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소·연료전지산업 전문 전시회 ‘H2WORLD’가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새롭게 시작한다.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현대자동차는 최근 이탈리아에서 ‘현대 리유니온’ 행사를 열고 포니쿠페 콘셉트의 복원 모델을 공개했다. 포니쿠페는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선보였던 국내 최초의 콘셉트카로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손길이 담겼다.

포니쿠페의 디자인은 현대차의 유산으로 남아 ‘N 비전 74’에 계승됐다. ‘N 비전 74’는 배터리 모터와 수소연료전지를 결합한 고성능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현대차의 차세대 기술이 집대성했다.

이처럼 과거의 유산에서 새로움을 찾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사람들이 ‘레트로’를 새롭게 해석해서 현대에 반영한 ‘뉴트로’에 대한 열광과도 맞닿아 있다.

수소지식그룹의 주도적인 참여로 지난 2018년 10월, 국내에서 처음 시작된 ‘H2WORLD 국제수소에너지 전시회・포럼’도 현대차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만의 ‘헤리티지’가 있다. 그 유산의 토대 위에서 지금의 새로운 도전이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 2018년 10월 10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H2WORLD 1회 전시회의 개막식 모습이다.

익숙함 속에서 찾은 새로운 변화
1회, 2회 전시는 경남 창원에서 열렸다. 창원은 수소산업을 육성하고 활성화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지자체 중 한 곳이었다. 2020년 10월에 열린 3회 전시는 경상남도와 창원시의 공동 주최로 열렸다. 코로나19가 만연한 팬데믹 와중에 열린 전시로 시즌제를 도입하면서 고군분투했던 기억이 난다. 

본 행사는 ‘에너지 플러스 2020’에 속한 ‘인터배터리’ 전시와 통합해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시간차를 두고 온라인 컨퍼런스와 포럼을 따로 열었고 ‘한・세계 화상 비즈니스위크’와 연계하기도 했다.

2021년 11월 4회 전시는 울산에서 열렸다. 수소시범도시, 수소융합복합단지, 수소그린모빌리티 규제자유특구 사업을 추진 중인 울산은 ‘수소산업 1번지’답게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한동안 전시·공연계는 코로나19 여파에 기를 쓰지 못했다. 2022년에는 H2WORLD 전시회가 열리지 않았다. 한 해를 쉬어가며 재정비 시간을 갖기로 했다. 

2020년 7월에 처음 시작된 ‘수소모빌리티+쇼’도 2022년에 ‘H2 MEET’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국내 수소시장에서 맏형 역할을 자처한 현대차가 넥쏘 후속 차량과 3세대 연료전지 개발 시점을 뒤로 미루면서 ‘속도 조절’에 나서기도 했다. 

수소업계의 이런 변화를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다. 기업들이 탄소중립 대열에 동참하면서 수소업계 전반의 분위기가 모빌리티 중심에서 수소의 생산과 유통을 아우르는 인프라 전반으로 확대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H2WORLD 2023’은 지난 한 해 CI 리뉴얼 과정에서 탄소중립 시대 수소의 역할에 초점을 맞춘 ‘Step for Net-Zero’라는 슬로건을 확정했다. 2022년 11월 8일에는 더케이호텔서울에서 9개 기관이 참여하는 ‘H2WORLD 조직위원회 발족식’을 열었고, 전시회 장소를 서울과 경기 남부를 잇는 수원컨벤션센터로 정했다.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수소및신에너지학회, 한국수소산업협회 등 9개 기관으로 구성된 조직위원회는 그동안 기업이나 단체의 후원 없이 자체 역량으로 이번 전시회를 준비해왔다.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전환이 절실한 시점에서 수소의 역할이 주목을 받았고, 이 흐름에 편성해 여러 전시와 포럼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변별점이 약해진 것이 사실이다. 

