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전 세계적으로 수소가 탄소중립 핵심수단으로 부상함에 따라 수소 생산·유통·저장 인프라 구축과 활용 부문, 수소 기술개발에 대한 민관의 투자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발생한 이후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수소 개발 프로젝트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IEA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약 320개(200MW급)의 그린수소 생산 실증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영국(10GW), 프랑스(6GW), 독일(5GW), 포르투갈(5GW), 스페인(3GW) 등 유럽은 2024년 6GW, 2030년까지 67GW급 그린수소 생산시설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호주와 칠레는 2030년까지 각각 22GW, 1.6GW, 사우디아라비아는 4GW(시기 미정)급 그린수소 생산시설을 완공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현대차, SK, 포스코, 한화 등 다양한 기업에서 2030년까지 수소 분야에 43조 원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5월 25일 글로벌 수소경제 시장의 민간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H2KOREA(한국), FCHEA(미국), CHFCA(캐나다), H2Chile(칠레), Hydrogen Europe(EU), France Hydrogene(프랑스) 등 18개국 수소협회를 중심으로 결성된 ‘세계수소산업연합회(GHIAA)’가 서울에서 공식 출범하기도 했다. 

▲ 미국 수소기업 ‘플러그파워’의 수소 탱크로리.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수소 분야에 투자를 강화하면서 수소 시장 규모가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수소경제 관련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협의체인 수소위원회는 2050년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18%를 수소에너지가 차지하게 될 것이고, 수소 시장 규모는 2조5,000억 달러(약 2,750조 원), 연간 CO2 감축 효과는 60억 톤 이상, 고용창출 효과는 3,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2050년 글로벌 수소시장 규모를 12조 달러로 전망했다.  

지역별로 보면 EU 집행위원회는 EU의 2030년 수소시장 규모를 1,623억 달러로 전망했다. 미국 연료전지·수소에너지협회는 미국, 맥킨지는 한국의 2050년 수소시장 규모를 각각  7,500억 달러, 590억 달러로 전망했다.  

최용호 딜로이트 컨설팅 파트너는 “딜로이트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이 수소를 적극 활용해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경우 중공업(83조 원), 기타 민간(50조 원), 수소(47조 원), 공공(31조 원), 교통(29조 원) 등에서 막대한 산업적 가치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H2 비즈니스 서밋, 수소 투자 본격화
지난 2021년 9월 공식 출범한 수소기업협의체 ‘Korea H2 Business Summit(이하 H2 비즈니스 서밋)’은 오는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소 분야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현대차·SK·포스코 등이 주도해 출범한 ‘H2 비즈니스 서밋’은 지난해 3월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수소경제 활성화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기업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데 뜻을 함께하고 설립한 최고경영자 협의체로, 현재 총 17개의 회원사가 참여하고 있다.   

▲ 수소기업협의체 ‘Korea H2 Business Summit’은 지난 2021년 9월 8일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각 회원사 최고경영자 및 기업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창립총회를 갖고 공식 출범했다.

H2 비즈니스 서밋은 회원사 간 수소사업 협력은 물론 수소 관련 투자 촉진을 위한 글로벌 투자자 초청 인베스터 데이 개최, 해외 수소기술 및 파트너 공동발굴, 수소 관련 정책 제안 및 글로벌 수소 아젠다 주도 등을 통해 수소경제 확산과 수소산업 경쟁력 강화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H2 비즈니스 서밋은 수소 투자를 본격화하기 위해 지난 7월 6일부터 7일까지 양일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17개 회원사와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등 정부 관계자, 국제재생에너지기구, 해외 에너지기업 및 투자·금융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2022 인베스터 데이(Investor day)’를 개최하고 수소펀드 출범을 국내외에 공식 선포했다.  

특히 청정수소 인증제와 청정수소 발전 입찰 시장(CHPS) 도입 등을 담은 수소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지 1년여 만인 지난 5월 29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수소 투자에 탄력을 받게 됐다.  

