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28 (목)

INSIDE

지속가능한 수소에너지 사업 나선, 두산에너빌리티

가스터빈‧수소‧신재생‧차세대 원전 등 신사업 집중
年 1,700톤 규모 ‘창원 액화수소 플랜트’ 구축
수소‧암모니아 혼소 사업에 큰 관심
암모니아 20% 혼소버너 개발 중…25년부터 본격 실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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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마산역에서 택시를 타고 창원공단으로 향한다. 두산과 볼보라는 두 기업의 이름을 따서 붙인 ‘두산볼보로’ 표지판이 눈에 들면 목적지에 거의 다다른 셈이다. 

 

마산항을 오가며 지나칠 때만 해도 ‘두산중공업’이었던 곳이 지난해 3월 ‘두산에너빌리티’로 이름을 바꿔 달았다. 에너빌리티(Enerbility)는 에너지(Energy)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조합해서 만든 말이다. 자세히 보면 그 결합을 가능하게 하는 마법의 단어(Enable)가 마산과 창원을 잇는 마창대교처럼 숨어 있다.

 

두산은 ‘중공업’이라는 무거운 이름을 내려놓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에서 미래를 찾고 있다. 기존에 집중하던 플랜트 사업에서 벗어나 가스터빈, 수소, 신재생, 차세대 원전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취재는 창원 본사 현장을 둘러보는 형태로 진행했다. 차가 없으면 힘들 정도로 공장의 규모가 방대했다. 준공을 앞두고 있는 창원 액화수소 플랜트를 먼저 둘러본 후, 석탄화력발전과 연계한 암모니아 혼소버너 개발팀을 만나는 일정으로 갔다. 

 

연 1,700톤 규모 ‘액화수소 플랜트’

큰길로 난 정문은 아직 막혀 있다. 대형 크레인이 서 있는 적재장을 지나 창원 수소액화 플랜트로 향한다. 창원시가 창원산업진흥원, 두산에너빌리티와 손을 잡고 추진해온 사업이다. 액화수소 사업을 위해 ‘하이창원’이라는 회사도 따로 만들었다.

 

이곳은 하루 5톤의 수소를 생산해 연간 1,700톤의 액화수소를 공급하는 플랜트 설비를 갖추고 있다. SK와 효성이 짓는 액화수소 플랜트가 부생수소를 사용한다면, 이곳은 천연가스를 개질한 수소를 쓰게 된다. 

 

 

방폭을 위해 설치한 두툼한 콘크리트 차단벽 앞에 수소생산시설이 서 있다. 액화수소 플랜트는 그 뒤편에 있다. 

 

“평택 수소생산기지에서 보셨을 거예요. 독일 칼로릭(Caloric) 사의 수소추출기로 하루에 5톤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죠. 평택의 칼로릭 설비가 하루 6.4톤인데, 플랜트 규모는 여기가 더 큽니다. 후단의 액화 플랜트와 연결이 되기 때문에 설비가 훨씬 복잡하죠.”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김용원 소장(Plant EPC BG)의 말이다. 

 

김 소장을 쫓아 시설의 핵심인 콜드박스로 향한다. 수소는 영하 253℃라는 극저온에서 액체가 된다. 두 번에 걸쳐 단계적으로 온도를 내리기 때문에 콜드박스도 2개다.

 

“왼쪽에 있는 직사각형의 설비가 80K(-193℃) 예냉기, 오른쪽에 있는 원통형이 20K(-253℃) 액화기입니다. 뒤쪽 건물에 질소나 수소를 불어넣는 압축기가 잔뜩 들어 있죠. 80K 예냉에 액화질소를 냉매로 쓰고, 진공을 걸어 20K로 온도를 떨어뜨릴 땐 수소를 냉매로 써요. 헬륨을 써도 되지만 워낙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현장에 있는 수소를 쓴다고 보시면 됩니다.”

 

수소기체를 압축했다 팽창(확산)시키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온도를 떨어뜨리게 된다. 압축기로 강하게 수소기체를 불어넣기 때문에 실제로는 영하 251℃에서 액화가 된다고 한다. 

