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항공우주국의 액체수소탱크.
▲ 박성호 고등기술연구원 플랜트엔지니어링센터 책임연구원.

[월간수소경제 박성호 객원기자] 산업혁명 이후에 과학기술의 급진적인 발전으로 인간의 생활은 더욱 편리하고 풍요로워졌으며, 의학기술 발전은 인간의 수명을 농경사회 대비 2배 이상 증가시켰다. 하지만 산업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환경오염 및 지구온난화 때문에 지구 수명은 점차 줄어드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2015년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정 당사국 총회’에서 파리협정을 통해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580억CO2톤)를 설정했지만 지구 온도 1.5℃ 상승 제한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인류는 이제 산업화 이후에 지속적으로 사용한 화석연료와 결별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이룩하기 위한 친환경적 에너지원 사용 노력을 하고 있다. 석유와 석탄 중심의 에너지 소비 구조는 재생에너지와 무탄소 연료인 수소・암모니아 등으로 재편되어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탄소중립 2050 시나리오’와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통해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해 지속 가능한 사회 구축에 노력하고 있다. 

대용량・장주기 수소저장 기술 ‘액체수소’
재생에너지원은 바람, 태양, 파도 등과 같은 자연 현상으로부터 지속 가능한 청정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기에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원의 사용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원에서 생산된 전력은 수전해 기술을 통해 무탄소 연료인 수소와 암모니아 등을 생산할 수 있기에 더욱 이들의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재생에너지원은 기상조건에 따라 출력이 간헐적이고 지리적인 생산량 편차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도 지정학적인 이유로 전통적인 화석연료인 석탄・석유와 천연가스를 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은 친환경 에너지원에 대한 해외 의존도도 높아질 전망이다. 

양질의 재생에너지자원을 보유한 호주・중동・남아메리카 등에 비하면 국내 재생에너지자원의 생산량은 국내 에너지소비량을 충당하기 어렵다고 평가되고 있어 수소와 암모니아 같은 무탄소의 해외 자원 확보를 통해 탄소중립사회 실현과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 2050년 세계 각국의 수소 수입・수출 규모 전망. (출처: Global hydrogen trade to meet the 1.5°C climate goal, IRENA)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한국은 2050년 재생전력을 약 500TWh, 수소를 약 187TWh, 암모니아를 약 60TWh 사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기술적 잠재량과 지정학적 요인을 고려할 때 자체적인 생산보다는 수입 의존도가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향후 저렴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해외 기지 발굴과 더불어 저비용 수소 생산국으로부터 수소를 운송하고, 전략 물자 차원의 비축이 가능한 대용량・장주기 수소저장 기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가스연료를 운송하기 위해 기체상태의 연료를 액체상태로 변환한 후 극저온 용기에 보관해 운송・저장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는 무엇보다 효율적으로 가스연료를 운송・저장하는 기술로 평가되어 대부분 가스연료의 공급사슬 형성에 기여했다. 

하지만 액체수소는 액화천연가스 밀도 대비 1/6 수준이며, 비등점(Boiling Point)은 20K 수준으로 매우 낮아 전통적인 운송방식인 액화 저장・운송방식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국제 수소교역 시장의 형성과 규모 증가는 극저온 분야와 액체수소 저장・운송기술의 성숙도를 점차 높여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특히 국제재생에너지기구는 2030년 이후 극저온 기술의 고도화에 따라 액체수소 저장・운송기술의 성숙도가 한 단계 높아지고 암모니아 및 LOHC 합성, 수소화 과정에 필요한 에너지가 모두 재생에너지로 전환된다는 시나리오에 의해 점차 시장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 수소교역 시장의 형성과 국내외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NASA, 안정・경제적 대용량 액체수소 저장기술 상용화
미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1967년 달 탐사선 ‘Saturn V’에 이용된 RL10과 J-2 수소엔진 개발을 시작으로 액체수소 연료를 우주항공 분야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미항공우주국은 액체수소 연료탱크의 단열, 보일오프가스(Boil Off Gas; BOG, 증발가스) 저감 및 액체수소 연료탱크 경량화 기술과 같은 기초연구를 1950년 중반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최대 액체수소 소비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 미항공우주국(NASA)이 지난 1967년 달 탐사를 위해 쏘아 올린 액체수소 추진 연료 로켓 ‘Saturn V’.

미항공우주국의 보고에 따르면 30년간 ‘Space shuttle’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구입한 수소의 절반 이상이 저장탱크와 연료탱크 내 연료 주입과정에서 발생하는 보일오프가스에 의해 손실되었다. 이처럼 액체수소의 경제적・효율적 저장을 위해서는 단열기술과 함께 저장 및 벙커링 단계에서 발생하는 보일오프가스를 어떻게 줄일지가 중요한 요인이다. 