H2 비즈니스 서밋 회원사들은 그간 수소시장을 활성화하는 이번 수소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애타게 기다려왔다. 이러한 가운데 수소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협력 기회 발굴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수소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H2 비즈니스 서밋의 사무국인 딜로이트 컨설팅의 최용호 파트너는 “수소펀드는 성장성과 불확실성이 공존하는 현재의 수소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최적의 접근 방안 중 하나”라며 “국내 수소산업 여건을 빠르게 개선하고, 글로벌 수소산업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 제고는 물론 시장 참여자 공동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에 회원사들이 공감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베스터 데이’에서 딜로이트 컨설팅의 기조연설에 이어 수소펀드(가칭) 대표 운용사로 선정된 미래에셋증권이 수소펀드의 투자 방향성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H2 비즈니스 서밋 회원사 등 국내 기업과 외부 투자자의 출자 등을 통해 5,000억 원 규모를 목표로 수소펀드를 결성해 10년간 운용 후 청산할 예정이다.

모펀드 운용사인 미래에셋이 공동 투자 파트너인 스톤피크(Stonepeak), 자펀드 운용사인 노앤파트너스(Noh&Partners)와 함께 올해 말까지 투자자를 모집하고 자금을 매칭해 내년 초부터 수소 분야에 본격 투자할 예정이다. 자펀드 구성, 프로젝트 및 기업에 직접 투자, 공동투자 등 다양한 형태로 투자한다. 

▲ 하이넷이 구축해 운영 중인 ‘광명소하 수소충전소’.

수소펀드는 ‘수소 인프라 펀드’와 ‘수소 기술 펀드’로 구분해 국내외 수소 생산·유통·저장 인프라를 구축하고, 핵심 수소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국내 수소 공급 및 운송 인프라 프로젝트, 초기 시장 선점 및 경쟁력 확보가 필요한 글로벌 수소 인프라 프로젝트, 유망 수소 기술을 보유한 기업 육성 등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출자자, 운영사 등으로 구성된 투자심의위원회를 통해 투자 검토 및 분석, 대상 등 투자 관련 주요 사항을 논의할 예정이다.   

최용호 딜로이트 컨설팅 파트너는 “아직 초기 단계인 수소산업의 가치사슬 전반에 높은 성장 가능성과 불확실성이 공존한다”라며 “이러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동원해 국내 수소 수요를 창출하고, 수소의 공급・운송・저장 및 활용을 아우르는 각종 기술과 인프라를 공동 개발해 대한민국 수소생태계 성장의 사전 포석을 마련하는 것이 이번 수소펀드 출범의 주요 골자”라고 설명했다.

▲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7월 6일 ‘2022 인베스터 데이’ 행사장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정부는 민간투자 활성화와 수소펀드의 성공적 조성을 위해 금융지원, 상생협력, 규제혁신 등 정책적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정책금융기관(무보, 산은, 수은)은 수소펀드가 투자하는 프로젝트 및 기업에 대한 금리 인하, 대출 확대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할 예정이다. 

에너지 공공기관(한전, 석유공사, 가스공사, 발전 6사)은 수소펀드 투자대상 중소・중견기업의 R&D, 기술사업화, 수요처 발굴 등을 지원한다.

산업부는 수소 프로젝트 및 신기술 개발 관련 규제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완화해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도록 지속 노력할 계획이다. 

이번 ‘인베스터 데이’에서 H2 비즈니스 서밋 회원사, 무보・수은・산은 등 정책금융기관과 한전・석유공사・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공기관은 협력 협약서를 체결해 기업 친화적 투자환경 조성 노력을 약속했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은 “수소는 시대적 흐름인 탄소중립과 현실적 과제인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에너지원”이라고 강조하면서 “올해 5월 수소법 개정을 통해 청정수소 인증제, 청정수소 발전 입찰시장 등 투자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앞으로도 수소펀드 조성을 통해 민간투자 활성화가 본격화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수소펀드 조성 확산
해외에서도 이미 수소펀드를 조성해 수소 인프라 및 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미래에셋 및 딜로이트 컨설팅의 자료에 따르면, 유수의 글로벌 투자사와 수소 선도기업을 규합한 수소 인프라 펀드들이 설립되어 전 세계 신재생에너지를 연계한 수소의 생산・저장・유통 인프라 및 수소 모빌리티 등 활용 프로젝트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Hy24’,  ‘FiveT Hydrogen’, ‘HydrogenOne’이 대표적인 ‘수소 인프라 펀드’이다. 

