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국토교통부 시범사업으로 처음 추진된 ‘수소교통 복합기지’가 평택에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그곳에 광신기계공업의 다이어프램 압축기 7기가 들어와 있다. 3기는 하이브리드 타입의 저압압축기, 4기는 고압용 2단 다이어프램 압축기다.
‘KwangShin’은 전국의 수소충전소를 다닐 때마다 가장 자주 접하는 압축기 브랜드 중 하나다. 광신이 운영 중이거나 구축 중인 수소충전소만 43곳에 이른다. E1에서 운영하는 성남수소충전소, 충주에 들어선 바이오그린수소충전소에도 광신의 압축기가 들어와 있다.
잠잠하던 하늘에 한바탕 소나기가 퍼붓는다. 경남 함안에 있는 광신기계공업을 찾아 권병수 부사장을 만난 길이다. 그는 기업부설연구소장으로 설계팀을 이끌고 있다. 평택항에서 처음 본 압축기 이야기를 하자 설계 도면부터 내민다.


“하이브리드 타입의 압축기로 한쪽은 왕복동 피스톤 타입, 한쪽은 다이어프램 타입이죠. 피스톤, 다이어프램 압축기는 저마다 장단점이 있어요. 피스톤은 많은 유량을 처리하는 데 반해 피스톤 링 틈으로 기체 누설이 생기죠. 그래서 저압에 잘 맞아요. 다이어프램은 오일이 이동하는 부분과 수소가 이동하는 부분이 딱 나뉘기 때문에 수소 순도 관리에 유리하고 소음이 적어요. 대신 강한 압력을 받는 다이어프램 판 수명에 한계가 있죠.”
2010년 다이어프램 압축기 출시
다이어프램 압축기는 유압의 힘으로 얇은 금속판에 해당하는 다이어프램(Diaphragm)을 작동시켜 수소 기체를 압축한다. 압축기 헤드에 세 장의 다이어프램 판이 겹쳐 들어간다. 미국의 PDC, 영국의 하우덴(Howden), 노르웨이의 넬(Nel) 등이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타입에 들어간 왕복동 피스톤과 수소충전에 쓰는 유압피스톤을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전자는 저압가스를 중압까지 압축하는 부스터 압축기에 해당하죠. 크랭크의 회전운동을 피스톤의 상하운동으로 바꿔서 압축을 진행하는데, 유압피스톤과 달리 모터의 RPM(분당 회전수)이 훨씬 빨라요. 그에 반해 유압피스톤은 모터의 회전수를 훨씬 낮게 가져가죠.”
유압피스톤 방식의 압축기를 만드는 회사로는 독일의 호퍼(Hofer), 미국의 하이드로팩(Hydro-Pac)과 해스켈(Haskel) 등이 있다. 유압피스톤은 유압압축유닛과 세트로 구성되는 단순한 형태를 하고 있다.
“수소 쪽으로 다이어프램 압축기를 먼저 출시해서 그렇지, 광신에서 제작하는 산업용 압축기나 CNG압축기는 모두 피스톤 방식이에요. 유압피스톤 방식의 장점이 분명하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2020년 말 개발을 완료하고 1년간 실증을 진행했어요. 상용차용 수소충전소를 짓고 있는 코하이젠에 올해 8세트를 납품하기로 계약이 돼 있죠.”
코하이젠이 구축하는 세종 대평, 당진 부수, 군포 부곡, 익산 송학 충전소에 2세트씩 들어갈 예정이다. 중압 압축기를 광신의 다이어프램으로 가면서 고압 제품도 동일 회사 제품으로 맞춘 셈이다. 압축기 유지·관리 면에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광신기계공업은 1967년에 창업한 ‘명문장수기업’에 든다. 공기압축기로 시작해 50년 넘게 왕복동식 압축기를 자체 개발해왔다. 1976년에 주력 제품인 산업용 압축기를 바탕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압축기 업체인 미쿠니중공업과의 협업으로 시장을 넓혀왔고, 2000년대 초 왕복동식 CNG압축기 시장에 진출하면서 큰 성공을 거뒀다.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생각이 크게 바뀌었어요. 제품을 다변화해서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살아남는다는 생각을 깊이 하게 됐죠. CNG압축기도 그렇게 해서 나왔어요. 미국, 러시아, 중국, 이란 등 세계 30여 개국에 판매가 되면서 회사 성장에 큰 발판이 됐죠.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시장점유율이 70%가 넘는 걸로 알고 있어요.”

