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27 (화)

HOT ISSUE

충전소 압력용기 수급난, 美 피바텍만 배 불린다 

국내 900bar급 수소압력용기, 피바텍 제품 독점 공급 중
충전소 구축업체, 피바텍 제품 납기 지연으로 선주문 리스크 감수
美 CPI 압력용기, 가스안전공사 국내 사용 승인 ‘눈앞’
해외 선진기술 채택・국산 제품 육성 등 공급선 다양화 시급

URL COPY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정부는 지난해 11월 26일 발표한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에 수소전기차 보급을 위한 수소충전소(누적)를 2022년 310기, 2025년 450기, 2030년 660기, 2040년 1,200기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환경부의 수소충전소 구축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4월 29일 기준으로 전국에 총 167기의 수소충전소가 운영 중이다.  


수소충전소의 주요 설비는 수소압축패키지, 고압・중압 압축가스 설비(수소저장압력용기), 수소 제어패널, 수소충전기(디스펜서), 열교환기, 칠러 등이 있다. 


이 중 수소저장압력용기는 크게 500bar급, 900bar급으로 구분된다. 현재 500bar급은 미국 피바텍과 CPI, 중국 Enric, 한국의 엔케이가 경쟁 중이나 900bar급은 미국 피바텍의 제품이 독점적으로 설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압력용기 공급선 다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00bar급 압력용기 현황 
수소충전소 구축 및 압력용기 제조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수소충전소에 설치되고 있는 900bar급 압력용기는 미국 피바텍 제품이 유일하다. 피바텍은 중국에서 원자재를 수입해 미국에서 압력용기를 제조한 후 한국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그런데 피바텍에 주문이 몰리는 동시에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수송 지연 문제까지 겹치면서 국내에 피바텍 제품이 공급되는 기간이 2배 이상 길어졌다. 기존에 7~8개월이었던 납품 기간이 현재는 13~14개월로 늘어난 것이다. 1년 넘게 이런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수소충전소 구축 업체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통상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수소충전소 구축 계약 기간은 8개월에서 1년이다. 1년 내에 수소충전소를 구축하지 않으면 구축업체들은 납기 지연에 따른 연체료 등의 패널티를 물어야 한다. 


특히 환경부가 올해부터는 수소충전소 민간자본보조사업을 1년, 2년으로 구분해 사업자를 공모했다. 민간자본보조사업을 대행하는 한국자동차환경협회가 지난 2월 증설・일반 사업자 선정 결과를 발표했는 데, 1년은 8개소(증설 5, 일반 3), 2년은 7개소(일반)이다. 


지난 4월에는 특수・액화시범 사업자 선정 결과를 발표했는데, 특수(상용차 충전소)는 1년 4개소, 2년은 15개소를 합쳐 총 19개소, 액화시범은 5개소이다.  

 

 

피바텍 제품의 납기가 1년 이상으로 늘어남에 따라 효성중공업, 제이엔케이히터, 광신기계공업 등 여력이 있는 수소충전소 구축업체들은 충전소 구축기간을 맞추기 위해 위험 부담을 안고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피바텍에 선주문(발주)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수소충전소 수주물량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주 목표(예상치)로 미리 제품을 확보하는 셈이다. 향후 수주 예상이 맞아떨어지면 문제가 없지만 실제로 수주 물량이 저조하면 재고 부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이넷의 한 관계자는 “올해 수소충전소 민간자본보조사업 대상자가 지난 4월에 최종 선정됐다”라며 “수소충전소 설비 공급 입찰을 하는 데 통상 2개월 정도 걸려 6월부터 구축사업을 본격 시작하게 되므로 1년 사업의 경우 피바텍의 고압용기 납기가 13개월이라 1년 내 충전소 구축이 힘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효성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피바텍 제품이 코로나의 영향으로 인한 물류 운송 문제로 납기가 13~14개월로 늘어난 상태”라며 “선주문으로 피바텍 제품을 확보하고 있지만 수소충전소 수주가 줄어들면 재고로 남기 때문에 관리비용 증가 등의 부담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한편 효성중공업과 광신기계공업의 경우 납기를 맞추기 위해 500bar급에서는 중국 Enric 제품도 채용하고 있다.  
 