이에 따라 미항공우주국은 보일오프가스를 저감하는 방식을 제안했는데, Glass bubble과 같은 극저온 단열기술을 이용한 ‘Passive Boil-off gas control’과 IRAS(Integrated Refrigeration and Storage)를 이용한 ‘Active Boil-off gas control’을 통해 제로 보일오프를 달성했다. 

미항공우주국의 경제성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 두 방식을 조합한 4만㎥급 설비에서 연간 보일오프가스 배출에 의한 비용 손실은 약 50억 원 정도로 추산되지만 IRAS의 시설투자비(CAPEX)가 약 45억 원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경제성을 갖추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미항공우주국은 이러한 보일오프가스의 개념을 검증하기 위해 125㎥급 IRAS 설비를 구축했다. 이는 동결 융해(Freeze-Thaw method)를 이용해 액체・고체 상태가 공존하는 슬러시(slush) 상태로 변환・저장함으로써 보일오프가스를 억제함과 동시에 81kg/㎥ 이상의 고밀도로 수소를 저장하는 기술이다.  

▲ 미항공우주국의 125㎥급 액체・고체 기반 수소저장 및 제로 보일오프 실증 설비.
▲ 케네디 우주센터의 구형(3,200㎥) 액체수소탱크와 신형(4,700㎥) 액체수소탱크.

2018년에 기술 검증이 완료된 IRAS 기술은 같은 해 세계에서 가장 큰 4,700㎥급 액체・고체 기반 수소저장탱크로 재탄생하게 됐다. 이는 2022년 ‘아르테미스(Artemis)’ 달 탐사선의 발사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 이로써 미항공우주국은 안정적이고 경제적이며 대용량으로 액체수소를 저장하는 기술의 상용화에 성공했다. 
 
韓, 경제적 장주기 액체수소 저장・운송기술 개발 중
미항공우주국을 중심으로 개발된 액체・고체 기반의 수소 고밀도화와 보일오프가스 제어기술은 이제 민간 우주항공 시장의 개방 및 확대, 탄소중립사회 실현을 위한 무탄소 연료의 국제사회 공급사슬(Supply chain) 형성 등으로 인해 각국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특히 유럽의 ESA(European Space Agency)는 분무법(spray method)을 이용한 1kg/day급 slush gun 기술을 통해 독자적으로 액체・고체 기반 수소를 생산해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고, 일본 JAXA(Japan Aerospace Exploration Agency)도 Augur method를 통한 0.8 kg/day급 액체・고체 기반 수소생산 설비를 개발 중이다. 

한국에서는 고등기술연구원(극저온에너지저장 연구팀)이 IRAS 기술을 기반으로 액체수소의 고밀도화와 제로 보일오프가스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2020년부터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의 지원을 통해 한국형 고밀도(81kg/㎥ 이상) 액체・고체(slush) 기반 1kg/day 수소 생산・저장 기술개발과제(연구책임자 박성호 책임연구원)를 진행 중이다.

▲ 고등기술연구원이 확인한 1kg/day급 액체・고체 기반 수소변환 장치 내의 액화 시작(1), 액화 완료(2), 액체・고체 기반의 동결된 수소(3).

고등기술연구원은 1kg/day급 실험설비에서 수소가스의 액화・저장, 액체・고체 기반 수소변환을 통한 고밀도화까지의 변화 과정을 확인했다. 이는 세계에서 4번째인 동시에 국내 최초로 IRAS 기술을 통해 수소 액화부터 액체・고체 기반 고밀도화 기술까지 성공한 사례라고 평가되고 있다.

공급된 수소는 4K 헬륨에 의해서 20K의 액체수소로 액화・저장되고, 공급이 차단된 기체수소는 13.8K까지 도달함에 따라 액체・고체 기반의 슬러시 수소 형태가 된다. 변환 이후부터는 외부로부터 침입하는 열만 관리해주면 보일오프가스 없이 액체수소를 저장할 수 있다. 

대부분 수소를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한국의 경우 ‘해외 생산기지(재생에너지단지) → 액화수소생산기지 → 대용량 항만기지 → 선박 운송 → 국내 인수기지 → 탱크로리 → 수요처’라는 과정을 거쳐 유통될 가능성이 높다.

즉, 그린수소 생산부터 이송 단계마다 벙커링 과정을 거치면서 다량의 보일오프가스가 발생하게 된다. 실제로 액체수소탱크 내부 온도를 측정해보면 액체수소가 저장된 구획의 온도는 20K이지만 상부에 액체수소가 존재하지 않은 공간은 최대 40K까지 올라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최초 벙커링 시작부터 상당히 많은 양의 보일오프가스를 발생시키며, 이러한 보일오프가스를 재액화(Re-liquefaction)하거나 대기로 방출할 경우 실제 수요처에서 이용하고자 하는 양의 몇 배 이상의 가스가 생산되거나 지속적으로 재액화 에너지가 투입되어야 한다. 이에 따른 재액화 설비도 각 벙커링 단계마다 설치되어야 한다. 

