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한우 한국에너지공단 수소경제추진단장.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한국에너지공단은 정부가 수소법에 근거한 수소산업진흥전담기관 지정 공모에 도전했다가 아쉽게 탈락한 바 있다. 이후 정부의 수소경제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공단 내에 수소경제추진단을 설립했다. 

공단은 이미 30년 전인 1990년대부터 수소연료전지 보급사업, KS인증, RPS 제도 운영 등 수소・연료전지 관련 업무를 수행해왔다. 또 국내 수소경제가 청정수소 공급체계로 전환하기 위해 재생에너지와의 연계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을 수행해온 공단의 경험과 노하우가 중요하다.   

공단과 수소산업진흥전담기관인 수소융합얼라이언스가 긴밀히 협력한다면 수소경제 추진의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이한우 수소경제추진단장은 “공단은 에너지 종합기관으로서 수소에 관해 할 일이 많다. 언제든지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이 단장은 지난 1989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3년간 인력채용을 담당한 후 지속가능발전위원회와 코트라(KOTRA)에 파견되어 각각 신재생에너지 산업화와 한・중 에너지협력 전문가로 일했다. 한국에너지공단에서는 KVER 등록소장, 비서실장, 에너지협력팀장, 신재생에너지산업실장 등을 역임했다. 2009년부터 현재까지 UNDP GTI의 에너지 보드 멤버(Energy Board Member)로서 동북아 에너지협력도 병행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 수소경제추진단장으로서 그간 정부의 수소경제 정책과 시장을 진단한다면. 그리고 국내 수소경제가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한 관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의 수소경제 정책은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수소법)이 발의된 후로 5년이 지났다. 그동안 많은 성과가 있었다. 수소전기차 및 연료전지 보급률 글로벌 탑, 기업들의 엄청난 투자계획 발표, 정부의 지원계획 발표, 세계 최초의 수소법 제정, 수소법 개정을 통한 수소 시장 창출을 위한 CHPS 제도 설계, 수소전담기관의 지정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더 나아가기 전에 지금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근원적인 질문 즉, ‘한국 수소경제 정책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인가’에 대해 자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에너지 패러다임의 전환’은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내 산업생태계에 대한 고려 없는 탄소중립, 에너지전환 및 수소경제 전략이 과연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본인이 지난 2006년에 제안해서 삼성경제연구소로 하여금 연구하게 했던 ‘신재생에너지산업화 촉진방안’의 이행과정과 현재 상황을 겹쳐 보면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당시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활성화를 우선 추진했다. 보급시장이 먼저 활성화되면 수요가 기술개발을 견인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보면 국내 태양광・풍력 분야 생태계는 붕괴됐다. 제조사는 대부분 사라지고 시공사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제조업 강국을 지향하는 우리나라가 일방적 소비처가 되었다는 것이 너무나 아쉽고 가슴 아프다.

발전용 연료전지, 그린수소, 암모니아, 수소 생산설비, 충전설비, 터빈 등의 분야도 신재생에너지산업의 길을 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할 만한 조짐이 있어 걱정이다. 해외 설비와 제품을 도입해서 국내시장을 대폭 확대해 대한민국의 수소경제가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부한들 국내 산업생태계가 건강하게 성장하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수소, 수소 생산 및 이용 기기 모두 관련 국내 산업의 성숙도에 비례해서 시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효율 향상, 수요감축, 재생에너지 보급, 온실가스 감축, 배출권 거래 등 다른 에너지정책과 수소경제를 동시에 보면서 정책을 지휘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지난해 한국에너지공단 내에 ‘수소경제추진단’이 설립됐다. 수소경제추진단의 역할과 주요 사업 방향에 대해 말해달라.
한국에너지공단에 정부의 수소경제 정책 이행지원을 전담하는 부서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야 수소산업진흥 전담기관인 수소융합얼라이언스와 공조하며 이미 공단 내 신재생에너지정책실이 수행해온 국회의 입법 지원을 연속적으로 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단이 지난 2020년에 수소산업진흥전담기관 지정 공모에 도전했을 때 공단 내 신재생에너지센터에 수소산업진흥 총괄 부서를 신설하고 그 부서를 중심으로 전사적 역량을 결집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수소산업진흥전담기관으로 지정되지는 않았으나 에너지 종합기관으로서 정부의 수소경제 정책 이행을 지원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대외적 거버넌스 정리 차원에서 수소경제추진단을 만들었다. 

