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석영 금양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1955년 설립된 금양은 합성수지, 고무 등의 고분자 재료에 첨가되는 화공약품인 발포제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전 세계 78개국에 2,000여 개의 판매망을 구축했다. 국내 최초 발포제 국산화, 글로벌 발포제 1위 기업이라는 명성을 뛰어넘어 이제는 세계 최초 친환경 발포제, 전기차 배터리로 대표되는 2차전지 사업,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통해 글로벌 첨단소재 기업으로 새롭게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금양은 KIST로부터 수소연료전지 관련 기술을 이전받은 후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추진할 자회사 ‘금양이노베이션’을 설립하고, 장석영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을 대표이사로 영입했다. 

장석영 금양이노베이션 대표는 지난 9월 <월간수소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체 생산한 촉매와 MEA의 일관 공정을 바탕으로 스택까지 양산하고, 최종적으로는 글로벌 연료전지시스템 공급사로 발돋움하겠다는 미래 비전을 밝혔다.  

KIST 기술이전으로 연료전지 사업 진출

“수소경제는 이미 인류의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는 이상기후, 산불, 자연재해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고, 우리 후손들이 살아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대안입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에너지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경제와 사회의 기초가 수소로 전환되는 이 시점에 발 빠른 움직임으로 초기 주도권을 잡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로 인식해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장석영 금양이노베이션 대표는 이같이 ‘수소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수소연료전지 사업 진출 과정부터 설명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발포제 1위 기업으로 회사를 성장시킨 류광지 금양 회장에게도 회사의 신성장 산업이 필요했다. 류 회장은 회사의 미래 성장이 가능하면서도 본업인 화학소재(발포제)와 관련이 있고, 사업 측면에서도 수익을 창출하면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산업이 바로 ‘수소연료전지’라고 생각하고 이 분야에 진출하게 됐다. 

류 회장은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처음부터 개발하기엔 시간도 걸리고 어려움이 있다고 보고 기술이전을 받기로 결심했고, 국책 연구기관 중 수소연료전지 분야에서 가장 많은 연구 경험이 있는 KIST와 인연을 맺게 됐다. 

금양은 지난해 9월 KIST로부터 수소연료전지 촉매에 활용하는 ‘초소형 나노입자제조 및 흡착기술’을 이전받은 후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추진할 금양이노베이션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사업을 위해 장석영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을 대표이사로 영입했다. 

과기정통부 차관을 끝으로 31년간의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기업인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장석영 대표. 올해 4월 취임한 장 대표는 이미 지난해 7월부터 KIST와의 기술이전 논의와 금양이노베이션 설립에 참여했다. 

“지난해 7월 류광지 금양 회장님과 KIST 극한소재센터 박사님들의 첫 미팅에 참여한 이후 류 회장님과 함께 KIST와 기술이전을 논의했습니다. 류 회장님은 20년 넘게 금양의 대표로 재직하면서 쌓아온 화학기술에 대한 지식과 사업가로서의 감각을 통해 빠르게 기술검토를 진행했고, 9월에 기술이전 조인식을 하게 됐습니다. 수소 비즈니스를 담당할 금양이노베이션 법인 설립까지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단가’와 ‘성능’ 두 마리 토끼 잡는다

금양이 이전받은 기술의 핵심은 비정질 나노와이어 합성기술을 이용해 상온의 용액공정에서 균일 사이즈의 금속 나노입자를 대량생산하는 방식이다. 

장 대표는 “KIST로부터 이전받은 기술은 귀금속 입자를 나노 입자화해서 지지체에 흡착시킬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이라며 “우선 연료전지에 들어가는 백금 촉매 제조합성에 이 기술을 적용해 ‘단가’와 ‘성능’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노 사이즈의 균일한 입자를 단순화된 공정을 통해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어서 제조원가 측면에서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합금 촉매를 만드는 데도 매우 용이한 기술로, 현 수준의 백금 촉매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연료전지의 출발은 촉매라고 생각합니다.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을 활성화하기 위해 촉매가 필요한데, 현재 백금 촉매를 많이 사용합니다. 백금은 귀금속이라 비싸서 백금을 얼마나 적게 쓰느냐가 관건입니다. 촉매를 가늘고 얇게 전극에 붙이는 게 핵심이죠. 그러려면 백금 촉매를 작게 만들어야 합니다. KIST로부터 이전받은 기술은 여러 금속의 알갱이들을 나노 사이즈로 작게 와이어(줄)처럼 만드는 기술로, 비교적 간단한 공정으로 만들 수 있어요. 또 성능과 내구성을 어떻게 유지하느냐 하는 게 중요한데, 이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는 기술이라고 판단해 KIST로부터 기술이전을 받게 된 것입니다.”

