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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 수소경제 가속 ② 수소 인프라 확보 위해 기업들 지갑 연다

정부의 일관된 ‘수소전략’에 기업들 투자로 ‘화답’
SK, 액화수소‧블루수소 생산 위해 18조 원 이상 투자
포스코, 그린수소 합성한 암모니아 생산‧유통에 관심
한화, 효성도 수소사업에 1조 원 이상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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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아무리 좋은 정책도 기업이 나서서 호응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여기서 ‘호응’은 ‘투자’를 의미한다. 돈이 풀릴 때 시장은 반응한다. 수소경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만 해도 수소업계를 대표하는 플레이어로는 현대차, 두산, 한화, 효성 정도가 손에 꼽혔다. 물론 대기업에 한정했을 때 얘기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미 대선의 표심이 바이든으로 기울면서 국내외 환경 정책에 큰 변화의 조짐이 일었다. 수출로 먹고사는 기업들이 이를 놓칠 리 없다. EU나 미국의 탄소국경세 논의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고,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전략들이 활용부문을 넘어 수소의 생산, 저장·운송 부문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액화수소, 블루수소가 뜬다

지난 3월 2일 SK인천석유화학에서 열린 제3차 수소경제위원회는 안팎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정부와 재계가 마치 ‘수소 동맹’을 맺고 일전에 나서기라도 한 듯 단단한 각오가 엿보였다. 이날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정부의 정책과 지원을 믿고 이젠 민간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해달라는 것이다. 


기업들은 화답했다. 2030년까지 총 43조4,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이날 모임의 장소를 제공한 SK가 18조5,000억 원으로 통 큰 금액을 제시했다. SK는 수소 인프라에 사활을 걸었다. 글로벌 기업과의 파트너십 등을 통해 수소의 생산, 유통, 소비에 이르는 밸류체인에서 글로벌 1위 수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공표했다. 




SK의 수소 생태계 조성 전략은 크게 2단계로 나뉜다. 1단계로 2023년까지 인천시의 ‘바이오·부생 수소 생산 클러스터 구축사업’과 연계한 부생수소 기반으로세계 최대 규모인 액화수소 3만 톤을 공급 하고, 2단계로 2025년까지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블루수소 25만 톤을 보령LNG터미널 인근에 추가로 생산한다는 것이다. 


연간 3만 톤은 효성이 울산에 짓기로 한 액화수소 플랜트 규모(연 1만3,000톤)를 훌쩍 뛰어넘는다. 여기에 블루수소 양산 시간표를 2025년으로 앞당긴 점이 눈에 띈다. SK그룹은 천연가스 사업에 잔뼈가 굵다. 천연가스 개질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서 따로 처리하는 블루수소는 그린수소로 넘어가는 징검다리가 된다.


SK의 수소 사업은 지난해 12월 초에 출범한 수소사업추진단이 이끌고 있다. SK E&S의 추형욱 신임 사장이 수소사업추진단장을 겸하고 있다. SK E&S는 도시가스를 포함한 LNG 밸류체인을 핵심 사업으로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태양광과 풍력발전 중심의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솔루션, 수소 사업을 더해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분명히 하고 있다. SK가 올해 초 미국의 플러그파워 지분 9.9%를 확보하는 데 들어가는 자금의 절반인 8,000억 원을 출자하는 곳도 SK E&S다. 


SK는 현실적으로 블루수소에 집중하고 있다. SK머티리얼즈가 최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온실가스연구실의 윤여일 박사 연구진이 개발한 탄소포집 기술을 이전받은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키어솔’로 불리는 이 기술은 CO2를 분리 포집한 후 활용하는 CCUS 기술에 든다. 탄산칼륨을 주요 물질로 하는 키어솔은 산소 내산화성이 

강한 반응 속도 촉진제가 혼합되어 있는 수용액상 흡수제다. 


혼합가스 특성에 따라 KIERSOL-P(10기압 이하 석유화학용), KIERSOL-N(천연가스 발전소용), KIERSOL-C(석탄화력/시멘트/제철용), KIERSOL-B(바이오메탄용)로 세분화해 개발됐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은 하루 1톤 규모의 이동형 포집 공정 설비를 40피트 수출형 컨테이너 6기 규모로 제작해 실제 현장에서 검증을 마쳤다. 