피바텍 외 900bar급 공급 기업 없나
수소충전소 구축업체들이 900bar급에서 피바텍 제품 외에도 현재 선택할 수 있는 제품으로는 이탈리아 파버사와 체코 비트코비체실리더즈의 압력용기가 있다. 


이탈리아 파버사는 국내에 CNG, 수소 등의 고압용기를 공급해왔다. 2019년 5월에 설립된 비트코비체실린더즈코리아는 체코의 대표적인 용기 제조 기업인 비트코비체실리더즈와 가스계 소화설비 제조기업 동양기산의 합작사로, 국내 수소 인프라 시장 진출을 위해 2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해 7월 한국가스안전공사로부터 국내 사용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제품은 피바텍 제품에 비해 선호도가 떨어진다. 단일 용기의 볼륨이 작아 여러 개의 용기를 번들형으로 묶어서 사용해야 하는 만큼 접속부가 많아져 리크 발생 우려가 커지고 유지관리도 불편할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기존에 사용해왔던 길이 10미터 이상의 대용량 점보 용기에 익숙해져 있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A 수소충전소 구축업체의 한 관계자는 “비트코비체와 파버사 제품은 용기 볼륨이 작아 피스톤, 다이어프램, 아이오닉 등의 압축 방식과 시스템에 따라 용기가 많이 필요한 곳이 대부분이고, 시스템 설계가 기존 점보 용기에 맞추어져 있다 보니 이들 제품의 선택을 꺼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수소충전소가 버스, 트럭 등의 상용차도 충전을 해야 해서 큰 용기가 필요하다”라며 “용기가 작으면 번들 형식으로 용기를 늘릴 수 있지만 연결 부위가 많아지고 유지관리 어려움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비트코비체 용기의 경우 실제 국내에 설치되어 운용된 실적이 아직 없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도 선택을 꺼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B 수소충전소 구축업체의 관계자는 “비트코비체 제품은 가격이 비싸지 않고 번들형이어서 설치면적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직 국내 운용 실적이 없어서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사실 수소충전소 구축업체들은 피바사의 경쟁 제품으로 미국 CPI사의 용기가 하루 빨리 시장에 공급되기를 가장 바라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미국 CPI사의 500bar급 제품은 사용이 가능하지만 900bar급은 사용이 중지된 상태다. 


지난 2020년 청주 도원수소충전소에 설치된 CPI의 900bar 압력용기에서 수소가스가 누출되어 충전소 가동이 중단된 바 있다. 이로 인해 같은 용기가 설치된 충주 연수수소충전소와 삼척 수소충전소도 가동을 중단했다. 


이후 도원수소충전소와 연수수소충전소는 용기를 피바사 제품으로 교체해서 운영 중이다. 삼척 수소충전소는 인근에 대체할 수소충전소가 없어 감압 충전(350bar) 중이고, 대체 충전소가 생기면 피바사 제품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러한 일이 발생한 이후 CPI사의 용기 수입 및 사용 중지 명령을 내렸다. 또 가스안전공사는 CPI사에 용기를 개선한 후 안전성 검증을 받도록 요청하고 용기에 대한 실증 시험을 진행해왔다. CPI사는 가스안전공사의 안전성 검증을 통과해 사용 승인을 받으면 국내 시장에 다시 900bar 용기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수소충전소 구축 관련 업계 일각에선 CPI사 제품의 국내 사용 승인이 늦어지자 가스안전공사가 CPI사 제품만 엄격하게 대하는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이로 인해 피바사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피바사 같은 경우 국내 에이전트가 있어서 문제 발생 시 체계적인 대응이 가능한데, CPI사의 경우 2020년 용기 문제 발생 시 국내 에이전트가 없다 보니 후속조치에 미흡한 점이 있어 시간이 오래 걸린 것 같다”라며 “지난 4월에 공장심사를 한 결과 개선사항에 대한 일부 미비점이 있어 ‘경미 부적합’으로 판정을 내렸고, CPI사는 3개월 이내 보완하면 된다. 현재 마무리 작업에 있어 올 상반기 내로 최종 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스안전공사는 CPI 용기에 대한 실증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세계 최초로 수소충전소 압력용기 전용 안전기준을 마련하고 올해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수소압력용기의 취약 부분인 연결부 등에 대한 수소 가압 반복시험 등의 안전성 검사를 강화한 것이다. 

