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소경제 박상우 기자] 멤브레인(Membrane)은 액체 또는 기체 환경의 혼합 물질에서 원하는 물질만 통과시키고 그렇지 않은 것은 막아내는 여과막이다. 

멤브레인은 분리 성능에 따라 MF(Micro-filtration, 정밀여과막), UF(Ultrafiltration, 한외여과막), RO(Reverse Osmosis, 역삼투막) 등으로 분류되며, 소재에 따라 고분자, 세라믹, 금속으로 나뉘기도 한다.

멤브레인 개발은 19세기에 시작됐으며 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이 상수도 시설의 오염도를 측정할 때 멤브레인을 세계 최초로 사용했다. 이를 통해 오염도 검사기간을 기존 4일에서 하루로 단축할 수 있었다. 또 당시 미 해군은 대양에서 수행하는 작전기간이 길어지자 바닷물을 민물로 바꿀 수 있는 담수화 초기 기술을 RO 멤브레인을 이용해 개발했다.

이후 여러 기업이 개발을 통해 멤브레인의 성능을 점점 향상시키면서 정수기, 공기청정기, 반도체 공정, 식품·제약 등 활용처가 확대됐다. 

실례로 멤브레인은 맥주 제조 과정에 존재하는 효모와 잡균을 걸러주는 용도로 활용된다. 이를 통해 살균을 위한 열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맥주 고유의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 

최근에는 수소경제 활성화에 필요한 핵심소재로 거듭나고 있다. 멤브레인은 연료전지 스택에서는 수소이온만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이온전도막으로, 연료전지 BOP의 핵심부품인 수분제어장치에서는 수분만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막가습기로 사용된다. 이뿐만 아니라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시스템에도 멤브레인이 들어간다.

이 멤브레인 기술에 강점을 가진 곳이 있다. 바로 코오롱인더스트리다.
 
멤·잘·알 코오롱
코오롱인더스트리는 1989년 멤브레인 연구에 착수, 1995년 가정용 정수기 소형 분리막을 상업화하고 중공사막 방식의 울트라필터(UF) 모듈을 개발했으며 2002년에는 정수장 및 하·폐수 처리장의 고도화 사업에 제품을 공급하는 등 탄탄한 기술력을 쌓아왔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2006년부터 수소연료전지 R&D를 수행했고 세계 최초로 수소차 핵심부품인 수분제어장치 양산체제를 구축했다. 

▲ 한 연구원이 연료전지 시스템에 공급되는 수분제어장치의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수분제어장치는 수증기만 선택적으로 투과시키는 멤브레인을 이용한다. 연료전지 스택 배출가스 중에 포함된 수증기를 선택적으로 투과시켜 스택으로 공급되는 공기를 가습해 전해질막의 높은 함수율을 유지해준다. 여기에 스택의 물과 온도를 관리해 연료전지의 높은 전기에너지 생산 효율과 장기내구성 확보에 큰 도움을 준다. 

특히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기존 불소계 멤브레인 기반 수분제어장치 상업화에 가장 큰 걸림돌인 가격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탄화수소계 재질에 스펀지처럼 얇은 다공성 구조를 만들어 불소계 제품만큼 수분 통과 성능이 뛰어난 제품을 개발해 가격을 1/10로 낮추며 상업화에 성공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를 통해 IR52 장영실상을 2회나 받았다. IR52 장영실상은 국내 최고 권위 산업 기술상으로 산업기술혁신에 앞장선 국내기업과 기술개발 담당자에게 수여한다.

