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울산대학교의 ‘친환경 수소산업 전주기 연구센터(센터장 정진석, 화학공학부 교수)’가 지난 6월 3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2023년도 지역혁신 선도연구센터(RLRC) 사업’에 선정됐다.
지역혁신 선도연구센터 사업은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핵심연구 분야 육성 및 국가 기초연구 역량 향상을 위해 비수도권 4개 권역에서 창의성과 수월성을 갖춘 우수 연구집단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친환경 수소산업 전주기 연구센터’는 이번 사업 선정으로 오는 2030년 2월까지 국비 101억 원, 시비 20억 원 등 147억2,000만 원을 지원받아 울산 지역 화학·자동차·조선 산업을 수소 기반 산업으로 전환하는 수소 전주기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이 분야 전문인력도 양성한다.
센터는 청정수소 생산을 위한 고온 이산화탄소 흡착제와 수전해 촉매, 대용량 수소저장을 위한 액상유기수소운반체(LOHC) 소재, 수소 활용을 위한 연료전지용 전극 등 수소 전주기 기술에 적용할 수 있는 핵심 소재 기술을 개발하고, 이들 요소기술을 통합해 최종적으로 수소추진 선박에 적용하는 실증을 진행할 계획이다.
연구개발 필요성
울산대 친환경 수소산업 전주기 연구센터(이하 센터)에 따르면 수소 생산, 저장, 활용의 개별 요소기술은 연구기관별로 개발 중이지만 수소 기반 사회 진입을 위한 생산-저장-활용 전주기 기술에 대한 타당성 검증과 성능평가 관련 결과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울산 지역 수소 관련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연계 기술 간 융합을 통해 기술개발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산업계 수요 맞춤형 기술·인력양성을 통한 수소산업 활성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대한민국은 세계 5위의 화학산업 선도 국가로, 울산 산업공단의 화학제품 생산 규모는 생산액 기준 전국의 약 35%를 차지한다. 울산 지역 내 화학 관련 250여 개 기업이 연간 78조 원에 해당하는 화학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울산의 3대 주력사업(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중 최대 규모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정유·석유화학 기초소재 등 생산산업에 집중되어 있다.
울산시는 심화하는 국제 사회의 환경 규제와 친환경 에너지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저탄소 그린에너지 관련 기술 중 수소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해 집중적인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특히 울산은 자동차, 조선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산업화 플랫폼이 우수해 수소에너지 분야의 산업과 연계해 첨단 수소 전주기 사업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 조건을 보유하고 있다.
울산은 전국 수소생산량의 46%(97만 톤, 2020년 기준)를 담당하고 있고, 올해 5월 말 기준 수소전기차 2,727대, 수소충전소 21기, 수소배관망 200여km 등 수소 생산·유통 전국 1위로 수소산업 기반 시설이 매우 우수하다.
하지만 수소 생산에 있어 대부분 수소가 원유 등의 화석연료로부터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서 얻는 그레이수소이기에 탄소중립을 위한 블루·그린수소로의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울산시는 수소도시로의 도약과 이를 위한 수소기업의 점진적 집적화를 위해 지난 2019년 ‘2030년 세계 최고 수소도시 비전’을 선포하고, 현재 수소시범도시, 수소 그린모빌리티 규제자유특구, 수소 특화 경제자유구역, 강소연구개발 특구 등 다양한 수소 관련 국책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사업에 참여한 지역 기업들의 수소 생산(그린·블루수소), 수소 저장(LOHC, 액화수소, 암모니아), 수소 활용(수소전기차, 수소지게차, 수소선박) 등의 부품·모듈·시험·평가 등 분야에서 이번 연구사업과의 유기적인 연계가 가능하다.
정 센터장은 “울산의 3대 주력산업인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산업이 모두 수소 생산에서 응용제품(차량, 수소충전소, 드론, 선박, 발전)까지 전후방 산업들과 연계되어 있어 수소에너지 관련 산업의 성장잠재력과 전후방 산업 성장에 대한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라며 “이번 연구사업을 통해 울산이 수소에너지 전주기 순환 시스템이 구축된 수소 중심도시로 자리매김할 경우 전통산업 위주인 울산산업을 미래 친환경 에너지 관련 산업으로의 재편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산업의 질적인 혁신·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개발 목표
이번 연구는 수소 생산·저장·활용 각 분야의 독립적이고 병렬적인 개발 기술의 집적인 ‘Bottom-up’ 방식이 아니다. 실제 산업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상업화 가능 목표 (500kg/day급 수소 전주기 통합 공정)를 세우고, 이를 위해 통합 공정 설계 패키지(project design package; PDP)를 설계해 이에 필요한 각 요소기술을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개발하는 ‘Top-down’ 방식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분야별 선정된 요소기술은 △저가 블루수소 생산을 위한 고효율 흡착제 및 이산화탄소 고부가화 공정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비 귀금속계 저비용 촉매 △지역 생산물질 기반 LOHC 저장-추출 연계 통합시스템 △지역 산업 맞춤형 수소연료전지 선박시스템이다.

