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소경제 박상우 기자] 정부는 지난 2019년 1월에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서 천연가스 공급망에 대규모・거점형 수소생산기지를, 수요처 인근에 중・소규모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이에 산업부는 LPG・CNG충전소 또는 버스 차고지 등 수소 수요지 인근에서 LNG 로 수소를 생산해 수소버스 충전소에 우선적으로 공급하고 잔여량은 인근 수소충전소에 공급하는 사업인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그해 3월부터 4월까지 신청을 받았다.

이후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수소차 보급 및 충전소 구축 계획과 수소버스 보급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서울 강서구, 창원, 삼척 3곳을 소규모 생산기지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서울 강서구 사업시행자인 한국지역난방공사가 협약체결 시한인 10월 말까지 주민 수용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사업포기 의사를 밝히자 재공고를 냈고 2019년 하반기에 경기도 평택시가 최종 선정됐다.

이듬해인 2020년에는 대전 동구, 부산 기장, 강원 춘천, 인천 중구, 전북 완주 등 5곳에 소규모 수소생산기지가 추가로 선정됐고, 한국가스공사 주도로 경남 창원, 광주 광산 2곳에 중・대규모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하기로 했다.

지난해 3월 국내 1호 소규모 수소생산기지가 창원 수소에너지 순환단지에 준공됐다. 이 단지에는 제이엔케이히터에서 개발한 하루 500kg짜리 수소추출기 2기가 설치돼 하루에 1톤의 수소를 생산한다. 

이곳에서 생산된 수소는 생산기지에 붙어 있는 성주수소충전소를 비롯해 인근의 수소충전소에 튜브트레일러로 공급된다. 이를 위해 배관이 연결된 수소출하장을 새로 마련했고, 튜브트레일러 2대가 드나드는 공간도 확보했다. 

이어 2호 소규모 수소생산기지인 평택 수소생산기지가 지난 7월 27일에 완공됐다.

▲ 규모가 훨씬 커진 평택 수소생산기지.

수도권 첫 수소생산기지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아산국가산업단지에 들어선 평택 수소생산기지는 수도권에 처음 구축된 수소생산기지다. 

이 기지는 배관을 통해 소매 도시가스사업자인 삼천리로부터 도시가스를 받아 하루 최대 7톤, 연간 2,450톤의 수소를 생산할 예정이다. 당초 수소생산기지 인근에 있는 한국가스공사의 LNG인수기지에서 천연가스를 받아 수소를 생산할 계획이었으나 현행 규정에 따라 삼천리로부터 도시가스를 공급받기로 했다. 

현행 도시가스사업법상 수소 제조를 위한 천연가스는 △도시가스 공급 △가스공사 직공급 △직수입을 통해 공급할 수 있다. 도시가스 공급의 경우 일반수요자가 도시가스업체로부터 공급을, 가스공사 직공급은 100MW 이상 발전용 등 대량수요자가 가스공사로부터 공급을 받는다.

그런데 대량수요자에 대규모 수소제조시설이 포함되지 않아 수소생산기지를 추진 중인 가스공사는 자체적으로 가스를 공급할 수 있음에도 일반수요자 자격으로 도시가스업체로부터 가스를 공급받아야 한다. 이로 인해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해 수소 가격경쟁력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지난 2020년 10월에 열린 제2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대량수요자에 대규모 수소제조시설을 포함해 도시가스 공급 또는 가스공사 직공급을 선택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려 했으나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평택 수소생산기지는 인근에 있는 LNG 인수기지가 아닌 삼천리로부터 가스를 공급받는 것이다.

생산 규모의 경우 당초 하루 1톤 생산을 목표로 산업부 예산 50억 원을 투입했으나 경기도・평택시 및 민간에서 향후 수요 확대를 감안해 추가로 181억5,000만 원을 투자하면서 하루 생산 규모가 7톤으로 확대됐다. 이는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 최대 충전량이 6kg인 것을 감안하면 연간 43만 대 수소차에 연료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이 기지에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개발하고 국내기업 원일티엔아이가 제품화해 지난 2020년 조달청 혁신시제품으로 지정된 국산 수소추출기가 설치됐다. 이 추출기는 하루 최대 600kg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나머지 6,400kg은 독일 칼로릭(CALORIC)의 수소추출기가 생산하며, 이 추출기의 주요 부품을 원일티엔아이가 제작・공급했다.