<월간수소경제>가 속한 수소지식그룹은 이런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수소산업의 가능성과 진정성을 담아내기 위해 힘써왔다. 또 녹록치 않은 현실에서도 수소경제의 비전을 찾아가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수소산업은 지금도 여전히 B2B(Business to Business)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소의 생산과 저장, 활용 등 전주기 인프라 구축에 큰 비용이 드는 만큼,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 지원에 크게 기대고 있으며, 해외 기업의 사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 수소기업협의체인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이 ‘2022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민간투자 활성화에 나선 바 있다.

SK를 필두로 국내 대기업들이 지갑을 열고 수소사업 동참을 선언했지만,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기존 산업의 틀을 발 빠르게 전환하기란 결코 쉽지가 않다.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이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신기술 확보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제품 양산을 병행하면서 일정 규모의 수요를 확보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수소산업의 경우 무엇보다 안전성 확보를 위한 규제 문제를 피할 수 없다. 규제자유특구 사업으로 속도를 내고는 있지만, 서둘러 사업화에 나서고 싶어하는 기업들의 요구에는 크게 못 미친다.  

<월간수소경제>는 2017년 5월 1월호 창간 이래 국내 수소산업 현장을 누비며 수소시장이 성장하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왔다. 

“사람들을 볼 때마다 제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어요. ‘수소는 몇 년 안에 안 됩니다. 10년, 20년, 2050년까지 장기로 보고 가야 합니다.’ 이렇게 말해도 정치권이나 기업에 있는 분들은 생각이 다를 때가 많아요. 한 4, 5년 하면 뭔가 세상이 바뀌어 있겠지, 하는 거죠. 이런 고정관념을 바꾸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작년 4월에 진행한 특집 좌담회에서 수소융합얼라이언스(H2KOREA) 이승훈 본부장이 한 말이다. 이 말은 지금도 유효하다.

H2WORLD 2023은 이런 현실적 관점의 토대 위에 서 있다. 

▲ 작년 11월에 열린 ‘H2WORLD 2023 조직위 발족식’에서 에스퓨얼셀 김민석 대표가 인사를 하고 있다.

전시회의 구체적인 윤곽은 다 나온 상태다. 70개 기업 150부스의 참가를 확정 지었고, 4개 포럼에 수소산업을 주도해온 29명의 연사가 참여해 K-수소경제, K-수소기술, K-CCUS, 수소연료전지에 대한 뼈 있는 논의를 이어가게 된다. 또 수소네트워킹 데이, 중국 투자기관과의 비즈매칭, 공청회, 해외기업인과 바이어를 대상으로 한 산업시찰 등 다채로운 부대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전시회는 주최・주관이 포럼 등을 기획해서 제공하는 일반적인 프로그램 구성방식에 더해 ‘오픈 포럼’을 도입했다. 수소산업계 주요 주체의 요구와 의향을 담은 포럼을 새롭게 선보인다. 

고정관념은 익숙함에서 온다. 그 익숙함을 버리기가 참으로 어렵다.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불확실성이 증대될수록 사람들은 ‘안정된 익숙함’을 원하기 때문이다. 

이제 이 익숙함에 어떤 새로운 가치를 더하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 ‘어텐션’을 부른 뉴진스처럼, ‘중소아이돌의 기적’으로 불리는 피프티피프티의 노래처럼, 익숙함 속에 새로운 전망을 담아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오랜 시간 묵묵히 수소산업의 길을 이끌어온 중소・중견기업들이 이번 전시회에 많이 참여한다.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오는 6월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간 열리는 ‘H2WORLD 2023’은 익숙함 속에 새로움을 찾아내는 전시가 될 전망이다. 
 
29명의 연사가 참여하는 ‘4개 포럼’ 마련
H2WORLD 조직위는 전시회와 연계한 대표 포럼으로 △수소경제리더스포럼 △수소경제핫테크포럼 △CCUS전략포럼을 편성해 전시장 내 특설컨벤션홀에서 개최한다(이상 3개 포럼은 사전등록 신청을 받아 유료로 운영된다). 

