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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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연료전지의 확장 ① ‘다변화가 살 길’ 수요처 확보 나선 연료전지

세계 수소차 시장, 신차 부재로 웃픈 성적표 받아
시장 성장 정체로 연료전지 다변화 꾀하는 업체들
수소발전 입찰시장 도입 등 외연‧수익 확대 기회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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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수소경제 박상우 기자]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지난 3월 15일부터 17일까지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FC EXPO 2023’에 참여해 다양한 연료전지 제품들을 선보였다. 


그중 주목받은 것이 바로 새로운 개념의 PEM 수전해·연료전지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같은 스택으로 낮에는 수소를 이용해서 전기를 생산하고 그 외 시간에는 시스템을 역으로 돌려 수소를 생산한다. 즉 PEM 연료전지 스택으로 전기도 만들고 수소도 생산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이다. 


해당 스택에는 도요타의 수소전기차 미라이 1세대부터 사용된 셀이 적용됐다. 도요타는 2014년 12월 1세대 미라이 출시 이후 약 700만 개 셀의 대량생산 및 사용 실적이 반영됐기 때문에 신뢰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스택 분리막에는 티타늄이 적용됐다. 8만 시간 가동 후에도 거의 동일한 성능을 유지하는 티타늄의 높은 내식성을 이용해 수전해 시스템에 필요한 내구성을 높여 장시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또한 PEM 수전해 스택 생산 공정에서는 수소전기차 및 FC 스택 생산 설비용 FC 스택 부품의 90% 이상이 사용·공유될 수 있다. 이를 통해 대량생산이 널리 사용될 수 있는 비용 수준을 달성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다년간 수소전기차 개발을 통해 축적된 기술과 지식, 경험을 활용해 개발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킨다.


도요타는 해당 스택으로 만든 수전해 시스템을 일본 후쿠시마현에 있는 덴소(DENSO) 공장에 설치하고 지난 3월 가동을 개시했다. 해당 시스템은 시간당 0.8kg의 수소를 생산하며 수소 1kg 생산 시 53kWh의 전기를 쓴다. 이 시스템에서 생산된 수소는 공장 내 가스용광로 중 1기에 연료로 공급된다. 이를 통해 수소생산·활용 모델을 발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도요타는 기대했다.


이같이 도요타는 연료전지 활용처를 수소차뿐만 아니라 발전, 수소생산 등으로 확대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도요타뿐만 아니라 연료전지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웃픈’ 수소차 시장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수소차 판매량은 2만690대로 전년대비 18.4% 늘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좋은 성적표라고 볼 수 없다.


현대차 넥쏘는 21.2% 늘어난 1만1,179대를 기록했다. 이 중 1만176대, 약 91%가 한국에서 판매됐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각각 408대와 508대를 기록했다. 여전히 내수 비중이 90% 이상이다. 


현대차는 현재 넥쏘를 유럽, 미국, 일본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중국, 호주 등에서는 판매준비를 하고 있다. 진출 국가가 늘어나고 있으나 부족한 충전 인프라와 넉넉하지 않은 생산 여력 등으로 인해 해외판매량이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도요타 미라이는 전년대비 37.8% 줄어든 3,691대를 판매했다. 일본 내 공급망 이슈와 자연재해 등으로 미라이를 제대로 생산하지 못한 것이 컸다. 혼다는 클래리티를 단종함에 따라 남은 재고를 모두 소진해 지난해 7월부터 판매하지 못해 28.9% 줄어든 209대에 그쳤다.

 


중국 상하이자동차의 자회사인 맥서스(MAXUS)가 2021년에 출시한 수소전기MPV EUNIQ7는 204대가 판매됐다. 모두 중국에서 기록했다. EUNIQ7는 2022년 초반 부진했으나 8월 중국의 여행 플랫폼 운영업체에 80대를 인도하며 회복세를 보였음에도 단종된 클래리티보다 적게 판매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2세대 미라이가 2020년 11월에 나온 이후 이렇다 할 수소승용차가 투입되지 않고 있다. 


독일의 BMW는 도요타와 협력해 개발한 iX5 하이드로젠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차량은 테스트 및 시연 목적으로 만든 프로토타입이어서 단 100대만 생산됐다. 양산차는 2025년 정식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클래리티를 단종한 혼다는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와 공동 개발 중인 차세대 연료전지를 탑재한 새로운 수소전기차를 2024년에 내놓을 예정이다. 프랑스의 르노자동차는 지난해 5월에 공개한 세닉 비전 콘셉트카를 기반으로 한 수소전기차를 역시 2024년에 출시한다는 목표다.