이같이 평택 수소생산기지는 국산 추출기와 외산 추출기를 동시에 가동하기 때문에 성능을 비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관련 기술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 가스배관 뒤로 원일티엔아이의 수소추출기가 보인다.
▲ 컨테이너 형태로 설치된 원일티엔아이의 수소추출기와는 다르게 펼쳐놓은 듯 설치된 칼로릭의 수소추출기.

원일티엔아이는 한국가스기술공사가 전북 완주에 구축할 2.4톤급 수소생산기지에 600kg급 수소추출기 4기를 공급할 예정이다. 완주 기지는 내년 6월에 상업운전을 개시한다는 목표다. 가스기술공사가 이르면 올 연말에 상업운전을 개시할 1.2톤급 부산 수소생산기지에는 제이엔케이히터의 600kg 수소추출기 2기가 설치된다. 

또 가스기술공사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원일티엔아이가 개발 중인 2톤급 수소추출기를 평택 수소생산기지에 설치할 예정이다.

가스기술공사의 이영현 수소생산사업부장은 “현재 설비개발은 완료됐고 설치를 위한 상세설계에 들어갔으며 이르면 올 연말에 착공해 내년부터 시험 운전을 할 계획”이라며 “상용화가 되면 이 기지의 하루 생산량은 9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이 추출기를 통해 생산되는 수소의 순도는 99.995%이며 수소를 뺀 혼합 가스는 ‘테일가스 버퍼 탱크(Tail Gas Buffer Tank)’에 저장됐다가 추출기 버너 연료로 사용한다. 

이영현 부장은 “도시가스를 주 연료로, 혼합가스를 보조 연료로 사용한다”며 “도시가스만 사용하면 추출기 효율이 약 75%이지만 혼합가스를 사용하면 95%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는 두 군데에서 발생하는데 수소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테일가스로 사용되고 버너에서 가스를 태우는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향후 탄소포집기술을 통해 포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생산된 수소는 23kg 수소저장용기 12개를 하나로 묶은 276kg 예비 수소저장용기에 저장되거나 최대 8대의 튜브트레일러에 공급된다.

평택 수소생산기지는 지난 8월 29일부터 원일티엔아이의 수소추출기를 통해 수소생산・공급을 시작했지만 본격적인 상업운전은 11월 초에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영현 부장은 “독일 칼로릭의 수소추출기를 시험 운전하려면 칼로릭 본사 직원이 와야 하는데 여러 사정으로 인해 9월 중순부터 시험 운전이 진행될 예정이어서 상업운전을 11월 초에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평택 수소생산기지는 상업운전이 본격 시작되기 전까지 평택시 위주로 수소를 공급하다 상업운전이 시작되면 수도권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서울시가 추진 중인 버스전용 충전소에 공급하는 것과 하이넷 당진수소출하센터와 연계해 수요처를 발굴하는 것 등을 추진해 주요 수요처를 확보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2025년까지 수소버스 1,000대를 도입하고 버스전용 충전소 11개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 서울 시내를 달리는 수소버스는 지난 7월 기준으로 15대이며 버스전용 충전소는 강동공영차고지 인근과 강서공영차고지 내부 2곳뿐이다.

▲ 튜브트레일러를 8대까지 세울 수 있는 출하장.

지난해 4월부터 가동 중인 하이넷 당진수소출하센터는 현대제철로부터 부생수소를 정제한 고순도 수소를 공급받아 연간 최대 2,000톤의 수소(연간 수소승용차 1만3,000대 분)를 서울・경기・충남・충북(일부)・전북(일부)까지 공급하고 있다. 