▲ 미항공우주국의 액체수소탱크 운반 선박 ‘페가수스’.

미항공우주국은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우주왕복선용 액체수소 연료탱크 운반선인 ‘페가수스(Pegasus)’를 통해 벙커링 과정 중에 소실되는 수소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공급사슬을 검증했다. 수소를 생산하고 액화해 이송하는 과정 중에 발생하는 보일오프가스를 줄이기 위해 액체수소 연료탱크에 액체수소를 주입하고 이를 발사대까지 이송하는 것이다. 페가수스는 액체수소를 채운 연료탱크 자체를 선박으로 이송함으로써 벙커링 과정에서 소실되는 수소를 줄이고 탱크 자체 운송의 타당성과 안전성을 모두 검증했다. 

이처럼 액화천연가스와 달리 액체수소에서 부각되고 있는 이슈인 대용량 단열기술의 부재, 저장과 벙커링 과정에서 발생하는 보일오프가스 처리 등을 고려할 때는 새로운 개념의 공급사슬이 제안되어야 한다. 

▲ 고등기술연구원이 설계한 40ft ISO 컨테이너 규격의 AL(All Liquefaction) 캡슐 개념・형상.

고등기술연구원은 2단 헬륨 브레이튼 사이클 기반 30㎥급 ‘AL(All Liquefaction) 캡슐’을 설계했다. IRAS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기체수소의 공급으로 액화부터 고밀도화까지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기존의 컨테이너 공급사슬을 이용할 수 있도록 40피트 ISO 컨테이너 형태로 이송이 가능하다. 일체화된 액화 및 고밀도화 시스템으로 탱크 내부에서 액화・저장이 가능하기에 간헐성이 심한 중・소규모 재생에너지 단지에 직접 연계해 수소 액화・저장이 가능함과 동시에 기존 공급사슬인 육상 트럭 운송, 컨테이너 선박을 통한 해상 운송이 가능하다. 

즉 별도의 전용 선박 개발 없이도 기존 공급사슬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벙커링 과정의 손실도 발생하지 않아 경제적으로 운송할 수 있다. ‘AL(All Liquefaction)’이라는 이름에 걸맞도록 액체수소뿐만 아니라 암모니아와 같은 다른 무탄소 연료도 액화해 운송할 수 있어 범용적으로 연료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연료별 선박이 존재하지 않아도 육・해상 운송이 가능하다.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실험과 검증 필요”
독일의 경우 ‘H2 Global Initiative’를 통해 국내외에서 생산된 수소를 독일 내로 이송하는 다양한 기술 옵션을 검증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기체수소 혹은 액체수소, 금속수소화합물, 암모니아, 그린 메탄・메탄올 등 다양한 옵션의 무탄소 연료를 생산・운송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상업적 규모에서 ‘해법’을 찾기 전까지 다양한 방법론을 검증하기 위한 투자를 단행했다. 이러한 다양한 방법론을 통해 여러 산업군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적 대안을 정하고, 미래를 위한 공급사슬을 사전에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다. 

우리는 미래의 탄소중립사회 실현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 재생에너지원과 무탄소 연료를 사용하는 데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가고 있다. 다만 기존과 다른 새로운 방식의 공급사슬이 제안되어야 하지만 우리가 경험해보지 않은 다른 방식의 공급사슬과 기술에 대해서는 다소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미 60년 이상 액체수소를 연구한 미항공우주국은 경제적 대용량 액체수소 저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IRAS 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해 이를 상용급 인프라 구축과 운용을 통해 검증했다. 

또 기존 공급사슬을 활용해 별도의 전용 선박이나 인프라 없이 경제적 대용량 운송 방안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했다. IRAS 기술이 수소뿐만 아니라 다른 무탄소 연료와의 호환을 통해 변동적인 에너지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점도 확인했다. 

우리는 이제 새로운 방식과 방법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다양한 옵션과 가능성에 대해서 실험할 수 있는 환경과 인식 전환을 통해 미래 산업을 주도하는 기회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이미 체계적으로 구축된 액화천연가스 공급 인프라의 국산화로 에너지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점에 이견은 없을 것이다. 미래 탄소중립사회의 핵심 산업인 액화수소 공급망(생산, 저장・운송)의 국산화와 관련 산업의 경쟁력 제고는 또 다른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다. 액체・고체 기반 슬러시 수소 제조 기술이 미래 수소산업에서 우리나라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술 개발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