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리티가 충남 규제자유특구 사업을 위해 개발 중인 액체수소드론.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출렁다리가 놓인 논산의 탑정호 인근이다. 액체수소 모빌리티 파워팩, 수소 액화시스템 개발 전문회사인 패리티(PARITY)의 기술연구소를 찾은 길이다. SCI평가정보에서 진행한 TCB 기술신용평가에서 ‘우수기술기업’에 선정된 인증서가 입구에 붙어 있다. 

“작년에 충남 수소에너지 전환 규제자유특구 사업 참여사로 확정되면서 논산으로 들어왔어요. 기술연구소는 이곳에 있고, 본사는 경기도 의왕에 있죠. 직원이 모두 15명인데, 이 중 10명이 극저온 분야의 연구개발 전문가라 할 수 있어요. LNG뿐 아니라 헬륨, 수소를 두루 경험한 친구들이죠. 국내 업체들 중에서 이만한 곳을 찾기가 힘드실 거예요. 우리 회사에 핵심 인력들이 모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 충남 논산 부적면에 있는 패리티 기술연구소.

패리티 김사순 대표의 말이다. 패리티는 지난 2019년 11월에 설립된 벤처기업으로 액체수소 파워팩과 연관된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 글로벌 수소상용차 업체인 하이존모터스와 액화수소 기반 수소트럭・수소버스 등의 상용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현대로템 등과 액화수소 기반 수소기관차 핵심기술 개발에 나서는 등 극저온 분야에서 단연 돋보이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액체수소드론 파워팩・복합용기 개발

패리티는 충남 규제자유특구 사업 중 이동식 액체수소 충전시스템, 액체수소드론 제작・실증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동식 액체수소용기 충전시스템 제작을 위한 기준을 마련하고, 일정 장소에서 액체수소용기에 대한 충전을 허용 받아 드론을 날리는 실증을 올해부터 2년간 수행하게 된다. 

이 사업에는 액체수소드론의 제작과 실증, 액체수소 복합재료용기의 성능 확인과 안전검사를 위한 시험, 연료전지 파워팩과 드론 장거리 비행 실증 등이 포함되어 있다. 현재 국내에는 드론용 액체수소 연료전지동력체계(파워팩)와 연료탱크에 대한 제조・기술・재검사 기준이 없는 실정이라 본 사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 

공장 안으로 발을 들인다. 제작과 생산관리를 맡고 있는 김인환 파트장이 인사를 한다. 그는 30여 년간 극저온 분야의 다양한 업무를 두루 섭렵한 전문가로 통한다. 가장 먼저 눈에 든 건 액체수소 파워팩을 적용한 수소드론이다. DMI(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의 1.3kW 연료전지를 장착한 회전익 드론이 테이블에 놓여 있다. 420g 정도의 액체수소를 가득 채울 수 있는 내부 용적 6리터 수소용기가 기체 상단에 장착되어 있다.  

▲ 제작・생산관리를 맡고 있는 김인환 파트장이 액체수소드론을 살펴보고 있다.

“액체수소드론 운용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출력에 따라 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컨트롤 모듈입니다. BOG(Boil Off Gas) 압력제어 시스템을 통해 기화된 수소를 안정적으로 연료전지에 공급할 수 있어야 하죠. 또 진공단열기술을 통해 외부로 누출되는 기화수소를 최소화해서 효율을 높이는 기술도 필요해요. 열을 잘 다뤄야 한다는 뜻이죠.”

올해 1차년도 실증은 행담도에서 만리포까지 100km에 이르는 해안선을 따라 드론 감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2kg 정도 되는 카메라 장비를 달고 5시간 이상 날면서 해안선 감시 영상을 지상으로 송출하게 된다. 통신 제어, 관제 등과 같은 비행운용 관련 부분은 충남 특구 사업자로 선정된 전문기업들의 참여로 활발한 협업을 통해 이루어진다.

일반 배터리 드론의 최대 체공시간은 40분에 불과하다. 그에 반해 액체수소드론은 기체수소드론보다 2.5배나 긴 5시간 이상 비행이 가능하다. 향후 자율비행으로 물건을 배송하는 카고드론이나 도심항공교통인 UAM에 수소연료전지가 활용될 경우 기체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액체수소로 갈 확률이 매우 높다. 

“지난해와 다르게 설계를 수정해서 기체 크기를 더 작게 만들었어요. 작은 기체로 더 적은 양의 연료를 써서 동일한 임무를 수행한다면 기술적으로 한 걸음 나아간 셈이죠. 조만간 기체 테스트에 들어가요. 공주에 있는 드론 비행자유구역에서 드론을 날리면서 두세 달 정도 성능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죠. 늦어도 8~9월 이전에는 행담도 실증에 나설 겁니다.”