그런데 당진수소출하센터는 현대제철의 정기 정비 기간(한 달)에는 수소공급이 불가해 평택 수소생산기지가 대신해 수소를 공급할 예정이다. 평택 수소생산기지의 역할이 더욱 커진 이유다. 이와 관련해 평택 수소생산기지는 당진수소출하센터 운영사인 수소에너지네트워크와 협약을 체결했다. 

평택 수소생산기지가 본격적으로 상업운전을 시작하면 울산, 여수, 대산에서 수도권으로 공급될 때의 운송비가 50%가량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전국에 공급할 수 있는 수소의 96%는 석유화학단지가 있는 울산, 여수 등 남부지역에 편중되어 있어 수도권에 공급되는 수소 가격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이런 가운데 해당 기지의 주관기관인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은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이 기지 옆에 있는 부지에 하루 16.2톤의 수소를 생산하는 중・대규모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한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한국가스공사, 평택시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2021년도 중・대규모 수소생산기지 사업자에 선정된 바 있다. 

현재 평택 중・대규모 수소생산기지 설계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완료되는 대로 발주를 거쳐 올해 12월에 착공할 계획이다. 준공 목표 시점은 2023년 6월이나 상황에 따라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대규모 수소생산기지까지 가동되면 평택에서 생산되는 수소로 서울과 수도권의 수요를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데다 충전가격이 더 저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평택 수소복합지구 조성사업 핵심
무엇보다 평택 수소생산기지는 평택시가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평택항 탄소중립 수소복합지구 조성사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평택시가 전국 최초로 추진하는 ‘평택항 탄소중립 수소복합지구’는 수소특화단지, 수소도시, 수소항만이 융합돼 수소의 생산과 활용이 평택항 일대에서 이뤄지고 연관 산업이 집적화되는 복합지구로, 2040년 12월까지 20년간 원정지구, 현덕・만호지구, 포승지구, 평택항, 현덕지구를 연계해 수소복합지구를 조성하는 중장기 대형 프로젝트다.

먼저 원정지구에 조성되는 수소특화단지(산업단지)에는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서부발전, GS칼텍스 등 16개 기업과 기관들이 2024년까지 6,400억 원을 투자해 수소생산 및 액화, 연료전지 발전(20MW), 탄소 포집・활용, 수소 관련 장비 제조사업 등을 추진하게 된다. 

특히 한국가스공사의 평택 LNG 인수기지와 연계해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블루수소(연간 1만3,000톤)를 생산해 평택항 인근 지역의 수소모빌리티와 연료전지에 공급하고, 포집한 이산화탄소는 주변 스마트팜, 반도체기업, 드라이아이스 등으로 활용해 환경성과 경제성을 갖춘 수소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2024년까지 한국가스기술공사, SPG수소와 함께 약 1,500억 원을 투자해 연 1만 톤 규모의 액화수소플랜트를 구축하고, 액화수소기술 국산화를 통한 국내 수소산업 육성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 평택항 탄소중립 수소복합지구 이해도.

이 사업은 단계적 액화수소 기술 국산화와 세계 최초 LNG 미활용 냉열 이용 및 공기 액화 분리 사업 등과 연계해 친환경적이고 저렴한 액화수소 생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바로 이 수소특화단지에 이번에 구축된 평택 수소생산기지와 연계한 액화수소플랜트를 구축할 계획이다. 

평택항 배후도시(현덕・만호지구)는 수소생산기지에서 생산한 수소를 배관(30km)으로 공급받아 교통, 산업, 상업, 주거에 이르기까지 수소에너지를 사용하는 친환경 수소도시로 조성된다. 공동주택, 상업 건물 등의 개별 건축물에 연료전지가 설치되고, 냉난방에 쓰는 에너지를 기존 화석연료 대신 수소로 대체하게 된다. 

평택항 배후단지와 관광단지에는 수소 기반 탄소중립 항만을 조성한다. 