먼저 ‘Hy24’는 수소 인프라 구축 지원에 중점을 두고 유럽 최대 PEF ‘Ardian’과 수소 투자 펀드 ‘FiveT Hydrogen’이 합작 설립한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 인프라 펀드이다.  

1단계로 20억 달러를 조성한 이후 외부에서 추가 투자를 받아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수소 밸류체인 전반의 인프라 투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출자사의 80%는 SI(FI 20%)이며, Air Liquide, VINCI, TotalEnergies, 롯데케미칼, PlugPower, AXA, Baker Hughes, EDF, Ballard, Snam, Enagas, GRTgaz 등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FiveT Hydrogen’은 사모펀드 운용사 ‘FiveT Capital’이 설립한 세계 최초의 수소 전용 투자펀드로, 북미·유럽 내 그린필드 청정수소 인프라에 투자한다. 

수소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인프라 투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1단계로 10억 유로를 조성한 이후 외부에서 추가 투자를 받아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PlugPower, Chart Industries, Baker Hughes 등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HydrogenOne’은 최초의 런던증권거래소 상장 수소 전용 펀드로, 2억5,000만 파운드 규모이다. IRR 10~15%를 목표로 하고 있다. 상장사에 10%, 나머지 90%는 비상장사 및 인프라 프로젝트(PF, 운영권 無)에 투자한다. 프로젝트의 경우 TRL 8~9 이상의 입증된 기술이 적용된 상용화 및 2025년까지 상용 개시 프로젝트가 투자대상이다.

이 펀드는 수소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투자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INEOS가 펀드 IPO 당시 2,500만 파운드를 투자했고, 엔지니어링사인 Arup이 기술 자문역으로 참여했다.

▲ 미국 에어프로덕츠의 수소 생산 플랜트.

또한 ESG 투자가 글로벌 자본시장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수소를 포함한 탄소중립 등 기후변화 대응 기술에 초점을 맞춘 Climate-Tech 전문 벤처캐피털 혹은 수소에만 집중하는 전문 벤처캐피털이 등장하고 있다. ‘Breakthrough Energy’, ‘ASCENT HYDROGEN FUND’, ‘HYDROGEN TECHNOLOGY VENTURES’가 대표적인 ‘수소 기술 펀드’이다.

‘Breakthrough Energy’는 혁신 투자, 혁신 확장, 정책 솔루션 마련 등 3가지 목표에 집중한다. 단순히 기술 투자에 그치지 않고 기술이 상업적 가치를 지니도록 연구 활동을 지원하는 Fellow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펀드는 수소를 포함한 청정에너지 기술과 벤처기업 투자를 중심으로 한다. 에너지저장, 청정 항공, CCUS, 수소 등에 20억 달러 투자, EU와 10억 달러 매칭 투자를 결정했다. CarbonCure, Heirloom, CZero, Solidia(CCUS), H2Pro(수전해), Zeroavia(수소 비행기) 등의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ASCENT HYDROGEN FUND’는 수소 스타트업 발굴, 투자 및 Value-Up Play 전문 VC 펀드로, 1호 펀드에 이어 1억 달러 규모의 2호 펀드를 출범했다. 수소 생산, 물류, 활용 분야 기술에 집중 투자한다.  Hyzon Motors(수소트럭), Raven SR(Waste-To-H2), Helios(지하 3.6Km 골드수소 및 헬륨 탐사), Warpforge(3D 프린트 수소저장장치 제조), H3 Dynamics(수소드론) 등의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HYDROGEN TECHNOLOGY VENTURES’도 수소 스타트업 발굴, 투자 및 Value-Up Play 전문 VC 펀드이다. VC, PE, 연기금, PF, CVC 등과 투자 협업을 하고 있다. 저탄소 생산, 운송, 저장 기술, 저탄소 충전 기술, 차세대 연료전지, 저탄소 활용 기술과 벤처기업에 집중 투자한다. Faraday Fuels(연료전지), ZEV Financial(수소차, 전기차 금융 솔루션 제공) 등의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민간투자 활성화 정책 제언
H2 비즈니스 서밋은 이번 수소펀드 조성에 대해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점을 환영하는 동시에 민간투자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 제언을 했다. 보다 선제적이고 속도감 있는, 도전적이면서 실현 가능한 세부 목표와 경로를 설계하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첫 번째로 청정수소 이용을 확대하기 위한 수소법 개정안의 조속한 시행을 바라고 있다. 하위법령에서 구체화될 청정수소 등급별 인증제는 재생에너지 이용 수전해 수소 외에도 천연가스 추출수소, 부생수소 등 다양한 방식의 수소를 포함해 수소의 생산・제조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기준으로 등급 기준을 마련하고, 시범사업 등의 시기를 조정해 최대한 빠르게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 창원시 성주동에 구축된 소규모 수소생산기지.