특히 국내 수소경제를 이끌고 있는 대표기업 수소사업 총괄 임원 등이 연사로 초청된 ‘수소경제리더스포럼’은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포럼으로 업계의 관심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소경제리더스포럼은 전시회 첫날인 6월 14일 ‘신기후체제, K-수소경제 역할과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주요 연사로는 △이왕재 SK에코플랜트 에코에너지BU 대표이사 △조주익 포스코홀딩스 수소사업추진단장 △임효성 효성그룹 수소사업담당임원 △제임스김 어프로티움 대표이사 △김종학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부원장 △양태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부원장이 참여한다.

전시회 둘째 날인 6월 15일에 열리는 수소경제핫테크포럼은 ‘K-수소기술, 글로벌 경쟁력을 묻다’라는 주제로 국내 수소산업 부문별 주목받는 기술 소개를 통해 그 가능성을 점검하고 향후 글로벌 확장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다.

주요 연사로는 △이태원 에프씨아이(FCI) 대표이사 △이칠환 빈센 대표이사 △정한기 비나텍 사장 △경국현 플라젠 대표이사 △김승섭 삼정이엔씨 대표이사 △김종훈 라이트브릿지 대표이사가 참여한다. 

주제 발표 후에는 ‘수소경제 확산에 따른 주목되는 기술과 현황 진단, 향후 방향성 논의’라는 주제로 토론이 진행된다. 장성혁 수소지식그룹 대표가 진행자로 나서며 △한종희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석학교수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이사 △나승두 SK증권 연구위원이 패널로 참석한다.

전시회 마지막 날인 6월 16일에는 CCUS전략포럼이 ‘K-CCUS, 시장 진단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산업부문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이산화탄소의 포집・저장・활용 방안 및 기술・성장 가능성을 점검하고 수소경제와의 연계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주요 연사로는 △권이균 한국CCUS 추진단장 △박철호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정책연구본부장 △이호섭 한국석유공사 CCS사업팀장 △정준교 현대건설 미래사업연구실장 △유재형 카본코 사업개발실장 △오승민 리카본 부사장 △이철 로우카본 대표이사가 참여한다.

업계에서 마련한 포럼도 있다. 청정건축물연료전지협의회는 6월 14일 ‘수소・연료전지 현황과 미래’라는 주제로 연료전지포럼을 연다. 포럼 장소는 특설컨벤션홀이 아닌 회의실(103~104호)이다. 

연료전지포럼은 수소연료전지 분야 기술 현황 진단, 국제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은 물론, 연료전지에 대한 시장의 오해와 진실을 소주제로 담고 있다. 

주요 연사로 △정성욱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연료전지PD △박달영 디알퓨얼셀 대표이사 △김성철 코멤텍 대표이사 △김민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조은애 한국과학기술원 부교수 △이상용 동국대학교 교수가 참여한다.

이 밖에도 다양한 부대행사가 마련된다. △한국수소산업협회 주관으로 분야별 주요 현안과 대정부 건의사항을 공유하는 ‘수소네트워킹 데이’ △중국 내 영향력 있는 신에너지 분야 연구소, 투자기관, 정부기관 등이 참여하는 ‘한중 비즈매칭’ △수소전기선박의 초기 단계에 활용될 수 있는 웹 기반 가이던스 설계 플랫폼 개발현황 등을 공유하는 ‘공청회’가 마련된다. 

부대행사_ 6월 14일 수요일

부대행사_ 6월 15일 목요일

또 전시회에 참가하는 해외 기업인과 바이어 30명을 대상으로 한 ‘산업시찰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국내 최대 규모의 PEM연료전지 품질평가 사이트인 수원 Q1센터, 하루 최대 7톤의 수소를 생산하는 평택수소생산기지, 6월 준공 예정인 평택항 수소교통복합기지 현장을 돌아보는 일정이다. 현장 시찰은 6월 16일로 잡혀 있다.

부대행사_ 6월 16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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