 

 

고압용기 및 충전소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고압용기를 오래 사용하다 보면 노후화로 인한 피로도가 증가해 연결부 등에서 리크 현상이 발생한다. 리크 발생을 해소하기 위해 관련 부품을 교체하며 관리하게 된다.  


하지만 국내는 위험 요소를 최대한 제거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수소압력용기 연결부 등에 대한 안전기준을 마련했다는 게 가스안전공사 측의 설명이다.    
 
압력용기 공급선 다양화 시급
CPI사가 최종 국내 사용 승인을 받으면 시장에 900bar급 용기를 공급할 수 있어 용기 수급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피바텍처럼 중국에서 원자재를 들여와 미국에서 제조 후 한국으로 운송하는 CPI사도 코로나로 인한 운송 지연으로 납기가 오래 걸릴 것으로 보여 국내 용기 수급난이 크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국내 운용 실적이 아직 없어도 가스안전공사의 안전성 검사를 통과해 최종 사용 승인을 받은 체코 비트코비체실린더즈의 용기나 국산 용기 등이 시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 한국 시장에서 마케팅 활동을 적극 펴고 있는 비트코비체실린더즈 측은 국내 관련 업체들의 전향적인 인식 전환을 바라고 있다. 

 

 

 

비트코비체실린더즈코리아에 따르면 비트코비체실린더즈의 수소저장솔루션은 소용량(30L, 70L) 빌렛 타입의 용기로, 2열 7단 14B/T 구성(번들)을 기본으로 하여 수소충전소의 용량 증설이 필요한 경우 세트 단위로 순차 증설이 가능해 경제적 부담과 부지확보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비트코비체실린더즈코리아 관계자는 “국내 수소충전소 저장용기의 대부분은 과거 CNG 설비를 그대로 준용한 파이프(점보) 타입으로, 설치 길이만 해도 약 12m에 이르러 과대한 저장 설계 면적이 필요하다”라며 “현재까지 국내 수소충전소는 비교적 면적이 충분한 단독 충전소의 형태로 구축되어 설치 면적에서 그다지 제한적이지 않았지만 향후 협소한 부지에 충전소를 설치하거나 복합충전소의 구축이 잦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비트코비체실린더즈의 수소저장솔루션은 부지확보 예산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내 수소충전소 구축 업체들이 우려하는 많은 접선부로 인한 리크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 피바텍 등 기존 점보 타입의 용기의 리크는 한 지점에서 발생해 그곳에 피로도가 집중되는 반면 비트코비체실린더즈 제품은 14개 용기에서 분산 리크가 된다. 즉 사용 기간에 수소 용량이 동일하다고 하면 점보 용기 한 곳에서의 리크보다는 14개 용기에서 분산하는 리크가 더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리적·지형적 여건이 우리나라와 매우 유사한 유럽의 수소 선진국에서는 점보 용기에서 소용량 번들 타입 용기로 전환하는 추세다. 린데, 에어리퀴드, 에어프로덕츠, 넬, 지멘스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유럽 지역 수소충전소 및 수소저장시설(500, 1,000, 1,050bar)에 소용량 번들 타입 용기를 사용하고 있다. 일반 단독 충전소는 물론 모바일 충전소 및 패키지타입의 충전소에도 높은 안정성과 효용성을 보이고 있다”라며 “기존 점보 용기에만 의존하지 말고 번들 타입 용기와 같은 미래지향적인 제품도 과감히 도입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에서 비트코비체실린더즈 용기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비트코비체실린더즈코리아는 대전 학하수소충전소에 증설용으로, 군산수소충전소(현대로템)와 오창 수소열차 충전소(에이치앤파워) 및 국내 압축기 3개 업체에 각각 용기 납품을 완료했다.  


