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목포항에서 가까운 구도심의 오래된 여관에 여장을 풀고 유달산을 오른다. ‘목포의 눈물’을 부른 이난영의 노래비를 지난다. 낮게 깔린 먹구름을 피해 유선각의 처마에 들자 다도해의 탁 트인 전망이 펼쳐진다. 

목포항과 붙은 삼학도 위로 영산강이 흐른다. 그 너머에 대형 크레인이 허들처럼 박힌 곳이 영암의 대불국가산단이다. 중소 조선사를 비롯해 전남테크노파크 조선산업지원센터가 들어선 곳이다. 바로 이곳에 수소전기선박을 만드는 빈센(VINSSEN)이 있다.  

3년 전으로 기억한다. 그때만 해도 조선산업지원센터 안에 사무실이 있었다. 부산국제보트쇼에서 ‘올해의 보트상’을 받은 8m급 전기추진보트(V-100D) 기술력을 기반으로 수소선박 개발에 막 뛰어들었을 때다. 그 배가 지난 2021년 4월에 공개된 수소전기보트 ‘하이드로제니아(Hydrogenia)’다. 

선박용 연료전지시스템 개발에 ‘도전장’
사람들은 하이드로제니아의 제작사로 빈센을 기억한다. ‘친환경 수소선박을 만드는 전남 영암의 스타트업.’ 딱 이 정도의 이미지가 있다. 일반 소비자 눈에는 배가 먼저 눈에 들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빈센의 진면목은 B2C가 아닌 B2B에 있다. 기업 간 거래를 봐야 이 회사의 실체가 보인다. 

빈센의 이칠환 대표가 악수를 청한다. 3년 만에 많은 게 달라졌다. 일단 새 건물이 생겼다. 세계 최초로 수소법이 시행된 2021년에 새 공장과 사무실을 짓고 입주했다. 지금은 쌍둥이처럼 생긴 2공장이 준공을 앞두고 있고, 그 옆에 30m 길이의 수조도 새로 마련했다. 

▲ 전남 영암의 대불산단에 있는 빈센의 1공장(오른쪽)과 오는 3월 완공 예정인 2공장(왼쪽).
▲ 2공장 왼편에 소형선박 테스트를 위한 30미터 수조를 마련했다.

“소형선박의 테스트는 여기서 진행할 수 있죠. ‘K-에너지 옵저버’라고 KRISO(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와 함께 25m급 배를 개발하고 있어요. 그 배에 맞춰서 30m로 갔죠. 크레인으로 배를 들어 올려서 수조에 넣기만 하면 됩니다. 이런 시설이 없으면 앞바다까지 배를 실어 날라야 하죠. 그 비용이 꽤 들어요.”

K-Energy Observer는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이 주관하는 재생에너지 기반 여객선 효율 향상 기술개발 사업에 든다. 기존 여객선 대비 연료소모량을 10% 이상 절감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국제 공동연구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 배에는 100kW급 연료전지, 92kWh 배터리 2개가 들어간다. 풍력, 태양광 발전설비도 붙는다.

▲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를 활용하는 ‘K-에너지 옵저버’의 개념도.

R&D센터와 2공장은 오는 3월에 완공될 예정이다. 2공장이 운영에 들어가면 현재 0.5MW인 연료전지 모듈의 양산 능력이 1.9MW로 늘어난다. 또 수조 뒤편에 수소연료전지 시험동을 따로 마련했다. 인허가를 받아 튜브트레일러를 두고 자체적으로 연료전지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본관 맞은편에는 R&D센터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애초에 2층 건물로 계획했다 3층으로 설계를 변경하느라 준공일이 조금 늦어졌다. 3월에는 번듯한 R&D센터를 갖추게 된다.

“넥쏘나 미라이에 들어가는 차량용 연료전지시스템을 선박에 그대로 쓸 수가 없어요. 선박의 인증과 규정에 맞는 연료전지시스템을 새로 개발하는 게 필요합니다. 이런 작업은 완성차업체나 시스템 제조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기본적으로 선박에서 요구하는 규정을 잘 알아야 하죠.”

현재 직원은 39명으로 늘었다. 작년에 연료전지시스템 개발팀을 새로 꾸리면서 10명 정도 전문 인력을 충원했다. 팀을 이끌고 있는 임찬 연료전지 기술고문은 현대차 연료전지시스템개발팀 수석연구원을 거쳐 GS칼텍스 중앙연구소에서 스택개발팀을 이끈 이력이 있다. 여기에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출신인 김승훈 박사가 팀원으로 합류했다. 