또한 현대차는 당초 올해 넥쏘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었으나 3세대 연료전지시스템 개발이 좀처럼 진전되지 않자 2024년으로 연기했다. 또 2025년에 내놓기로 했던 현대차의 공급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수소차는 3세대 연료전지시스템 개발 수준을 살핀 뒤 개발 지속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2025년 하반기로 예상됐던 스타리아 FCEV의 출시 시점도 미뤄졌다.


이와 함께 수많은 스타트업이 특별한 아이디어를 반영한 수소차 개발에 매진하고 있으나 20년 이상 수소차를 개발해온 현대차가 후속 모델 출시에 어려움을 겪을 만큼 수소차 개발이 쉽지 않기 때문에 자본과 기술력이 턱없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수소차를 출시할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붙는다.


이런 상황에서 ‘제2의 테슬라’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많은 기대를 모았던 니콜라(NIKOLA)가 거짓말로 시장에 실망감과 배신감을 안겨주면서 스타트업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졌다. 이것이 자칫 스타트업들의 투자유치 활동을 위축시켜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다.


이같이 넥쏘, 미라이와 함께 수소차 시장을 이끌 새로운 수소승용차가 좀처럼 투입되지 않아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다 보니 수소차 시장의 성장이 정체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고무적인 것은 수소충전 인프라가 꾸준히 확충되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의 에너지 전문 컨설턴트인 LBST가 운영 중인 H2stations.org에 따르면 2022년 말까지 전세계에 구축된 수소충전소는 814개이며 2022년에 개소된 곳이 130개다. 


지역별로 유럽에 254개가 구축됐다. 이 중 독일이 105개로 유럽에서 가장 많았으며 프랑스가 44개, 영국과 네덜란드가 각각 17개, 스위스가 14개를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의 경우 총 455개가 운영되고 있으며 일본이 165개로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많았으며 한국이 149개, 중국이 138개로 나타났다. 


북미에는 89개의 충전소가 운영 중이며 이 중 70개가 캘리포니아주에 있다. 사우스캐롤리나주, 매사추세츠주, 코네티컷주에 각각 1개씩 있으며 캐나다의 경우 벤쿠버에 3개, 퀘백 1개를 합쳐 총 4개가 운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세계에서 구축 예정인 수소충전소가 315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도, 대만, 이스라엘, 키프로스, 뉴질랜드, 콜롬비아에 수소충전소가 구축될 예정이다. 이들까지 포함하면 총 37개 국가에 수소충전소가 구축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수소충전에 대한 불편함과 불안감이 사라지기에는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 즉 수소차 시장이 활성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다변화 꾀하는 연료전지
이런 이유로 연료전지 업체, 특히 현대차, 도요타, 혼다 등 연료전지 기술을 보유한 자동차업체들은 연료전지 활용처 다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다.


현대차와 기아는 고온형 연료전지의 핵심 부품인 MEA(막전극접합체) 생산업체 ‘어드벤트 테크놀로지스(Advent Technologies, 이하 어드벤트)’와 함께 고온형 수소연료전지 기술 개발에 나선다.  


어드벤트는 지난 2006년 미국 메사추세츠주 보스턴에 설립된 회사로 고온형 연료전지용 MEA 생산 분야에서 최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어드벤트의 MEA는 100도 이하의 작동 온도로 제한되는 기존 저온 PEM 기술에 비해 80~240도의 고온에서 작동한다. 고온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트럭, 항공, 선박 등 대형 이동성 애플리케이션에서 효율적인 열 제거와 같은 상당한 이점을 제공한다.

 


