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초 수소상용차 특화 충전소인 ‘완주 수소충전소’.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정부는 지난해 12월 7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통해 내연기관 차량의 친환경차(수소・전기차) 전환을 가속화 한다고 밝혔다. 국내 수송 부문 중 도로의 탄소배출량이 절대적(2017년 96%)이므로 도로 위를 달리는 내연기관차의 친환경차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특히 승용차보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버스, 화물차 등의 상용차를 집중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수소전기버스가 스타트를 끊었다. 이미 전국에 100대 정도의 수소전기버스(시내버스)가 운행 중이다. 정부는 수소버스를 2022년까지 2,000대, 2040년까지 내수 4만 대를 포함한 총 6만 대(누적)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국토부가 수소전기버스 100대 이상을 대상으로 수소연료보조금 제도 시범사업을 진행할 예정임에 따라 향후 수소버스 보급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또 올해부터 시범사업을 통해 10톤급 물류 운송용 수소트럭도 보급된다. 수소트럭은 2040년까지 내수 3만 대를 포함한 총 12만 대(누적)를 보급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 ‘H 부산 수소충전소’에서 충전 중인 수소전기버스.

수소 시내버스와 10톤 수소트럭에 이어 2024년까지 5톤 수소청소차, 수소 광역버스, 10톤 수소특수차, 수소VAN, 23톤 수소컨테이너트럭 등의 출시가 예정되어 있어 상용차 라인업도 확대된다.  

수소상용차는 온실가스 및 미세먼지 감축에 기여하는 동시에 승용차보다 수소 사용량이 많아 수소경제 활성화를 촉진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수소상용차 보급 확대 전망에 따라 본격적으로 상용차용 수소충전소가 구축된다. 현재 구축 중인 일반 수소충전소는 승용차 충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수소 사용량이 많은 상용차에 대응하기 힘든 상황이다.  

상용차 충전소 SPC ‘코하이젠’ 출범 

이미 현대차가 지난해 7월 전북에 위치한 첫 수소충전소이자 국내 최초 수소상용차 특화 충전소인 ‘완주 수소충전소’를 개소한 바 있다. 국내 가동 중인 충전소(하루 최대 300kg 내외) 대비 약 2배 이상 늘어난 설비로, 시간당 약 22대(넥쏘 기준)를 충전할 수 있다.

상용차용 수소충전소 구축・운영 특수목적법인 ‘코하이젠’이 지난 2월 설립됨에 따라 상용차용 수소충전소 구축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코하이젠에는 한국지역난방공사(최대 주주)와 현대자동차,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E1, SK가스, 에어리퀴드코리아 등 9개 주주사가 참여하고 있다.

▲ 지난 4월 창원에서 상용차용 수소충전소 구축·운영 특수목적법인 ‘코하이젠’ 현판식이 열렸다.

코하이젠은 2022년 35개, 2030년 160개, 2040년 300개(누적)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저장식충전소(Off-site), 제조식충전소(On-site), 융복합충전소, 블루충전소, 그린충전소, 액체충전소 등 다양한 사업모델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또 하루 시내버스 100대 이상 충전이 가능한 300kg/h 이상 규모를 기본으로 하고, 여러 차량이 충전기 4대로 동시·연속충전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부지가 협소한 경우 200kg/h 이상으로 한다. 

아울러 주요 설비와 제어시스템의 이중화로 특정 설비 고장 시에도 운영이 지속되도록 하는 한편 튜브트레일러는 하이넷처럼 직접 구매해 운영할 예정이다.     

한편 정부는 수소차 초기구매가격을 낮춰 수소버스 전환속도를 높이기 위해 2022년 ‘수소연료전지 리스사업’을 도입할 계획인데, 코하이젠과 연계한 리스회사를 설립해 대형 수소충전소 구축과 수소버스 보급을 패키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는 올해 총 21개소(민간 16개, 지자체 5개)의 특수(상용차) 수소충전소 구축을 지원(1기당 최대 42억 원)한다. 이를 위해 한국자동차환경협회는 ‘2021년 특수 수소충전소 설치 민간자본보조사업’의 사업자 공모를 실시하고, 지난 4월 23일 우선협상대상 선정결과를 공개했다. 

16개소를 선정하는 이번 공모에서 총 32개소가 응모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는데, ‘코하이젠’이 16개소 중 10개소를 거머쥐었다. 

코하이젠은 당초 14개소를 신청했지만 올해 구축목표인 10개소만 가져가게 됐다. 10개소 중 경기도가 4개소(광주・시흥・안산・양주)로 가장 많고, 창원・포항・울산・인천・여수・전주에 각 1개소씩 구축한다. 복합형은 총 4개소(주유소 3개소, CNG충전소 1개소)이다. 안산과 울산은 파이프라인 방식이며, 나머지는 모두 튜브트레일러 방식이다. 

또한 이번 공모에서 2019년 3월 출범한 수소충전소(일반) 구축·운영 특수목적법인 수소에너지네트워크(하이넷)가 6개소를 제안했지만 2개소(경기도 이천시, 강원도 강릉시)만 가져가게 됐다. 2개소 모두 단독형(튜브트레일러)으로 구축한다. 하이넷은 2022년까지 총 100기의 수소충전소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밖에 현대제철, 대도하이젠, E1, GS칼텍스가 각각 1개소씩 선정됐다. 현대제철은 충남 당진(단독형, 파이프라인), 대도하이젠과 E1은 부산(CNG 복합형, 튜브트레일러), GS칼텍스가 제주시(단독형, 튜브트레일러)에 충전소를 구축한다. 

