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소경제 박상우 기자] 수소차에는 약 2만4,000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이는 약 3만 개가 들어가는 내연기관차보다 적고 약 1만9,000개가 들어가는 순수전기차보다 많다.
수많은 부품 중 수소저장용기는 연료인 수소를 저장하고 연료전지에 수소를 공급하는 핵심 부품으로, 연료전지 스택 다음으로 가격 비중이 높다. 특히 700bar에 이르는 고압으로 압축한 수소를 저장하고 공급하는 만큼 안전성과 신뢰성이 어느 부품보다 중요하다.
수소저장용기는 크게 기체수소를 고압(350~700bar)으로 압축해 저장하는 고압저장용기(Compressed Hydrogen Storage, CHS)와 수소를 –253℃로 냉각해 액체 상태로 저장하는 액체수소저장용기(Liquid Hydrogen Storage, LHS)로 나뉜다.
LHS는 동일한 부피에서 CHS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수소를 저장할 수 있지만 일부 액화된 수소가 기체화되고 이를 막기 위해 액화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술이 필요한데, 기술의 난이도가 높아 기술적·경제적 측면에서 CHS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CHS는 고압으로 압축된 수소가스를 저장하는 용기인 라이너(liner) 재질, 구성, 강도 등에 따라 4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타입(Type)1은 오직 강철로만 제작된 용기이며, 타입2는 강철로 제작된 용기 몸통 부분 일부에 유리섬유를 적용해 타입1보다 중량을 다소 경량화했다. 타입3는 용기 재질을 타입1, 2와 달리 경량화된 알루미늄 합금을 적용하고 탄소섬유로 감은 형태다.
타입4는 비금속(강체) 용기 형태로 고밀도 플라스틱을 사용해 탄소섬유를 특수한 패턴으로 감아서 완성한 용기다. 일진하이솔루스의 경우 라이너를 둘러싼 탄소섬유의 두께가 2cm가 넘을 때까지 약 3시간 동안 탄소섬유를 총 1만 번이나 감는다.
타입1과 타입2는 저장압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200bar인 데다 무거워 주로 경량화와 충·방전이 유리한 타입3와 타입4 용기가 수소차 등 모빌리티에 적용된다.
특히 타입4 용기는 탄소섬유 복합재층이 내압하중의 대부분을 견디며 라이너(내측 용기)는 기밀 유지와 복합재층을 감기 위한 기본형상을 제공한다. 복합재 압력용기는 금속 재질의 압력용기보다 가볍고 고압에 견딜 수 있으며 반복사용수명이 길고 부식에 강하다.
기체수소를 고압으로 저장하는 방식은 물리적 압력 차로 수소를 충전하고 방전하게 되므로 다른 수소저장방식보다 저장 방법이 간단하고 응답성도 빨라 수소전기차에 적합하다. 또 기존 보급된 천연가스차에서 207기압 용기를 사용해본 경험이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압력용기를 자동차에 적용하면 체적이 크고 형상의 변경이 쉽지 않아 공간 제약을 받으며 기체수소의 저장 밀도를 높일수록 압력용기가 무거워진다.
이에 따라 수소전기차가 기존 가솔린 또는 디젤을 사용하는 내연기관차와 동등한 성능을 내기 위해서는 가벼우면서도 저장밀도가 높은 경량 고압저장용기를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가진 수소저장용기가 바로 타입4다.

참고로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에는 1개당 2.1kg의 수소를 저장할 수 있는 타입4 수소저장용기 3개 들어간다.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는 609km다.
전망 밝은 수소저장용기 시장
지난 1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MarketsandMarkets)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수소저장용기 시장은 2022년 1억7,400만 달러(약 2,251억 원)에서 연평균 48.6%의 높은 성장률을 통해 2030년 41억5,500만 달러(약 5조3,753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인 마켓 리서치 퓨처(Market Research Future)는 수소전기차 시장이 2022년 12억 달러(약 1조5,420억 원)에서 연평균 68.5%의 성장률을 통해 2030년 468억 달러(약 60조1,380억 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2021년 11월에 발표한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에서 수소차 보급대수를 2030년 88만 대, 2050년 526만 대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 일환으로 수소승용차 생산능력을 2025년까지 연 10만 대로, 트럭·버스 등 수소상용차는 연 2,000대로 확대하고 청소차, 공항 화물카트견인트럭, 항만 컨테이너취급장비, 지게차, 무인운반차 등 수소특수차는 정부 R&D를 통해 조기 상용화를 이룬다는 방침이다.
