 세계 최대 메탄올 생산국이다. 중국의 국영석유화학기업인 시노펙이 메탄올을 개질해서 수소를 공급하는 온사이트 수소충전소를 운영할 정도다. 메탄올은 수소 대비 저장·운송에 이점이 커 현장에서 만들어 써도 경제성이 있다고 한다.
“지금 연구소에 있는 제품이 5루베(Nm3/h)짜리로 용량이 동일합니다. 다만 하단에 수소 정제를 위한 PSA(압력변동흡착) 설비가 추가로 들어 있죠. 저온에서 구동되는 PEM 연료전지는 고순도 수소를 써야 해요. 대신 중국에 보낸 제품은 이 장비가 필요 없죠.”

신넥앤테크의 개질기에서 나오는 일산화탄소(CO) 농도는 1% 미만이다. 이 정도 양은 고온 PEM에 바로 넣어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저온 PEM은 다르다. 통상 60~70℃에서 운전이 되는 저온 PEM에 허용되는 CO 유입량은 10ppm 이하로 제한된다. CO가 유입되면 스택이 손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온 PEM을 적용한 건물용 연료전지에는 CO를 없애기 위한 ‘PrOx 반응기’가 필수로 들어간다.
“통상 10kW 이하의 PEM 연료전지에는 ‘선택적 산화(Preferential Oxidation)’를 적용한 PrOx 반응기가 들어갑니다. 산소를 넣어 CO와 반응시켜 CO2를 만드는 식으로 CO를 제거하게 되죠.”
하지만 150~160℃ 사이에서 운전이 되는 고온 PEM은 다르다. 스택에 들어가는 CO 농도가 2% 이하면 된다. CO를 없애기 위한 PrOx 반응기나 PSA 장비가 필요 없어 전체 설비를 단순하게 갈 수 있다.
다만 아직은 고온 PEM을 만드는 회사가 소수에 불과하고, 스택에 들어가는 금속분리판이나 냉각판을 만드는 데 높은 제작비가 든다.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 2018년에 ‘선박용 액체연료 개질 기술 개발’ 과제를 시작해서 이듬해에 메탄올을 개질하는 35루베급 수소추출기를 개발했어요. 연료전지 개질에 스팀리포밍(SMR)을 주로 사용해서 그런지 대부분 이 방식만 있다고 생각해요. 메탄올만 해도 부분산화(부분연소)를 적용하면 시스템이 훨씬 간단해집니다. 산소발생기만 있으면 되니까요. 여기에 고온 PEM을 적용하면 선박용으로 최적의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죠.”

완전연소가 산소 두 개를 넣는다면, 부분연소는 산소를 2분의 1만 넣는다고 보면 된다. 석탄가스화 반응이 대표적인 부분산화반응에 든다. 반응기만 써서 자체 발열로 개질하게 된다.
스팀리포밍(SMR)에 부분산화 방식을 결합한 자열개질반응(ATR)도 있다. 부분연소 때 나오는 자체 발열을 수증기 개질에 활용하기 때문에 따로 버너를 쓰지 않아도 된다.
“가솔린이나 디젤을 개질할 땐 부분산화로 갔고, LPG는 자열개질 방식 썼어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연료에 대한 부담을 덜고, 개질 기술에 대한 노하우를 쌓을 수 있게 됐죠. 지금은 고객이 원하는 용처에 맞는 개질 방식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금속 모노리스 촉매 기술 적용
연료전지 시스템에 들어가는 수소추출기에는 버너와 촉매 반응기, 수성가스화 반응기, 열교환기 등이 일체형으로 들어간다. 이를 묶어 ‘연료변환기(Fuel Processor)’라 부른다.
신넥앤테크는 고효율 연료변환기 개발을 위해 자체적으로 금속 모노리스 촉매 기술을 개발했다.
모노리스(Monolith)는 ‘하나의 돌’이란 뜻으로 벌집 모양으로 한 덩어리를 이룬 촉매 담체를 말한다. 얇은 스테인리스강(SUS)으로 벌집 모양의 구조체를 만든 후 촉매를 코팅해서 반응기 안에 넣게 된다.


