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소시내버스만 놓고 보면 차량도 충전소도 지나치게 ‘고사양’이다. 강서공영차고지를 찾아 그 이유를 알아봤다.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시내버스는 수많은 시민이 평소 애용하는 대중교통 서비스다. 시내버스의 경우 도심 운행 시간이 길어 대기질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정부와 지자체가 강한 보조금 정책을 유지하면서 친환경 버스 전환을 유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내버스 운송사업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수소버스는 단일 모델입니다. 국내 유일의 완성차업체에서 생산하는 차량을 도입하는 수밖에 없죠. 이 차량에 충전소 설계를 맞추다 보니 700bar 고압충전으로 가는 겁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에너지와 시간, 비용을 제대로 계산한 적이 없어요. 공급자 중심으로 가면 수소시내버스 보급은 요원해집니다. 시장에서 원하는 저비용·고효율의 수소전기버스가 나와야 해요. 여기에 맞는 충전시설을 새롭게 구축해야 합니다.”

서울버스 조준서 대표의 말이다. 시장에 제품을 내는 공급자는 돈을 지불하고 물건을 사는 당사자인 소비자(Consumer)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이를 외면하면 시장은 왜곡되고 성장은 정체된다. ‘수소상용차 시장’의 두 번째 기획은 그 목소리를 담고 있다. 
 
수소시내버스 하루 충전량 10~15kg에 불과
김포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9호선 개화역 바로 앞이다. 강서공영차고지 입구 오른쪽에 수소버스충전소가 보인다. 서울의 공영차고지에 처음 들어선 수소충전소로, 주민 반대를 이겨내고 지난해 6월에야 문을 열었다. 

“작년에 처음 11대가 들어와서 운영에 들어갔어요. 현재(1월 6일) 총 19대가 운행되고 있죠. 이달 안에 김포교통 한 대, 정평운수 한 대가 더 들어오기로 예정돼 있어요. 이렇게 되면 총 21대가 운행되는 셈이죠.”

강서공영차고지 수소버스충전소를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한국가스기술공사 소속 이윤호 소장의 말이다.

▲ 한국가스기술공사 소속 직원들이 수소충전소 운영을 맡고 있다.

서울시는 상일동에 있는 H강동수소충전소를 통해 6대의 수소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충전소는 버스 전용이 아니라 일반 넥쏘 운전자도 이용하는 곳이다. 따라서 1월 말 기준으로 서울시에서 운행하는 수소버스는 총 27대가 된다.

수소버스 도입이 가능하려면 충전시설이 꼭 필요하다. 서울시는 지난 2018년 11월 21일 울산에 이어 두 번째로 수소버스 시범운행에 들어갔다. 405번 버스 한 대로 양재수소충전소에서 수소를 충전한 후 염곡동 차고지부터 서울시청까지 하루 4~5회 운행했다. 그 후로 근 4년 만에 20대를 넘긴 셈이다. 

서울시의 수소시내버스 도입 목표를 보면 2020년 4대를 시작으로 2021년 10대, 2022년 30대, 2023년 100대다. 목표 달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 강서 수소충전소 준공이 늦어지면서 2021년 10대 도입은 1년 뒤에나 이뤄졌다. 은평구 진관공영차고지에 짓기로 한 수소버스충전소 구축 일정도 올해 연말 이후로 미뤄지면서 목표 달성이 힘들어진 상황이다.

서울시의 담당자는 “은평구에 광역자원순환센터가 들어서기로 하면서 지역 여론이 좋지 않다. 안 그래도 수소충전소 건립에 주민 반대가 컸던 만큼 구청의 요청도 있고 해서 충전소 구축 일정을 뒤로 미루게 됐다”며 “일정이 늦춰진 만큼 가스기술공사와 논의해서 액체수소충전소로 가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말도 일리가 있다. SK E&S는 자회사 아이지이(IGE)를 통해 SK인천석유화학단지에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로 연산 최대 3만 톤급 액화수소플랜트를 짓고 있다. 이 플랜트가 올해 말에 완공되면 수도권에 액체수소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액체수소 탱크로리는 도심 진입이 쉽고, 기체수소보다 많은 양의 수소를 좁은 부지에 저장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오후 2시가 되자 녹색 버스 2대가 충전소로 들어온다. 공항버스에서 운행하는 6632번, 정평운수에서 운행하는 6642번 지선버스다. 

▲ 강서공영차고지 수소버스충전소에서 두 대의 지선버스가 수소를 충전 중이다.