2022년 11월에 열린 ‘제5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는 구매보조금 지급 규모 확대 등을 통해 수소상용차 보급대수를 2022년 211대에서 2025년 5,000대, 2030년 3만 대로 늘려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차의 넥쏘와 도요타의 미라이가 현재 세계 수소차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상황에서 2021년 클래리티를 단종시켰던 혼다자동차가 오는 2024년 중형 SUV인 6세대 CR-V 기반 수소전기차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 차에는 연료전지 레인지 익스텐더 구동방식이 적용된다.
프랑스의 르노자동차도 2024년에 연료전지 레인지 익스텐더 구동방식이 적용된 수소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 차량은 2022년 5월에 공개한 세닉 비전(Scenic Vision) 콘셉트카를 기반으로 제작된다.
BMW는 지난해 12월부터 도요타와 공동개발한 연료전지시스템이 탑재된 iX5 하이드로젠을 소량 생산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수소전기차를 양산·판매할 계획이다. 영국의 재규어랜드로버는 2021년 6월 대형 SUV인 랜드로버 디펜더 기반 수소전기차 프로토타입을 공개한 바 있다. 다만 양산 모델을 언제 내놓을지 공개하지 않았다.
탈부착식 수소저장용기가 적용된 수소전기차를 개발 중인 프랑스의 NAMX를 비롯해 고성능 수소전기세단을 선보일 예정인 호피움(Hopium), 영국의 리버심플(Riversimple)과 테바 모터스(Tevva Motors), 호주의 H2X, 미국의 하이페리온(Hyperion), 스코틀랜드의 HVS(Hydrogen Vehicle Systems) 등 최소 8개 스타트업이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런 이유로 수소저장용기 시장에 발을 들이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특히 수소차용 수소저장용기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수소차 저장용기로 사용되는 타입3와 타입4는 드론, 열차, 지게차, UAM 등 다양한 모빌리티에도 탑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점 ‘일진’에 도전장 낸 기업들
현재 국내 수소차용 수소저장용기 시장은 사실상 일진하이솔루스가 독점하고 있다. 일진하이솔루스는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CHS를 제작하는 기업으로 전북 완주에 생산 인프라를 구축해 타입4 CHS를 생산하고 있다.
일진하이솔루스는 현대차가 현재 판매하고 있는 수소전기차 넥쏘와 수소전기버스 일렉시티 FCEV에 탑재되는 수소저장용기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자동차등록자료에 따르면 1월 31일까지 등록된 수소차는 2만9,689대다.
일진하이솔루스는 2013년에 출시된 현대차의 1세대 수소전기차인 투싼iX FC에 수소저장용기를 공급했으며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개발에 맞춰 수소저장용기의 사양과 품질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켰다.
2018년부터는 현대차의 2세대 수소전기차인 넥쏘에 들어가는 저장용기를 2만5,000대분 이상 독점·공급하고 있으며, 이 공급계약을 통해 2018년 285억 원이었던 매출액은 2020년 885억 원으로 급증했다. 2020년 11월부터는 현대차의 수소전기버스에도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또한 일진하이솔루스는 KGS(한국), EC79(유럽), UNR134(글로벌), KHK(일본) 등에서 타입4 CHS의 인증을 확보하고 지게차, 드론, 선박, 열차 등 다양한 수소모빌리티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이에 맞서는 한화솔루션은 2030년 글로벌 고압 수소저장용기 시장 1위라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수소저장용기 전문업체들을 인수하는 등 기술력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2019년 12월 300억 원을 투입해 일본 후지킨의 자회사인 태광후지킨의 고압 수소저장용기 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2021년에는 수백억 원을 투입해 미국항공우주국의 사내 벤처로 출발한 고압 수소저장용기 업체인 시마론의 지분 100%를 매입했다.
한화솔루션은 국내에선 태광후지킨을 통해 드론, 승용차, 상용차 등 모빌리티에 적용되는 용기를 생산하고, 해외시장에선 시마론을 통해 대형 수소운송용 트레일러나 충전소에 들어가는 용기를 생산해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한화솔루션은 2025년까지 시마론에 1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수소저장용기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미국 앨라배마주 오펠리카시에 1차로 약 5,100만 달러(약 600억 원)를 투자, 최신 설비가 적용된 고압탱크 공장을 세웠다. 이곳에서는 연간 최소 4,000개의 고압 수소저장용기가 생산된다.

또한 2021년에는 드론용 수소저장용기의 국내 인증과 차량용 수소저장용기의 유럽 인증을 완료하고 타입4 수소저장용기 대비 10% 이상 가벼운 타입5 수소저장용기 개발에 착수했다. 이 용기는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 용기 내벽인 라이너가 없고 탄소섬유 복합재로만 만들기 때문에 타입4보다 훨씬 가볍다.
이같이 한화솔루션은 수소차부터 드론, 트레일러, UAM까지 모든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21년 7월 2030년까지 약 4조4,000억 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해 수소사업에서 약 3조 원의 매출과 10% 수준의 영업이익율을 실현하겠다는 로드맵인 ‘Every Step for H2’를 발표했다.