이에 현대차는 지난해 4월 어드벤트와 수소연료전지 기술 평가와 솔루션 판매·개발 계약을 맺고 MEA를 개발할 차세대 수소연료전지에 적용할 수 있는지 연구개발본부 직속 연구소인 기초선행연구소(IFAT)를 통해 평가를 진행했다. IFAT는 어드벤트에 MEA를 평가하기 위한 촉매제를 제공하고 어드벤트는 이 촉매제로 잉크 및 구조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프로젝트의 첫 번째 단계가 완료된 후 양사는 특정 제품 요구 사항, 협업 제품 목표, 수립된 목표와 2단계 계획을 달성하기 위한 이정표를 세우고자 긴밀히 협력하기로 하고 지난 3월 고온 수소연료전지용 MEA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2024년 말까지 고온 수소연료전지용 MEA 및 스택의 핵심 기술 확보를 목표로 한다. 최대 200℃에서 정상 작동되는 고온 연료전지 시스템은 100℃ 이하에서 구동하는 저온형 연료전지보다  안정적이고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연료전지가 향후 항공, 선박 등 대형 이동수단의 차세대 친환경 동력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고온에서도 작동하는 수소연료전지 기술은 친환경 모빌리티 확장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욱이 현재 상용화된 저온형 수소연료전지는 높은 가격대의 백금 촉매를 기반으로 많은 양의 수분을 공급하는 가습기가 필요하다. 반면 고온형 연료전지는 비교적 적은 양의 촉매로도 구동할 수 있고, 별도의 가습장치가 필요 없어 시스템 단순화가 가능하다. 


이번 공동개발에서 현대차·기아는 자체 개발한 이온전달소재와 촉매를 어드벤트에 공급한다. 어드벤트는 이를 활용해 고온 연료전지 구동에 필요한 MEA 생산과 공정기술을 지원한다. 생산된 소재는 개발 단계별로 성능을 교차 검증한다. 


일본의 혼다는 지난 3월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토랜스에 있는 American Honda Motor 캠퍼스에서 고정형 연료전지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 발전소는 캠퍼스 내 데이터센터에 비상 백업 전력을 공급한다.

 


혼다의 고정형 연료전지 장치는 500kW급 용량으로 수소전기차 클래리티의 연료전지시스템을 재사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4개의 연료전지를 한 묶음으로 해서 250kW마다 출력을 높일 수 있게 설계했다. 설치 환경에 맞게 연료전지 장치의 레이아웃을 변경하고 입방체, L자, Z자형 등 설치 구조를 유연하게 바꿀 수 있다.


이와 함께 혼다는 미국의 제너럴모터스와 현행 모델보다 내구성을 2배 이상 높이고 가격을 1/3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차세대 연료전지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혼다는 이 시스템을 2024년에 출시할 CR-V 기반 수소전기차에 적용할 계획이다. 또한 일본의 상용차업체인 이스즈, 중국의 둥펑자동차 등과 협력해 개발 중인 수소트럭에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 아니라 건설기계, 고정형 발전소 등에도 공급해 활용처를 다변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차세대 연료전지 시스템 모듈의 외부 판매를 개시하는 2020년대 중반 연간 2,000대, 2030년 6만 대, 2030년 후반에는 수십만 대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외연 넓힐 기회 많아진다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3월까지 공급된 발전용 연료전지 설비용량은 882.07MW로, 2022년 3월보다 92.02MW 늘었다. 그러나 최근 3년간 보급 확대세가 꺾인 모습이다.


2021년 3월까지 공급된 설비용량은 658.49MW로, 489.70MW를 기록한 2020년 3월보다 168.79MW 증가했다. 또 2022년 3월까지 누적 설비용량은 790.05MW로 2021년 3월보다 131.56MW 증가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계획했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정부는 지난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수립하며 발전용 연료전지를 2022년 1GW, 2040년 8GW까지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2023년 3월까지 누적 공급량은 900MW도 넘지 못했다.


정부는 제도가 급격하게 전환하는 과정에서 시장이 일시적으로 정체 상태에 들어선 것으로 진단했다. 


산업부는 올해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제도에서 수소를 분리한 수소발전 입찰시장을 도입하고, 내년에는 청정수소인증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수소발전 입찰시장은 일반수소 시장과 청정수소 시장으로 구분해 개설된다. 일반수소 시장은 올해부터 매년 1,300GWh의 입찰 물량이 계획돼 있다. 청정수소 시장은 △연료도입의 안전성 △청정수소 등급 △수소생태계 육성을 위한 신규투자 및 기술개발 활용 등에 높은 배점이 부과될 전망이다.


발전용 연료전지를 보조하는 수소발전 입찰시장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수익성이 대폭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사업자들은 RPS 제도로 진입하지 않고 시장을 관망하면서 기다리고 있다. 이 때문에 실제 발전사업 허가는 이미 7GW 가까이 쌓여있을 정도로 대기 물량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소발전 입찰시장이 본격화되면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외연 확장을 꾀하는 연료전지 업체들이 수익 확대를 위해 진입할 가능성이 큰 만큼 해당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이 외연과 수익을 확대할 기회가 많아지는 만큼 ‘멀티플레이어’ 연료전지의 활용처를 다변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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