이번 연구사업은 경제성을 가지는 수소 전주기 기술개발을 통한 울산 지역 내 산업의 수소산업 진입 유도 및 활성화가 최종 목표로, 2개의 세부 과제(친환경 수소 생산 기술, 수소저장·활용 기술)로 구성된다.
세부 1그룹(친환경 수소 생산 기술)은 이번 연구사업을 총괄하는 정진석 센터장(울산대 화학공학부 교수), 세부 2그룹(수소저장·활용 기술)은 윤창원 포항공과대학교 교수가 각각 책임자 역할을 맡는다.
1단계 연구는 수소산업 전주기 관련 핵심 소재(촉매, 전극, 흡착제) 개발을 통한 1N㎥-H2/h급 공정을 구현하고, 2단계로는 전주기 기술 통합 공정을 구축해 공정 평가 및 최적 운영 조건을 도출해 최종적으로 500kg/day급(TRL6 수준) 공정 설계 패키지(PDP)를 제안하는 것이 목표다.
센터는 주관기관인 울산대를 비롯해 울산과학기술원, 포항공대와 HD현대, 롯데케미칼, 이수화학, 현대종합금속, 모던산업가스, 일진텍, 세호마린솔루션즈 등 울산 지역 7개 업체가 참여하는 산학연 협력 연구체계를 구축했다.
또 핵심 소재 및 신공정(시스템) 개발을 위해 미국, 유럽, 중국, 인도, 일본, 튀르키예, 오스트레일리아 등 10개국 13개 기관과도 교류해 최신 기술개발 동향을 파악하고 공동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친환경 수소 생산 기술 개발
센터는 블루수소 기반 수소 생산 공정과 핵심 소재 개발에 나선다.
블루수소 생산 반응은 기존 추출수소 생산 반응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CCUS 기술을 활용해 선택적으로 포집해 저장 또는 활용하는 기술을 말한다. 정부가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라 국내 추출수소의 공급량은 2030년 97만 톤/년에서 2040년 158만 톤/년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에는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지층이나 지역이 충분하지 않고, 저장기술도 막대한 투자비용을 수반해 블루수소 생산 공정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전환반응을 통해 다른 유용화합물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고 실현 가능한 공정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게 센터 측의 판단이다.
친환경 블루수소 생산 공정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흡착제와 이산화탄소 전환 촉매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또한 센터는 그린수소 생산 공정과 핵심 소재도 개발한다.
현재까지 PEM 수전해용 양극재 촉매로 이리듐, 루테늄, 백금 산화물과 같은 고비용의 귀금속계 전기 촉매가 장시간 구동을 위해 개발되고 있다. 루테늄 산화물의 경우 활성도가 이리듐과 비교해 우수하나 산화전위에서 장시간 구동 시 루테늄 산화물 이온(RuO4-)으로 용해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 이리듐 산화물은 루테늄 산화물과 반대로 산성 매질에서 부식과 산화전위에 대한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우수하나 높은 희소성과 가격으로 인해 한계점이 명확하다.
이에 따라 비 귀금속계 기반의 저비용 및 높은 안정성 물질을 활용해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PEM 수전해 전기 촉매를 개발해야 한다.
LOHC 이용 수소저장 기술 개발
울산 지역 화학산업 생산물 기반의 신규 고성능 액상유기수소운반체(LOHC) 소재 발굴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물질 탐색 방안이 필요하다.
이번 연구에서 기본적으로는 현재 알려진 ‘Toluene-MCH(methylcyclohexane) cycle’ 등을 활용한 가역적 LOHC 수소저장·추출 사이클을 구현하고, 이와 함께 상용소재에 대해 수소추출 과정에서의 반응열 DFT 계산을 진행해 지역 화학산업 생산물 기반의 고성능 유망 LOHC 후보 소재 탐색을 병행할 계획이다.
탈수소화 반응 가속을 위해 사용되는 백금계 촉매는 고리형 LOHC 소재의 C-H 결합 활성화 및 C-C 결합(Heterocycle 소재의 경우에는 C-N 결합 포함)의 비선택적 활성화를 통해 촉매의 성능과 내구성이 저하되는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적정 사이즈의 활성 금속 입자를 이용하고 높은 표면에너지의 활성점을 의도적으로 제거해 적절한 표면에너지의 활성점을 이용한 촉매 설계 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다.