강서공영차고지 충전소를 이용하는 수소버스는 다모아자동차가 10대로 가장 많고, 공항버스가 5대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다모아 차량이 많은 건 내구연한이 지난 교체차량 수가 그 시기에 많았고, 운수업체 측에서 전기버스보다 수소버스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전기버스와 수소버스는 그것대로 장단점이 있다고 봅니다. 수소버스가 좋다는 기사 분들 말을 들어보면 기본적으로 차량 출력이 좋아서 스타트가 좋고, 여름철에 에어컨을 켜고 운행을 하기가 좋다고 하더군요.”

이윤호 소장이 1월 5일에 작성한 안전점검표를 보여준다. 차량별 수소충전량이 수기로 기록되어 있다. 보통 절반(50%) 정도 연료가 찼을 때 차량이 들어오면 86%에 맞춰 충전을 진행한다. 1회 충전 시 수소충전량은 10~15kg 사이로 보면 된다. 

▲ 지난 1월 5일에 작성된 안전점검표에 수소충전량이 수기로 기록되어 있다.

“하루에 충전하는 수소량이 총 250kg 정도 됩니다. 튜브트레일러 한 대가 200kg의 수소를 실어 나르니까 사나흘에 두 번꼴로 수소를 받는다고 볼 수 있죠.”

때마침 조준서 대표가 사무실로 들어온다. 그는 송파구 장지동에 있는 장지공영차고지에서 시내버스 104대, 공항리무진 88대 등 200여 대의 버스를 운행하는 서울버스의 대표로 수소전기버스 도입에 관심이 많다. 울산테크노파크가 주관하는 ‘수소전기 하이브리드 버스 개발사업’에 자회사인 엔지브아이(NGVI)가 참여하고 있고, 수요기업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제가 여기 단골입니다(웃음). 이 소장님과는 이야기를 자주 나누면서 정보도 얻고 조언도 구하는 사이죠. 넥쏘만 해도 충전소에 들어가면 완충을 하지만, 수소시내버스는 그럴 필요가 없어요. 정해진 노선을 다니기 때문에 하루 운행에 필요한 양만큼만 연료를 채우면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75% 정도까지만 수소를 채워도 무리가 없다고 봐요.”

조준서 대표가 서울시내버스 차량의 수소충전 데이터를 보여준다. 발로 뛰면서 손수 만든 자료다. 이곳 강서공영차고지의 다모아자동차 601번(일주행거리 268.2km)과 공항버스 6632번(일주행거리 232.4km), 강동수소충전소를 이용하는 대원여객 370번(일주행거리 238.7km)의 충전 데이터를 취합해서 분석한 보고서라 할 수 있다.

601번(다모아자동차)의 하루 평균 수소충전량은 7.207~14.114kg, 6632번(공항버스)은 7.535~11.344kg다. 운행 기록이 제법 쌓인 370번(대원여객)은 겨울철(12월~2월) 하루 평균 12.04kg, 나머지 기간(3월~11월)은 평균 10.00kg이다. 수소버스 한 대가 하루 동안 적게는 7kg부터 많게는 15kg까지 수소를 사용하는 셈이다.

“이곳 강서충전소에서 올겨울 들어 기온이 가장 낮았던 기간(2022년 12월 20일~29일)의 충전량 통계를 보면 평균 14.681kg입니다. 수소를 가장 많이 넣은 차량의 최대 충전량이 24.9kg고요. 연중 가장 많은 연료를 쓰는 시기임에도 평균 15kg이 안 됩니다.”

▲ 정평운수에서 운행하는 6642번 버스에 충전건을 체결하고 있다.

현재 단일 모델로 양산 중인 현대차의 ‘일렉시티 수소전기버스’의 경우 180kW 연료전지시스템과 78.4kWh의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연료전지시스템은 넥쏘용 연료전지 2개를 쓴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 169리터급 타입4 탱크 5개가 차량 상부에 고정되어 있다. 97% 완충 시 수소 30~33kg 정도가 들어가며, 1회 충전으로 450km 이상 주행할 수 있다.

“시내버스 운송사업자 눈으로 볼 때는 지나치게 고사양입니다. 차량 가격도 비싸고요.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국내에서 구입할 수 있는 유일한 수소버스 차량이니까요. 이곳 강서충전소만 해도 충전압력 700bar에 맞춰서 버스 한 대당 25kg 기준으로 설계가 된 걸로 알고 있어요. 실제 충전량은 많아야 하루 15kg인 데도 말이죠.”
 
