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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사업 사활 건다 ② 수소산업을 떠받치는 소부장의 힘

대기업과 손잡은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의 활약
상아프론테크의 멤브레인, 일진복합소재 수소탱크 독보적
RPS 시장 두고 건물용 연료전지 업체들 경쟁
원천기술 장점 내세워 MEA 공장 증설 나선 비나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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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초기 수소시장은 몇몇 대기업이 주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소의 생산이나 저장 같은 인프라보다는 ‘활용’에 초점을 맞춘 모빌리티와 연료전지가 주식의 대장주처럼 시장을 이끌어왔다. 제품 개발 초기부터 대기업과 손을 잡고 수소전기차나 연료전지 관련 부품을 개발해온 중소·중견기업이 수소산업의 성장에 맞춰 함께 주목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다. 


신사업에는 투자의 리스크가 따른다. 상업화를 위한 긴 시간 연구가 필요하고, 사회적인 분위기도 무르익어야 한다. 


중소 협력사들은 대기업의 수소전략에 귀를 열고 기술 투자에 나서 기꺼이 리스크를 분담해왔다. 또 정부의 일관된 정책과 지원도 큰 힘이 됐다. 중소·중견기업의 수소전략을 논하기 전에 이 말을 하는 이유는 기업의 규모를 떠나 숱한 도전과 실패, 좌절과 극복의 시간들이 토대를 다져 수소경제라는 탑의 기단이 단단하게 섰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소부장’ 대표하는 상아프론테크, 일진복합소재

상아프론테크란 회사가 있다. 수소전기차 연료전지 소재 중 가장 진입 장벽이 높은 불소계 멤브레인의 개발을 완료한 곳이다. 상아프론테크가 상용화에 성공한 ePTFE(확장형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 멤브레인은 미국의 고어사가 1965년에 개발한 소재로 흔히 ‘고어텍스 멤브레인’으로 불린다. 시중에 나피온(Nafion)이라는 제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연료전지에 쓰이는 멤브레인은 미세한 구멍을 통해 수소이온(H+)만 선택적으로 통과시켜야 한다. 탄화수소계가 아닌 불소계 멤브레인은 값이 비싼 대신 기공이 훨씬 견고하다. 상아프론테크는 고객사들과 약 3년에 걸쳐 개발 과정과 테스트 절차를 완료했고 이제 생산라인을 늘려가는 단계에 이르렀다. 


MEA 분리막인 멤브레인은 연료전지 스택의 핵심소재로 수소차 원가의 8~9%를 차지할 정도로 값이 비싸다. 물을 전기분해해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PEM 수전해 장비의 스택에도 불소계 분리막이 들어가는 만큼 향후 수요 확대가 기대되는 제품이다. 




현대차 넥쏘에 들어가는 수소연료탱크를 개발한 일진복합소재도 주목을 받는 업체다. 일진복합소재는 타입4 방식의 CNG 압축천연가스 탱크 제조기술을 기반으로 수소연료탱크를 개발해 지난 2014년 현대차의 첫 수소전기차인 투싼 ix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타입4는 고강도 플라스틱 재질의 탱크를 탄소섬유 실로 감아서 만든다. 플라스틱 소재는 복원력이 뛰어나 700bar의 고압을 잘 견디고 무게도 가볍다. 열을 감지하면 스스로 가스를 방출하고, 총알을 견딜 정도로 충격에 강하다. 


일진복합소재는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생산되는 양산형 수소버스에도 연료탱크를 공급하고 있다. 또 작년 11월에는 동일본여객철도(JR 동일본)가 도요타자동차, 히타치와 공동 개발하는 두 량짜리 하이브리드 열차에 700bar 용기를 공급하기로 했다. JR동일본은 올해까지 열차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에 시험 운행을 거쳐, 2024년에는 실제 노선에 투입할 예정이다.


