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31 (화)

FOCUS

수소충전소 적자 운영 심각하다

수소전기차 보급 저조로 수익 악화 지속
하이넷, 4년 사이에 적자 639% 급증
정부, 수소연료구입비・공동구매 지원
수소차 충전보조금 제도 필요 목소리

URL COPY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환경부가 수소충전소 확산을 위해 지난 2018년 처음으로 시행한 ‘수소충전소 구축 민간자본보조사업’을 통해 민간사업자가 수소충전소 시장에 본격 진출한 지 5년이 지났다. 민간자본보조사업은 그간 민간사업자의 수소충전소 구축 유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수소충전소들이 적자 운영에 허덕이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소충전소를 구축·운영 중인 하이넷의 적자 운영은 심각한 수준이다. 하이넷 출범 당시 출자사들은 초기 적자 운영이 불가피함을 잘 알고 있었고, 그 고통을 감내하기로 했지만 현실로 다가오자 적자 해소 방안을 강구하는 게 최대 현안이 됐다. 

 

수소충전소의 자구책 마련에 한계가 있는 만큼 운영 경제성 확보와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수소 충전요금을 보조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 충전소 운영 경제성 확보 지원

정부는 지난 2019년 1월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수소전기차(승용차·버스·트럭 등)를 2022년까지 6만7,000대(승용차 6만5,000대), 2040년까지 290만 대(승용차 275만 대) 보급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수소충전소는 2022년 310기, 2040년 1,200기이다.

 

지난 2019년 10월에 발표한 ‘수소 인프라 및 충전소 구축 방안’에는 2022년과 2040년 중간 단계인 2030년 목표(수소차 85만 대, 수소충전소 660기)가 제시됐다. 2030년 수소차 목표는 지난 2021년 10월 발표한 ‘제1차 수소경제 기본계획’에서 88만 대(승용차 85만 대, 상용차 3만 대)로 3만 대 늘었다.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과 ‘수소 인프라 및 충전소 구축 방안’을 통해 수소충전소의 조기 확충과 운영 경제성 확보를 위해 충전소 구축 보조금 지원, 운영보조금 신설, 초기 대규모 수소 수요 창출을 위한 수소버스 보급 확대, 융복합·패키지형 수소충전소 구축 확대, 수소충전소 핵심부품 국산화, 대규모 수소 운송이 가능한 액체수소충전소 구축 등을 제시했다.

 

또 추출 수소 대규모 생산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 수전해 효율 향상, 대용량 튜브트레일러 활용, 파이프라인 구축 등을 통해 2022년까지 수소 공급 가격(생산지 → 충전소)을 6,000원/kg대, 2030년 4,000원/kg, 2040년에는 3,000원/kg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수소충전소 적자 운영 ‘심각’

수소충전소 운영사업자들은 적자 운영을 감수하고 수소충전소 사업에 뛰어들었다. 우선 수소충전소 구축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고, 정부가 목표한 수소차 보급 확대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9월 30일 기준 수소차 등록대수는 3만3,501대에 불과하다. 2022년 목표였던 6만7,000대에 한참 모자란 수치다.

 

수소충전소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기본적으로 수소차가 늘어나야 한다. 정부는 ‘제1차 수소경제 기본계획’을 통해 2025년까지 승용차는 상업적 양산 수준인 연 10만 대, 상용차는 수소 트럭·광역버스 등으로 연 2,000대(내연차 수준) 생산을 추진하고, 수소충전소는 450기를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현 추세로는 이의 달성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018년 3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FCEV) 충전용 수소 시장 조성을 위한 정책연구’ 보고서에서 “수소충전소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민간사업자는 손익분기점 이상으로 수소전기차가 보급되기 이전에는 저조한 가동률로 인해 운영 손실이 불가피하다”라며 “IEA(국제에너지기구)는 2015년 보고서를 통해 보급 초기 단계에서 충전수요 부족 등으로 수소충전소의 운영 손실이 불가피한 기간을 대략 10~15년 정도로 보고, 이 기간을 소위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으로 명명한 바 있다. 이러한 죽음의 계곡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투자·운영비용 절감, 가동률 제고와 함께 공적 지원이 필요함을 주장했다”고 밝혔다.

 

사실 수소충전소 운영사업자들은 일본과 같이 정부가 일정 기간 운영보조금까지 지원해주길 기대했다. 정부의 수소경제 로드맵에도 반영된 계획이었지만 부처 간 이견으로 실현되지 않았다. 2019년 당시만 해도 일본은 전년도 운영비를 기준으로 66%(최대 2억2,000만 원)의 운영보조금을 지원했다.