이 로드맵에는 고압 수소저장용기 개발을 통해 2025년 10만 개의 수소저장용기를 양산하고, 2030년에는 50만 개로 확대 생산해 승용차와 상용차에 적용한다는 목표도 포함됐다.
그 일환으로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9월 롯데알미늄 인천공장에 약 1,488㎡ 규모의 수소저장용기 양산 파일럿 설비를 구축했다.
해당 설비는 국내 최초로 건식 와인딩(Dry winding) 수소저장용기를 생산할 수 있는 곳으로, 롯데케미칼의 수소탱크 연구개발 및 공정 기술 역량을 결집해 순수 국내기술로 완공된 최신 자동화 제조공정 설비와 함께 내압, 기밀 및 파열 등의 검사 공정도 완비했으며, 50L급 중형 수소탱크를 연간 최대 1만5,000개 양산할 수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17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으로 추진했던 ‘고속 필라멘트 와인딩 공법을 이용한 수소전기자동차용(FCEV) 700bar 수소저장용기 제조 기술 개발’ 과제에 5개 참여기관 중 하나로 참여해 수소저장용기 개발을 시작했다.
롯데케미칼이 개발한 수소저장용기는 일체형 플라스틱 라이너에 국내 최초로 개발한 건식와인딩 기술을 적용했으며, 탄소섬유 와인딩 설계 능력과 고속성형이 가능한 공정 개발을 통한 수소저장용기의 대량생산과 경량화가 특징이다.
연료탱크, 범퍼 등 대형 플라스틱 부품 세계 1위 기업인 프랑스의 플라스틱옴니엄(Pastic Omnium)은 전북 완주에 수소저장용기 제조시설을 구축한다. 이를 위해 플라스틱옴니엄이 2020년에 설립한 한국법인 플라스틱옴니엄코리아뉴에너지는 지난 1월 6일 전북도와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플라스틱옴니엄은 지난 1946년에 설립됐으며 전 세계 137개의 공장과 31개의 연구소를 가지고 있는 중견기업이다. 한국에 플라스틱옴니엄코리아뉴에너지를 설립한 후 블로우몰딩, 필라멘트 와인딩 등의 고압수소탱크 핵심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 2021년 12월 경북 경주에 있는 기존 공장부지에 414억 원을 투자해 연간 6만 대 규모의 수소전기차 연료탱크 제조시설을 2023년까지 신설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앞선 9월 현대차와 맺은 스타리아 수소전기차 3만 대 분량의 타입4 수소탱크 공급 계약에 따른 것이다.
플라스틱옴니엄이 이번에 전북 완주에 새로운 수소연료탱크 제조시설을 짓는 것은 최근 현대차와 2025년부터 수소연료탱크 약 1만5,000대분 납품 계약을 체결한 것에 따른 것이다.
플라스틱옴니엄코리아뉴에너지는 이번 계약에 따라 오는 2025년까지 535억 원을 투자해 전북 완주테크노밸리 제2산단 8블럭 내 1만8,031㎡에 수소연료탱크 제조 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한편 전북도는 타입1 대형수소용기 제조전문기업인 에테르씨티와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에테르씨티는 597억 원을 투입해 오는 2025년까지 완주테크노밸리 제2산업단지 내 7만321㎡에 수소저장용기 생산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에테르씨티는 이음매 없는 타입1 초대형 압력 수소저장용기 제조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튜브트레일러와 수소충전소용 초고압 압력용기를 제작해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 미국 등에 수출하는 수소전문기업이다. 특히 에테르씨티의 무이음매 기술은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소부장 첨단전략기술로 인정을 받은 바 있다.
에테르씨티는 무이음매 기술을 이번에 구축하는 새 공장에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효성첨단소재 전주공장에서 생산되는 탄소섬유를 활용할 예정이다. 이는 타입4 모빌리티용 수소저장용기 시장 진출을 위해서다.
에테르씨티 관계자는 “지분투자를 통해 합병한 에스첨단소재가 타입4 모빌리티용 수소저장용기를 개발했다”라며 “이를 바탕으로 최근 소량이지만 모빌리티용 수소저장용기 해외 판매를 개시했다”라고 밝혔다.
에테르씨티는 완주에 들어서는 새 공장을 비롯해 타입1 용기와 타입4 용기를 동시에 재검사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 오는 2028년까지 연매출 3,000억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같이 여러 업체가 잠재력이 높은 수소저장용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세계 수소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현대차가 3세대 연료전지시스템 개발에 난항을 겪으면서 수소모빌리티 로드맵을 수정한 데다 전 세계적으로 충전인프라 구축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마냥 장밋빛으로 보기엔 어려움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