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우카본은 탄소 포집·활용(CCU) 기술을 보유한 전남 강진의 ‘기후기술기업’이다.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목포역에서 출발했다. 20cm에 이르는 폭설이 내린 다음날이다. 남해고속도로에 오르자 차가 속도를 낸다. 차창으로 보이는 월출산이 반백의 머리를 하고 반긴다. 탄소 포집·활용(CCU) 기술을 앞세워 한창 주목받고 있는 강진의 ‘기후기술기업(C-Tech)’을 찾아가는 길이다.

이 회사는 최근 2032년을 배경으로 한 웹드라마(러브 인 블루)를 제작해 유튜브에 공개하면서 큰 화제가 됐다. ‘We make the world’s sky blue again.’ 회사의 슬로건을 한국말로 직역하면 ‘파란 하늘을 다시 만들겠습니다’란 뜻이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줄여 지구 환경에 일조하겠다는 비전이 사명에 그대로 묻어난다. 회사 이름을 기존의 ‘로우카본테크’에서 최근 ‘로우카본(LowCarbon)’으로 변경하고 사업화에 본격 나섰다.

전처리 탈황제, CO2 자원화 기술 보유

로우카본 본사와 1공장이 있는 강진산업단지를 찾는다. 회사 앞마당에 눈의 흔적을 찾기가 어렵다. 1공장 앞에 주차된 대형트럭에는 중국으로 실어 보낼 GTS 탈황제가 가득 쌓여 있다. 1차분 5톤에 이어, 2차 수출물량 100톤을 이틀에 걸쳐 출하하는 중이다.

▲ 로우카본 1공장으로 GTS 제품의 중국 출하를 앞두고 눈이 깨끗이 치워져 있다.

“중국의 500메가와트(MW)급 석탄화력발전소에 시범사업 수출물량을 출하하고 있어요. 영업팀 직원들이 코로나 와중에도 중국에 들어가 20일씩 격리하면서 이뤄낸 성과죠. GTS는 화력발전용 연소 전처리 탈황제입니다. 석탄을 나르는 컨베이어벨트에 액체 형태로 분사하는 방법도 있지만, 고형물 형태로 투입해서 석탄과 함께 미분기로 갈아서 태우는 것도 가능하죠. 석탄 미분이 연소할 때 발생하는 회분(재)에 GTS가 흡착되면서 황산화물(SOx)과 반응하게 됩니다.”

전략기획부문장인 김석붕 상무의 말이다.

촉매와 반응한 황산화물은 황산나트륨(Na2So4) 형태로 배출이 된다. 화력발전소에서 채택하고 있는 기존의 탈황 방법은 배연탈황(FGD, Flue Gas Desulphurization) 방식으로 배기가스 후단에 탈황설비를 추가하는 후처리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에 반해 로우카본은 전처리 방식으로 GTS를 연료와 함께 넣어 연소로에서 연료와 연소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황(SO2)을 처리하는 연소로탈황(DICF, Desulfurization In Combustion Furnace) 방식이다.

“디젤엔진 선박용 전처리 탈황제인 LCLS의 반응 원리도 동일합니다. 로우카본에서 개발한 H2L(선박 전처리 탈황시스템)을 디젤선박의 엔진룸에 간단하게 설치해서 탈황처리를 진행하게 되죠. IMO(국제해사기구)가 벙커C유 같은 고유황 중질유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어요.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앞으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까지 줄이는 쪽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죠.”

로우카본은 LCLS 기술 상용화를 위해 지난 2020년 10월 한진에서 2,400톤급 디젤선박을 직접 구입해 실증에 나서기도 했다. 바로 이 ‘로우카본호’에 H2L을 설치한 후 LCLS 탈황제를 연료에 투입해 1,000시간 넘게 운행했고, 영국 로이드선급(LR)을 통해 AIP(Approval In Principle, 기본설계인증) 인증도 받았다.