 

콜드박스 주기기 공급은 프랑스의 에어리퀴드에서 맡았다. 이 부분을 뺀 나머지 EPC 전반은 두산에너빌리티가 맡아서 진행했다. 현장에 구축된 모든 설비는 질소 테스트를 마친 상태다. 

 

“서부발전에서 운영하는 태안 IGCC(석탄가스화복합화력발전소) 건설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그런 대규모 현장에 비하면 크게 어려운 작업은 아닙니다.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해서 처음 하는 사업이다 보니 오히려 인허가 쪽이 힘들었어요. 이 점은 SK나 효성도 마찬가지죠. 이곳 창원에서 가장 먼저 공사에 들어갔고, 여기서 나온 문제를 보완해가면서 인천과 울산에서도 액화수소 플랜트를 지었으니까요.”

 

액화수소 플랜트를 눈으로 볼 기회는 흔치 않다. 김 소장의 말에 따르면 “벌써 10개국이 넘는 곳에서 관계자들이 현장을 다녀갔다”고 한다. 수소사업에 대한 관심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액화기에서 나온 진공단열배관은 오른쪽 놓인 액화수소 저장탱크로 이어진다. 탱크에 저장된 액체수소를 탱크트레일러 차량에 공급하는 로딩암 설비가 앞단에 마련돼 있다. 

 

 

액화수소를 생산하더라도 당장은 출하하기가 어렵다. 액체수소충전소를 새로 짓거나 기존 기체수소충전소에 액화수소 저장탱크를 추가하는 식으로 수요처가 마련된 후에나 가능한 일이다. 또 액체수소를 나르는 탱크트레일러 실증도 거쳐야 한다. 조급해하지 말고 하나씩 차근차근 풀어가야 한다. 

 

기체는 액화해서 운송하는 게 유리하다. 질소, 수소, 이산화탄소, 천연가스 등을 가리지 않는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제주에서 풍력발전과 연계해서 추진된 행원 그린수소 실증사업에 참여했다. 그린수소 생산, 압축·저장 등 전주기 시설의 통합 설계와 감리를 진행했고 에너지관리시스템(EMS)도 개발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행원에서 생산한 수소를 함덕에 있는 그린수소충전소에 우선 공급해 수소버스, 수소청소차 운행에 활용할 계획이다. 

 

“제주, 전북 부안 등지에서 해상풍력발전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재생에너지 출력제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수전해 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죠. 지금은 그 양이 많지 않지만 향후 그린수소 생산량이 늘면 액화 기술이 필요합니다. 해상풍력, 수전해, 수소터빈, 암모니아 크래킹 등 두산에너빌리티가 추진 중인 여러 수소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당장의 이익보다는 멀리 보고 수소액화 사업에 뛰어든 셈이죠.”

 

어떤 지역은 배관으로 이송하는 게 유리하고, 어떤 곳은 튜브트레일러나 액체수소 탱크로리로 운송하는 게 유리하다. 실제로 해봐야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다. 플랜트 EPC에 강점이 있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창원 부지 안에 액화수소 플랜트를 들인 이유다.

 

 

발전용 가스터빈에 ‘수소혼소’ 접목
 
 
두산에너빌리티 하면 발전용 가스터빈 기술을 빼놓을 수 없다. ‘기계공학의 꽃’으로 불리는 고도의 기술로 지난 2019년 12월 세계에서 5번째로 270MW급 가스터빈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이로써 한국은 미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에 이어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기술을 보유한 5개 나라에 이름을 올렸다. 두산에너빌리티에서 개발한 270MW급 가스터빈은 현재 한국서부발전이 운영하는 김포 열병합발전소에 설치되어 실증을 진행 중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한국중부발전과 2,800억 원 규모의 보령신복합발전소 주기기 공급계약도 체결했다. 보령신복합발전소는 한국형 표준 가스복합 모델이 적용되는 첫 사업이다. 총 발전용량 569MW 규모로 2026년 6월 준공이 목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곳에 380MW 규모의 H급 초대형 가스터빈을 비롯해 스팀터빈, 배열회수보일러(HRSG)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H급 수소터빈 개발도 진행 중이다. 2020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 국책과제로 고효율 H급 수소터빈의 수소혼소 50% 기술을 개발 중이며, 향후 한국동서발전의 울산복합발전소에서 실증이 진행될 예정이다. 또 2027년을 목표로 400MW급 초대형 수소전소 터빈 개발도 추진한다.
 