이렇게 개발한 수분제어장치는 2013년에 출시된 세계 첫 수소전기차 양산 모델인 현대차의 투싼iX FC에 탑재됐다. 2018년에는 2세대 수분제어장치를 개발해 넥쏘에 적용하고 있다. 현재는 3세대 수분제어장치를 개발하며 모빌리티뿐만 아니라 발전용, 산업용으로 적용 분야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자동차 이외의 연료전지 응용분야 다변화 추세가 가속화되고 사업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시장 수요와 고객의 요구에 부합하는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수분제어장치를 적기에 개발·공급해 시장을 선점하고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수분제어장치를 개발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2007년 수소연료전지 핵심소재인 PEM(고분자전해질막)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PEM은 수분제어장치와 함께 수소연료전지의 핵심 제품이다. 외부에서 수소가스가 들어오면 연료극의 촉매와 반응해 수소이온과 전자로 분해되는데 전자는 외부 회로를 통해 전류를 만들고 수소이온은 PEM을 통과한 뒤 공기극에서 산소와 반응해 물로 바뀌게 된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PEM은 자체 보유한 박막 지지체의 적층 기술과 이오노머 나노 분산 기술 기반으로 강화복합막형 구조를 가진 전해질막 중에서도 높은 기계적 강성과 치수 안정성 그리고 안정적인 양산 품질을 자랑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20년 구미공장에 PEM 양산체제를 구축했다. 2019년 9월 상용화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투자를 결정한 지 1년 만이다. PEM 양산 설비는 연료전지뿐만 아니라 최근 시장이 급성장 중인 에너지저장장치용 산화환원 흐름전지와 친환경 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기술에 적용되는 분리막도 생산할 수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상용화된 불소계 PEM 사업화 추진과 함께 현재 세계적으로 기술 우위에 있는 탄화수소계 PEM 조기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개발 중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PEM 양산체제를 기반으로 2014년 연료전지 핵심소재인 막전극접합체(MEA) 개발에 착수, 2016년에 삼성SDI로부터 MEA 관련 연구 설비와 핵심 특허, 연구자 등을 인수하고 미국의 고어(Gore)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MEA 기술을 도입했다. 이는 제품 개발 시간을 단축하고 생산 노하우를 조기에 얻기 위함이다. 

▲ 코오롱인더스트리의 PEM으로 생산한 MEA.

MEA는 전기가 생성되는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곳으로 외부에서 공급된 수소가 공기 중의 산소와 만나 전기와 물을 생산할 때 핵심 역할을 담당하며 PEM에 두 개의 전극(연료극, 공기극)을 접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MEA는 수소연료전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가격이 비싸다. 수소차 전체 원가에서 연료전지 스택이 차지하는 비율이 40%이고 연료전지 스택 원가의 40%를 MEA가 차지한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MEA는 높은 출력과 함께 내구성과 품질이 균일해 연료전지 시스템의 경량화와 장기간의 안정적 사용에 기여한다.

특히 MEA는 연료전지 스택에 수십에서 수백 장씩 직렬로 배치되는데 단 한 장이라도 품질이 균일하지 못하면 스택 전체 내구성에 영향을 끼쳐 연료전지 수명이 저하된다. 

그러나 코오롱인더스트리의 MEA는 성능 편차가 적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코오롱만의 차별화된 기술로 전극층을 PEM에 균일하게 전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MEA에서 가장 취약한 전극층과 PEM 사이의 계면을 강화하고, 서브가스켓과 전극층과의 계면을 보호하며 내구성을 향상시키는 기술인 계면제어 기술도 코오롱의 차별화된 기술 중 하나다.

이같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수소산업의 핵심소재 기술인 멤브레인을 기반으로 수분제어장치 시장 세계 1위를 차지하고 PEM과 MEA를 함께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게 됐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PEM은 양산 체계 구축과 함께 고객사의 최종 승인 단계를 앞두고 있으며 MEA는 고객사로부터 긍정적인 테스트 결과를 받고 있다”라고 밝혔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렇게 축적한 멤브레인 기술을 활용해 신소재를 개발했다. 바로 ‘벤트(Vent)’다.

벤트는 부품에 물과 같은 액체 또는 먼지의 침투를 막아주는 방수·방진 기능과 온도변화 등에 의한 부품 내부의 압력 변화를 방지하는 통기성을 동시에 부여하는 소재로 전자기기, 자동차 부품 등 방진·방수 기능을 요구하는 부품 위에 스티커를 붙이듯이 장착된다. 이를 통해 부품의 수명연장과 신뢰성 증대 효과를 제공한다. 

벤트는 AV(Acoustic Vent)와 PV(Air Pressure Vent)로 구성됐다. AV와 PV의 방진·방수 등급은 최대 IP68이다. IP 등급에서 앞자리 숫자는 방진 등급을 나타낸다. 방진 등급은 0~6등급으로 나뉘는데 6은 완전한 방진을 의미한다. 뒷자리 숫자는 방수 등급이다. 방수 등급은 0~8로 나뉘는데 8은 수심 1m 이상 깊이의 물속에서 보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벤트의 방진·방수 성능은 매우 우수하다.