아직 국내 재생에너지 연계 그린수소 생산 사업이 성숙하지 않은 만큼 수소경제 초기에는 부생수소, 추출수소 등 다양한 수소 생산 방식에 대한 포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청정수소를 생산할 수 있도록 대규모 수전해 기술 확보, 수전해 수소 인센티브 제공, 생산설비 투자 보조금 제공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CHPS(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 설계에서 다양한 수소발전원이 공존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수소연료전지 발전, 석탄・암모니아 혼소 발전, 수소터빈 발전의 단계적 전환 시기, 수소발전원별 역할 구분 등을 설정해 CHPS 제도 적용 사업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수소발전원별 특성을 고려한 시장 구분을 통해 균형 있는 보급을 유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수소경제 조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대규모 연료전지 발전 중심의 청정수소 보급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수소 전소를 통해 대량수요처 역할이 가능하고, 기술 성숙도 및 국산화율이 높아 안정적으로 수소 수요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재생에너지 연계 그린수소 대중화 시점 전까지는 부생수소와 개질수소를 포함한 수소를 직접 연료로 사용하는 발전사업이나 발전용 암모니아 혼소 발전에 대해 한시적으로 인센티브를 도입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대산그린에너지가 운영 중인 세계 최대 부생수소 연료전지발전소.

두 번째로 기존 산업 분야와 상충하거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수소산업의 성장을 제약하지 않도록 기존 제도와 규제를 검토하고, 전반적으로 ‘선 허용 후 규제’하는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먼저 산업단지 내 비제조식 수소충전소 구축을 허용해 상업용 수소 모빌리티 보급을 촉진하자는 의견이다.

철강, 석유화학 등의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에서는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산업 현장에서 사용하는 지게차, 버스, 트럭 등의 상용차를 수소차로 전환하는 등 수소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재의 산업집적법에 따르면 산업단지의 산업시설 구역에 들어설 수 있는 수소충전소에는 공장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한 수소만을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향후 산업단지 내 수소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그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들여온 수소를 산업단지 내 수소충전소에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수소 비축 의무화제도를 신설해 해외수입 의존도가 높고, 생산량과 생산단가가 불안정한 그린수소 도입에 대비해야 한다는 견해다.

주요 에너지원의 경우 정치적인 요인에 의한 생산자의 공급 교란 혹은 갑작스러운 수요충격으로 인해 수급 안정성이 저해될 경우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점을 근거로 일정량 이상의 비축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천연가스와 석유는 관련 법령에 따라 비축의무가 있다.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라 2050년 국내 수소 수요는 2,740만~2,790만 톤까지 늘어날 전망이며, 이 중 80~82%는 해외수입이 차지한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계절성은 그린수소 수급 안정성을 떨어뜨린다.