 

수소·암모니아 활용한 ‘혼소’ 기술

액화수소 플랜트를 나서 단조공장이 있는 안쪽까지 차를 타고 들어간다. 걸어서 다닐 곳이 못 된다. 지도가 없으면 길을 헤매기 십상이다. 

 

‘기술혁신연구원’을 지난다. 새롭게 꾸민 ‘카본프리 솔루션센터’ 바로 뒤에 화력발전과 연계한 3MWt급 버너시험동이 붙어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버너 시험설비를 갖춘 곳으로 영흥화력 5, 6호기, 신보령화력 1, 2호기에 들어가는 새 버너를 성공적으로 개발했다.

 

 

“탄소중립을 위해선 그린수소나 블루수소를 써야 합니다.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이런 청정수소나 저탄소수소를 수입하게 될 테고, 이때 암모니아로 전환해서 들여온다고 봐야죠. 한데 암모니아를 크래킹해서 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약 10%의 에너지가 손실됩니다. 연료 효율로 보면 암모니아 형태로 그냥 쓰는 게 가장 좋죠.”

 

두산에너빌리티 SG모델설계팀 정종화 팀장은 “석탄화력발전에 암모니아를 혼소하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고 에너지 효율 측면에도 유리하다”고 한다.

 

암모니아 혼소량은 20%로 잡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의 기존 버너와 보일러를 살려 쓰면서 NOx(질소산화물)나 미연 암모니아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양이다. 

 

“암모니아는 메탄(천연가스)에 비해 발열량이 낮아요. 연소속도가 느리고 발화온도가 높아 불을 붙이기가 어렵죠. 연료 중 질소 함량이 높고 버너 안에서 산화·환원 반응이 같이 일어나기 때문에 연소기술에 따라 NOx(질소산화물) 배출량이 크게 달라집니다. 암모니아의 이런 특성을 감안해서 새 버너를 개발하고 이를 현장에 설치해서 실증하는 과제를 진행하고 있죠.”

 

 

두산에너빌리티의 암모니아 혼소 전용 버너 기술개발은 지난 2021년에 처음 시작됐다. 이후 국책과제와 연계해 1단계 사업으로 내년 연말까지 60MWt 혼소버너 시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2025년부터 USC(Ultra Super Critical, 초초임계압) 보일러가 있는 신보령발전소에 설치해서 2단계 실증에 나선다. 

 

초초임계압은 터빈에 유입되는 증기압력이 246kg/㎠ 이상, 증기온도가 593℃ 이상인 석탄발전소를 이른다. 증기의 압력과 온도가 높을수록 발전효율이 높아 연료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이번 과제에는 중부발전과 동서발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포스코홀딩스, 창원대학교 등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실증 완료 시점은 2027년이다.

 

암모니아 혼소 기술 적용이 가능한 초초임계압 석탄발전소는 전국에 17기(발전설비용량 16.4GW)나 된다. 이들 발전소에 암모니아를 20% 혼소할 경우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기준으로 에너지전환 부문의 12%에 해당하는 1,350만 톤의 CO2 감축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석탄화력발전 비중이 높으면서도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제한적인 베트남, 인도네시아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가 암모니아 혼소 사업에 관심이 많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들 나라의 석탄화력발전소 운영사와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암모니아 혼소가 석탄발전과 관련이 있다면, 암모니아 크래킹을 통한 수소생산은 가스터빈과 관련이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7월 영국의 존슨매티와 ‘암모니아 크래킹 사업 공동연구 협약’을 맺었다. 협약 내용에 따라 존슨매티는 암모니아 크래킹 공정설계 기술과 촉매를 제공하고, 두산에너빌리티는 암모니아 분해기 공정 상세설계, 기자재 제작, 시공 등 사업 추진에 필요한 제반 기술을 제공하게 된다. 