“재질이 금속이라 열전달 속도가 빠르고 에너지 효율이 높아요. 원통형 반응기의 경우 상하부 온도 차이가 150℃씩 나기도 합니다. 우리 제품은 50℃도 정도죠. 반응기 내부의 온도차가 크지 않고 일반적인 펠릿, 비드(구슬)형 촉매와 달리 원료 기체가 닿는 표면적이 넓어 반응이 잘 일어나요. 반응기 크기를 작게 가면서 효율을 높일 수 있죠.”
결국 열효율을 잡기 위한 싸움이다. 반응기는 연료 특성에 맞게 수직 채널형, 수직 블록형, 수평 블록형 등으로 만든다. 효율을 높이려면 반응기 내부에서 연료 기체가 지나는 유로 설계가 중요하다.
수소추출기에 빠짐없이 들어가는 설비가 수성가스화(Water-Gas Shift, WGS) 반응기다. 개질 후에 나오는 CO를 없애면서 수소생산을 늘리게 된다. 수증기(H2O)를 넣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CO2가 많이 나온다.
“수전해 기술을 개발하는 지인이 왜 시장의 전망이 밝은 그린수소를 안 하고 그레이수소 이슈가 있는 개질기 쪽에 집중하느냐고 하더군요. 저는 수전해 기술이 상용화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보고 있어요. 그린수소 시장이 열릴 때까지는 현실적으로 이 시장을 안고 가야 한다, 이 분야에서 효율 개선을 이뤄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신넥앤테크의 창업 아이템 중에는 가정용 SOFC(고체산화물 연료전지)도 포함된다. 보일러 제조사인 경동나비엔은 2015년 전후로 가정용 SOFC 개발에 매진했다. 신넥앤테크는 여기에 들어가는 개질기와 버너 개발을 추진한 적이 있다. SOFC용 버너는 밀폐형으로 일반 보일러와는 구조와 모양이 다르다.
고온에서 작동하는 SOFC는 CO를 연료로 활용하기 때문에 CO를 따로 제거할 필요가 없다. 당연히 PrOx 반응기나 PSA를 달 일도 없다. 핫박스 안에 스택과 함께 개질기가 같이 들어가는데, 대부분의 SOFC 제조사가 이를 자체 개발해 쓰고 있다. 따라서 신넥앤테크가 집중하는 시장은 PEM 연료전지로 봐도 무방하다.
“업체가 쓰는 PEM 스택의 종류에 맞는 수소 조성으로 제품을 개발하게 되죠. 다만 우려가 되는 점은 시스템 회사들이 너무 서둘러 일을 진행한다는 점입니다. 전체 시스템을 구성해서 돌려보면 처음 한두 달은 몰라도 6개월, 1년 뒤엔 성능이 확 떨어질 수 있어요. 3만, 5만, 10만 시간 운전을 통한 장기 내구성 테스트가 꼭 필요합니다.”
신넥앤테크는 1.5MW급 PEMFC 발전시설에 들어가는 1,200Nm3/h급 스팀리포머 설비 제작도 완료했다. 시너지의 자회사인 하이젠파워를 통해 수주한 설비로 도시가스를 개질한 수소로 PEM 연료전지를 운용하게 된다.