수소경제추진단은 산업팀, 정책팀, 보급팀으로 구성됐다. 추진단 외에도 신재생에너지정책실, 신재생에너지산업실, 신재생에너지보급실, RPS사업실, 수송에너지실, 지역협력실, 자금지원실, 통계분석실에서도 수소경제에 관한 업무를 하고 있다. 

▲ 한국에너지공단은 연료전지 등의 신·재생에너지원을 주택과 건물에 설치할 경우 설치비의 일부를 정부가 보조하는 ‘주택・건물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공단의 수소 관련 기능은 30년 전인 1990년대부터 있었다. 수소・연료전지 R&D 지원(2013년 에너지기술평가원으로 이관)을 시작으로 보급사업, KS인증, 인력양성사업, RPS 제도운영까지 수소・연료전지에 관한 모든 기능을 수행해왔다.  

수소경제추진단은 ‘그린수소 기반 수소경제 조기 정착’을 비전으로 하는 ‘기업 친화형 수소산업 생태계 육성전략’을 마련했다. 이러한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국내 그린수소 원천기술 상업화 지원 △폐기물 활용 수소기술개발 지원 △생태계 성숙도와 보급목표 연동 △청정수소 산업화 촉진 △기업 맞춤형 지원 △카본 프리 빌리지(Carbon Free Village) 조성 △수소 기업 해외 진출 지원 △모니터링을 통한 연료전지 품질 향상 △수소에너지에 대한 대국민 인식 제고 홍보・교육 △코디네이터(Coordinator)형 총괄 전담조직 등 총 10개 세부추진과제를 수립했다.

이미 공단은 해외수출형 비즈니스 모델인 수소타운 조성을 목표로 한국수소산업협회와 공동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한편 수소융합얼라이언스와는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부생수소 생산, 수소연료전지 실증단지 구축 및 운영, 파이프라인 등 수소산업 인프라를 잘 갖춘 울산을 기반으로 하는 수소타운 조성은 비즈니스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자산운용사, 엔지니어링사 등과 후보 지역 및 토지 규모에 대한 구체적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민간주도 스마트 수소타운’이라는 콘셉트로 시작됐다. 3년 전부터 울산광역시, 수소산업협회와 함께 논의하고 있다.

우리나라 수소산업은 결국 수출산업화가 되어야 한다. 설비 수출이나 단순 시공만 맡아서는 안 된다.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 사업발굴부터 시공・운전까지 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이 실제로 거주하면서 기술을 테스트하고 발전시키는 거주형 실험실이 필요하다. 물론 사업을 성사시키는 데 가장 핵심인 자본조달을 담당할 플레이어도 필요하다. 이 모든 것들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 한국에너지공단은 지난 2013년 7월 울산광역시, 울산테크노파크 등과 함께 울산수소타운 조성사업을 준공하는 등 수소·연료전지 관련 산업의 육성과 시장확대를 목적으로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보급 지원사업을 수행해왔다.

울산의 유명한 한 관광지에서 제1호 수소타운 사업을 하려고 준비 중이다. 숙박 및 관광시설, 수소 대량공급이 가능한 파이프라인, 수전해 시설, 충전시설, 태양광 등이 구축될 예정이다. 향후 이곳은 한국을 대표하는 스마트 수소타운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에너지 분야 인력양성은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대학생을 위한 강의영상 제작, 대학원 특강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지속적이지 않고 시스템화되어 있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마침 수소융합얼라이언스가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로드맵을 작성하기 위한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하면서 본인에게 참여를 요청했다.  

지난 2005년 48억 원 규모로 신재생에너지 인력양성사업을 기획하고 수행기관을 선정해본 경험이 있다. 당시 최우수실험실, 특성화대학원, 핵심기술연구센터를 지정했고, 그 경험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수소융합얼라이언스의 인력양성사업 기획에 참여하게 됐다. 다른 전문가들과 함께 수소융합얼라이언스의 인력양성 프로그램 및 로드맵 작성에 참여하고 있다.
 
수소산업진흥전담기관인 수소융합얼라이언스가 수행하는 업무와 비교했을 때 한국에너지공단 수소경제추진단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공단이 수소산업진흥전담기관 지정을 신청한 이유는 공공성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는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신청 당시 소위 업력으로 보면 공단은 40년이 넘었지만 수소융합얼라이언스는 수년에 불과했다. 신재생에너지산업화의 경험과 노하우, 정책 프로그램 설계 및 집행・평가 경험, 다양한 기업지원 경험 및 프로그램, 관련 기업 네트워크를 충분히 갖춘 기관으로서의 자신감이 작용했다. 