수소의 전략적 비축을 위해선 수소저장기술의 경제성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국제적으로 ‘소금동굴(Salt Cavern)’을 이용하는 방식이 제시되고 있다. 국내에는 상업적 규모로 활용할 수 있는 소금동굴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수소저장 기술개발을 추진하는 동시에 한국으로 수소를 수출하는 해외 현지에 존재하는 소금동굴을 활용해 수소를 비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창원시는 지난 2021년 7월 28일 두산중공업 창원공장에서 ‘액화수소 플랜트 구축사업’ 착공식을 개최했다.

세 번째로 수소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수소 공급망 등 대규모 인프라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속도감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문이다.

먼저 천연가스 인프라 확충에 있어 천연가스 수급계획이 중요한 역할을 하듯 수소경제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전력 믹스, 천연가스 수급, 탄소중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중장기 수소 수급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내 실정을 고려한 수소 수요 예측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비용과 용량에 맞는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민간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인프라 투자를 시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그린수소로 가기 위한 브릿지로 활용할 수 있는 블루수소에 대한 공공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 검토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블루수소 생산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수소 생산자에게 고압의 LNG가 원활하게 공급되어야 하지만 현행 법규상 수소 생산자는 고압의 도시가스를 가스공급업자로부터 직접 공급받을 수 없고, 수소제조를 위한 대규모 도시가스 공급관리소의 신설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투자 지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도시가스사업법 등 기존 법 관련 시행규칙 개정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수소 인프라 규모에 따른 지원제도 신설의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수소경제 초기에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인해 인프라의 가동률이 낮을 수 있어 인프라 투자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수소 인프라 규모에 따른 지원제도를 신설해 인프라가 사용되지 않더라도 일정 비용을 정부가 지원함으로써 초기 인프라 확충에 대한 민간 기업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현대차의 수소전기트럭.

이와 함께 수소 소비량이 많은 수소버스와 수소트럭 등 상용차에 집중적인 보조금 정책 및 충전 인프라 구축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속도감 있는 수소상용차로의 전환을 위해 한시적으로 정부의 수소상용차 구매 보조금 비중을 상향하고,수요 중심 거점으로 대용량 수소충전인프라(액화 등)를 집중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수소 인프라 표준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수소 인프라를 표준화하면 설비 간 상호 운용에 문제가 없고, 빠른 기간 내 인프라 구축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또 설비의 유지・정비가 쉽고 운영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들이 개발한 신제품, 신기술의 조기 사업화와 시장 진출을 위해 표준 및 인증 마련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해 국내 기업의 성능・품질 기술을 국제표준에 반영토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수소 및 연료전지시스템, 이동형 연료전지(특히 수소전기차)부품 관련 성능 평가, 안전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조속히 KS 표준화에 나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과도한 인증기준은 비용 상승을 가져올 수 있기에 안전과 비용의 적절한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인증과 표준화 간의 연계시스템을 강화해 효율적으로 추진하고,기술개발과 함께 표준화 및 인증 작업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전담기구의 지정 또는 신설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최용호 딜로이트 컨설팅 파트너는 “이번 정책 제언은 H2 비즈니스 서밋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한 4차례의 간담회에서 수렴한 의견들을 바탕으로 정책 자문단 검토를 거쳐 나온 시급하고 중요한 현안”이라며 “정부의 속도감 있는 정책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인터뷰] 반상우 미래에셋증권 인프라투자본부장

“수소펀드, 인프라에 70%·기술에 30% 투자”   
5,000억 원 규모 1호 펀드 조성 계획

10년 만기 기준수익률 8% 이상 목표
 

▲ 반상우 미래에셋증권 인프라투자본부장.

미래에셋증권 인프라투자본부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달라.
미래에셋증권 내 인프라투자본부는 국내외 인프라를 위주로 하는 실물 및 기업투자를 담당하고 있으며, 최근의 ESG 및 디지털 기조에 맞추어 신재생에너지, 환경인프라, 디지털인프라 등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7월 6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개최된 ‘2022 H2 인베스터 데이’에서 5,000억 원 규모의 ‘수소펀드’ 출범식이 열렸다. 모펀드 운용사로 미래에셋이 선정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미래에셋금융그룹은 대한민국 수소경제의 도약과 수소에너지의 미래를 위한 글로벌 투자파트너이다. 이미 15개국 이상의 주요 거점에 40여 개소 이상의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수소펀드의 운용을 맡은 미래에셋증권은 자본금 11조 원에 육박하는 명실상부한 국내 1위 증권사로, 미래에셋자산운용・캐피탈・생명보험 등에 이르기까지 금융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자금을 운용・투자하고 있다.

