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31 (월)

INSIDE

글로벌 공조기술 담은 공랭식 냉각기, 하이에어코리아

선박 공조시스템 분야 ‘글로벌 1위’ 기업
조선업 불황 타개 위해 ’17년부터 수소사업 추진
두산퓨얼셀 PAFC 연료전지 모듈 양산라인 운영 중
창녕공장서 수소충전소용 ‘공랭식 냉각기’ 생산
“올해 35곳 이상 수주”…김해를 대표하는 수소전문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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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6월 수소전문기업 11곳을 처음으로 지정했다. 하이에어코리아(HI AIR KOREA)는 바로 여기에 이름을 올렸다.

 

하이에어코리아는 수소 관련 주력 제품으로 두산퓨얼셀의 발전용 연료전지에 들어가는 연료전지 모듈을 양산해왔다. 수소전문기업 선정 당시에도 ‘개질기를 포함한 연료전지 모듈’ 회사로 분류가 됐다.


연료전지 모듈 생산 공장은 경남 창녕에 있다. 김해시 진례면에 있는 본사가 아닌 창녕공장을 먼저 찾은 이유다. 현장에 도착하자 5동을 나란히 붙여 지은 연료전지 공장이 보인다. 그 왼편에 있는 공장은 65억 원을 들여 지난 3월에 준공했다. 수소충전소에 들어가는 냉각기(칠러) 생산을 위해 증설한 공장이다.  
 

 

두산퓨얼셀에 발전용 연료전지 모듈 납품
수소사업 영업팀의 성창헌 부장을 따라 공장을 둘러본다. 먼저 연료전지 공장이다. 하이에어코리아는 지난 2017년부터 두산퓨얼셀의 440kW PAFC(인산형연료전지)에 들어가는 탈황기와 개질기(수소추출기)를 만들어왔다. 철제 프레임에 올린 스키드 형태의 연료전지 모듈을 생산해 두산퓨얼셀에 납품하고 있다. 


“여기 있는 제품은 부생수소 전용이라 개질기는 빠져 있고 탈황장치만 달려 있어요. 충남 서산에 있는 대산 연료전지발전소에 들어간 제품들이 여기에 들죠. 보통은 탈황장치와 개질기가 같이 들어갑니다.”

 


바로 옆 동에서는 개질기를 단 제품을 조립하고 있다. 천연가스를 개질하는 수소추출기 내부에는 여러 개의 관이 들어간다. 한 직원이 프로그램 값을 입력하자 로봇 팔이 움직이며 자동으로 아르곤아크용접을 진행한다.


하이에어코리아는 연간 150MW급의 발전용 수소연료전지 모듈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확보하고 있다. 배관의 절단과 용접, 프레임 제작, 도장 작업 등이 모두 이곳 창녕공장에서 이뤄진다. 


1988년 설립된 하이에어코리아는 선박 공조시스템 분야의 글로벌 1위 기업이다. 선박을 중심으로 육상과 해상의 플랜트 설비에도 일가견이 있는 중견기업이다. 


“국내 조선기자재 업체 중에서 엔지니어링(설계)을 하는 업체는 많지 않습니다.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 포스코건설, 한국수력원자력의 주요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화력과 원자력, 담수 플랜트 공사를 진행한 이력이 있죠. 설계, 조달, 시공을 아우르는 EPC 사업에서 쌓은 노하우를 수소사업에 접목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선박 공조시스템 분야에서 하이에어코리아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38%, 국내시장 점유율은 96%에 이른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모든 조선사에 제품을 납품한다고 보면 된다. 선박용 공조기, 냉동기, 환기장치, 화재 발생 시 공기를 차단하는 댐퍼, 배기가스의 황산화물을 줄이는 스크러버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한다.


하이에어코리아가 수소사업에 뛰어든 건 지난 2017년이다. 조선 경기가 나빠지면서 수주 불황이 이어졌고, 2014년 이후로 조선사의 일감이 크게 줄면서 매출이 급감하던 시기였다. 조선업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신규 시장으로 주목한 것이 수소사업이었다. 

 


“2017년에 두산퓨얼셀과 함께 개발에 들어가 최초로 국산화에 성공했고, 꾸준한 개발과 설비 투자로 연료전지 모듈 양산라인을 안정적으로 구축했죠. 불량이 없는 제품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적기에 납품하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하이에어코리아는 올해 수소충전소용 칠러를 새롭게 출시했다. 자체 개발을 통해 사명을 걸고 출시한 제품이라 기대가 크다. 시장의 반응도 좋다. 성창헌 부장은 “올해 수주한 충전소 수만 35곳에 이른다”고 한다. 