SK는 이 설비를 키워 국내에 적용하고, 향후 북미 CCUS 사업에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키어솔은 부생수소 생산 공정 중에 발생하는 CO2도 포집할 수 있어 향후 블루수소 생산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블루수소에 대한 관심은 자원 수출국인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최근 수소전략을 발표한 캐나다는 독일과 손을 잡고 그린수소 생산에 나서기로 한 것과는 별개로 경제성이 높은 블루수소 생산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그린수소의 생산비용이 현실적인 수준으로 떨어지기 전까지 LNG(액화천연가스)를 개질한 블루수소를 생산해 유럽으로 수출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사우디 아람코와 손을 잡고 추진하는 수소 프로젝트도 블루수소가 중심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아람코로부터 LPG(액화석유가스)를 수입해 블루수소를 생산한 후 탈황설비에 활용하거나 차량, 발전용 연료로 판매할 계획이다. LPG 개질 과정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는 다시 배에 실어 사우디아라비아로 보내게 되며, 이를 위해 한국조선해양이 세계 최초로 LPG·CO2 겸용선을 개발하게 된다. 아람코는 원유를 시추한 공동에 물 대신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CCS(탄소 포집·저장)의 사이클을 완성하게 된다. 

 



포스코가 암모니아에 주목하는 이유

SK에 다음으로 큰돈을 제시한 기업은 현대차(11조1,000억 원)와 포스코(10조 원)다. 양사는 그룹 차원에서 지난 2월에 수소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현대차와 포스코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에너지 전환이 시대의 과제임을 인식하고 수소에너지 활용 기술 개발, 포스코 제철소를 운영하는 차량의 무공해 수소전기차 전환, 수소 사업 공동 협력 등에 합의했다. 


우선 수소에너지 활용 기술과 관련, 포스코그룹은 암모니아를 활용한 그린수소 제조 기술을 개발하고 현대차그룹은 포스코의 그린수소를 사용해 연료전지를 발전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동시에 양사는 포스코의 세계 최고 수준의 철강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소차용 차세대 소재 개발과 적용 연구에 협업한다. 또 포항과 광양 제철소에서 운영 중인 차량 약 1,500대를 단계적으로 현대차의 무공해 수소전기차로 전환하게 된다.




포스코는 그린수소를 합성한 암모니아의 생산과 유통에 주목하고 있다. 태양광발전에 이점이 있는 호주는 그린수소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암모니아는 바로 이 그린수소를 유통하는 최적의 방식에 든다. 


포스코의 최정우 회장이 지난해 12월 호주의 원료공급사인 FMG(Fortescue Metal Group)의 앤드류 포레스트 회장을 만나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 사업에 협력하기로 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포스코가 FMG의 철광석을 수입해 강재를 만들고, 이 강재를 다시 수소 생산을 위한 FMG의 태양광발전 설비에 공급하는 형태의 사업모델을 구상 중이다.


현재 수소를 운송하는 방법으로는 수소 액화, 암모니아 합성, 각종 액상유기수소운반체(LOHC) 기술이 거론된다. 포스코가 암모니아에 주목하는 이유는 기존 유통망을 활용할 수 있는 운송의 이점 때문이다. 액체수소의 운송에는 영하 253℃의 극저온 탱크가 필요하고, 운반 과정에서 기화가 일어나 손실이 생긴다. 


포스코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과 손을 잡고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대용량으로 추출하는 기술개발에 나섰다. 해외에서 생산된 그린수소를 암모니아 형태로 국내에 들여온 뒤 여기서 수소를 분해해 산업용이나 발전용 연료로 공급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최근 암모니아의 국내 도입을 위해 호주 최대의 전력·가스기업인 오리진 에너지(Origin Energy)와 ‘호주 그린수소 생산사업 협력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오리진 에너지는 호주 남쪽에 있는 태즈메이니아에서 500MW 수력발전을 활용해 연간 7만 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수소는 질소와 합성한 암모니아 형태로 국내에 수입된다. 양사는 올해 연말까지 사업타당성을 조사해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 서면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2050년까지 수소 생산 500만 톤 체계를 갖추고 수소 사업에서 매출 3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제철·제강 산업은 매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8%를 차지하는 탄소 배출원에 든다. 포스코로서는 수소가 아닌 다른 대안을 찾기가 어렵다. 


현재 포스코는 철강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와 LNG를 통해 연간 7,000톤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는 2025년까지 부생수소 생산 능력을 7만 톤으로 늘리고 2030년까지 글로벌 기업과 손잡고 블루수소 생산량을 50만 톤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또 수소를 활용한 철강 생산 기술인 수소환원제철 공법에 대한 연구와 투자를 진행 중이다. 