“실제 선박에 적용하려면 AIP 인증만으로는 부족하고, 엔진에 대한 안전성 인증을 또 받아야 해요. 인증 검사에 필요한 설비를 구축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죠. 국내 인증기관이 나서지 않는 바람에 사내에 연구소 겸 인증 시설을 직접 구축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어요. 앞에 있는 ‘한국CCUS기술연구원’ 안에 관련 시설을 구축하는 중입니다.”

건물 후단에 ‘실험연구동’이란 글자가 붙어 있다. 큰돈을 들여 건물 안에 선박용 디젤엔진과 동력계, 펌프설비 등을 구축했다. 선박엔진 시스템 검증을 위한 평가장비를 완벽하게 갖추고 로이드선급과 함께 관련 인증 검사를 진행하겠다는 복안이다.

KCCUS기술연구원 앞에 버스정류장을 모델로 한 ZERO-C가 설치되어 있다. ZERO-C는 DAC(Direct Air Capture), 즉 직접공기포집 방식을 적용한 로우카본의 독자 모델이다. DAC 기술개발을 위해 시제품으로 만든 설비는 이보다 훨씬 크기가 크다. 꼭 필요한 핵심 기능을 넣는 양산형 모델이라 할 수 있다.

▲ 버스정류장을 모델로 한 ZERO-C 사업화 모델(오른쪽)로 매월 50kg 이상의 CO2를 포집할 수 있다.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한 달에 50kg 이상까지 포집하도록 설계가 됐죠. ZERO-C가 차지하는 공간이 딱 2.4평입니다. 이 장비 한 대로 30년생 소나무 91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어요. 소나무 91그루를 심기 위해서는 약 165평의 공간이 필요하지만 ZERO-C는 2.4평이면 가능합니다. 교통량이 많은 도심 한복판에 ‘인공숲’ 하나를 조성하는 셈이죠.”

기존에 서울 도심에 설치된, 공기청정기가 적용된 ‘스마트 쉘터’ 구축 제작비용 정도면 ‘인공숲’ 설치가 가능하다고 한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CO2의 실시간 포집량, 장비 가동시간, 누적 포집량 등을 핸드폰으로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강진군청에 설치된 ZERO-C의 실시간 데이터를 보면, 공기 중에 포함된 420ppm의 이산화탄소가 제로로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한국CCUS기술연구원 내 통합관제센터에서 강진군청에 설치된 ZERO-C 시스템 운영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직접포집에는 액상형 CO2 포집·전환 촉매인 KLC을 적용하고 있다. 반응기 내에서 액상 촉매의 유속을 제어해 공기 중 CO2를 바로 흡착한다.

“KLC는 반응과 동시에 탄산나트륨(Na2CO3, 탄산소다)이나 탄산수소나트륨(Na2HCO3, 베이킹소다)으로 전환이 되기 때문에 전환설비를 따로 둘 필요가 없어요. 그래서 시스템 구조와 운영이 간단하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CO2가 포집된 액상물질을 회수하면서 촉매를 보충하게 됩니다. 포화가 완료된 탄산나트륨이나 탄산수소나트륨 용액은 수분을 날리고 정제해서 자원화할 수 있어요. 콘크리트를 타설할 때 레미콘 반죽에 3% 정도 혼합하면 공극을 메우면서 강도도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죠. 이런 실증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 DAC(직접공기포집) 기술개발을 위해 만든 시제품으로 3개의 깔때기를 통해 공기를 빨아들인다.

로우카본의 KLC는 ‘CO2 광물탄산자원화’ 기술에 든다. 포화액을 건조하면 1차로 94.5% 순도의 탄산나트륨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2차 가공으로 순도를 높일 수 있지만, 이 과정에 드는 에너지를 고려해야 한다. 되도록 1차 가공물을 그대로 쓰는 편이 바람직하다.

버스정류장 천장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로 얻은 전기로 ZERO-C를 운전할 수 있다. CO2 포화가 완료된 촉매의 교체 주기는 수소이온농도(pH)로 판단한다. 이온농도 교체주기는 pH 13.0을 기준으로 하며, 이 또한 앱으로 확인할 수 있다.

