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시간을 2008년 5월로 되돌려본다. BMW 하이드로젠 7의 한국 시승행사가 올림픽공원에서 열렸다. 흥행은 성공했다. BMW 관계자가  배기구에 유리컵을 대고 물을 받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BMW 7 시리즈를 기반으로 만든 이 차량의 엔진은 수소와 휘발유로 모두 작동했다. 당시만 해도 획기적이었다. BMW 기술진이 1980년대 초반부터 쌓아온 수소 기술을 꾹꾹 눌러 담은 역작이었다. 

상업용으로 차를 팔진 못했다. 수소충전소가 없었다. 100대만 만들어 유명 인사들에게 리스 형태로 빌려주고 사진을 주로 찍었다.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도 이 차를 시승했다.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리기 4년 전의 일이다. 

그 후로 13년이 지났다. 이번에는 도요타가 나섰다. 1.6리터 3기통 터보 수소엔진을 탑재한 코롤라 차량을 ‘후지 24시간 내구 레이스’에 루키로 출전시켰다. 

소형 스포츠카로 개발한 GR 야리스의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적용했다. 덴소(Denso)의 엔지니어들이 개발한 혁신적인 인젝터 기술 덕분에 빠른 적용이 가능했다고 들었다.

경기 당일 비가 쏟아졌다.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물이 찬 에어필터를 새로 갈아야 했다. 또 야밤에 전기 문제를 바로잡느라 피트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어쨌든 차는 달렸고, 평균 시속 67.963km로 총 358바퀴를 도는 데 성공했다. 

“처음에 우리는 가솔린과 수소를 5대 5로 쓰는 이중연료 접근 방식을 시도했어요. 2016년에 제가 직접 차를 몰기도 했죠. 하지만 100% 수소 연료로 달리자 엔진이 5분도 안 돼 고장이 나고 말았어요. 그때를 떠올리면 24시간 경주에 도전하는 일은 우리에게 꿈을 넘어서는 일과도 같죠.”

도요타의 아키오 사장이 경기를 앞두고 한 말이다. 그는 ‘모리조’라는 가명으로 5명의 드라이버와 함께 이번 레이싱에도 참가했다. 

수소는 휘발유보다 7배 빨리 연소되어 엔진 부품에 큰 부담을 준다. 그래도 이 정도면 선방했다. 성공적인 데뷔다. 

“모든 자동차가 배터리 전기차로 바뀌면 일본에서만 백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집니다.”

이런 위기의식이 수소엔진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어제는 아니라고 결론 내렸던 일들이 오늘은 가능할 수 있다. 시도해보지 않고서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