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는 지난 4월 ‘지구의 날’을 맞아 “지구에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방법을 개발하면 1억 달러(약 1,120억 원)의 상금을 주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일론 머스크도 주목한 바로 이 CCS 기술에 정유·가스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화석연료에서 대량의 수소를 추출할 때 나오는 CO2를 포집해 지중에 저장하는 사업이 무엇보다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블루수소’가 뜨는 이유다.



정유・가스 업계 

블루수소에 큰 관심

글로벌 시장에서 탈탄소화 등 친환경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 여파로 장기간 경영난을 겪고 있는 정유업계가 수소 사업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국내로 보면 SK E&S와 현대오일뱅크가 대표적이다. 

SK E&S는 SK인천석유화학 단지에서 나는 부생수소를 활용한 연 3만 톤 규모의 수소 액화플랜트를 2023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또 현대오일뱅크는 아람코로부터 LPG를 수입해 블루수소를 생산할 방침이다. 이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포집해서 다시 사우디로 보내 지중에 저장하는 방식을 활용하게 된다.

연간 300만 톤 이상의 LNG를 직수입하고 있는 국내 최대 민간 LNG 사업자인 SK E&S가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25만 톤 규모의 블루수소 생산 계획을 내놓은 점도 주목해야 한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으로 넘어가는 과도기 기술로 CCS(이산화탄소 포집・저장)를 접목한 ‘블루수소’ 생산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LNG 수출 대국인 러시아의 최근 행보도 CCS를 접목한 블루수소 생산에 방점을 두고 있다. 사업 대상지는 사할린이다. 세계 최대 원자력 기업인 로사톰의 자회사인 러사톰(Rusatom Overseas)을 앞세워 에어리퀴드와 손을 잡고 사할린 가스전에서 블루수소를 생산, 아태지역 국가에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의

‘Porthos 프로젝트’

유럽에서 인구 1명당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라에 드는 네덜란드 역시 북해의 로테르담 항을 중심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CCS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항구 지역을 통과하는 30여km의 파이프라인을 기반으로 해안에서 20km 남짓 떨어진 해상 폐가스전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Porthos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네덜란드 정부가 20억 유로(약 2조7,280억 원)를 투자하게 되는 이 사업에는 엑슨모빌, 로열더치쉘, 에어리퀴드, 에어프로덕츠 등이 참여하고 있다.


노르웨이 에퀴노르의  

‘오로라 프로젝트’

노르웨이는 지난 1996년에 세계 최초로 이산화탄소를 슬레이프너 가스전에 주입하는 데 성공한 CCS 강국이다. 노르웨이의 국영 석유회사인 에퀴노르(Equinor)가 쉘, 토탈과 함께 추진 중인 ‘오로라 프로젝트’ 또한 대표적인 CCS 프로젝트에 든다. 오슬로의 산업단지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인접국에서 나온 이산화탄소를 액화해서 노르웨이 서해안의 육상 터미널로 운송한 뒤 파이프라인으로 북해의 지중에 저장하게 된다. 이 프로젝트는 2024년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CCS 설비는 

‘그레이수소’의 생명연장 장치

쉘은 미국 텍사스 퍼미언 분지의 자사 기반 시설에 태양광과 풍력을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온실가스를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레이수소의 최대 약점인 탄소배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기존 사업을 유지하면서 더 큰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이 에너지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포집한 탄소를 활용하는 CCU도 중요한 해법이긴 하나, 그 수요가 한정돼 있다. LNG에서 연간 25만 톤의 수소를 추출할 경우 22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야 하지만, 이만한 양의 탄소를 활용할 곳이 없다. 또 국내에서 가장 수요가 큰 용접용 가스만 하더라도 CO2를 곧장 대기 중으로 날려 보내게 된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지중저장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폐가스전이나 폐유전의 대수층에는 세계적으로 1만 기가톤의 CO2를 저장할 수 있다. 호주 제1의 가스개발 기업인 산토스(Santos)만 해도 ‘뭄바 CCS 프로젝트’를 통해 톤당 2만 원 대인 25~30호주달러에 CO2를 저장할 수 있다고 본다. 호주의 태양광과 연계한 P2G 그린수소보다 저렴하게 천연가스, 석탄 같은 화석연료에서 블루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면 수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CCS 설비는 ‘그레이수소’의 생명연장 장치인 셈이다.

* <월간수소경제>를 지면으로 만나보세요. 연간 구독자 분께는 5%의 할인 혜택을 드립니다.

  구독 신청 바로가기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