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투코어테크놀로지 엄세훈 대표가 R&D실을 찾았다.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플라즈마 원천기술을 보유한 인투코어테크놀로지를 찾아간다. 인투코어는 지식산업센터로 불리는 아파트형 공장인 대덕비즈센터에 입주해 있다. 40명 정도가 일하는 벤처회사로 지난 2014년에 설립됐다. 

“임직원의 20%(8명)가 박사급이죠. 카이스트에서 플라즈마와 전기전자 분야를 전공한 연구원들이 모여 있는 기술벤처예요. 사명에 ‘En’이란 두 글자를 넣어 인투코어(EN2CORE)란 이름을 붙였죠. 환경(Environment)과 에너지(Energy) 분야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엄세훈 대표는 지난해 ‘탄소중립’ 선언을 계기로 환경과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기업들도 ESG 경영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에너지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중소벤처기업부와 환경부로부터 지난해 ‘그린뉴딜 유망기업 100’에 선정됐다.

매립지가스로 고순도 수소생산

인투코어는 대구시 달성군에 있는 방천리 쓰레기매립장에서 매립가스(LFG; Land Fill Gas)를 수소로 전환하는 ‘LFG 기반 고순도 수소정제 시스템’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매립가스를 활용해 하루에 200kg의 수소를 생산하는 실증사업이다. 작년 10월부터 시작해 2023년 9월까지 일정이 잡혀 있다. 예산은 35억 원이 들어간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환경부가 작년에 선정한 ‘그린뉴딜 유망기업 100’에 들면서 이번 과제를 수행하게 됐어요.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에서 주관하는 그린벤처 프로그램의 일환이죠. 앞서 매립가스로 메탄올을 만드는 환경부 과제를 수행했는데, 그 후속 과제라 할 수 있어요.”

환경부 과제는 ‘매립지가스를 메탄올 등 고부가가치 액체화합물로 변환하는 매립지가스의 액체화합물 전환기술 실증화 개발’을 의미한다. 인투코어는 메탄올 합성촉매 공정기술을 보유한 한국화학연구원(KRICT 이윤조 박사팀)과 손을 잡고 2018년 9월부터 이 사업을 진행했다. 매립가스 공급은 대성환경에너지가 맡았다. 


“이 과제는 올 3월에 완료했어요. 시간당 1만6,000리터(16㎥)의 매립지가스를 플라즈마 개질 기술로 분해하고 재합성해서 하루에 메탄올 50kg을 생산하는 플랜트를 300시간 연속으로 운전하는 데 성공했죠. 메탄올은 그 자체로 쓰임이 많고, 이산화탄소를 잡아둘 수 있어 환경에도 도움이 됩니다.”

매립지가스를 메탄올로 전환하는 기술 공정도를 살펴본다. 매립가스를 받아 1차 탈황을 거친 후 기체분리막에 넣어 메탄을 고질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여기까지가 전처리 공정에 든다. 


이 기체를 스팀(H2O)과 함께 플라즈마 개질 반응기에 넣어 수소와 일산화탄소(CO)로 이뤄진 합성가스를 만든다. 그런 다음 승압해서 메탄올합성 반응기에 넣게 된다. 

“이번 수소화 과제도 전처리, 플라즈마 개질 공정까지는 동일해요. 다음 공정에 WGS, PSA 설비를 붙여 고순도 수소를 만들게 되죠.”

수성가스전이(WGS, Water Gas Shift) 공정으로 합성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분리해 수소를 빼내고, 이 수소를 압력흡착분리(PSA, Pressure Swing Adsorption) 공정으로 정제해 99.97% 이상의 고순도 수소를 생산하게 된다. 수소추출에 흔히 쓰는 기존 SMR(스팀메탄개질) 방식과 동일하다. 

“버너를 가열해 700℃ 이상에서 촉매 반응을 일으키는 SMR 수소추출기는 가동에 긴 시간이 걸려요. 열 손실이 많고 질소 퍼지(질소를 넣어 설비 내 기체를 제거하는 일)도 해야 해서 한번 가동하면 그냥 켜두게 되죠. 하지만 플라즈마 개질기는 대기 시간이 수초에서 수분으로 아주 짧아요. 켜는 순간 수천 도의 에너지를 발생시키죠. 껐다 켰다 할 수 있는 점, 다시 말해 부하변동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점이 플라즈마 개질의 큰 장점입니다.”