‘하이브리드 수소전기버스’ 개발의 필요성
실제 차량의 운행기록과 충전기록을 맞춰보면 ‘고사양’이라는 말이 이해가 간다. 지난해 수소시내버스 보조금은 국비와 시비 1억5,000만 원씩을 합쳐 3억 원이 지급됐다. 여기에 저상버스 보조금 9,200만 원이 추가된다. 이 돈을 합치면 총 3억9,200만 원이다. 여기에 차량 제작사 할인을 더해 CNG(압축천연가스)버스 판매가 정도에 맞추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9일에 열린 제5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정부보조금을 2억1,000만 원으로 올렸다. 지자체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비를 그만큼 늘린 것으로 올해도 기존 보조금 3억 원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윤호 소장을 따라 설비동으로 향한다. 시간당 40kg 대응이 가능한 미국 PDC사의 다이어프램 압축기 3대가 놓여 있다. 또 안쪽에 튜브트레일러 잔압을 가압해 수소를 빼내는 용도로 부스터 압축기 한 대를 비치해두고 있다. 

▲ 이윤호 소장이 PDC사의 다이어프램 압축기를 살펴보고 있다.
▲ 수소충전소 설비동에 튜브트레일러가 놓여 있다.

회사별로 버스 충전 시간이 다르다. 오전에 다모아자동차 10대를 충전하고, 오후에는 공항버스 5대를 충전하고 있다. 운행 대수가 적은 김포교통, 영인운수, 정평운수 차량은 오전, 오후에 비는 시간을 활용해 충전을 진행한다. 

“흰색 고압탱크 3개의 전체 용량이 29kg으로 조금 적은 편이에요. 버스 두 대까지는 무리가 없지만, 세 대가 동시에 들어오면 가압에 시간이 걸린다고 봐야죠. 통상 수소 1kg 충전에 1분을 잡아요. 충전이 진행되면서 고압탱크의 압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875bar로 가압하는 데 5분에서 10분 정도 걸리니까 충전시간으로 대당 20분은 잡아야 해요.”

사실상 시간당 버스 3대 충전으로 보는 게 맞다. 급할 땐 중압(350bar)으로 60%를 충전한 뒤 수소버스의 탱크를 고압탱크로 인식하게 해서 직접 충전하는 ‘다이렉트 충전’을 진행한다. 다만 이 방식도 압축기의 가동조건을 맞추는 데 최소 3분이 걸리고, 충전시간도 훨씬 길다. 

“가을에는 히터 가동도 없고 해서 차량의 전력 소모가 적어요. 그래서 75%에 맞춰서 수소충전을 진행했죠. 10%만 충전량을 줄여도 압축기나 냉각기 같은 설비 운영에 드는 비용(전기료)이 크게 줄어요. 부하가 적게 걸려서 설비 유지에도 도움이 되죠.”

이윤호 소장이 전기료 고지서 기록을 살펴본다. 작년 9월이 651만 원으로 가장 적었고, 12월이 968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차량 대수가 늘어난 걸 감안하더라도 확실히 가을보다 겨울철 전기료가 더 높다.

버스기사들 말도 이를 뒷받침한다. 영하로 기온이 뚝 떨어지는 겨울철에 히터 사용량도 많고 연비도 떨어지는 편이다. 수소충전량이 절반 아래로 떨어지면 불안해하는 기사들과 운수업체의 요구 때문에 86% 충전에 맞추고 있다. 

▲ 겨울철에는 86%에 맞춰 충전을 진행하고 있다.

조준서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충전량을 10% 낮게 잡아도 차량 운행에 무리가 없다고 본다. 

“30%대로 수소 잔량이 떨어졌을 때 버스가 들어와서 75% 정도 충전해서 나가면 충전시간도 빠르고 에너지 소모도 훨씬 줄일 수 있죠. 수소전기차는 수소가 다 떨어져도 배터리에 충전된 전기로 운행이 가능해요. 연료가 떨어지면 차가 선다는 생각은 시스템을 잘 몰라서 생기는 오해에서 비롯되죠. 안 그래도 다모아나 공항버스 대표님을 만나서 이런 제안을 해볼 생각입니다.”

조준서 대표의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시내버스의 경우 시장이 원하는 차량은 ‘주행거리 연장형 하이브리드 수소전기버스’라고 힘주어 말한다. 

조 대표는 화제를 돌려 전기버스 이야기를 꺼낸다. 국내 S사의 리튬이온배터리(290.4kWh)가 장착된 국산 H사 전기버스, 중국의 B사 리튬인산철배터리(383kWh)가 장착된 중국 B사 전기버스의 성능을 비교한 표를 내민다. 인산철배터리는 부피와 무게가 더 나가는 대신 발열이 거의 없어 안전성이 높다. 보증기간도 중국산 배터리가 11년으로 2년이 더 길다. 