미래에셋은 공동투자 파트너인 ‘스톤피크(Stonepeak)’, 자펀드 운용사인 ‘노앤파트너스(Noh&Partners)’와 투자자를 모집해 내년 초부터 본격 투자할 예정이다.

스톤피크는 전 세계 6대 인프라 자산 운용사이며, 자펀드의 상당 부분을 위탁 운용할 노앤파트너스는 2차전지・친환경소재 등 미래 성장산업에 대한 투자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 수소펀드의 투자 방향성과 조성 계획을 말해달라.
미래에셋과 그 파트너가 제안하는 수소펀드는 수소 투자 분야에 있어 수소생태계의 밑받침인 인프라에 70%, 그리고 수소경제의 도약을 위한 기술투자에 30% 수준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리고 보다 폭넓은 네트워크, 딜소싱(DealSourcing: 투자처 발굴)의 다양성, 전문성의 배가를 위해 노앤파트너스 컨소시엄과의 협업과 글로벌 전문 운용사인 스톤피크와의 공동투자를 준비했다.

‘H2 비즈니스 서밋’ 회원사의 출자를 필두로 국내외 재무적 투자자를 유치해 약 5,000억 원 규모의 1호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며, 10년 만기에 기준수익률 8% 수준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수소펀드가 조성되어 생산・저장・유통 인프라 및 수소 모빌리티 등 활용 프로젝트와 수소기술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글로벌 수소펀드의 동향을 설명해달라.
지난 2021년부터 영국, 미국, 프랑스 등 수소선진국을 필두로 전 세계적으로 수소 관련 펀드가 결성되고 있다.

영국이 가장 적극적이다. 영국은 5억2,938만 달러(약 6,800억 원)에 추가해 10억 파운드(약 1조6,000억 원)의 수소펀드를 조성했다.

미국은 4,418만 달러(약 570억 원), 프랑스는 15억 유로(약 2조400억 원)의 수소펀드를 조성했다.  

이 밖에도 호주, 북유럽 등에서도 수소와 관련한 투자 가이드라인이 일부 펀드 내 포함되어 있다. 새로운 에너지의 기술적 우위를 통한 표준화의 선점 및 수소 밸류체인의 확보를 위한 과감한 인프라 투자가 그 중심에 있다.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의 수소펀드가 성공적으로 가기 위한 관건은.
수소에너지 생태계의 조성은 향후 국가의 에너지안보, 탄소중립 정책의 방향과도 맞닿아 있는 기저산업의 큰 변화의 중심에 있다.

이에 따라 각 기업의 사익추구 차원을 넘어서 공공성도 확보해야 하는 소명인 만큼 정부·공기업 측의 적극적인 투자 참여와 제도적 지원, 대규모 자본 조성을 위한 민간 재무적 투자자의 투자가 필요하다.

민간투자자의 투자 유도를 위해서는 수소펀드에 대한 투자에 있어 규제비율 완화 등의 지원이 바람직하다.

최근 금리 인상,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인해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 회원사를 비롯해 모든 잠재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급등 및 글로벌 공급망 붕괴를 바라보며 새롭게 만들어지는 수소생태계에서만큼은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소 공급망을 확보하고, 수소기술에 대한 투자를 통해 표준화를 선도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의 수소펀드 운용사로서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전해달라.
부족해 보이는 이유는 백만 가지이다. 투자하지 않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한 의사결정인 경우가 많다. 내가 누릴 혜택은 아닐 수 있어도 나의 자손들이 다시 깨끗해진 하늘 아래서 끊김 없이 깨끗한 에너지(수소에너지)를 맘껏 사용할 수 있고, 또 그러한 기술로 지속적으로 먹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단 하나의 이유에 대한 단 하나의 의사결정이 주어진다면 우리의 생각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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