▲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지난 3월 일본에서 열린 FC EXPO 2023에서 전시한 Vent.

여기에 AV는 음성이 입력되는 마이크 부위의 홀 내부에 조립돼 액체와 먼지를 막으면서 음량 손실을 최소화하고 다양한 주파수의 높은 음향 투과율을 제공한다. PV는 기기 내부로 공기가 유입될 수 있도록 마련된 틈에 설치돼 액체와 먼지를 막으면서 내외부의 압력 평형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한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고객사마다 많은 소재를 지정하지만 실질적으로 멤브레인을 제조하는 기술이 다 다르다”라며 “예를 들어 어떤 제품은 나노 방사를 한다든지, 어떤 제품은 다공막과 지지체를 쓴다든지, 제조 기술도 다르고 원료도 다르지만 최종 제품은 똑같이 나와야 한다. 그런 요구를 맞추면서도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이 기술”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성능을 가진 벤트는 스마트폰, 태블릿 PC, 블루투스 헤드셋, 카메라,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다양한 전자기기에 탑재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자동차, 이차전지 등의 분야로 벤트를 적용해 나갈 예정이다.
 
코오롱 H2 플랫폼 구축
코오롱그룹은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벌, 코오롱글로텍, 코오롱플라스틱 등 각 계열사가 보유한 기술력과 외부 파트너와의 협업을 바탕으로 생산부터 저장 및 운송, 발전에 이르는 ‘코오롱 H2 플랫폼’을 구축하고 고객이 원하는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코오롱그룹은 2022년 7월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 2022 인베스터데이’에서 ‘코오롱 H2 플랫폼’을 소개한 바 있다. 코오롱은 한국판 수소위원회라 불리는 수소기업협의체인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 회원사다. 

코오롱글로벌은 발전소 EPC 역량과 대규모 풍력단지 건설 실적 및 노하우를 바탕으로 코오롱인더스트리의 PEMFC 기술과 힘을 합쳐 그린수소 생산 사업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코오롱글로벌은 현재 경주 풍력발전단지 1·2단계(37.5MW)와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단지 1단계(43.2MW)를 운영 중이며 양양 만월산(46.2MW), 태백 가덕산 2단계(21MW), 영덕 해맞이(34.4MW), 영덕 호지마을(16.7MW) 프로젝트를 시공 중이다. 또 400MW 규모 완도 장보고 해상풍력발전사업 허가를 2022년 9월에 취득하는 등 해상풍력발전사업도 추진 중이다.

코오롱글로벌은 이러한 풍력발전을 기반으로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수분제어장치, 수전해 분리막 기술을 활용해 수전해 사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코오롱글로텍과 코오롱플라스틱은 모빌리티용 고압수소저장탱크, 수소탱크 라이너 및 다양한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코오롱글로텍은 수소압력용기에 필수적인 드라이 와인딩(대형수소탱크 성형기술) 및 토우프레그(드라이 와인딩에 사용되는 탄소섬유 중간재) 기술력을, 코오롱플라스틱은 수소전기차용 연료전지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하우징 부품 소재와 수소압력용기 소재 개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코오롱그룹은 수소 분야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의 긴밀한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 시스템도 추진한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수소의 생산, 운송, 저장, 발전 등 ‘코오롱 H2 플랫폼’ 사업에 누구라도 함께할 수 있는 협력 시스템이다.

그 일환으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22년 7월 산업용 가스제조 전문기업인 어프로티움(舊 덕양)과 그린·블루수소 공급을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이 협약을 통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어프로티움으로부터 안정적으로 수소를 공급받고 청정수소 공급 및 해외시장 수소사업화 등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또 이스라엘 스타트업 에어로베이션과 탄소 포집 및 활용 기술(CCU)에 대해 MOU를 체결하고 협력을 진행 중이다.

이같이 코오롱그룹은 각 계열사의 기술력으로 생산, 운송, 저장, 활용 등 수소전주기 핵심 사업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30년 이상 축적해온 멤브레인 기술로 수분제어장치부터 PEM, MEA 등 수소분야 핵심 소재 역량을 갖춘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있다.

▲ 멤브레인 등을 생산하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의 경산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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