플라즈마 기술의 핵심은 ‘소스’와 ‘제너레이터’

인투코어는 환경산업보다 반도체산업 쪽에서 먼저 이름을 알렸다. 그도 그럴 것이 창업 초기만 해도 환경산업 쪽에 수요가 없었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미 대선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이 승리하면서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했고, 우리나라도 지난해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탄소국경세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환경규제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기업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죠. 우리 회사만 해도 국내 화학회사를 중심으로 플라즈마 기술을 환경 부문에 적용해보자는 의뢰가 크게 늘었어요. 글로벌 에너지회사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고요.”

인투코어는 창업 초기에 활로를 찾지 못해 고전했다. 그러다 반도체용 ‘고밀도 활성종 공급장치’인 RPS(Remote Plasma Source)를 개발해 삼성전자에 납품하면서 도약의 기회를 잡았다. 지난 2017년 9월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대 출자자로 나선 2,000억 원대 규모의 반도체성장펀드 1호 투자 대상 기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대덕비즈센터는 아파트형 공장이다. 사무실 안쪽에 연구개발실과 공장이 붙어 있다. 인투코어의 플라즈마 개질기는 RPS 장비에 들어가는 기술을 그대로 적용했다고 보면 된다.  

▲ 연구개발실에서 한 직원이 RPS 장비의 성능 테스트를 하고 있다.

인투코어의 플라즈마 기술은 흔히 ‘소스’라 부르는 플라즈마 발생장치(RPS; Remote Plasma Source), ‘제너레이터’라 부르는 플라즈마를 구동하기 위한 전력공급장치(RFG; Radio Frequency Generator)로 구성된다. 이 두 가지 장치가 핵심이다.  

“이게 바로 플라즈마 소스예요. 안쪽 중심에 세라믹 튜브가 들어 있고, 기체가 안을 통과하도록 설계되어 있죠. 밖에 감긴 건 구리 안테나예요. 안테나에 RF(무선주파수)를 흘리면 세라믹 안쪽으로 유도전기가 형성되면서 플라즈마를 발생시키게 되죠. 그래서 전극이 필요가 없어요.”

▲ RPS 장비에 들어가는 플라즈마 소스로, 세라믹 튜브에 구리 안테나가 감겨 있다.  

엄세훈 대표의 말에 따르면, 플라즈마 소스만큼이나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제너레이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반도체 장비 업체가 전력 제어 부분에서 상용 인버터를 사서 쓰고 있어요. 비용이 크게 발생하는 부분이죠. 강한 플라스마 상태를 유지하려면 강한 유도전기장이 필요해요. 그래서 전력제어 기술을 원천화해야 했습니다. 회사의 R&D팀도 플라스마와 전력 전문가로 크게 나뉘죠. RF 전력변환 효율이 95% 이상으로 높은 세계 최고 수준의 플라즈마 기술을 갖췄다고 자부합니다.”

반도체 공정의 많은 부문에 플라즈마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물리적·화학적 방법을 적용해 웨이퍼에 전기적 특성을 갖는 분자나 원자 단위의 물질을 입히는 ‘증착 공정’, 특수 가스를 주입해 불필요한 회로 부분을 선택적으로 제거하고 세정하는 ‘식각 공정’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 반도체 회사 납품을 위해 제작한 RPS(위)와 그 내부(아래).

인투코어는 플라즈마 개질 장비의 크기를 반도체용 RPS보다 최대한 키워서 갔다. 모듈 하나당 시간당 20N㎥, 즉 1.8kg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단순 계산으로 5개의 모듈을 병렬로 연결하면 시간당 9kg의 수소생산이 가능하다. 

“이번 고순도 수소정제 시스템 개발 실증에는 최소 5기 이상(최대 8기)의 모듈을 붙여서 하루에 200kg의 수소를 생산할 예정이에요. 40피트 컨테이너박스 안에 12기 정도의 모듈이 들어가는데, 이 정도면 하루에 500kg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죠.”

흥미로운 지점이다. 기존 SMR 방식을 적용한 수소추출기가 아닌 ‘플라즈마 개질기’를 적용한 온사이트형 수소충전소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SMR 방식이 천연가스 개질에 국한된 데 반해, 플라즈마 개질은 메탄, 이산화탄소, 질소, 수분 등이 섞인 바이오가스나 매립지가스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 방천리 쓰레기매립장에서 나오는 매립가스의 조성비는 메탄 35%, 이산화탄소 30%, 질소의 비율이 비교적 높은 17% 정도라고 한다.

