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국토교통부가 지정하는 ‘국가산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도 그럴 것이 전국에서 신청한 후보지가 19곳이나 된다. 정부는 이 중에서 6곳 정도를 선정할 예정으로 경쟁률은 3대 1이다.

이들 19개 후보지 중 수소 관련 국가산단은 3곳이다. ‘수소특화 국가산단’으로 신청한 전북 완주, ‘내포 뉴그린 국가산단’으로 신청한 충남 홍성, ‘원자력수소 국가산단’으로 신청한 경북 울진이 여기에 든다.

이 중에 선정이 가장 유력해 보이는 곳은 울진이다. 현 정부가 원전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고, 환경부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안에 원자력을 포함하는 개정안을 확정했다.

원전은 전력생산 과정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전원별 생산단가가 가장 저렴해 청정수소 생산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유럽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에너지 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 영국, 프랑스를 중심으로 원전수소를 청정수소에 포함시키고 있다.

“원전수소는 재생에너지 자원이 제한적인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안보’와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김찬수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수소연구실장의 말은 이에 근거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초고온가스로(VHTR)를 활용한 원자력수소 핵심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저온수전해 분야도 원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그리드에서 안정적으로 공급받는다면 비교적 수월하게 청정수소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그레샴의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한다’는 경제이론이 있다. 액면가는 그대로인데 주화에 불순물이 많이 섞이면 섞일수록 좋은 주화는 나중에 팔아도 돈이 되니 집안에 고이 모셔두고 물건을 구입할 때 질이 나쁜 주화를 쓰게 된다. 그래서 결국 시장에는 나쁜 주화(악화)만 넘쳐난다.

‘원전수소’를 악화,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그린수소’를 양화로 보면 어떤가. 원전에서 나오는 핵폐기물은 여전히 큰 골칫거리다. ‘불순물’이야 보이지 않는 곳에 격리하면 된다. 블루수소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CO2도 마찬가지다.

시장은 경제성을 쫓아 움직인다. 그래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게 된다. 그렇다 해서 양화의 가치가 상실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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