드론용 액체수소 파워팩에는 기체수소를 적정한 압력으로 공급하기 위한 기화장치를 비롯해, 탱크 내부 압력 측정을 위한 센서, 기화된 수소가 일정 압력 이상일 때 기체를 빠르게 방출하는 안전밸브 등이 필요하다. 연료전지, 액화수소용기, 제어장치가 파워팩 안에 모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고중량 드론용 파워팩 시스템에 맞춘 스테인리스강 소재의 15리터짜리 액체수소탱크도 한쪽에 놓여 있다. 기체 크기에 맞춰 연료전지의 출력을 늘리면 탱크도 큰 걸 장착하게 된다. 충남 규제자유특구 사업에서는 액체수소탱크의 소재를 스테인리스강에서 복합소재로 변경해 내압성능 향상과 경량화를 모두 달성할 계획이다.

▲ 패리티의 직원이 스테인리스강 소재의 드론용 액체수소탱크를 용접하고 있다.

“현재는 스테인리스강 소재로 액체수소탱크를 제작하고 있어요. 작은 기체에선 무게 차이가 별로 안 나지만 큰 기체로 가면 그 차이가 아주 커지죠. 이번 실증에 고강도 복합소재 용기 개발이 포함돼 있어요. 무게를 줄이면서 액체수소를 안정적으로 저장하려면 타입2나 타입3로 가는 게 효과적이죠.”

타입2나 타입3는 금속 라이너에 복합재를 감아서 만든다. 복합재로 몸통 부분만 보강한 형태를 타입2, 금속 소재의 라이너 전체에 탄소섬유 복합재를 보강한 형태를 타입3로 본다. 

“극저온 분야의 복합소재 용기 개발은 세계적으로 초기 단계죠. 복합소재별 테스트는 이미 끝마쳤어요. 복합소재로 뭘 쓰느냐가 핵심이죠. 이 부분은 극비라 공개가 어렵습니다.” 

도서지역 물품 배송은 내년 2차년도 과제에 든다. 서해의 무창포항에서 액체수소드론을 날려 외면도(41km)와 가의도(64km), 가장 멀리 떨어진 격렬비열도(98km)까지 물품을 배송하게 된다. 드론에 싣는 짐의 무게, 즉 페이로드는 5kg이다.

충전시스템・액화수소 플랜트 개발

패리티는 모빌리티 파워팩 개발과 더불어 액화수소 충전시스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공장 한쪽에 하루 3kg의 액체수소를 만들 수 있는 소형 액화기가 놓여 있다. 봄베에 든 기체수소를 액화질소로 미리 냉각(precooling)한 뒤 액화기에 넣어 영하 253℃로 떨어뜨리면 액체로 변한다. 

여기에는 흔히 ‘GM 쿨러’라 불리는 기포드-맥마흔 극저온 냉각기가 쓰인다. 김사순 대표의 말에 따르면 “하루 30kg 이하로 소량의 액화수소를 만들 때 GM 쿨러가 가격 대비 효율이 좋다”고 한다.  

▲ 하루 3kg의 액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극저온 냉각기.

▲ 건물 외부에 액화용 수소기체를 따로 보관하고 있다.

현재 한국기계연구원에서 국산화 연구개발 과제로 하루 500kg 용량의 액화기를 개발하고 있다. 이 과제는 2023년 12월까지 일정이 잡혀 있다. 극저온 팽창기, 열교환기, 밸브, 저장탱크 등 주요 설비를 국산화한 뒤 이를 적용한 수소액화 플랜트를 만드는 사업이다. 

“국산화에는 시간이 필요해요. 극저온 설비의 경우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수입을 해서 주로 쓰고 있고, 이 편이 비용 면에서는 훨씬 유리하죠. 모듈형 수소액화기를 중심으로 압축기, 컨트롤 박스, 액화수소 저장탱크 등을 붙여서 가게 되는데, 이때 엔지니어링 설계 기술이 정말 중요합니다. 패리티가 이 분야에 강점이 있어요. 액화수소 플랜트 개발을 위한 분산형 수소액화시스템 개발도 패리티의 중요한 사업 중 하나죠.”

패리티는 하루 100kg급 이상의 액화 사이클을 적용한 플랜트 설계를 기반으로 향후 하루 1톤에서 2.5톤 규모에 이르는 대형으로 크기를 키워간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효성, 두산, SK 같은 대기업들도 액화수소 플랜트 사업에 뛰어들었고, 2023년에는 기체수소가 아닌 액화수소를 공급받는 수소충전소가 구축될 전망이다. 패리티는 수소생산기지, 온사이트형 수소충전소, 신재생에너지와 연계해서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P2G 그리드 등에 액화수소 플랜트 수요가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충남에서 진행 중인 드론 실증은 하루 3kg 정도의 액체수소로도 충분하다. 드론에 장착된 6리터 용기에 약 420g의 액체수소가 들어간다. 하루 3kg면 7대의 액체수소드론을 날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충전을 위한 액화수소 전용 이송관과 전용 주입구도 이번에 새로 개발했다. 이송관 내부에 기화된 수소를 회수하는 라인을 새롭게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이 부분은 특허출원이 진행 중이다. 이동식 충전차량에 액화수소를 채운 후 현장으로 이동해 드론 용기에 충전하는 안도 이번 실증에 포함되어 있다.