대용량 충전소와 수소차 정비소가 있는 수소교통복합기지를 기반으로 현대차, 현대글로비스, 한국조선해양, 한국가스공사 등 10개 기업・기관들이 2040년까지 항만 내 물류트럭, 야드트랙터, 하역장비, 화물기차, 선박 등에 대한 수소전환 실증 및 보급사업, 선박 전용 수소충전소와 수소 기반 육상전원공급장치 보급사업, 그린수소 도입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이때 필요한 수소는 평택 수소생산기지와 연결된 배관을 통해 공급될 예정이다.

수소항만에는 해외 그린수소 수입부두도 조성해 미래 수소 수요 확대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협약에 참여한 10개 기업・기관들은 ‘경기 평택항 탄소중립 수소복합지구 실무협의체’와 함께 그린수소 수입을 위한 인수기지 도입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또 환경부는 평택항, 고덕신도시, 지제역 등 주요 거점을 활용해 평택시에 2030년까지 수소모빌리티 특구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평택시, 현대차, SK E&S, 현대글로비스, 한국가스기술공사와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 수소특화단지 조성 개념도.

환경부는 내년에 구축되는 평택항 수소교통복합기지를 거점으로 항만・물류용 수소트럭 250대를 보급하고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고덕산업단지, 평택에코센터 등이 있는 고덕신도시에 구축 예정인 고덕수소스테이션을 거점으로 수소청소차 150대, 광역(통근) 수소버스 200대를 보급한다.

여기에 국내 최초로 버스 공영차고지에 액화수소충전소가 구축되는 지제역 공영차고지 등 총 3곳의 평택시 버스 공영차고지에 수소충전소를 구축하고 이를 거점으로 2030년까지 시내・광역버스 250대를 수소버스로 전환한다.

올해 12월부터는 평택항에서 현대・기아차 생산공장(광명・화성 등)을 오가는 노선에서 세계 최초로 수소차량운반차(카캐리어)의 시범운행도 추진한다.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수되기 위해서는 수소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평택 수소생산기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 수소항만도시 예상도.

주요 거점에 수소생산기지 구축
산업부는 평택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도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할 예정이다. 

3호 소규모 수소생산기지는 9월 말에 준공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지는 강원도 삼척시 삼척복합체육공원에 세워진다. 주관기관인 강원테크노파크는 당초 강원도 제1호 수소충전소인 삼척수소충전소 옆에 지을 계획이었으나 주민 반대로 삼척복합체육공원에 짓기로 한 것이다.

삼척기지는 하루 1.3톤의 수소를 생산하며 함께 구축되는 수소충전소와 강원도 일대 충전소에 수소를 공급할 예정이다. 강원테크노파크는 시운전을 거쳐 9월 말 준공한 후 10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산업부는 이 밖에도 대전 동구, 부산 기장, 인천 중구, 전북 완주 등도 올해 중 구축을 완료해 총 7개 소규모 수소생산기지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중・대규모 수소생산기지는 평택뿐만 아니라 광주와 창원에도 들어선다. 

산업부와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2월 광주 중・대규모 수소생산기지를 착공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연산동 소재 일반산업단지에 들어서는 이 기지는 하루 4톤, 연간 1,400톤의 수소를 생산하며 한국가스공사가 20년간 위탁 운영한다. 준공은 2023년 3월로 예정돼 있다.

현재 광주에서 운영 중인 수소충전소는 모두 여수, 울산 등지에서 수소를 공급받고 있다. 이에 따라 운송 거리에 따라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광주기지가 가동되는 2023년 이후부터는 운송비가 절반 이하로 떨어져 충전 가격도 인하될 것으로 기대된다.

창원시 성산구 상복동 수소・에너지 산업기술단지 일원에 구축되는 창원 중・대규모 수소생산기지는 배관망으로 공급받은 천연가스를 활용해 하루 약 10톤의 수소를 생산하게 되며, 이는 수소승용차 2만5,000대 이상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 지난해 4월 창원 수소에너지 순환단지에서 열린 1호 소규모 수소생산기지 착공식.