국내에서도 디젤버스를 CNG버스로 교체하면서 CNG압축기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해외 시장도 크게 열려 2021년까지 수출 덕을 톡톡히 봤다.
“CNG압축기에 붙어서 가는 게 디스펜서(충전기)입니다. 초창기에 캐나다 제품을 썼는데, 디스펜서 두 대가 압축기 한 대 값이더군요. 그래서 디스펜서를 자체 개발해서 압축기와 같이 납품하는 형태로 갔어요. CNG가 200bar 충전입니다. 이후 수소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CNG압축기 하던 분들이 수소압축기로 넘어갔다고 할 수 있죠.”
광신이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의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과제로 다이어프램 수소압축기를 개발한 것이 2009년이다. 이듬해 수소압축기를 출시하면서 디스펜서를 같이 내놓은 것도 CNG를 통해 쌓은 기술과 경험이 축적된 덕분이다.
유압피스톤 압축기 개발해 세트로 구성
광신기계공업은 산업부 과제로 패키지형 수소충전 플랫폼 모델도 개발했다. 주관기관으로 참여해 와이(Y)형 다이어프램 압축기를 적용한 컨테이너 충전소를 창원 센트럴수소충전소, 당진 수소충전소에 설치했다.
패키지형 수소충전소는 압축기, 저장용기, 가스제어장치, 냉각장치, 디스펜서 등 충전소 설비 일체가 컨테이너에 들어 있다. 기존 충전소가 1,200㎡ 이상 면적이 필요한 것과 달리 1,000㎡ 내외의 부지로도 설치가 가능해 면적을 약 17% 절감할 수 있다.

“모듈형 주택처럼 현장에 컨테이너를 놓기만 하면 돼요. 구축기간도 40% 정도 짧고 구축비용도 3분의 2 정도로 저렴하죠. 외국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활성화가 덜 된 부분이 있어요. 건물을 꼭 크게 올릴 필요가 없어 패키지형대로 장점이 있는데 말이죠.”
국내 수소충전소는 250기 정도가 구축됐다. 수소충전 인프라가 아직 부족하다고 하지만, 세계적으로 이만큼 충전 인프라가 빠르게 늘어난 곳이 없다. 충전소 한 곳에서 하루 40대 이상 실제 수소차량을 충전하면서 데이터를 쌓을 수 있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해외 압축기 업체들이 한국을 테스트베드 삼아 장비 개선에 나섰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다.
초기에는 넥쏘 차량 충전에 맞춰 하루 250kg 용량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했다면, 지금은 수소버스와 트럭 등 상용차 수요를 감안한 대용량 수소충전소 구축이 크게 늘었다.
충전 용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압축기 구성에도 변화가 생겼다. 다이어프램 압축기만 해도 2단 또는 3단으로 구성되기 시작했고, 자체 용량을 늘리거나, 다이어프램·유압피스톤 압축기를 세트로 구성해 두 가지 방식의 장단점을 보완하는 형태로 시장이 변모해왔다.
“평택항에 들어간 2단 다이어프램 압축기를 ‘장구형’으로 부르고 있죠. 양쪽 두 개의 헤드가 장구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죠. 튜브트레일러에서 들어온 200bar 수소를 한 번에 850bar로 올리면 열 손실이 심하고 강한 부하가 걸려 기기에도 좋지가 않죠. 그래서 2단이나 3단으로 단을 나눠 압을 올리게 됩니다.”
평택항 수소교통 복합기지에 들어간 장구형 모델은 시간당 40kg의 수소를 처리할 수 있다. 다이어프램 헤드의 직경이 작은 쪽이 고압, 긴 쪽이 중압에 대응한다. 광신기계공업은 시간당 60kg의 수소를 처리할 수 있는 3단 다이어프램 압축기를 비롯해, 스키드 위에 중압과 고압 압축기를 따로 구성한 더블 다이어프램 압축기(60kg/h)를 생산하고 있다.
“장구형 모델의 경우 튜브트레일러 압력이 80bar 이하로 낮아지면 압축 효율이 확 떨어져요. 그래서 앞단에 있는 하이브리드 부스터 압축기로 110bar까지 압을 높이게 되죠. 평택 수소생산기지에서 배관을 타고 8bar로 들어오는 수소를 승압하는 용도로 설치했는데, 아직 배관이 연결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튜브트레일러의 수소를 30bar까지 뽑아서 110bar로 올리는 용도로 쓰고 있죠.”