▲ 윤석진 KIST 원장(왼쪽 3번째), 류광지 금양 회장(오른쪽 2번째), 장석영 금양이노베이션 대표(오른쪽 1번째)가 ‘KIST-금양이노베이션 링킹랩’ 현판제막식에서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금양이노베이션은 현재 KIST와 함께 KIST 내에 공동연구소(링킹랩)를 설치해 공동연구를 진행하며, 촉매 기술을 업그레이드해 나가고 있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촉매와 MEA 기술을 적용해 올해 안으로 5kW 스택 프로토타입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장 대표는 “자체적으로 촉매 합성에 성공했다. 기본적으로 촉매 백금의 사이즈는 해외 기술 기반의 기존 촉매보다 비슷하거나 조금 작으면서 성능도 잘 나오는 시제품(촉매)을 개발했는데, 이를 양산하기 위해서는 계속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라며 “산소와 수소가 들어오는 전극에 촉매를 얇게 붙이고 중간에 멤브레인(전해질막)을 넣으면 MEA가 되는데, 우리가 만든 촉매를 활용해 자체적으로 MEA도 개발하고 있다. MEA를 만드는 과정에서 촉매를 코팅하는 데칼(decal)과 전사 과정이 조금 어려웠지만 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어 대면적 MEA를 웬만큼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MEA 대면적화를 통해 이르면 10월 안으로 MEA를 쌓아서 2.5kW나 5kW급 스택을 자체적으로 만들 계획”이라며 “이렇게 되면 (멤브레인만 빼고) 촉매부터 MEA, 스택까지 일관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KIST의 한종희 전 청정신기술연구소장(현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교수, 맨 왼쪽), 하헌필 첨단소재기술연구본부장(맨 오른쪽), 류광지 금양 회장(가운데)이 MOU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금양과 금양이노베이션은 지난 2월 KIST 청정신기술연구소, 첨단소재기술연구본부와 수소연료전지 연구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연료전지 분야의 혁신적인 기술과 소재 개발의 필요성을 공동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KIST는 국내 최고 연료전지 기술 전문가들을 보유하고 있는 정부 출연 연구소”라며 “회사의 연료전지 사업에 있어 KIST의 전폭적인 협조를 받으며 폭넓게 KIST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촉매의 입자를 작게 하면서 장기 내구성을 확보하는 기술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촉매를 쓰다 보면 촉매가 커지는데, 이러한 현상을 억제하는 방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또 백금만 쓰는 촉매 외에도 백금과 니켈, 코발트 등을 합성하는 합금 소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의 연구도 병행할 예정이다.  

장 대표는 “MEA 개발 관련 과제를 공동으로 기획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기획 단계여서 아직 공개할 수 없는 점을 양해 바란다”라며 “또 아직은 구체적인 방향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잘만 되면 MEA에 직접 연결된 멤브레인 등에 욕심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이런 부분에서도 KIST와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윤석진 KIST 원장(왼쪽 2번째), 류광지 금양 회장(오른쪽 3번째), 장석영 금양이노베이션 대표(맨 오른쪽)가 ‘KIST-금양이노베이션 링킹랩’ 현판제막식 후 공동연구실을 둘러보고 있다.

금양이노베이션은 KIST 내에 KIST의 1호 링킹랩(공동연구실)을 설치한 기업이다. 윤석진 KIST 원장이 도입한 제도다. 국책연구기관의 역할이 개발한 기술을 단순히 기업에 이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전한 기술이 제품화되어 매출까지 발생하도록 지원해주는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장 대표는 “금양-KIST 1호 링킹랩은 실제로는 지난해 12월부터 개시되었고, 지난 5월 공식적으로 현판식을 진행했다”라며 “KIST 내에 있으면서 연구개발에 필요한 여러 조언과 도움을 KIST의 관련 부서들로부터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부분이 가장 큰 장점이다. 기술의 사업화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겪는 여러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촉매부터 시스템까지 일관 체계 갖출 것”

금양이노베이션의 중기 목표는 자체 생산한 촉매와 MEA의 일관 공정을 바탕으로 스택을 양산하는 것이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수소드론과 수소선박에 집중할 계획이다. 최종적으로는 자체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연료전지시스템 공급사로 발돋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30년에는 수소 모빌리티 연료전지 분야 선도기업으로서 1조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금양이노베이션은 촉매, MEA, 스택, 시스템까지 연료전지 일관 시스템의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는 비전 아래 현재 분야별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데, 결국은 개발한 제품이 시장에서 활용되어야 실제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르면 10월 말까지 스택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이를 활용해 실제 드론과 선박에 사용할 수 있도록 올해 말 또는 내년 초까지 준비해서 내년 상반기 중에는 우리의 스택이 들어간 드론을 날려보고, 연말에는 선박에도 우리의 스택(대용량)을 제공한다는 계획입니다.”