▲ 김인환 파트장이 새로 개발한 액화수소 전용 이송관과 주입구를 보여준다.


액화수소 기반 수소트램 개발에도 참여

2층 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김사순 대표와 대화를 이어간다. 

“액체수소 모빌리티 파워팩 개발은 우리나라가 가장 앞선다고 보시면 됩니다. 육상용이든 항공용이든 선박용이든, 상용 제품으로 나온 게 하나도 없어요. 하이존모터스에 연료전지를 공급하는 호라이즌퓨얼셀이 우리와 업무협약을 맺은 것도 그런 이유죠. 독일의 다임러트럭만 해도 지난해 액체수소를 연료로 한 GenH2 수소트럭 생산 계획을 내놨어요. 2023년이면 시제품을 내고 시범운행에 나설 겁니다.”

김사순 대표는 수소트럭으로 1,000km 이상의 주행거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액체수소로 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 향후 연료전지가 UAM를 비롯한 항공기 쪽에 적용될 경우에도 모빌리티 파워팩의 경량화가 꼭 필요하다. 크기와 무게를 동시에 줄이면서 멀리 보내려면 액체수소로 갈 수밖에 없다. 이때 복합소재를 적용한 타입3 용기가 ‘연비’와 ‘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역할을 하게 된다. 

“큰 기체를 띄우는 방법을 찾기 위해 작은 드론에서부터 시작하는 거죠. 실제로 오랫동안 나는 정찰용이나 감시용 드론에 대한 수요가 많습니다. 소방본부나 해경 같은 곳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고, 군용 드론으로도 쓰임이 많죠.”

▲ 패리티의 김사순 대표.

열차 쪽도 마찬가지다. 일단은 출력이 낮은 무가선 수소트램부터 시작해 개발을 마친 후 상용 디젤기관차 수준으로 출력을 높인 수소기차를 개발하는 쪽으로 정부 과제가 진행 중이다. 패리티는 올해부터 4년간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주관하는 ‘액화수소 기반 수소기관차 핵심기술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주관하는 국책과제로 최고속도 시속 150km, 1회 충전으로 1,000km 이상을 운행하는 액화수소 기반 수소기관차의 핵심기술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외국의 700bar 기체수소 열차 대비 운행거리를 1.6배 늘리고, 충전시간은 20% 단축하는 것이 목표다. 개발에 성공하면 액체수소 기반의 수소기관차로는 세계 최초가 된다.

“현대로템에서 개발한 수소트램에 적용해서 내년 하반기에 충북 오송에 있는 한국철도공사 주행시험장에서 운행을 해보자는 말이 나오고 있죠. 액화수소를 차량에 공급하는 시스템 기술 개발부터 철도차량용 액화수소 기술 기준이나 안전 인증을 마련하게 돼요. 또 고속충전 같은 액화수소 충전인프라 개발이나 충전기술에 대한 표준화 작업도 병행하게 됩니다. 향후 상용화를 염두에 두고 진행 중인 정부 과제에 대기업과 함께 참여한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죠.”

해외 사례로 보면 프랑스 철도 제조사인 알스톰의 ‘코라디아 아이린트’ 수소열차가 지난 2018년 9월부터 독일에서 운행 중이다. 350bar로 1회 충전에 800km를 달릴 수 있다. 여기에 액체수소를 적용하면 저장탱크 숫자를 최소 30% 이상 줄일 수 있다. 또 2~3bar의 저압이라 충전시간이 빠를 수 있고 연료의 운송효율도 7배 이상 높다. 

패리티는 액체수소 모빌리티 파워팩, 액화수소 플랜트 사업 외에도 ‘수소누출 탐지센서’ 개발도 완료했다. 패리티의 수소누출 탐지센서는 화학반응에 따른 테이프의 변색으로 수소누출 여부를 신속하게 확인하는 테이프 형태를 하고 있다. 

“기술연구소 이희주 소장의 주도로 개발에 성공했죠. 특허를 낸 폴리머 코팅제에 수소가 닿으면 색이 변하는 화학반응을 이용했어요. 테이프 색의 변화로 수소누출 여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죠. 수소충전소에서 이미 시제품 테스트를 완료했고, 올해 상용화를 목표로 테이프 제작업체와 협의를 진행 중입니다.”

수소누출이 의심되는 밸브, 플랜지 등 연결 부위에 감아두면 가스감지기를 들고 다니는 일 없이 직관적으로 잠깐 훑어보는 것만으로 수소누출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수소충전소나 발전소, 수소생산 플랜트 등에 활용도가 높은 제품으로 현재 신기술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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