또 A 제철소(용광로)의 연료를 기존 화석연료에서 수소로 전환하기 위한 수소 부스터용, 한화에너지의 시험장비용, 강원 액체수소충전소용으로 공급하기 위한 협의를 각각 진행 중이다. 수소압축기를 보유한 범한퓨얼셀, 한국유수압, 대하 및 지티씨와도 ‘압축기+용기’ 세트 구성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수소충전소 구축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인 P사는 수소충전소 구축사업 시 비트코비체실린더즈의 제품을 주력으로 제안・적용할 계획이다. 


이처럼 비트코비체실린더즈의 제품이 시장에서 점차 호응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비체실린더즈코리아 관계자는 “정부가 수소충전소 구축비용을 낮추기 위해 충전소 부품 국산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현재 국내에는 수소충전소 및 출고장 관련 설비·제품의 공급선이 부족하다”라며 “수소경제 사회로의 이행을 위한 현시점에서는 설비·제품 공급선을 다변화해 공정한 시장 경쟁을 통해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제품들이 시장에 공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CPI사가 가스안전공사로부터 사용 승인을 받으면 국내 수소충전소 압력용기 시장은 피바텍과 CPI사가 주도하고, 비트코비체실린더즈가 그 뒤를 바짝 추격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수소압력용기 시장은 외산 제품이 지배하는 셈이다. 

 


국산 압력용기 육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수소충전소 핵심 설비 중 하나인 압축기의 국산화 개발은 수소압력용기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이다. 광신기계공업이 이미 상업화에 성공해 국내에서 독일 호퍼사 등 외산 제품과 당당하게 경쟁 중이다. 지티씨와 범한퓨얼셀은 정부 R&D 과제를 통해 창원에 구축한 수소충전소에서 실증운전 중이다. 


충전소 설비 국산화율을 높이고 수소버스용 충전소 표준 모델을 확립하기 위해 지난 4월 준공된 창원 가포수소충전소에는 범한산업의 국산 압축기가 설치되어 실증운전 중인 반면 압력용기는 국산 제품의 미비로 결국 미국 피바사 제품이 설치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미 500bar급을 개발하고 지난해 6월부터 공급을 시작한 엔케이는 900bar급도 개발해 2021년 1월에 수소취성 관련 기준이 마련되어 수소취성 시험을 완료했다. 빠르면 올해 6월까지, 늦어도 올해 안으로 가스안전공사 인증을 완료할 계획이다. 


두산중공업도 900bar급 압력용기를 개발하고, 가스안전공사의 인증을 완료하는 대로 시장에 공급하기 위해 수소충전소 구축・운영 업체들과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B 수소충전소 구축업체 관계자는 “수소충전소 핵심부품의 국산화 기술이 개발되어도 트랙레코드와 신뢰성 부족 등으로 실제 상용화되는 데 어려움이 많은 만큼 국산 압력용기 공급이 확대될 수 있도록 소부장 육성 차원에서 규제 완화와 실증 지원, 압력용기 인증비용 등의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수소경제 핵심 축의 하나인 수소전기차의 원활한 보급을 위해선 수소충전소가 안정적으로 구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되고 있는 수소압력용기의 수급난 해결이 급선무다. 기존에 사용해왔던 제품 외에도 신개념 선진기술의 과감한 도입과 국산 제품 육성 등을 통한  압력용기 공급선의 다변화가 용기 수급난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공정 경쟁을 유발해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제품 공급으로 이어져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선순환 고리가 될 것이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