美 셰일가스 활용한 블루수소 생산 추진

본사 건물 바로 앞에 1공장이 있다. 바로 이곳에서 GTS와 LCLS, KLC를 생산한다. 같은 생산설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산효율이 높다. 이날은 중국 수출용 GTS 제품이 공장 안에 가득 쌓여 있었다.

1공장은 난방을 위해 온수보일러 3대를 운영 중이다. 액화석유가스(LPG)가 연소할 때 나오는 배가스를 반응기로 보내 CO2를 포집·전환하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도 KLC 촉매를 적용하고 있다.

▲ 온수보일러에서 나오는 CO2 포집·전환 설비.

“보일러 한 대당 하루 최대 180kg의 CO2가 나옵니다. 세 대를 합쳐 총 540kg을 포집할 수 있는 설비죠. 통상 보일러 두 대를 가동하기 때문에 하루 평균 360kg의 CO2를 포집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생산부문장인 노창래 상무의 말이다. KLC 촉매는 순환을 통한 재사용이 가능하다. 다만 처음에는 그 양이 많이 든다.

“하루에 블루수소 100톤을 생산하려면 360일 기준 연간 15.1만 톤의 KLC가 필요합니다. 현재 미국에서 셰일가스를 활용해서 하루 10톤급 블루수소 생산공장 2개를 짓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요. 이곳 1공장의 생산량이 연 3만 톤 규모니까 이보다 큰 규모의 공장이 있어야 초과 수요에 대한 대처가 가능하죠. 그래서 바로 앞 강진산단 부지에 2025년 1월 완공을 목표로 연 40만 톤 규모의 공장을 증설 중에 있습니다. 현재 EPC(설계·조달·시공) 설계 중으로 반응기나 필드탱크는 이미 발주를 낸 상태죠.”

이게 다가 아니다. 로우카본은 한국가스기술공사와 손을 잡고 강진산단에 블루수소 생산공장을 짓기로 했다. 하루 10톤의 수소를 개질할 때 나오는 100톤가량의 CO2를 포집해서 광물탄산물질로 자원화하는 CCU 사업을 병행하게 된다. 이렇게 생산한 블루수소는 4.2MWh 규모의 연료전지발전단지, 수소충전소 등에 공급할 계획이다.

1공장은 자동화 공정이 적용돼 있다. 종합상황실의 모니터를 통해 각 라인의 운전 현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이 모니터링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서 연 40만 톤급 생산공장을 구축하게 된다.

▲ 1공장 2층의 종합상황실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 1공장 내 반응기로 연 3만 톤을 생산할 수 있다.
▲ 중국 수출용 GTS 고형 제품이 수출용 톤백에 담겨 있다.

본사 집무실로 이동해 만난 이철 대표이사도 같은 말을 했다. 그는 블루수소 생산공장 ‘국내 1호’ 타이틀을 강진에서 받을 생각이다. 또 미국에서 추진 중인 하루 10톤 규모의 블루수소 생산공장 준공에 앞서 연 40만 톤 규모의 KLC 생산공장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블루수소의 경우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메탄을 개질할 때 나오는 다량의 탄소를 포집해서 지중에 격리하는 CCS 방식의 사업을 검토하고 있지만, 영구격리가 가능한 저장소를 찾는 일부터가 만만치 않습니다. 로우카본은 탄소자원화를 통한 CCU로 승부를 볼 생각이죠. 우선 국내와 미국 시장, 이렇게 투 트랙(Two-track)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순천에 있는 해룡산단에도 블루수소 생산공장을 짓기로 했다. 2022년 7월에 한국가스기술공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추진 중인 사업으로 3만㎡(9,300평) 부지에 수소생산공장, 수소충전소, 연료전지발전소 등이 포함된 수소융복합시설을 구축하게 된다.

로우카본은 수소융복합시설 구축을 위한 부지 확보와 재원 조달, CCU 설비 구축을 위한 기술개발과 상용화를 맡고, 가스기술공사는 수소융복합시설에 대한 EPC, O&M(운영·유지관리)을 수행하게 된다.