“매립지나 폐수처리 시설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를 원료로 수소를 생산할 경우 친환경적인 수소생산이 가능해요. 여기에 즉시 기동이 가능한 장점을 더하면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신재생에너지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죠. 쓰레기매립장에 태양광을 설치하고 여기서 나는 전기로 플라즈마 개질기를 돌려 생산한 수소를 수소전기차에 충전하는 일도 가능합니다.”

▲ 플라즈마 상태를 오실로스코프 파형으로 확인하고 있다.

온사이트형 플라즈마 수소추출기의 가능성

스팀 리포밍은 천연가스 개질 과정에서 10배나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기술의 성숙도가 높고 비용의 이점이 크지만, 그레이수소라는 비판이 따른다. 여기에 탄소포집 설비를 붙이는 방안이 있지만, 그 비용이 워낙 비싼 데다 포집한 이산화탄소의 처리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다.

“메탄 개질 과정에 스팀(H2O)을 넣으면 그만큼 이산화탄소가 배출돼요. 플라즈마 기술이라고 다를 게 없죠. 메탄(CH4)을 깰 때 스팀을 적게 쓰거나, 아예 넣지 않는 게 환경적으로 가장 좋죠. 메탄을 플라즈마로 바로 깨서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이 있는데, 궁극적으로 이 형태로 가는 게 맞아요. 다만 메탄을 깨면 카본(탄소)이 남게 돼요.  이 카본을 어떻게 회수하느냐가 아주 중요한 기술에 들죠.”

스팀을 쓰지 않고 메탄을 바로 깨는 ‘메탄 열분해’ 또는 ‘메탄 크래킹’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최근 사례로 SK가 직접 투자를 결정해서 화제가 된 미국의 모놀리스(Monolith)란 회사가 있다. 모놀리스는 DC(직류) 플라즈마 방식의 상업용 개질 플랜트인 OC1을 네브라스카주에 가동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카본블랙 1만4,000톤을 생산한다. 

“수소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아 ‘청록수소’라고 부르죠. 메탄을 깰 때 고체탄소가 나오는데, 이를 카본블랙이나 탄소나노튜브, 그래핀 형태로 회수해서 판매해야 SMR 대비 경제성이 나와요. 플라즈마를 발생해서 유지하는 데 많은 전기가 소모되기 때문에 수소만 팔아서는 경쟁력을 갖추기가 어렵죠.”

▲ 인투코어테크놀로지 엄세훈 대표.

인투코어의 궁극적인 지향점도 메탄 열분해를 통한 청록수소 생산이다. 하지만 저급메탄가스를 합성가스 제조에 활용하는 ‘플라즈마 SMR’의 경쟁력도 무시할 수 없다. 수소정제기술을 적용해 수소를 생산할 수 있고, 화학촉매기술을 활용해 메탄올이나 DME(디메틸에테르)로 전환할 수 있다. 

“기동시간이 짧고 부하변동에 대응할 수 있어 신재생에너지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죠.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의 잉여전력으로 수소를 생산한다고 할 때 흔히 수전해를 떠올리지만, 알칼라인 수전해만 해도 한두 시간 정도 기동시간이 필요하고, 물을 분해하는 과정에 많은 전기를 써요. 오히려 플라즈마 개질은 메탄의 화학에너지를 함께 쓰기 때문에 전기를 절반만 써도 되죠. 연료가 투입되는 상황이나 수소생산 여건에 따라서는 플라즈마 개질이 수전해보다 유리할 수 있습니다.”

플라즈마 개질은 상용화를 위한 기술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인투코어는 이번 과제를 통해 플라즈마 개질에 드는 전기료 외에도 전처리 공정이나 WGS, PSA 공정에 들어가는 에너지 비용에 대한 자료를 내놓게 된다. 

플라즈마는 환경기술로 활용도가 높다. 매립지가스로 나오는 메탄의 지구온난화지수(GWP)는 21이 넘는다. 이산화탄소의 GWP가 1이다. 그보다 21배 이상 지구온난화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이 가스를 수소로 전환해 수소버스나 수소청소트럭에 활용한다면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다.

“온사이트형 수소충전소에 플라즈마 기술을 적용하면 필요할 때마다 수소를 만들어 쓸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수소저장용기를 작게 가져갈 수 있고, 사이트 면적이 작아져 도심 설치에도 유리하죠. 플라즈마 플랫폼이 수전해처럼 청정수소 생산기술 솔루션으로 당당히 언급되는 날이 올 겁니다.”

인투코어테크놀로지는 신재생에너지와 연계한 P2G 사업, 온사이트형 수소충전소 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 ‘환경’과 ‘에너지’라는 본업에 충실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와 여건이 마련됐다. ‘인투코어’의 선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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