현재 창원지역 수소충전소는 성주동에 있는 소규모 생산기지에서 만든 수소를 공급받고 있는데, 부족분은 울산 등지에서 부생수소를 공급받는다. 거점형 수소생산기지가 완공되는 시점부터는 100% 자급이 가능해짐에 따라 공급 안정성과 경제성이 높아져 수소 모빌리티 및 인프라 보급 확대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 기지를 주관하는 가스공사는 2023년 6월에 준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 1월 2022년도 중・대규모 수소생산기지 사업자를 모집하고 신청서를 받았으나 평가위원회 심사 결과 모두 낙제점을 받아 아무도 선정되지 않았다.

또 산업부는 2026년까지 수전해 및 탄소포집 기능을 갖춘 청정수소 생산기지의 구축도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산업부는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기지 구축 사업자를 모집, 지난 6월 전라북도, 부안군, 전북테크노파크, 현대건설, 테크로스 워터앤에너지 등으로 이뤄진 컨소시엄을 최종 선정했다.

이 컨소시엄은 전북 부안 신재생에너지단지에 국내 첫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한다. 이 시설은 하루 1톤 이상의 수소생산과 저장・운송이 가능하며 2024년 5월부터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경제 활성화 촉매
최근 수소공급이 불안정해 수소차 운전자들이 충전에 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 276kg의 수소를 저장할 수 있는 저장시설.

현재 수소차 연료로 사용되는 부생수소는 울산, 여수, 대산 등 석유화학단지를 중심으로 생산・공급된다. 부생수소를 생산・공급하는 업체들은 생산공정 등에 먼저 공급한 후 남은 물량을 충전소에 공급한다. 

그런데 최근 경기침체와 원유가격 상승으로 부생수소를 생산・공급하는 공장의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부생수소 생산량이 급감해 충전소에 공급하는 수소가 크게 부족해졌다. 

그래서 천연가스 기반 수소생산기지가 매우 중요해졌다. 부생수소를 생산・공급하는 업체의 상황과 관계없이 수소를 안정적으로 생산・공급할 수 있어 지금 같은 공급 부족 사태를 막을 수 있다.

무엇보다 평택 수소생산기지는 앞으로 꾸준히 증가할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수요에 대응할 중요한 거점이 될 전망이다.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서울, 경기, 인천에 보급된 수소차는 8,879대로 전국 수소차 보급대수인 2만4,687대의 3분의 1에 해당된다.

평택 수소생산기지가 수도권 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응한다면 국내 수소경제 활성화에 가장 중요한 촉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 황선식 평택시 미래전략관 과장

“평택 수소생산기지는 수소복합지구 첫 퍼즐”  

▲ 황선식 평택시 미래전략관 과장.

최근 평택 수소생산기지가 준공됐다. 이것이 갖는 중요한 의미가 무엇인지 말해달라.

먼저 수소차 증가에 따른 수소 수급의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충남 대산에서 공급받던 수소를 평택 수소생산기지에서 공급받으면 운송비의 50%가량을 절감할 수 있어 수도권의 수소유통가격 인하에 기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일부 생산 공정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개발하고 국내 기업인 원일티엔아이가 상용화한 국산 수소개질기를 채택함으로써 관련 기술을 보유한 국내기업의 시장진출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이번 평택 수소생산기지 구축 추진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있었을 텐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었나.

주민 수용성이 가장 어려운 문제였다. 평택 수소생산기지는 평택 LNG인수기지, 평택화력발전소, 한국석유공사 비축기지 등 국가 기간산업이 있는 곳에 설치됐다. 

이 지역은 민가와 2km 이상 떨어져 있어 에너지시설이 들어서기에 최적의 입지라고 판단했으나 석유공사 비축기지와 인접해 있는 주민들이 “가뜩이나 위험시설이 밀집돼 있는데 수소폭탄이 웬 말이냐”라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변 11개 마을 이장을 중심으로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진행, 국가 기간시설이 집중돼 있어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을 이번 기회에 활성화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와 함께 주민들이 공원 조성과 농산물판매장 설치를 건의하자 평택시에서는 공원 조성만으로는 소득 창출과 지역 활성화가 쉽지 않다며 수소생산시설 등에서 나오는 폐열을 활용하는 스마트팜 테마파크를 조성하자고 제안했고 이를 합의했다.