문이 활짝 열린 1공장으로 향한다. 생산기술팀 직원들이 수소연료전지로 충전한 배터리팩을 테스트하는 중이다. 92kW 리튬이온 배터리를 200kW급 양방향 DC 전원공급 장치에 물려 응답성과 에너지 흐름을 제어하는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 생산기술팀 직원들이 1공장에서 배터리팩을 테스트하고 있다.

바로 옆에 타입4 수소탱크와 연결된 넥쏘의 연료전지가 보인다. 연료전지를 배터리팩에 물려 실제 선박처럼 테스트하는 장비를 갖추고 있다. 

▲ 수소연료전지시스템 테스트 장비로 현대차의 연료전지가 장착돼 있다.

차와 배는 구동 환경이 엄연히 다르다. 해상에 맞는 운전조건이 따로 있다. 공기공급장치만 해도 차량용을 선박에 그대로 쓸 수가 없다. 소금기가 섞인 물방울을 거르지 않으면 스택에 손상이 가기 때문에 염분제거장치가 꼭 필요하다. 

“해상의 환경에 맞는 필터 개발을 위해 ‘공기필터 수분함유량 테스트 장비’를 새로 만들었어요. 이런 일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연료전지시스템의 화재·폭발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공기배출 설비도 필요하죠. 여기에 들어가는 수소감지센서나 모터만 해도 방폭용 제품을 쓰거나 방폭 설계를 적용하게 돼요. BOP(주변장치)에 해상용 제품과 장비를 반영한 설계를 적용해서 형식승인을 따로 받아야 합니다.” 

형식승인(Type Approval)은 소형선박이나 대형선박에 연료전지시스템을 탑재하기 위해 꼭 넘어야 할 산이다. 국제인증기관에서 기술개발의 타당성 평가, 개념 평가, 프로토타입 평가, 시스템 통합 평가, 운영 평가 등 안전성 검증을 진행하게 된다.

무탄소 배출을 위한 ‘해상 애플리케이션’ 제공
빈센은 연료전지시스템개발팀을 꾸리고 100kW, 250kW 연료전지시스템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 노바와 업무협약도 맺었다.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은 PEMFC(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 스택용 금속분리판 전용 소재인 Poss470FC를 양산하고 있다. 노바는 수소연료전지 스택 검사 설비, 제조공정 설비 개발·제작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칠환 대표가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에서 개발한 티타늄분리판 샘플을 보여준다. 겉보기엔 탄소분리판을 닮았다. 가격은 비싸지만 스테인리스 분리판보다 무게가 훨씬 가볍고 내구성이 좋다. 도요타만 해도 수소전기차 미라이의 스택에 티타늄분리판을 쓰고 있다.

“우리도 티타늄으로 갈 생각입니다. 비용 대비 내부식성이나 전도성, 내구성이 더 좋아요. 무게도 훨씬 가볍고요. 소형선박에 수요가 있는 100kW급은 올 상반기 개발 완료, 하반기 형식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고, 250kW급은 내년 초 일정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죠. 메가와트급으로 확장하려면 250kW는 기본으로 가야 해요.”

▲ 현대차의 연료전지시스템 2개를 묶어 120kW 연료전지 모듈을 만들게 된다.
▲ 빈센은 내년 초를 목표로 250kW급 연료전지 파워모듈을 개발 중이다.

연료전지 스택 개발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막전극접합체(MEA) 제조 기술과 스택을 쌓는 스태킹 기술을 보유해야 한다. 촉매, 전극, 강화복합막, 금속분리판, 개스킷, 기체확산층(GDL) 등 핵심 소재와 부품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설계 능력을 갖춰야 한다.

“완성차업체의 노력 덕분에 국내에 서플라이 체인이 잘 갖춰져 있어요. 기술에 대한 진입 장벽이 과거보다 크게 낮아졌고, 이런 네트워크를 잘 활용하면 좋은 제품을 생산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죠. 스택과 연료전지시스템 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명확한 평가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연료전지시스템 개발이 꼭 필요합니다.”

축구에서 호나우두나 손흥민 같은 양발잡이 공격수는 장점이 많다. 주발과 약발을 가리지 않고 패스나 슛을 자유자재로 한다면 골을 넣을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 빈센의 강점은 배를 잘 안다는 점이다. 이칠환 대표만 해도 대우조선해양 여객선 파트에서 기술영업,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했다. 2019년 말에 빈센에 합류한 최열 기술고문은 한국형 전략 잠수함 1호인 장보고함의 설계와 건조에 참여했다. 