아울러 LOHC 수소저장·추출 반응이 통합적으로 연계된 ‘LOHC 수소저장·추출 시스템’을 개발해 수소저장·추출 반응의 효율을 개선할 계획이다.
수소 활용 기술 개발
국내 수소 모빌리티 산업의 중심인 부·울·경 권역의 연료전지 산업 발전을 위해 연료전지의 저가격·고효율화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연료전지의 전기화학적 구동 기작에 따라 열화되는 탄소(대부분 카본블랙) 소재의 문제, 백금계 촉매의 비싼 가격 및 응집 문제 등이 야기됨으로써 이차전지를 활용한 모빌리티(배터리 전기차) 시장만큼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센터는 고가 백금계 촉매의 최소한 활용과 탄소 담지체의 결정화, 백금·탄소계가 아닌 저가격·고효율 촉매층 연구개발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또 수소추진 선박에 적용할 핵심 소재를 개발한다. PEMFC에 적용하기 위한 2종류(금속 전착, 콜드 스프레이)의 코팅 금속분리판 개발, 정적·동적 하중 조건에 코팅된 금속분리판의 현장 성능 연구, PEMFC 유동 채널 설계·실험 및 계산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유동 분석·이해가 주요 연구내용이다.

마지막으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성능시험이 완료된 수소에너지 활용 PEMFC를 추진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소형 선박용 전기추진시스템을 설계·개발하고, 육상시험평가소(LBTS)에서 전기추진시스템의 성능시험 평가를 하게 된다.
이를 통해 해상에서의 선박 운항 시 최적의 운전이 가능하도록 전기추진시스템의 최적화를 위한 데이터의 취득이 가능하다.
특히 소형 선박용 수소연료전지 전기추진시스템은 수소의 특수성으로 인해 다양한 위험요소가 산재해 있고, 이에 대한 대응책이 완벽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기에 선박 탑재 후 해상 운항 중에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방법을 찾기가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대비하기 위해 해상 환경에서의 운항을 상정해 육상에서 전기추진시스템의 성능시험을 실시하는 것이다.
수소 전주기 통합 공정 개발
센터는 이번 연구에서 1단계 과제 기간 중 수소 생산·저장·활용 기술 개발 규모를 1N㎥-H2/h급으로 통일하고, 2단계 기간에는 개발한 기술을 통합해 수소 전주기 통합 공정을 설계하고 전주기 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린·블루수소 대용량 생산 공정, LOHC 기반 수소저장, LOHC 추출수소 활용 연료전지 구동 시스템을 구축해 통합 공정에서 열·물질 수지를 측정해 공정의 경제성과 효율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전주기 수소기술의 개선점과 한계 기술을 도출하고 한계 돌파형 핵심 소재 개발을 위한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센터가 개발하는 요소기술인 수소 생산·저장·활용 기술을 지역 내 기업에 이전해 개별적으로 산업화를 진행할 수 있지만 수소산업의 효율적인 성장과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 전주기 통합 공정을 구축해 전주기 평가를 진행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1단계 연구기간에 1N㎥-H2/h 용량으로 실증된 개별 기술과 통합 공정을 연계해 상용 규모(500kg/day급) 수소 전주기 통합 공정 설계 패키지(PDP)를 구축해 실험을 기반으로 시스템의 성능을 평가한다.
마지막으로 센터는 개발한 블루·그린수소 생산 기술, LOHC 수소저장·추출 기술, 연료전지 기술을 결합해 상업적으로 운영이 가능한 수소추진 선박을 실증해 수소 전주기 기술의 상용화 모델을 제시할 계획이다.
연구 기간 중 구축된 LBTS를 이용해 선박의 구동·운용을 위한 기초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상업적 이용이 가능한 40석 규모의 선박을 설계해 실증할 계획이다.
지역 우수 인재 양성한다
전국 수소 연관기업 526곳 중 131곳(24.9%)이 부산·울산·경남 권역에 있다. 특히 울산 지역에 사업장을 둔 수소 생산·저장 관련 업체(롯데케미칼, 효성, SK가스 등) 및 수소에너지 활용 관련 업체(현대자동차, HD현대중공업 등)의 신규 수소 관련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대한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향후 관련 분야의 연구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센터는 이번 연구사업을 통해 지역 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수소 생산·저장·활용 분야 전문인력을 양성해 일자리까지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센터는 이미 HD현대중공업, 롯데케미칼 등 수소에너지 전주기 기술 산업체와 지역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울산테크노파크 등과 수소에너지 관련 기술 개발과 인력양성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정진석 센터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울산 지역 내 기업이 바로 상용화할 수 있는 수소 생산·저장·활용 기술의 연구 개발과 인력양성으로 수소 기반 사회로의 전환을 촉진하고 울산 지역 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