 

양사는 암모니아 크래킹 공정과 수소복합발전 간 통합설계 기술을 공동 개발해 향후 수소복합발전에 적용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해외에서 들여온 청정암모니아로 생산한 수소를 수소혼소 가스터빈이나 수소전소 터빈에 투입할 계획이다. 무탄소 연료인 수소와 암모니아를 활용한 발전기술 확보에 집중하면서 수전해 사업과 연관이 있는 해상풍력, 소형모듈원전 등 기존 사업의 전문성을 강화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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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해상풍력발전 선두 주자

 

 

두산에너빌리티는 2005년부터 해상풍력 사업에 뛰어들었다. 국내 최초 해상풍력 단지인 탐라해상풍력(30MW), 국내 최대 규모로 추진되는 서남해해상풍력 1단계 사업(60MW) 등 해상풍력 최다 공급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제작 중인 한림해상풍력을 포함해 지금까지 총 98기(347.5MW)의 풍력발전기를 제작해서 공급했다. 
국내 해상의 평균풍속은 약 7.0m/s로 평균풍속이 10m/s에 이르는 해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바람이 약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저풍속 환경에 맞춰 블레이드 길이를 늘려 바람의 이용률을 높인 모델을 개발해왔다. 
지난 2011년 아시아 최초로 3MW급 해상풍력발전기를 개발해 국제인증을 받았고, 2019년에는 5.5MW급, 2022년에는 국책과제로 착수한 8MW급 대용량 해상풍력발전기의 국제인증을 취득했다. 
지난 2021년 풍력 2공장을 준공하면서 현재 2개의 풍력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사업 초기 30% 수준이던 국산 부품 사용률을 현재 70%대로 끌어올리는 등 국내 풍력발전 생태계 활성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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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모듈원전 개발로 활로 개척

 

 

두산에너빌리티는 1980년대 한빛원전 3, 4호기에 원자로를 공급한 것을 시작으로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1~4호기, 새울원전 3, 4호기 등 총 34기의 원자로를 제작해 공급했다. 원자로, 증기발생기, 터빈 등 핵심 설비뿐 아니라 핵연료 운반용기, 원자로 보조기기 등 대부분의 공정을 한곳에서 처리하는 일괄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소형모듈원전(SMR) 파운드리(Foundry, 생산전문기업)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지난 2019년 국내 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뉴스케일파워에 지분 투자를 하면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2019년부터 뉴스케일파워와 SMR 제작성 검토, 시제품 제작을 진행해왔다. 
지난해 말 뉴스케일파워가 첫 SMR 발전소로 추진 중인 미국 아이다호의 CFPP(Carbon Free Power Project) 발전소에 사용될 소재 제작 계약을 체결했으며, 올해 말에는 원자로 제작에 들어간다. 2029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1호기당 77MW의 원자로 모듈 6대를 설치해 총 462MW의 전력을 생산할 예정이다.
또 지난 1월에는 미국의 4세대 고온가스로 SMR 개발사인 엑스-에너지(X-energy)에 지분 투자를 하면서 핵심 기자재 공급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엑스-에너지가 개발하는 4세대 고온가스로(모델명 Xe-100) SMR은 총 발전용량 320MW 규모로 80MW 원자로 모듈 4기로 구성된다. 
4세대 고온가스로는 냉각재로 물이 아닌 헬륨을 사용해 고온 운전이 가능하다. 운전 중에 나오는 565℃의 증기로 수전해를 하면 수소생산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창원 본사 단조공장에 설치된 1만7,000톤 프레스기로 원전 주기기에 들어가는 증기발생기 단조 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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