▲ 금양이노베이션이 자체 개발한 연료전지 촉매를 소개하고 있는 장석영 대표.

특히 장 대표는 몇 년 전 일본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수출규제가 연료전지 분야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금양이노베이션이 연료전지 분야 소부장의 핵심적인 역할을 해보겠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우리나라의 수소차와 연료전지(발전용)가 세계 1위이지만 핵심기술이나 소재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라며 “금양이 촉매나 MEA를 직접 해보려고 하는 의지는 연료전지 분야 소부장의 핵심 역할을 해보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금양이 최종적으로 글로벌 연료전지시스템 공급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출발점은 촉매, MEA 등 연료전지 핵심부품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기정통부 차관 출신다운 아이디어도 가지고 있다. 

장 대표는 “결국 연료전지 분야도 빅데이터와 AI와 연결하는 기술이 필요할 것 같다”라며 “이와 관련해 금양이 지금 당장 준비하는 건 없지만 기본적으로 연료전지 분야 일관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이 과정에서 축적한 데이터와 AI를 활용하는 연료전지 분야 글로벌 강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수소기술퀀텀센터’ 구축 예정

현재 금양이노베이션의 연구사이트는 KIST 내 링킹랩과 평촌에 있다. 모기업 금양의 본사(부산시 감전동) 공장 부지에 건설 예정인 ‘수소기술퀀텀센터’에 생산시설을 구축하기 전까지는 KIST 내 링킹랩과 평촌에서 파일럿 생산을 진행할 계획이다.  

장 대표는 “링킹랩은 KIST 내에 있고 아무래도 공간이 좁아서 양산까지는 아니더라도 웬만큼 촉매를 생산하기 위해 평촌에 아파트형 공장을 구해 지난 6월 오픈했다”라며 “평촌에서 MEA까지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소기술퀀텀센터’는 부산의 조선기자재 산업과 부산을 둘러싸고 있는 수소 인프라의 강점을 살려 수소 모빌리티 연구개발의 중점 클러스터 역할을 담당하기 위한 목적으로 금양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연면적 약 4,000평 부지에 지상 10층 지하 2층 규모로 올해 말 착공해 2022년 말까지 완공한다는 목표다. 4~8층을 수소연료전지와 관련된 스타트업과 벤처기업들의 연구개발 공간으로 제공하고, 1~2층에는 금양이노베이션의 촉매, MEA, 스택 생산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장 대표는 “기업 혼자만의 힘으로는 힘들다. 특히 수소경제가 지금은 초기라서 협력이 더욱 절실하다”라며 “연료전지 관련 스타트업과 벤처기업들이 한곳에 모여 있으면 자연스럽게 함께 소통하면서 아이디어도 공유하고 기술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장석영 금양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수소기술퀀텀센터’에 물리적으로 연료전지 관련 스타트업과 벤처기업들의 공간을 제공하는 것 외에도 실질적으로 이들과 협업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수소기술퀀텀센터’에 입주한 기업들과 협동조합을 만들어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하고 상품성을 높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장 대표는 “예를 들어 수소드론 협동조합을 만들어 연료전지 제작, 부품, BOP 등의 수소드론 관련 업체들이 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몇몇 업체들도 협동조합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류지광 금양 회장과 함께 지난 8월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2021 수소 모빌리티쇼’ 현장을 방문했다. 관심 포인트는 협력할 수 있는 기업과 전문가들을 찾는 것이었다. 

장 대표는 “자기 분야에서 나름의 기술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과 벤처기업들이 많이 있지만 실제로 제품을 만들어 고객들의 선택을 받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 것 같다. 그래서 능력 있는 스타트업과 벤처기업들이 함께 협업하고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으로 수소 모빌리티쇼 현장을 방문했는데 몇몇 기업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금양이노베이션은 앞으로 국책과제를 통해 개발 기술의 상용화와 실증사업을 통한 레퍼런스(Reference)를 쌓을 계획이다.

모기업 금양은 글로벌 발포제 1위 기업답게 전 세계 78개국의 자동차 회사나 나이키, 고어 등 2,000개 이상의 거래선을 보유하고 있어 판매망이 탄탄하다. 이러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연료전지 제품의 판로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료전지 분야의 테슬라와 구글 같은 기업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앞으로 30년 후면 수소경제가 만개할 것으로 보입니다. 더 빨리 올 수도 있습니다. 아직은 작은 씨앗이고 시작은 미약하지만 금양이노베이션이 만든 연료전지 제품이 전 세계 어디서든지 꼭 필요로 하고, 정말 좋은 제품이구나 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업으로 성장시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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