미래농업과 연계한 수소에너지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스마트팜 테마파크를 통해 주민소득 창출과 시민들의 문화・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해 주민 수용성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평택 수소생산기지의 수소공급 확대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전국 최초로 추진하는 ‘평택항 탄소중립 수소복합지구’는 수소특화단지, 수소도시, 수소항만이 융합돼 수소의 생산과 활용이 평택항 권역에서 이뤄지고 연관 산업이 집적화된 복합지구다. 

이를 위해 평택시는 지난해 7월 22개 기관・기업들과 ‘평택항 탄소중립 수소복합지구’ 투자협약 및 조성을 선포한 바 있다. 이 중 수소특화단지는 수소생산 및 액화, 연료전지 발전, 이산화탄소 포집, 그린수소 도입 등을 추진하는 단지로 이번에 준공한 수소생산시설도 여기에 속한다.  

또 2025년까지 한국가스공사, GS칼텍스 등과 하루 30톤의 수소를 생산하는 수소생산시설을 추가 건설하고 2026년까지 세계 최초로 LNG 냉열을 활용해 하루 30톤의 액화수소를 생산하는 시설도 건설할 계획이다. 

아울러 한국가스공사는 평택 LNG인수기지 인프라를 활용해 해외에서 그린수소를 도입할 예정이다. 평택시는 이와 연계해 2026년까지 수소특화단지부터 평택항 배후지역까지 수소배관을 연결해 수소공급을 확대해 수소도시, 수소항만을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의 ‘2021년도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으로 평택에 중・대규모 수소생산기지가 구축될 예정이다. 이 사업의 추진 현황을 설명해 달라.

중・대규모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은 지난해 7월 산업통상자원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비 119억 원, 시비 49억 원, 한국가스공사 403억 원 등 총 573억 원이 투자되며 하루 최대 16.2톤, 연간 약 5,900톤의 수소를 생산한다. 공공에서 추진하는 사업 중 최대 규모다.

지난해 12월 행정안전부 투자심사 절차를 완료하고 지난 6월 지반조사 및 기본설계를 마무리했다. 현재 평택시는 수소생산시설 입지를 위한 국가산업단지 개발계획 변경절차를 진행 중이며 시설 구축 및 운영기관인 한국가스공사는 올해 말까지 세부설계 및 기자재 구매 계약을 완료할 예정이다. 착공은 내년 초에 이뤄지며 2023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평택 수소생산기지 준공으로 평택시가 추진 중인 ‘수소복합지구 조성계획’의 첫발을 뗀 것으로 보이는데 세부 실행계획이 나왔는지 궁금하다. 
평택항 탄소중립 수소복합지구 조성계획의 퍼즐이 하나씩 맞춰지고 있다. 수소특화단지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기업들의 투자계획이 구체화되고 있고 수소항만은 2021년 정부 수소경제 이행계획 발표를 통해 해양수산부가 평택항을 포함해 5개 항만을 수소항만으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중 평택항과 부산항을 가장 먼저 수소항만으로 조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평택시는 2020년부터 상용차 수소공급시설인 ‘평택항 수소교통복합기지’를 건설하고 있고 올해 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또 현대차, 현대글로비스 등과 세계 최초로 수소카캐리어 개발 및 보급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해수부도 최근 탄소중립 항만 구축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해 수소항만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어 평택 수소항만 계획이 진전될 수 있도록 대응해 나가고 있다. 수소도시와 관련해서는 국토부가 올해 하반기 대상지역을 선정할 계획으로 관계 기관들과 함께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번에 수소도시까지 선정된다면 평택항 탄소중립 수소복합지구의 구성은 완료되는 셈이다. 평택시는 이러한 계획이 비전으로만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수소경제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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