이철 대표는 지난해 11월에도 미국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그는 “셰일가스를 개질할 때 나오는 CO2를 로우카본의 핵심기술이 담긴 포집·전환 촉매제인 KLC로 처리하는 블루수소 생산공장을 짓기 위해 미국에 약 1만2천 평의 공장 부지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 미국 휴스턴 미래센터의 브렛 펄만(Brett Perlman) CEO와 수소 허브단지 조성을 위한 회원사간 업무협약을 맺었다.

“미국 진출의 경우 처음엔 텍사스주 휴스턴을 염두에 뒀어요. 휴스턴 미래센터(Center For Houston’s Future) 수소위원회에 위원사로 참여하고 있기도 하죠. 휴스턴이 부지 비용이 비싼 편이라 기후환경 사업에 관심이 크고 부지 비용도 저렴한 플로리다로 눈을 돌렸습니다. 작년 4월에 처음 방문해서 현장을 확인했어요. 주정부 인사들이 인허가에 적극적이고, 상하원 의원들도 CCU 사업에 큰 관심을 보이더군요. 미국에서 생산하게 될 블루수소의 잠재 고객인 한 공공기관에서 하루 2톤 규모의 수소생산 시범사업을 제안하기도 했죠. 우주항공 로켓 발사에 등유를 쓰는데, 이게 오존층에 문제를 일으켜서 비판을 받고 있어요. 여기에 청정수소를 혼소하는 사업도 가능합니다. 이 또한 로우카본의 포트폴리오에 든다고 할 수 있죠.”

▲ 미국 ‘스페이스 플로리다’의 프랭크 디벨로 CEO와 청정수소 구매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KLC·DAC 기술 앞세운 ‘환경백신기업’

로우카본은 지난 2016년 9월에 창업했다. 본사에서 1km 거리에 있는 전라남도환경산업진흥원 창업보육센터 209호에서 출발했다. 지금도 사업자등록증에는 이 주소가 기재되어 있다.

역사로 보면 채 10년이 되지 않은 벤처기업이지만, 기술개발의 역사를 보면 15년이 훌쩍 넘는다. 이철 대표이사는 지난 2005년 중국 베이징에 연구 법인을 설립하고 10년간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저감 기술을 개발해왔다.

“연소 촉매 개발부터 시작해서 이후 전처리 탈황제 개발로 방향을 바꿨죠. 기술개발을 완료한 시점에 계약이 미뤄지다 사드(THAD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가 터지면서 국내 복귀를 결정하게 됐어요. 중국에서 이미 완성한 기술을 들고 국내에서 재창업을 한 셈이죠.”

2015년 1월에 시행된 화학물질관리법에 준해 모든 업종의 생산기지 구축이 가능한 전남 강진을 출발지로 삼았다. 부지가 저렴했고 지역의 지지도 컸다. 이 대표는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기술등급 평가에서 T1을 받았고,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 창업자금으로 45억 원이 넘는 돈을 지원받았다.

“창업 자금을 담보 하나 없이 신용, 기술로만 받았어요. 중국에서 10년간 연구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 지난 2018년에 미국과 중국에 출원한 특허(탈황용 촉매를 이용한 탈황 시스템 등)가 큰 도움이 됐죠. 그렇게 해서 2년 만에 1공장을 세웠고 2021년부터 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로우카본은 전처리 탈황제 사업과 더불어 KLC 기술을 접목한 블루수소 생산, DAC 직접공기포집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는 탄소중립에 대한 시대적 요구, 청정수소 시장의 성장과 깊은 관련이 있다.

▲ 이철 대표이사는 로우카본을 “블루수소 생산에 최적화된 CCU 기술을 제공하는 기후기술기업”으로 소개한다. 

이철 대표는 수소사회 전환에 맞춘 로우카본의 전체 사업을 ‘우라노스(Uranus) 프로젝트’로 명명했다. 대기 중 수소농도가 83%에 이르는 ‘우라노스(천왕성)’에 빗대어 수소에너지 전환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비전을 담았다.