물류 거점・항만에 충전소 생긴다

국토부도 수소 화물차용 충전소 보급에 나선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10톤급 수소 화물차 도입을 위한 대용량 수소충전소 구축사업자를 공모하고, 인천시와 울산시를 최종 선정했다. 이번 수소충전소 건설 사업비는 1곳당 57억 원으로, 국비와 지방비 7대 3 비율로 마련된다.

국토부는 지난해 5월 수소차 관계부처(산업부, 환경부), 물류기업(CJ대한통운·현대글로비스·쿠팡), 현대차와 함께 수소 화물차 시범운행 사업(2021~2022년, 10톤급 5대 운행)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 현대차가 지난 5월 25일 출시한 ‘2021년형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인천시와 울산시는 화물차 통행량이 많은 물류 거점지역에 수소충전소를 구축할 예정이다. 인천은 중구 인천화물차휴게소, 울산은 남구 상개화물차휴게소를 각각 사업부지로 선정했다.

국토부는 이번 시험운행 사업을 토대로 단계적으로 수소 화물차 충전소 구축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제4차 친환경자동차 기본계획(2021~2025년)’에 따르면 경유 화물차의 수소차 전환을 위해 2025년까지 화물차 휴게소 등 물류거점에 수소충전소 10개소(인천・울산 2개소 포함) 이상을 구축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항만 차량의 수소차 전환과 이를 위한 수소충전소 구축을 추진 중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2월 여수광양항만공사와 수소전기트럭 시범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물류 운송용 수소전기트럭의 개발·실증과 수소충전소 설치가 주요 내용이다. 

현대차는 물류 운송용 수소전기트럭을 개발해 2023년까지 2대를 이 구간에 먼저 투입하고, 이듬해 트럭 10대를 추가로 투입하기로 했다. 여수광양항만공사는 2022년까지 광양항 내에 수소충전소 1개소를 건립할 수 있도록 부지 2,000여㎡를 제공할 예정이다.  

한편 정부는 ‘제4차 친환경자동차 기본계획’을 통해 항만 내 운영 중인 하역 장비 및 컨테이너 취급장비, 항만 출입 차량 등을 수소차로 전환하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항만에 출입하는 컨테이너 운송용 트랙터(컨테이너트럭)에 집중해 수소차로 전환하고, 항만 내 유휴부지 등을 활용해 수소충전소 구축도 병행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 완주 수소충전소에서 충전 중인 수소전기트럭.

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사업장의 경유 차량을 수소차로 전환하고, 이를 위한 수소충전소 구축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의 기업들이 앞장서고 있다.

포스코는 2030년까지 기존 디젤 차량을 수소 트럭·지게차·버스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제철소 부생수소를 활용하는 충전소도 구축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지난 2월 현대차그룹과 수소사업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 체결을 통해 포항・광양제철소에서 운영 중인 트럭 등 차량 1,500대를 단계적으로 수소전기차로 전환하고, 제철소 내 상용차용 수소충전소 구축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현대제철은 제철소를 포함한 주요 사업장 내 대규모 중장비, 수송용 트럭, 업무용 차량 등에 대해 수소차 전환을 추진하고, 사업 파트너사와의 거래에 사용되는 다양한 수송 차량에 대한 수소차 전환에도 힘쓸 계획이다.

CJ대한통운, 현대글로비스, 쿠팡 등 유통물류 회사들은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7월 발족한 ‘수소 물류 얼라이언스’에 참여해 올해 시범사업(10톤급 수소트럭 5대)을 통해 현재 운영 중인 차량을 단계적으로 수소트럭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액화수소충전소도 구축한다

수소상용차는 수소 사용량이 많아 기체 수소충전소 대비 적은 부지(1/20)로도 많은 수소(3배)를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액화수소충전소도 필요하다. 

효성은 독일 린데와 손잡고 2023년 가동을 목표로 울산에 연간 생산량 1만3,000톤 규모의 액화수소 플랜트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전국에 수소충전소 네트워크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 독일 린데의 액화수소플랜트.

두산중공업도 2023년 가동을 목표로 창원에 연산 2,000톤 규모의 액화수소 플랜트를 구축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5월 에어리퀴드코리아와 수소 모빌리티 시장 진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액화수소 생산시설과 수소출하센터, 수소충전소 구축에 공동 투자하기로 했다. 

SK그룹의 수소사업 추진회사인 SK E&S는 1단계 목표인 액화수소 3만 톤 생산체제 달성을 위해 인천시 서구 원창동 일대 SK인천석유화학단지 내 약 1만3,000평의 부지를 매입, 연산 3만 톤 규모의 수소 액화플랜트를 2023년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2단계로 2025년까지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청정수소 25만 톤을 보령LNG터미널 인근 지역에서 추가로 생산해 연간 총 28만 톤의 수소생산체제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SK는 2025년까지 전국에 수소충전소 100곳을 구축해 연간 8만 톤 규모의 액화수소를 공급할 계획이다.

▲ 일본 이와타니 액화수소충전소.

정부는 상용급(5톤/일) 액체수소 플랜트 핵심기술 개발(2019~2023년, 국비 278억 원)과 액화수소충전소용 극저온 펌프 개발(2020~2024년, 국비 45억 원)을 지원하고, 액화수소충전소 구축 실증(2021∼2022년, 강원 평창)을 통해 2030년 누적 40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대용량 수소상용차 충전 시 2배 속도로 충전하는 듀얼 충전기술을 활용해 충전시간(약 20분, 30kg 충전기준)을 절반으로 단축하기 위한 멀티충전 국산화 기술개발(2021~2024년, 국비 36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2050 탄소중립을 위해 수소·전기차 생산 보급 확대, 기술개발・인프라 확충 등을 통해 내연기관차의 친환경차 전환을 가속화 할 것”이라며 “특히 환경개선 효과가 큰 버스・화물차 등 상용차에 집중해 친환경 차량 전환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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