빈센은 ‘주발’의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약발’인 연료전지시스템 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도요타나 현대차는 차량용 연료전지시스템 기술은 뛰어나지만 배를 잘 모른다. 주발이 다른 만큼 현 시점에서 경쟁의 우위를 논하기는 어렵다.

▲ 빈센의 이칠환 대표.

이 대표는 “형식승인이 정말 중요하다”고 또 한 번 강조한다. “형식승인을 받는 데 스택은 큰 영향이 없다. 선박의 환경에 맞게 BOP 장비를 어떻게 꾸리느냐가 더 어렵다”고 말한다. 흥미로운 것은 독일의 보쉬 같은 회사들이 연료전지 시장의 확대에 맞춰 모빌리티용 주변장치 개발을 앞서서 준비해왔다는 점이다. 선박용 장치나 부품도 여기에 포함된다.

“연료전지 스택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빈센에서 도요타나 발라드 사의 스택을 쓰지 말란 법은 없죠. LNG벙커선 같은 큰 배를 만들 때도 고객사에서 정한 엔진을 넣게 돼요. 빈센에서 개발한 연료전지의 사양이 고객사의 요구를 충족하면 그대로 가겠죠. 배는 크기가 커서 소형선박만 해도 2MW는 기본으로 들어갑니다. 100kW 연료전지로는 20개, 250kW로는 8개가 필요하죠. 차량과 비교하면 스택의 단위부터가 달라요. 어마어마한 시장이죠.”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저감에 적극적이다. 규제의 강도도 점점 세지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EEDI(Energy Efficiency Design Index, 에너지효율설계지수)를 고려해 배를 건조하도록 하고 있다. EEDI는 선박이 1톤의 화물을 1해리 운송할 때 배출되는 CO2 양을 기준으로 한다. 

“올해부터 EEXI(Energy Efficiency Existing Ship Index)라고 해서 기존 선박에도 CO2 배출저감을 적용하기 시작했어요. 선사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할 수 있죠. 디젤엔진 3개를 써서 전기모터를 구동하는 DFDE(Dual Fuel Diesel Electric, 이중연료 디젤-전기 추진시스템) 선박의 경우 엔진 하나를 연료전지, 배터리 조합으로 대체해서 이 조건을 맞출 수 있어요. 여기에 2MW 스택 시스템이 들어가는 식이죠. 설비 교체에 드는 레트로피트(Retrofit) 시장도 같이 봐야 합니다.”

디젤 발전기를 연료전지 발전기로 대체한다고 보면 된다. 이칠환 대표는 이를 눈앞에 닥친 현실로 본다. 그는 “글로벌 오일 메이저의 제안으로 랜딩 크래프트(Landing Craft) 선박에 연료전지를 적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말한다. 설계를 마치고 이미 제품 제작에 들어간 상태다.

▲ 2층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 오일 메이저의 랜딩 크래프트 선박에 들어가는 연료전지 발전기의 설계도.

빈센은 글로벌 선사가 모여 있는 싱가포르에 사무소를 운영하면서 시장의 변화에 대응해왔다. 싱가포르항에 정박한 배에 전력을 공급하는 전력공급선을 운영하는 한 회사와도 관련 사업을 논의 중이다. 

“셈콥마린(Semcorp Marine)이 추진 중인 그린암모니아 생산과 저장, 벙커링 사업에 빈센의 참여를 확정했어요. ‘그래비플로트(GraviFloat)’라고 근해에 부유식 벙커링 플랫폼을 구축하게 되죠. 해상에서 풍력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로 그린수소를 만들고 이를 암모니아로 전환해서 저장하는 부유식 플랫폼이에요. 이 시설을 돌리는 데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는 ‘온보드 연료전지 발전기’를 빈센이 맡기로 했습니다. 암모니아를 개질한 수소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죠.”

편견은 여기서 깨졌다. 빈센은 수소전기선박뿐 아니라 ‘해상 애플리케이션’ 전반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로 발돋움했다. 3년 전과 크게 달라진 점이다. 시장도 커지고 사업모델도 훨씬 다양해졌다. 빈센이 그동안 그려온 밑그림이 더욱 또렷해진 셈이다.
 
정복의 DNA 품은 ‘바다의 빈센조’
수소그린모빌리티 규제자유특구인 울산의 장생포항에서 실증을 마친 하이드로제니아를 1공장에서 다시 본다. 바로 앞에 전기추진시스템을 단 작은 보트가 있다. 자율운항장치를 단 무인선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 울산 장생포항에서 실증을 마친 10m급 하이드로제니아 호.
▲ 자율운항장치를 단 무인 전기추진선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 에포크 전기추진선의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다.