 

대신 환경부는 지난 2021년부터 적자가 발생한 수소충전소의 수소연료구입비를 지원하고 있다. 운영개선을 위한 사업자의 자구 노력을 이끌도록 지원액이 총 적자의 80%를 넘지 않도록 했다. 수소충전소의 지출액 중 수소연료구입비와 인건비가 87%나 차지하는데, 운영 적자의 가장 큰 요인은 수소연료구입비다.

 

환경부는 2020년에 적자가 발생한 수소충전소 12곳에 수소연료구입비를 처음으로 지원했다. 개소당 평균 1억8,300만 원의 적자(수입 3억700만 원, 지출 4억9,000만 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1곳당 평균 약 1억1,000만 원씩 총 13억7,000만 원의 수소연료구입비를 지원했다. 2021년 적자가 발생한 61곳에는 1곳당 평균 5,800만 원씩 총 35억 원을 지원했다.

 

환경부는 2022년부터 직전 반기 중 운영한 달이 있을 때 지원하는 등 연 2회 지원하는 것으로 지원 대상과 횟수를 늘렸다. 2022년 상반기에 적자를 본 수소충전소 93곳에 1곳당 평균 3,013만 원씩 총 28억 원을 지원했다. 93곳의 충전소를 운영 유형별로 보면 수소충전소 단독으로 운영되는 곳이 38곳, 주유소·액화석유가스(LPG)·압축천연가스(CNG) 충전소 등과 복합으로 운영하는 곳이 55곳이다.

 

93곳 평균 적자액은 4,890만 원이었다. 단독은 5,952만 원, 복합은 4,157만 원으로 평균적으로 복합 운영 수소충전소의 적자액이 단독보다 낮게 나타났다.

 

 

수소충전소 구축이 늘어나는 만큼 지원 대상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올 상반기는 117곳에 총 49억 원(1곳당 평균 4,150만 원), 올 하반기는 130곳에 총 74억 원(1곳당 평균 5,700만 원)을 지원했다. 환경부는 2024년도 예산안에 수소연료구입비 지원예산 156억 원을 반영했다.

 

전태용 환경부 대기미래전략과 사무관은 “수소연료구입비는 2025년까지 한시적으로 지원되지만 앞으로도 수소충전소가 계속 늘어날 것이고, 정부가 목표로 하는 만큼 수소공급가격(생산지→충전소)이 낮아지기 전까지는 지속적으로 수소연료구입비를 지원한다는 방침으로 관계부처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수소충전소 운영 여건 개선에 힘을 보탰다. 수소유통전담기관(한국가스공사)과 함께 2021년 5월부터 2022년까지 2단계에 걸쳐 수소 공동구매 시범사업을 진행한 후 올해부터 정식 운영에 들어갔다. 시범사업에서 수소연료 구입비용이 평균 11%(1단계), 14%(2단계) 정도가 인하된 것을 확인했다.

 

‘수소 공동구매사업’은 연료비 절감을 위해 수소유통전담기관에서 각 충전소의 수요물량을 모아 충전소를 대신해 공급업체를 선정하는 등 대량구매 대행을 통해 최대한 낮은 가격에 수소를 구매하는 사업이다.

 

또 수소유통전담기관은 수소충전소 운영비 절감을 위해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수소 튜브트레일러를 임대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수소충전소들의 적자 운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19년 3월에 출범한 수소충전소 구축·운영 특수목적법인 수소에너지네트워크(하이넷)의 적자 규모는 심각하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한무경 의원(국민의힘)은 지난 10월 24일 국정감사에서 수소충전소 구축·운영 특수목적법인인 하이넷의 최근 4년간 적자가 16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 9월 말 기준 전국 60곳의 수소충전소를 운영중인 하이넷의 적자 규모는 2019년 11억4,000만 원에서 2020년 22억5,800만 원, 2021년 58억8,200만 원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2022년의 적자 규모는 84억5,000만 원으로 4년 새 639%나 급증했다.

 

 

하이넷이 현재 운영 중인 전체 수소충전소의 가동률은 20~25% 정도로 수익을 내기 힘든 상황이다. 현재보다 수소차가 4~5배 이상 늘어나면 수익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하이넷이 직접 나설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하이넷은 충전소 운영 여건 개선을 위해 이미 연간 1,700톤 규모의 당진 수소출하센터를 통해 수소충전소에 낮은 가격으로 수소를 공급하고 있다. 이밖에도 내부 고정비용을 낮추기 위해 셀프 충전기 도입을 확대하고, 정부와는 충전소 의무운전시간 완화를 협의할 방침이다. 기존 기체충전소의 액체수소충전소 전환도 추진할 예정이다.