공단은 2000년대 초반에 먼저 경험했던 수소경제의 열풍이 사그라드는 과정을 지켜봤다. 정부가 수소법을 제정하며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이번 수소경제에는 공단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이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책임감 또한 강하게 작용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민간단체인 수소융합얼라이언스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공공 트랙을 통해서는 신속한 수소경제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해 부득이 민간단체를 수소산업진흥 주체로 선정했으리라 생각한다. 

수소융합얼라이언스는 민간단체임에도 수소법에 근거해 수소산업진흥 전담기관으로 지정되었기에 정부가 부여한 법적 권한과 위탁 업무로 인해 많은 산업진흥 수단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수소융합얼라이언스는 에너지 정책을 종합적으로 경험한 인력이 적어서 이를 공단이 도와줘야 한다. 수소융합얼라이언스가 인력양성 사업에서 공단을 포함한 다양한 전문가를 참여시키고 있는 것처럼 다른 사업에서도 정보를 공유하고 열린 자세로 협력을 요청하면 좋겠다. 

공단은 언제든지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다. 공단이 수소산업진흥전담기관 지정 신청 시 마련한 당시 사업계획서에도 협조적 거버넌스 운영계획을 담았다.  

수소는 국가 에너지 정책의 목표를 달성하는 다양한 수단 중 하나이다. 탄소중립의 관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수소를 국가 에너지 정책 틀 안에 녹여 넣기 위해서는 종합 에너지기관인 공단과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 

IEA(국제에너지기구), IRENA(국제재생에너지기구), 심지어 IPHE(국제수소연료전지파트너십)도 수소만 따로 언급하지 않는다. 비유하자면 바둑판의 일부 국면에서 이기는 오목을 두면서 성취감을 느끼면 안 된다.

▲ 한국에너지공단이 추진한 ‘친환경 전지융합 실증화단지 구축사업’을 통해 운영 중인 울산 수소연료전지 실증화단지 전경.

공단은 에너지 종합기관으로서 수소에 관해 할 일이 많다. 수소경제는 산업진흥, 유통, 안전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청정수소 인증제도 운영, 수소 이용 기기 중에서 유일하게 상용화된 연료전지의 생태계 강화, 상용화를 목전에 둔 수전해 기기의 효율 관리, 수소산업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 발굴 및 포상 등 수소산업을 실질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규제와 지원수단을 모두 가지고 있다. 

수소와 재생에너지의 연계, 수소와 열의 연계 등 섹터 커플링, 수요관리 정책과의 통합이 필요하다. 수소는 종합적 에너지관리 체계의 관점에서 보면 다양한 수단 중 하나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수소융합얼라이언스와 공단이 긴밀하게 소통해야 한다. 

2022년도 한국에너지공단 사업계획을 보면 정부의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의 세부 실행계획 수립 등 정책 지원, 청정수소 확산 방안 마련, SPC 적정성 평가 등을 추진하기로 되어 있다. 추진 현황을 말해달라.

공단은 에너지기본계획 및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지원,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 및 에너지이용합리화기본계획 수립 등 국가계획의 수립과 집행에 참여하거나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 및 세부 실행계획의 수립에는 참여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지난해부터 ‘수소산업 생태계 육성방안’을 자체적으로 수립하고 이에 따라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그린수소 고수들의 대화’ 개최이다. 이는 그린수소 생산기술 보유자와 수요기업의 만남을 주선해 연구개발 성과가 실험실에서 산업현장으로 빠르게 넘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최한 행사였다. 이 행사에 참여했던 모 기업의 간부는 얼마 후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이러한 콘셉트의 비즈니스를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기업 맞춤형 지원’도 제시할 수 있다.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 제조사인 두산과 SK에코플랜트는 각각 다른 방식의 연료전지를 생산하고 있다. 국가의 입장에서 제품 포트폴리오 관리라는 차원에서 양사에 각각 다른 지원책을 제시하는 것이 맞다. 전력생산 효율이 높으나 아직 국산화율이 낮은 제품에 대해서는 원천기술 보유기업과의 기술이전 협상을 지원했다. 부하추종 능력이 탁월하고 열까지 활용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해서는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SPC 심의는 기획재정부의 심의 기능을 산업부를 통해 위탁받아 대행하는 것이다. 발전공기업이 SPC 구성을 통해 태양광・풍력・연료전지 발전소를 건설하는 경우에 심의하게 된다. 전력거래소는 경제성을, 공단은 국내 산업기여도를 각각 평가하던 기존 SPC 심의를 공단으로 일원화하면서 국산화율을 높이게 된 점, 연료전지와 스마트팜을 연계한 비즈니스모델의 발굴 등을 시작하게 된 것은 보람 있는 성과라 할 수 있다.