전기보트인 에포크(Epoch)도 보인다. 한 직원이 갑판의 비좁은 격벽에 들어앉아 전기추진시스템 업그레이드 작업을 하고 있다. 다들 표정이 밝다. 좋아하는 일에 푹 빠져 있다는 느낌이다. 

수소선박도 수소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전기로 구동된다. 높은 출력을 요할 땐 배터리에서 바로 전기를 당겨써야 한다. 이렇게 로직을 짜야 시스템이 문제없이 잘 돌아간다. 수소차를 잘 만들려면 전기차 기술에 밝아야 한다. 배도 마찬가지다. 

빈센도 전기보트에서 출발했다. ‘바다의 테슬라’가 되겠다는 포부는 ‘바다의 빈센조’로 바뀌었다. 송중기가 드라마에서 연기한 ‘빈센조’라는 이탈리아 남성의 이름은 라틴어 빈첸시오(Vincentius)에서 왔다. 승리하는, 무찌르는 자. ‘빈센’이란 이름에는 정복자와 승리자의 강인한 DNA가 들어 있다.

“처음부터 재활용이 가능한 알루미늄 선체로 방향을 잡았어요. 일단 배가 멋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목을 끈다고 생각했죠. 사람들은 배에 대한 로망이 있어요. 국내에 선박조종면허를 딴 분들이 23만 명이 넘죠. 이런 분들은 지금도 빈센을 전기 배, 수소 배 만드는 회사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배도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죠(웃음).”

국내외를 통틀어 빈센만큼 수소전기선박을 제대로 만드는 곳이 없다. 대한민국은 조선 강국이다. 빈센에는 20년 넘게 대형선박을 만들어온 업계의 베테랑 엔지니어들이 모여 있다. 이들이 뿜어내는 열기가 빈센의 원동력이다.

“국내 실증과제로 보면 해양수산부, KRISO와 함께 진행 중인 25m급 재생에너지 기반 친환경선박이 있고, 규제샌드박스로 전라남도·영암군과 함께 16m급 레저보트도 제작하고 있죠. 경상남도, 경남테크노파크와 18m급 청항선도 개발 중입니다. 청항선은 해양의 부유쓰레기를 수거해서 처리하는 청소배라 할 수 있죠. 올해 안으로 이 배에 100kW급 연료전지를 탑재할 계획입니다.”

▲ 빈센에서 생산한 92kW급 리튬이온 배터리팩.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다. 청항선만 해도 LNG와 디젤을 적용한 이중연료엔진 선박이 건조되고 있지만, 온실가스 규제로 지속성을 담보하기가 어렵다. IMO는 선박의 탄소배출량을 (2008년 대비) 2030년까지 40% 감축, 2050년까지 7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배출을 규제하면서 스크러버 시장이 확 커졌어요. 여기에 CO2까지 잡는 쪽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죠. 선박의 운항속도를 줄여서 탄소배출을 낮추는 방법도 있지만, 이렇게 가면 매출을 맞출 수가 없어요. 연료를 바꾸자니 파워트레인을 손봐야 하고, 탄소를 포집하는 CCU를 적용하자니 촉매 비용이나 CO2 처리에 어려움이 있죠.”

근본 해결책은 아니다. 이칠환 대표는 향후 해외 청정수소 도입에 맞춰 암모니아나 액화수소를 연료로 한 연료전지 대형선박의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본다. 화물창에 든 그린암모니아를 개질해서 쓰거나 액화수소 운반 과정에서 발생하는 증발가스(Boil off Gas)를 연료로 한 수소전기 추진선박의 미래를 그린다.

목포의 유달산은 해발 228m의 나지막한 산이다. 그럼에도 울툭불툭한 바위의 기세가 당당하다. 빈센도 그렇다. 2017년 10월 전남 영암에 둥지를 튼 작은 회사가 6년 만에 이렇게 성장했다. 그 심지가 굳다는 생각이 든다.

유선각에 서서 목포의 구도심을 내려다본다. 목포는 항구요, 빈센은 빈센이다. 쫓아야 할 모델이 없으니 스스로 길을 내어 제 이름을 빛내면 된다. 작아서 더 단단해 보인다. 비구름에 발목이 잡혀 마당바위를 앞에 두고 발길을 돌리다 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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