다이어프램과 왕복동 압축기를 조합한 하이브리드(부스터) 압축기는 수소생산기지에서 생산된 수소를 튜브트레일러에 충전하는 용도로도 널리 쓰인다. 실제로 국내 수소출하센터에 많이 공급되고 있다.
“시장의 변화에 대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다 만들어서 시장에 내놓는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하고 있죠. 유압피스톤 압축기를 개발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중압 쪽은 다이어프램이 좋은데, 고압 쪽에서는 아무래도 다이어프램 판 내구성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있죠. 그렇다면 우리도 유압피스톤 타입을 개발하자고 해서 그렇게 간 겁니다.”
광신기계공업은 두 종류(100kg/h, 150kg/h)의 유압피스톤 압축기 8세트를 코하이젠에 납품할 예정이다. 중압은 기존의 다이어프램 압축기, 고압은 새로 출시한 유압피스톤 압축기로 구성해 시장의 수요에 부응하고 있다.
광신은 수소충전소의 핵심 설비라 할 수 있는 압축기를 기반으로 디스펜서, 수소저장탱크, 냉각기, 우선순위제어패널, 충전설비 감시·제어 시스템(SCADA) 등 수소충전소 설치와 상업운전에 필요한 제반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액화수소·암모니아 펌프 기술 확보
국내 수소충전소 시장은 올해 말 시작되는 액화수소 유통을 앞두고 액체수소충전소 구축이 본격화되고 있다. 환경부 민간지원 공모사업으로 국비 70억 원을 포함해 충전소 한 곳당 총 100억 원이 투입된다.
“SK 15곳, 효성 6곳, 코하이젠 2곳을 합쳐 총 23개소에서 액체수소충전소 사업을 추진 중인 걸로 알아요. 액체수소는 영하 253℃의 액화수소를 펌프로 900bar까지 바로 압축해서 기화한 다음에 충전하기 때문에 압축기가 필요 없죠. 여기서 가장 핵심이 되는 설비가 액화수소 펌프입니다.”
광신은 산업부 과제로 시간당 100kg의 액체수소를 처리할 수 있는 액화수소 펌프를 개발했다. 지난해 8월 말에 열린 H2MEET 전시회에서 본 제품을 공개한 적이 있다.

“린데와 같은 2단 압축 방식으로 보시면 됩니다. 저장탱크에서 뽑아낸 액체수소를 900bar까지 올리는 왕복동 펌프죠. 액체질소로 테스트를 진행했어요. 한국기계연구원이 김해에 구축 중인 액화수소 플랜트(500kg/day)가 올해 완공되는 대로 현장에 보내 실증에 나설 계획입니다.”
2020년 10월에 시작된 본 과제는 내년 9월에 완료된다. 일정대로 실증을 마치려면 규제샌드박스 절차 등이 빠르게 추진돼야 한다. 왕복동 펌프는 다층단열(Multi Layer Insulation, MLI) 필름을 시공한 이중단열 용기에 든 액체수소에 잠긴 채로 운전이 된다. 바로 이 액체수소 용기에 대한 규제특례가 필요하다고 한다.
“수소충전소 구축 초기에 외산 설비를 그대로 들여와서 현장에 설치하는 상황과 동일하다고 할 수 있어요. 국비의 절반 이상이 외국으로 그냥 빠져나가는 셈이죠. 그래서 장비의 국산화가 중요합니다. 설비 구축에 드는 비용을 낮출 수 있고 AS 측면에도 유리하죠.”
권병수 부사장은 액체수소 외에도 암모니아 시장의 확장에 주목하고 있다. 탈탄소화를 위한 해양 규제가 강화되면서 선박 업계는 무탄소 연료에 주목해왔다. 메탄올 추진 선박이 이미 상용화됐고, 후속으로 암모니아 추진 선박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
“암모니아의 물성이 LPG와 유사해요. 상온에서 8bar 이상의 압력을 가하면 바로 액화가 되죠. 여기에 필요한 압축기 개발을 완료해서 어제 납품을 했습니다. 부산의 패키징 회사에서 스키드에 올려 조립한 제품을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으로 보내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죠.”
암모니아는 수소와 깊은 관련이 있다. 해외에서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생산한 수소를 암모니아로 변환해 국내로 들여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기업 중심으로 호주, 칠레, 오만,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청정수소를 암모니아 형태로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IMF로 한창 힘들었을 때 큰 힘이 된 말이 있어요. 인생에는 못해도 세 번의 기회가 주어지는데, 미리 준비를 한 사람에게만 그 기회가 눈에 들어온다는 말이었죠. 광신은 반세기 넘게 압축기 기술개발에 집중해왔고, 이를 기반으로 수소와 액체수소, 암모니아로 이어지는 에너지 시장의 변화를 앞서서 준비하고 있죠.”
다이어프램 압축기만 머릿속에 그리고 내려왔다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머리로 생각만 하는 것과 그걸 제품화해서 시중에 내놓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광신은 다이어프램, 유압피스톤 방식의 수소압축기를 모두 출시해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압축기도 유지·보수가 중요하다. 품목별 부품에 따른 관리가 잘돼야 한다. 여러 회사 제품을 조합해서 쓰기보다는 검증이 된 한 회사 제품을 믿고 쓰는 쪽을 선호한다.
“수소충전 쪽으로는 한국이 가장 앞서 있어요. CNG충전소에서 쌓은 글로벌 인지도를 수소충전 분야에서도 그대로 이어가도록 노력해야죠.”
수소전기차가 3만 대 이상 돌아다니는 나라가 없다. 광신기계공업은 실전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압축 기술과 설비를 업그레이드하면서 확실한 주도권을 잡았다. 이제 꽉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는 꾸준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