▲ 이한우 한국에너지공단 수소경제추진단장(오른쪽 3번째)은 지난 7월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수소발전 활성화와 청정수소 생산 토론회’의 좌장 역할을 맡았다.

청정수소 확산을 위해서는 청정수소가 무엇인지를 먼저 정의해야 한다. 청정수소가 수소법 개정 과정에서 저탄소 수소, 무탄소 수소, 저탄소 수소화합물 등으로 구분되었고, 그것을 과학적으로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어떻게 등급을 매겨야 하는지 등의 연구가 진행 중이다. 

공단은 청정개발체제(CDM), 온실가스배출감축사업(KVER) 등 온실가스 감축 실적 평가・검증・인증, 인증서 거래 및 배출권 시장 운영까지 전 과정을 주도한 경험과 인력, 노하우가 있다. 

현재 글로벌 청정수소 인증제를 선도하고 있는 EU의 certifHy는 국제배출권거래제의 경험을 기반으로 설계되어 있다. 이는 수소의 생산・수송 과정의 온실가스 발생량만 확인하고 그것의 사용량만 확인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배출권거래제가 온실가스 감축의무 이행방법의 유연성을 제공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고, 초과 감축 실적은 의무자들 간에 금융상품처럼 거래될 수 있도록 하는 메커니즘이 certifHy에도 들어올 거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청정수소도 생애주기 전체를 추적하며 관리해줘야 한다. 국제 표준에 맞도록 말이다. 최대 청정수소 수요자가 될 발전사들과 제철사들은 자신들이 사용한 청정수소의 일생을 기록해주는 제3자가 필요할 것이다. 여기에 공공기관이면서 관련 시스템을 갖춘 공단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값비싼 청정수소가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원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대규모 수요・생산, 저가화 및 이용실적의 검증・인증, 사용실적에 대한 인증서 거래 등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하도록 해줘야 한다. 의무이행의 유연성을 높여줄 수단 중에 시장 메커니즘을 대체할 것은 없다는 생각이다.

▲ 한국에너지공단은 태양광 등의 신·재생에너지원을 주택과 건물에 설치할 경우 설치비의 일부를 정부가 보조하는 ‘주택・건물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은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 운영 등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정책을 지원해오고 있다. 그간의 사업 추진 현황과 성과를 말해달라.
공단은 탄소중립 선언,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저해하는 이해당사자 간 분쟁 등의 해결을 위해 RPS 사업, K-RE100 등 주요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강화하는 한편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대한 수용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21년 10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비율 상한선을 기존 10%에서 25%로 확대 추진해 REC 가격 안정화 및 신재생설비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또한 K-RE100은 국내 전기소비자가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용하고,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서를 발급받아 RE100 이행, 마케팅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시행되어 올해 7월 기준 121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공단은 2018년(4.11%) 대비 2021년(7.43%) 신재생에너지 공급 비중이 80% 상승하는 성과를 달성하며 에너지전환을 선도하고 있다.

그러나 가정・건물용 연료전지의 경우 현장에서는 설치만 해놓고 가동하지 않는 사례가 많아 국회와 언론 등에서 계속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가정・건물용 연료전지의 가동률이 낮은 데에는 도시가스 가격의 상승, 제조사의 사후관리 불량, 사용자의 이해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부와 공단은 가정・건물용 연료전지의 가동률 향상을 위해 제조사 등 사후관리 기업의 A/S 강화(A/S 실적이 저조한 기업의 보급사업 사후관리사업 선정 배제), 공공건축물 및 지자체 조례에 따른 연료전지 설치 가동실적 보고 등을 통한 사후관리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도개선을 추진 중이다.

정부의 연료전지 지원정책은 기업을 위한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복지정책’이 아니다. 생태계 육성을 위한 초기시장 조성 등에는 정부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기업들도 ‘일정 조건이 갖추어지면 더 이상 정부의 지원에 기대지 않고 자립하겠다’는 매니페스토가 필요하다. 