“메탄을 개질한 그레이수소가 비판을 받는 건 CO2 때문이죠. 로우카본은 바로 이 이산화탄소를 자원화해서 활용하는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어요. 실제로 민간발전소, 소각장, 유리생산공장, 제철소 같은 CO2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업장에서 로우카본의 CCU 기술에 관심이 많습니다. KLC는 CO2를 포집하는 것과 동시에 탄산나트륨으로 자원화할 수 있어요. 여기에 전기를 걸어 그린수소(KGH)를 생산하는 것도 가능하죠. 이런 기술들을 접목한 ‘유러너스’(그는 이렇게 발음한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ZERO-C를 앞세운 DAC 기술도 눈여겨봐야 한다. 하루 500kg의 이산화탄소를 공기 중에서 바로 포집하기 위한 모듈 제작도 한창 진행 중이다. 여기에도 물론 KLC와 ZERO-C 기술을 접목하게 된다.

▲ 로우카본에서 생산한 GTS와 KLC, 동결건조 과정을 거쳐 자원화한 탄산나트륨.

“국내에서 화력발전에 쓰고 있는 탈황설비는 대부분 후처리 방식을 택하고 있어요. 전처리, 후처리 방식을 결합하면 더 효율적으로 황을 처리할 수 있는데도 기존의 배연탈황(FGD) 설비를 고수하죠. 연소로탈황(DICF) 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국내에 팔지 못하고 외국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기존 업계의 저항이 만만치 않고, 신기술 도입에 대한 편견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더 치열하게 임하고 있죠.”

그 열정이 눈에 보인다. 이 대표는 고 정주영 회장의 자서전 제목이기도 한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말을 좋아한다. “포기하지 않으면 실패하지 않는다. 이 또한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라는 것이 그의 확고한 신념이다.

로우카본은 블로그나 유튜브 같은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전남 강진이라는 지리적 약점을 극복하고 회사의 활동을 널리 알리기 위한 효과적인 홍보 수단이다. 유튜브의 경우 환경 예능, 로우카본 뉴스·기술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4K 웹드라마까지 제작해서 공개하고 있다. ‘러브 인 블루’는 블랙코미디를 담은 SF 로맨스 장르로 강진 본사를 배경으로 촬영이 이뤄졌다.

“처음으로 여름휴가를 보낼 때 떠오른 아이디어를 들고 작가와 논의해서 스토리를 만들었어요. CCUS 관련한 제도나 인증 못지않게 기후변화에 대한 대중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죠. 미국만 하더라도 이산화탄소 저감 관련 사업에 관심이 큽니다. 미국에서 추진 중인 블루수소 사업을 위해 EPC를 맡은 CCC그룹의 담당자들이 조만간 강진을 찾을 예정입니다.”

방한 일정은 1월 중순으로 잡혀 있다. CCC그룹은 미국의 산업 공정, EPC 분야에서 2019년 수주금액 기준 17위에 오른 기업으로, 시멘트공장과 비료공장 건설에 대한 EPC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양사가 지난 11월에 맺은 양해각서(MOU)에는 블루수소 생산공장 건설, 로우카본의 CCU 플랜트 건설, DAC 플랜트 건설, ZERO-C OEM 제작 등이 포함되어 있다. 국내에서 가스기술공사와 추진 중인 사업과 더불어 미국에서도 로우카본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기회의 문이 열릴 수 있다.

▲ 미 플로리다의 블루수소 생산시설 조감도로, 셰일가스 개질 과정에 로우카본의 CCU 기술을 접목하게 된다.

“수소사업과 관련해서 로우카본의 기술을 응용할 곳이 많습니다. 경쟁자의 시선으로만 보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협력관계를 만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지구의 파란 하늘을 지켜가겠다는 마음으로 출발한다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업들은 환경 규제에 맞서 현 사업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CCU 기술은 이에 대한 현실적인 해결책과 대안을 제시한다. 다만 지구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 방식으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그 목표를 달성하느냐가 관건이다. 검증의 칼날은 날카롭고, 성과의 열매는 달다.

미국 시장 진출에 나선 로우카본이 블루수소 사업에 성공한다면 K-CCU 기업으로 ‘BTS(방탄소년단)’급 조명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로우카본의 향후 행보에 거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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