“지난여름에 SoC(State of Charge, 충전상태)에 기반한 충전 횟수를 비교한 표예요. H사 차량의 경우 8월 24일에 7번, 8월 27일에 5번을 충전했어요. 버스를 세울 때마다 충전기를 꽂았다고 봐야죠. 그에 반해 B사 차량은 딱 한 번입니다. 충전도 완충까지 3시간이 안 걸렸어요. 두 차량 모두 같은 운수회사에서 운행한 전기버스예요. 하루 최대 주행거리 차이가 10km 안쪽이라 유사 노선으로 간주해도 무방합니다.”

▲ 서울버스 조준서 대표는 “경제성이 높은 하이브리드 수소전기버스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조 대표가 주목하는 것은 차량의 전비와 운영효율이다. 전력소모에 따른 주행거리를 나타내는 전비는 H사(1.3km/kWh)가 B사(1.2km/kWh)보다 조금 앞서지만 눈에 띄는 차이는 아니다. 배터리 용량이 커서 하루 1회 충전으로 버스 운행이 가능한 것은 큰 이점이다.

실제로 글로벌 배터리 부문에선 중국의 CATL이 시장점유율 1위(35.5%)로 2위인 LG에너지솔루션(13.7%)을 크게 앞서고 있고, 중국의 비야디(12.7%)가 3위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작년 1~8월 기준, SNE리서치). 

“중국에서 운행 중인 수소전기버스가 4천 대라고 들었어요. 국내보다 훨씬 많은 차량이 보급돼 있죠. 전기차 배터리에 연료전지를 장착해서 전기를 충전하는 형태로 운행하는 하이브리드 차량이 많아요. 여기에 350bar 수소충전을 적용하고 있죠. 이렇게 되면 CNG버스처럼 10분 충전이 가능해요. 저는 연료전지를 하나만 넣고 배터리 용량을 늘린 하이브리드 수소전기버스가 하루 빨리 국내 시장에 출시돼야 한다고 봅니다.”
 
“수소시내버스, 350bar 10분 이내 충전으로 가야”
수소버스나 수소트럭의 경우 중국과 유럽, 미국 등지에서는 350bar 충전을 적용하고 있다. 린데가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뮌스터에 구축한 수소충전소나 쉘이 미국 새크라멘토에 구축한 수소충전소만 해도 350bar 충전을 적용하고 있다. 물론 승용의 경우에는 700bar 충전을 허용하는 곳도 있다. 

350bar 충전은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압축기, 냉각기 등 전기 소모가 큰 설비를 간소화해 부지 면적을 줄일 수 있고, 충전시간도 짧아진다. 700bar 충전의 경우 냉각기를 써서 수소를 영하 40℃까지 낮춰서 충전한다. 이로 인해 충전건에 결빙(아이싱)이 생겨 차에 들러붙는 문제가 생긴다. 가스기술공사는 중공사막 필터(분리막)를 적용한 질소발생기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충전 시 수동으로 밸브를 열어 질소를 불어넣고 있다. 

▲ 한국가스기술공사에서 개발한 질소발생기로 중공사막 필터를 적용했다.
▲ 수소충전 시 파란색 밸브를 열어 질소를 불어넣어 결빙을 방지한다.

“350bar 충전에서는 이런 부대설비가 필요 없죠. 수소의 온도를 영하 20℃ 이상에 맞춰도 됩니다. 현재 쓰고 있는 타입4 용기는 안쪽 라이너가 플라스틱이라 열전도율이 나빠요. 그에 반해 알루미늄 라이너가 들어간 타입3 용기는 더 높은 온도에서도 충전이 가능하죠. 현대차가 스위스로 수출한 엑시언트 수소트럭만 해도 타입3 탱크를 장착해서 350bar로 충전하고 있어요. 이런 점을 잘 봐야 합니다.”

울산에서 개발 중인 ‘수소전기 하이브리드 버스’의 사양이 궁금해졌다. 과제를 총괄하고 있는 엔지브아이의 정수영 대표는 “루프에너지의 60kW급 이플로우(eFlow) 연료전지, 60kWh 배터리 2개, 워딩턴 인더스트리의 타입3 용기(320리터) 3개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주행거리의 경우 노선별 차량의 운행거리에 맞게 탱크 수를 조절하면 됩니다. 현재로서는 배터리로 차량을 구동하고 수소연료전지로 전기를 충전하는 레인지 익스텐더(Range Extender, 주행거리 연장형) 방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말 그대로 하이브리드죠. 가속구간에 연료전지의 전기를 그대로 모터에서 쓰는 방향으로 기술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향후 목표입니다.”