 

부족한 수소차 충전 인프라가 최근 충전요금 인상 등과 맞물려 수소차 보급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대수 의원(국민의힘)은 지난 10월 22일 환경부로부터 받은 ‘수소충전기 설치 현황’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2년 8개월 동안 설치된 수소충전기는 환경부가 당초 목표로 세운 281기에 한참 못 미치는 196기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지난 9월 기준 전국평균 수소 충전요금은 kg당 9,724원으로 1년 전보다 15% 올랐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소공급가격 인상과 함께 운송비 등이 증가한 탓이다. 수소차 운전자 일각에서는 정부 정책을 믿고 수소차를 구입했는데 충전가격이 올라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작용한 탓인지 수소승용차(넥쏘)의 올 1~8월 판매 대수는 총 3,591대로 1년 전(6,438대)보다 44.2%나 줄었다. 정부가 수소버스 보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더디게 진행되는 상황이다.

 

한편 수소차 운전자를 생각해서 충전요금 인상을 억제했다간 충전소 사업자들의 운영난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지난 9월 기준 수소충전소의 평균 매입 단가는 kg당 8,000~1만 원 수준이지만 전국평균 판매가격은 9,724원이다. 한국도로공사의 수소충전소 충전요금 조정이 민간 충전소 운영사업자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도로공사는 안성휴게소(부산 방향)를 포함한 5개 직영 수소충전소의 충전가격을 kg당 평균 1만900원으로 인상했다가 지난 8월 2일 kg당 평균 9,700원으로 인하했다. 수소차 운전자들의 민원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안성휴게소 수소충전소 인근에서 kg당 1만400원에 판매하고 있던 A 충전소(한국도로공사 위탁운영)는 수소차 충전수요가 안성휴게소로 몰리면서 더욱 힘들어진 상황이다. A 충전소의 관계자는 “공기업인 한국도로공사가 수소 충전가격을 대폭 인하함에 따라 민간 기업은 가격경쟁력 저하로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소차 충전요금 지원 실현되나

수소충전소 운영 경제성 확보의 기본적인 요건인 수소차 보급 확대를 위해 추가적인 지원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지난 8월 22일 발표한 ‘주요국 수소 활용 정책 비교와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수소 충전요금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조세특례제한법’과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기차나 수소전기차를 구매할 때 부가가치세는 면제된다. 차량 구매 비용에 대한 부가가치세만 면제할 것이 아니라 수소충전소 요금에 대해서도 부가가치세를 면제해 수소차 운영비용 혜택을 지원하자는 것이다.

 

 

국회에서는 수소차의 수소 충전요금을 보조하자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화성을)은 지난 8월 17일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수소 버스·트럭뿐만 아니라 일반 수소차에도 충전보조금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지난 7월 27일 기준 수소충전소의 전국평균 판매가격(충전가격)은 1kg당 9,727원으로, 수소버스는 3,500원/kg, 수소화물차는 4,100원/kg의 수소 충전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다.

 

이미 연구기관에서도 수소차 충전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018년 3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FCEV) 충전용 수소 시장 조성을 위한 정책연구’ 보고서에서 “민간 수소충전소 운영사업자가 소위 ‘죽음의 계곡’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간을 지탱할 수 있도록 일정 정도의 수익 창출을 통한 현금 흐름 확보가 필요하다”라며 “이를 위해서는 우선 가동률 저조로 인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운영 손실분 중 전부 내지는 일부를 수소전기차 이용자에게 전가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수소충전소 운영사업자는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까지 사업을 할 수 있는 최소한도의 수준에서 운영 손실분의 일부 내지는 전부를 수소전기차 이용자에게 전가할 수 있도록 충전용 수소 소매가격(충전요금)을 설정한다. 자연스럽게 충전용 수소의 소매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진다.

 

수소전기차 이용자는 설정된 소매가격에 충전용 수소를 구매하는 대신 정부가 구매금액의 일부, 특히 운영 손실분 중 이용자에게 전가된 부분만큼을 산정해 공적 재원을 활용해 한시적으로 보전해주는 가칭 ‘수소차 충전보조금’을 수소전기차 이용자에게 지원하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수소차 충전보조금 제도를 도입할 경우 수소충전소 운영사업자가 실제 수취하는 금액과 수소전기차 이용자가 실제 부담하는 금액 간에 차이가 발생하게 되면서 전자는 운영 손실 보전을, 후자는 저렴한 충전요금 부담이라는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