“구축 장소만 정해지면 바로 현장 설치가 가능합니다. 새롭게 제정된 수소법에 맞추려고 작년에 대전에 공장을 세웠어요. 지난 2월 대전 동구청으로부터 수소용품 제조허가를 받았고, 3월에는 KGS(한국가스안전공사)로부터 안전관리 규정 심사 적합판정을 받았죠. 7월에 ‘지역혁신클러스터 육성(R&D)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암모니아 개질 연구도 추진하게 됩니다.”
수소생산 위한 현장설치 수요 확대
신넥앤테크는 ‘지역혁신클러스터 육성 사업’으로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총괄하는 ‘저탄소·무탄소 연료 개질수소 이용 자동차 부품 제조 공정개발 및 실증 지원’ 과제에 참여한다. 이번 과제에서 신넥앤테크가 맡은 분야는 ‘현장설치형 암모니아 개질기에 대한 촉매·개질기 설계기술 개발과 실증’이다.
신장식 대표는 개질 쪽으로 ‘암모니아’를 끝단의 기술로 본다. 암모니아(NH3)는 탄소가 없는 청정연료에 든다. 수소운반체로 저장성이 좋아 액화수소와 더불어 가장 각광받는 연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소형 암모니아 개질기와 고온 PEM을 모빌리티에 적용하고 있는 미국의 스타트업 아모지(Amogy)가 큰 주목을 받은 것도 이런 흐름과 관련이 있다.
“현장 실증까지 더해 햇수로 5년 동안 진행되는 과제라 아직 시간이 많습니다. 암모니아를 개질하면 수소 75%, 질소 25% 정도가 나오는데, 이걸 수소엔진에 넣으면 NOx(질소산화물)가 발생할 수 있죠. 이런 부분을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과제로 알고 있어요. 차량용 수소엔진에 넣는 게 아니라 RE100, CF100과 연계해서 자동차 밴더사 제조공정에 필요한 열원을 탈탄소화하기 위한 과제로 알고 있습니다.”
수소와 암모니아는 무탄소 연료, 메탄올이나 DME는 저탄소 연료에 든다. 하지만 메탄올이나 DME가 저탄소 인증을 받으려면 생산 단계에서 그린수소나 포집한 CO2를 활용해야 한다. 그린메탄올이나 바이오메탄올을 써야 전주기 관점에서 환경에 이점이 있다.
“지난 2021년에 바이오프랜즈에 DME 개질용 75루베 스팀리포머를 납품했어요. 개발 과정은 동일합니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 용량에 맞는 수소추출 발생기를 설계하고 부품을 표준화해서 생산단가를 낮추게 되죠. 여기에 금속 모노리스 촉매 기술, 희박·혼소 연소 기술을 더해 에너지 공급을 최적화하는 기술을 적용하게 됩니다.”


신넥앤테크의 수소추출기 관련 사업은 제품형, 현장설치형으로 크게 나뉜다. 바이오프랜즈에 납품한 DME 개질용 스팀리포머는 제품형, 하이젠파워의 1.5MW급 PEMFC 발전시설에 들어가는 도시가스 수소추출기는 현장설치형에 든다.
올해 들어 현장설치형 수요가 늘었다. 비지환경은 전남 강진의 음폐수 처리장에서 나오는 혐기성소화가스(ADG)로 수소를 생산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640Nm3/h급 수소추출기 계약을 맺은 상태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하루 48톤 규모의 폐플라스틱을 가스화해서 수소를 생산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엣지에너지와도 사업 논의를 이어왔다. 사업이 일정대로 진행되면 2,600Nm3/h급 혼합가스 수소추출기를 설치하게 된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고등기술연구원(IAE)에서 하수종말처리장의 혐기성소화가스를 처리하기 위한 수소추출기(80Nm3/h) 제품을 수주 받아 현장 설치를 진행 중에 있다. 고등기술연구원에서 개발한 플라즈마 기술을 적용해 개질을 진행하게 된다.
이처럼 폐플라스틱을 수소에너지로 바꾸는 P2E(Plastic to Energy), 음식물쓰레기나 음폐수에서 나오는 바이오가스로 수소를 생산하는 융복합 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제품형, 현장설치형을 같이 보면서 사업화에 나서고 있죠. 규모가 큰 현장설치형은 사업성 평가를 통해 PF(프로젝트 파이낸싱)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요. 시간을 두고 대응하면서 하나하나 풀어가야죠.”
PF 업계의 이런 움직임은 ‘수소’에 쏠린 시장의 관심을 반영한다. 이 관심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려면 애초에 명시한 사업성을 현장에서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그동안 해왔던 대로 우리가 잘하는 일에 집중하면서 그린수소가 적용되기 힘든 온보드 타입의 제품형 수소추출기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수소추출기는 주연이 아니다. 하지만 든든한 조연이 극의 중심을 잡는 데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좋은 드라마는 감정의 화학작용을 불러일으킨다. 열과 촉매의 작용으로 탄화수소의 구조를 변화시키듯, 어떤 편견의 틀을 깨면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눈이 열린다. 이를 ‘개안(開眼)’이라 한다.
전문 분야에서 깊이를 더하는 일은 그것대로 멋이 있고 의미가 있다. ‘개질’로 시작해서 ‘개안’으로 마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