이 버스는 1회 충전으로 400km 주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개발을 마치는 대로 올 연말에는 도로 실증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연료전지나 배터리 사양은 시내버스 노선 특성에 맞게 변경할 수 있다. 운행거리가 긴 노선은 탱크 하나를 추가하는 식이다. 조준서 대표는 350bar 수소충전에 심야전기를 이용한 완속충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 조합이 가장 경제적이라고 본다.

▲ 조준서 대표는 “350bar 중압충전으로 가면 압축기나 냉각기 설비를 간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

“시내버스 한 대당 수소충전량은 많아야 하루 15kg입니다. 60kW급 연료전지에 120kWh 배터리 조합으로도 충분하다고 봐요. 운송사업자에게 필요한 건 현 버스노선 운행에 최적화된 버스 차량과 충전설비죠. 이런 맞춤형 버스가 시장에 풀려야 그에 맞는 충전시설 확보 계획을 수립해서 서울시에 제안할 수 있어요. 이렇게 가지 않으면 고비용 충전설비에 따른 경영상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가 없습니다.”

루프에너지(Loop Energy)는 캐나다의 연료전지 제조사다. 중국의 스카이웰(Skywell)만 해도 루프에너지의 연료전지를 적용한 수소전기버스를 양산하고 있다. 

스카이웰은 난징진롱버스란 브랜드로 지난 2019년에 중국 내 전기버스 판매량 2위에 올랐다. 중국에는 이런 회사들이 많다. 발라드파워시스템즈(이하 ‘발라드’)나 루프에너지의 연료전지를 탑재한 수소전기상용차의 대중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일찌감치 도요타의 연료전지 기술을 받아들인 베이징 시노하이텍(SinoHytec)이나 상하이 리파이어(Re-Fire) 같은 중국 내 연료전지시스템 제작사의 기술력도 빠르게 성장했다. 

리파이어의 경우 독일의 클린 로지스틱스(Clean Logistics)와 협력해 지난해 6월 니더작센주의 슈타데 공항에서 40톤급 ‘퓨리언트(Fyuriant)’ 수소트럭을 공개했다. 120kW PRISMA 연료전지시스템 2개에 리튬이온배터리를 조합한 하이브리드 타입의 세미트레일러 트랙터다. 350bar로 15분 안에 충전할 수 있고, 1회 충전으로 400km 이상 주행할 수 있다.

국내 업체들도 모빌리티용 수소연료전지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두산퓨얼셀의 미국 법인이라 할 수 있는 하이엑시엄(HyAxiom)은 지난해 4월 발라드와 ‘모빌리티용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개발 및 수소버스 보급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하이엑시엄은 2년 안에 수소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코렌스그룹 계열사로 2021년 1월에 설립된 케이퓨얼셀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발라드사 스택을 기반으로 30kW급 연료전지시스템 개발을 완료했으며, 2025년을 목표로 100kW급 이상의 연료전지시스템 개발을 진행 중이다. 막가습기, 냉각수 온도제어밸브, 수소 차단·공급밸브 같은 주변장치(BOP)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건물용 연료전지를 만드는 에스퓨얼셀도 연료전지 파워팩 전문기업인 ‘에스모빌리티’를 세우고 지게차·드론·선박 등 수소모빌리티용 연료전지 사업을 벌이고 있다. 또 에프씨엠티(FCMT)는 범한퓨얼셀과 함께 수소모빌리티용 막전극접합체(MEA)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런 기업들이 양산형 연료전지를 시장에 내놓는다면 다양한 모빌리티 시장이 열릴 수 있다. 

▲ 수소버스 보급을 늘리려면 공영차고지에 버스 전용 수소충전소 도입이 시급하다.

“제가 올해 중국 출장을 계획하고 있어요. 비야디, 스카이웰 같은 회사를 방문해서 중국의 전기차, 수소전기차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이 크죠. ‘넥쏘, 글로벌 수소차 시장 압도적 1위’ 같은 기사에 우쭐할 때가 아닙니다. 저는 국내 수소모빌리티 산업이 훨씬 커질 수 있다고 봐요. 완성차업체의 시장배타적인 기술 고집과 관련 인프라 구축 미비로 답보상태에 빠져 있지만, 이제라도 타개책을 찾아야죠. 늦지 않았어요. 크게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습니다.”

시행착오(試行錯誤)란 말이 있다.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실패와 성공의 결과가 달라진다. ‘착오’를 고쳐서 빨리 ‘시행’하는 사람이 누구보다 빨리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착오를 눈감을 때마다 ‘기회의 문’이 하나씩 닫힌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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