하이에어코리아는 시중에 주로 적용된 수랭식 칠러에 대항하기 위해 공랭식 칠러로 차별화를 꾀했다. 제품 개발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선박용 공조기나 냉동기에 적용해온 기존 기술을 수소충전에 맞췄다고 보면 된다.


“김해 본사의 기술연구소에서 작년 8월부터 개발에 들어가 올해 1월에 시제품이 나왔죠. 그 일정에 맞춰 창녕공장을 짓고 직원도 새로 들였습니다. 올 3월부터 이곳 창녕에서 양산을 진행하고 있죠.”
 
수소충전소용 공랭식 칠러 출시
두산퓨얼셀의 발전용 연료전지 상단에는 물을 식히는 일종의 방열기 모듈인 CMA(Cooling Module Assembly)가 달려 있다. 6개의 원형 팬을 돌려 열을 식히는 냉각장치라 할 수 있다. 하이에어코리아는 효율을 개선하고 소음을 낮춘 CMA 신제품을 지난해에 개발했다. 


“수소충전소에는 메인칠러, 서브칠러 이렇게 두 대의 냉각기가 들어갑니다. 여기에 CMA를 같이 설치해서 봄가을에는 서브칠러 대신 운용할 수 있죠. 초기에는 설비비가 더 들지만, 전기료가 적게 들어 1년 반이면 비용 회수가 가능해요. 두 대의 칠러와는 별개로 운전이 되기 때문에 서브칠러의 고장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죠.”


메인칠러, 서브칠러, CMA의 조합은 장기유지비 측면에 이점이 있다. 설치비 차이가 크지 않다면 CMA를 보조 냉각기로 쓰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창녕공장을 나서 북쪽으로 달린다. 차로 1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김해시 진례면에 있는 하이에어코리아 본사다. 


하이에어코리아의 관계사는 모두 7곳이다. 하이에어공조, 하이닥트, 태일송풍기, 현대선기, 하이에어코리아의장, 하이에어코리아서비스, 노벤코가 여기에 든다.

 
여기서 노벤코(Novenco)란 이름에 주목해야 한다. 하이에어코리아는 지난 1988년 덴마크 노벤코의 한국법인인 ‘하이프레스(Hi-Pres)’로 국내에 처음 진출했다. 하이에어코리아로 사명을 바꾼 건 2006년이다. 당시 노벤코그룹은 덴마크계 사모펀드에 인수가 됐고, 이후 2013년에 하이에어코리아가 노벤코를 인수하면서 조선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의 중소기업이 덴마크 모기업을 인수한 사례로는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죠. 휠라코리아가 이탈리아 휠라 본사를 인수한 것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금도 덴마크, 호주, 싱가포르에 지사를 두고 노벤코란 브랜드를 유지하고 있죠.” 


김해 본사에는 하이에어공조, 하이닥트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본사 안쪽에 있는 시험실로 든다. 시추선에서 공조용으로 사용하는 대형 칠러에 대한 시험이 한창이다. 냉각수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수랭식 칠러 테스트 장비를 잘 갖추고 있다.

 


“해상의 선박용 장비는 파도에 따른 움직임이 크고 운전 조건이 나빠요. 그래서 성능에 대한 요구도가 높고 안전 인증도 더 까다롭죠. 수랭식 칠러 기술은 이미 확보한 상태지만, 시장의 차별화를 위해 공랭식 칠러를 새로 개발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하이에어코리아는 공랭식 칠러 개발에 필요한 항온항습 시험설비를 갖추고 있다. 외기 온도를 임의로 낮추거나 올려 장치의 부하시험을 진행하는 설비다. 하이에어코리아의 공랭식 칠러는 최저온도 영하 15℃, 최고온도 45℃에서 성능 검증을 완료해 신뢰성을 확보했다.

 


기술연구소의 강태욱 소장은 공랭식의 가장 큰 장점으로 두 가지를 든다. 첫째, 응축기의 냉각수 배관이 불필요해 배관이나 정비 설비가 간편하다. 둘째, 메인칠러와 서브칠러의 단독 운전이 가능해 냉각 용량, 소비전력 감소 효과로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다.


“타사의 수랭식 제품은 서브칠러가 메인칠러의 방열과 흡수를 돕는 형태로 냉각수 배관이 서로 연결돼 있어요. 우리는 이를 분리한 독립 설계로 시스템을 단순화하면서 소비전력을 개선했죠. 또 인버터 압축기를 채용하고, PLC(자동제어프로그램)에 냉동 공조에 특화된 지멘스 사의 클라이매틱스(Climatix) 시리즈를 적용했어요.”