 

수소 인프라에 집중하다

한화(1조3,000억 원)와 효성(1조2,000억 원)도 2030년까지 수소 산업에 대한 투자 의사를 명확히 했다. 여기에 가정용 연료전지, 수전해 장치, 수소추출기, 수소저장용기 등을 개발하는 중소·중견 기업들도 1조2,000억 원의 투자를 예정하고 있다(<월간수소경제>가 속한 수소지식그룹도 투자 의향을 전한 바 있다).


최근 한화가 미국의 수소트럭 개발사인 니콜라의 지분 절반을 정리해 수소 사업에 재투자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한화가 니콜라 투자로 잃은 것은 없다. 애초에 수소충전 인프라에 대한 투자로 들어갔고, 이 전략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미국에서 벌이는 태양광 사업을 기반으로 수전해 기술을 접목, 여기서 생산한 그린수소를 수소트럭의 연료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태양광, 수소에너지의 핵심 사업은 한화솔루션이 맡고 있다. 큐셀 부문이 태양광, 케미칼 부문이 수전해, 첨단소재 부문이 수소저장탱크 등을 맡아 핵심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스페이스X에 고압탱크를 공급한 미국의 스타트업 시마론을 인수했다. 또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의 수석연구원이었던 정훈택 박사를 수소기술연구센터 센터장으로 영입해 음이온교환막(AEM) 수전해 기술의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솔루션이 그린수소 분야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돈만 2,000억 원에 이른다.


한화종합화학이 최근 이탈리아의 에너지 발전사인 안살도 에네르기아의 수소 기술 관련 자회사인 미국 PSM, 네덜란드 ATH를 인수하기로 한 점도 눈에 띈다. 안살도는 미국의 GE, 독일의 지멘스, 일본의 미쓰비시히타치파워시스템(MHPS)과 더불어 세계 4대 발전용 가스터빈 기술 보유 회사에 든다. 


PSM과 ATH는 발전기의 핵심 설비인 가스터빈의 수명과 성능을 향상시키는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 수소를 천연가스에 섞어 쓰는 혼소 기술을 이미 상용화해, LNG 복합화력발전소 내 노후화된 가스터빈을 혼소 발전이 가능하도록 개조하는 기술 등에 강점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LNG 가스터빈의 경우 기존 석탄 화력발전소를 대체하는 용도로 사업 전망이 밝다. 천연가스에 수소를 섞어 연소하면 그만큼 탄소배출이 줄어들지만, 수소는 연소속도가 빨라 화염역화현상이 발생한다. 또 화염의 온도가 높아 고온에서 질소산화물(NOx) 배출이 늘어난다. PSM과 ATH는 이를 방지하기 위한 연소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LNG 가스터빈 하면 두산중공업을 빼놓을 수 없다. 2년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H급 대형 가스터빈(270MW)을 개발했고,  이 제품은 테스트를 거쳐 2023년부터 김포열병합발전소에서 상업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은 2040년까지 300MW급 수소 전소 가스터빈을 상용화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수소 혼소와 전소가 가능한 연소기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종합화학도 이 시장을 눈여겨본 셈이다.


탄소섬유와 스판덱스 등 섬유 소재 사업에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춘 효성도 수소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에 도전장을 내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효성중공업이 국내 수소충전소 구축에 두각을 보이고 있고, 울산에 연간 1만3,000톤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을 짓기 위해 독일의 화학기업인 린데그룹과 합작사 설립도 완료했다. 이를 기반으로 향후 액체수소충전소 사업에도 나설 전망이다.


지구상에 수소는 넘쳐나지만, 수소를 다루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분자량이 작고 취성이 있는 데다 700bar에 이르는 높은 압력을 필요로 한다. 수소전기차만 해도 기술 장벽이 높아 폭스바겐 같은 경우 전기차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최근 수소탱크 기술 개발을 완료했다는 롯데케미칼만 해도 연구개발에 약 7년이 걸렸다. 




정부의 일관된 정책이나 지원 없이 수소경제가 성공하기는 어렵다. 반드시 민관이 함께 가야 하는 사업이다.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지 2년이 지났다. 당시와 비교하면 그린수소나 액화수소에 대한 논의가 전례 없이 활발하고, 실제로 대기업들이 큰돈을 들여 기술 투자에 나서고 있다. 3차 수소경제위원회는 과거 수소의 ‘활용’에 치우쳤던 무게추가 이젠 수소의 ‘생산’, ‘저장·운송’ 부문으로 골고루 분산되기 시작했다는 신호를 담고 있다. 이렇게 균형을 잡아가는 시점의 기세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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