결국 협소한 국내시장에서 정부의 지원에 기대지 않고 산업으로서 커가려면 해외 진출이 필요하다. 공단은 오래전부터 ‘팀 코리아’의 일원으로서 적극적으로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분야가 다르기는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에서 이루어낸 수천억 원의 기업적 비즈니스 성과 역시 공단이 수소에 적용하려고 하는 것 중에 하나다. 수소를 생산해 한국으로 수출을 고려하는 국가에 연료전지를 수출하는 방안도 탐색 중이다. 특히 메탄올 연료전지나 최근 부상하고 있는 암모니아 연료전지를 대양선박이나 전력망이 미비한 개도국에 수출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도 더욱 발전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발전용 연료전지는 세계를 선도하는 산업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더불어 온실가스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한 경직성 전원으로서 전력계통 운영에 부담을 준다는 양면적 평가가 공존하는 분야이다. 

PAFC 방식 연료전지의 경우 국산화율이 94%에 달하고 해외에 수출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그와 경쟁 중인 SOFC의 경우 국산화율이 매우 낮으나 전력생산 효율이 높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 이한우 한국에너지공단 수소경제추진단장이 <월간수소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부와 국민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중동, 아프리카 등의 산유 국가에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면서 스마트시티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원전뿐만 아니라 연료전지 등 탄소중립형 전원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이다. 

러시아 극동 지역은 마을간 거리가 수백 킬로미터에 달하기 때문에 분산형 전원설비의 수요가 크다. 국내 모 기업과 러시아 기업 간 화상 워크숍을 개최한 바 있는데, 러시아는 그 기업의 연료전지에 깊은 관심을 보였으나 지적 재산권 문제로 더 이상 비즈니스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화력발전소를 대체하는 규모의 대규모 발전설비로서 연료전지가 쓰여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있으나 터빈이 상용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수소 수요처 역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설비가 연료전지라는 점도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수전해 설비 가동원리는 연료전지의 역반응으로서 연료전지 산업은 국내 수전해 설비 제조기술의 발전에 필수적인 기반기술이다. 국내에서 가동될 수전해 설비를 연구 개발해 생산하지 않고 
저렴하고 성능이 좋다는 이유로 중국산 태양광 패널처럼 모두 해외에서 사다 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지난 5월 29일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 청정수소 인증제 도입 등을 위한 수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공단이 청정수소 제도와 관련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청정수소는 국제교역이 될 산품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인증제가 설계되어야 한다. 이는 ISO 등 국제 표준에 적합해야 한다는 뜻이다. 인증이라는 기능적 활동은 그에 합당한 인력과 설비를 갖춘 자라면 민간단체라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청정수소를 생산 및 유통, 이용하는 기업들의 영업 비밀은 공공성이 있는 주체가 담당해야 한다. 이는 에너지진단사업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국내외에 많은 진단기업이 있으나 기업들이 굳이 에너지공단을 선택하는 이유는 전문성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공공기관으로서 자신들의 비밀을 보장할 거라는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공단은 수소융합얼라이언스가 준비 중인 기술적 검증방법 외에 수소의 생산부터 이용, 거래, 등록 및 말소까지 행정의 전 과정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공단이 검토 중인 내용은 향후 국내 청정수소 인증제가 국제기준에 부합하게 운영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끝으로 한국에너지공단 수소경제추진단장으로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달라.

수소경제는 긴 호흡으로 가야 한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세상이 당장 어떻게 변할 것처럼 시끄럽지만 조금만 뒤로 물러서서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지난 2000년대 초반에도 ‘수소경제’는 굉장한 관심을 끌었고, 우리나라도 내일 아침이면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게 될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지금은 그때와 달리 글로벌 거대 자본과 국내외 수많은 기업이 수소경제에 참여하고 있어서 과거와는 다른 상황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기상이변은 더 다양한 종류의 에너지 공급수단을 요구하고 있다. 기상이변과는 다른 이야기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산유국들은 네옴시티와 같은 거대 스마트시티를 건설할 계획이다. 미국도 엄청난 자본을 인프라 개선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우리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그러다 보니 실제 사용 경험(Track Record)이 필요하다. 한국의 연료전지 산업은 굉장히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그러나 국내시장으로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올림픽 게임에서 몇 번 경기하기 위해 수년 동안 땀을 흘리면서 연습한다. 연료전지 업계는 국가대표 선수들이다. 국제경기에 출전할 수 있도록 체력을 길러주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물론 여러 연구소와 기업들이 기술 확보에 매진하고 있는 수전해 설비, CCUS 설비 등도 당연히 국가대표 종목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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