수소충전용 냉각기의 경우 시스템 신뢰성이 중요하다. 기존 열팽창밸브(Thermal Expansion Valve) 대신 전자식 팽창밸브(Electric Expansion Valve)를 적용해 냉매 유량의 제어를 최적화해 가혹 조건에서 성능을 보장한다. 또 서브칠러에 비교적 낮은 압력에서 작동하는 R-134a 냉매를 적용해 혹서기 안전성을 높였다. 


“공랭식은 배관 공사가 필요 없고, 배관에 부동액을 주입하거나 청관제를 쓸 일이 없어 제품의 설치나 정비가 간편해요. 또 메인칠러의 경우 2단 인버터 압축기를 적용해 최대 70Hz까지 운전할 수 있어 고부하 대응이 용이하죠. 전체적으로 소비전력을 30% 정도 절감했고 저소음으로 운전이 됩니다.”


하이에어코리아는 기존 공랭식 제품의 단점을 크게 개선한 제품으로 수랭식 제품이 주류인 수소충전소 냉각기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강태욱 소장은 “운영비 부담을 줄이면서 혹서기 대응을 통한 시스템 안전성 확보에 특히 신경을 썼다”고 한다. 여기에 CMA라는 옵션을 넣어 선택의 폭을 넓혔다. 
 


종합 공기조화기술 시스템 업체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암모니아수 흡수제를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서 저장하는 선박용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시스템(OCCS: Onboard CO2 Capture System) 장비의 기술 검증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장비를 개발한 곳이 바로 하이에어코리아다. 대우조선해양의 기본 특허를 기반으로 하이에어코리아의 배기·정화기술을 적용했다.


암모니아수(NH4OH)로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저장하는 습식 포집공정에 광물탄산화 기술을 더했다고 볼 수 있다. 장치의 규모에 따라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다르게 설계할 수 있고, 흡수제는 재생 후 다시 사용할 수 있어 에너지 손실이 거의 없다.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H2 MEET 전시회에서 하이에어코리아의 전영권 부사장을 만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CO₂ 포집·저장장치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선박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광물 형태로 저장하면 운송이나 안전 면에 여러 가지 이점이 있어요. 스크러버 안에서 암모니아수로 포집한 이산화탄소에 소석회(수산화칼슘) 분말을 투입해서 탄산칼슘(CaCO3)으로 만들어 저장탱크에 보관하게 되죠. 탄산칼슘은 배가 항구에 도착했을 때 처리하면 됩니다. 암모니아수는 수처리 장치를 거쳐 재순환시키게 되죠.”

 


대우조선해양은 CO2 포집·저장 장비를 실제로 LNG운반선에 설치해 기술 검증을 완료했다. 광물탄산화 기술은 이론적으로 이산화탄소의 영구 보관과 저장이 가능해 향후 자원 재활용에 널리 쓰일 수 있다. 육상 플랜트의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공정에도 활용될 수 있다.


“친환경 기술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선박의 탈탄소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어요. 글로벌 기업들이 탄소중립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고, 수소사업도 이런 큰 틀에서 추진되고 있죠. 하이에어코리아는 운전 조건이 까다로운 선박시장에서 35년간 축적한 공조기술을 수소 쪽에 적용하고 있어요. EPC가 가능하고, 관계사를 통한 양산체계를 잘 갖추고 있다는 점이 우리만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이에어코리아는 김해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5월에는 22개의 지역 업체가 참여한 김해수소기업협의회를 꾸리고 회장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회원사는 25개로 늘었다.


부산, 울산 지역과 인접한 경남은 자동차, 조선, 항공 등 핵심 산업이 몰려 있어 수소모빌리티와 수소충전 인프라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 실제로 부울경은 수도권 다음으로 수소차량이 많이 보급됐고 충전소 숫자도 엇비슷하다. 향후 액화수소 사업이나 암모니아를 활용한 수소사업에도 큰 강점을 보일 수 있다. 


하이에어코리아는 그동안 주연보다는 ‘조연’의 자리를 지키며 수소전문기업의 길을 묵묵히 걸어왔다. 이제 선박용 냉동기술을 수소충전에 적용하면서 자신만의 강점을 십분 발휘하기 시작했다.  


하이에어코리아는 천연가스 개질기를 포함한 수소연료전지 모듈, 암모니아 개질기, 이산화탄소 포집장치, 수전해 설비 등을 생산하는 종합 공기조화기술(HVAC; Heating, Ventilation & Air Conditioning) 시스템 업체로 수소산업의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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