철도 교통이 발달한 일본시장 진출 소식은 제품의 우수성과 전문성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김기현 일진복합소재 대표는 “수소연료탱크 안전 인증 국가 중 가장 엄격한 일본 인증을 가장 먼저 취득했고, 세계 최대 양산으로 검증된 품질 등 제품 신뢰성이 일본 진출의 밑바탕이 되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일진복합소재는 일진그룹 계열의 공업용 다이아몬드 분말 제조업체인 일진다이아몬드의 자회사다. 수소전기차에 들어가는 타입4 용기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성장 잠재력이 모회사인 일진다이아를 넘어설 정도로 그 성장세가 가파르다. 


정부는 올해 소재·부품·장비 차세대기술 연구개발(R&D)에 2조2,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소부장의 핵심 품목, 바이오·시스템반도체·미래차(BIG3) 등에 대한 기술 투자는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 협력사 중 하나인 인지컨트롤스만 해도 정부 지원사업을 통해 한국자동차연구원과 협력해 수소차에 들어가는 ‘냉각수 밸브 액추에이터’의 신뢰성 시험법을 개발, 신뢰성 검증을 거쳐 납품에 성공하면서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사실 중소기업이 중심인 소부장 분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일본의 수출규제에서 비롯됐다. 2019년 7월 한국 대법원이 내린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일본이 반발하면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생산의 핵심 소재인 불화수소·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플루오린폴리이미드의 한국 수출이 가로막혔다. 정부는 소부장 경쟁력 강화 대책을 내놓고 소재·부품 분야에서 대일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해왔고, 이런 기조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친환경 차량, 건물용 연료전지가 뜬다

현대차 협력사로 세종공업이 있다. 자동차 배기시스템 국내 1위 업체로 배기가스를 정화하는 컨버터, 소음과 진동을 줄여주는 머플러 등을 주로 생산한다. 현대기아차의 북미, 중국, 유럽 등 주요 생산 거점에 동반 진출해 함께 성장해온 회사다. 




세종공업은 자동차의 전동화 트렌드를 곁에서 지켜보며 변화를 모색해왔다. 기존 내연기관에 집중된 매출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 지난 2014년 아센텍을 인수하면서 전장 부품, 수소차용 센서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또 지난해 5월에는 수소차용 연료전지 스택의 핵심부품인 금속 분리판 공급을 위한 신규 법인인 세종이브이를 세웠다. 세종이브이는 충주첨단산업단지 안에 스택용 금속 분리판 생산시설을 짓고 현대차의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금속 분리판은 스택에 공급되는 수소와 산소를 전극 내부로 균일하게 확산시키고, 스택에서 생산되는 물과 열을 배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대차는 현대모비스 충주공장에서 수소차용 스택을 공급받는데, 여기 들어가는 금속 분리판을 그동안 현대제철이 공급해왔다. 현대차는 향후 수소차 생산이 늘 것에 대비해 부품 공급처를 이원화한 셈이다. 


테슬라의 주가가 잘 말해주듯 자동차 시장은 격변기에 있다. 세종공업의 선택은 전기차·수소차 사업을 확대해온 현대차그룹과 보조를 맞춰 미래차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결정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전략은 동아화성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동아화성은 자동차나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밀봉용 고무제품인 가스켓 생산업체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속속 ‘탈(脫) 디젤’을 선언하고 있고, 보쉬나 말레 같은 글로벌 부품사들도 전동화 시장에 뛰어들었다. 친환경차 생산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동아화성은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에 들어가는 가스켓을 비롯해, 수소전기차용 흡배기 호스를 생산한다. 내연기관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일정 부분 매출은 감소하겠지만, 이를 전기차·수소차 부품으로 만회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동아화성의 자회사로 동아퓨얼셀이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고온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HT-PEMFC) 기술을 이전받아 건물용 연료전지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대전의 에너지기술연구원 안에서 연구소 기업으로 출발해 5kW급 HT-PEMFC를 개발했다. 기존 PEMFC보다 2배가량 운전 온도를 높인 150~160℃에서 운영해 발전효율이 높고, 난방에 필요한 충분한 열 공급이 가능하다.




동아퓨얼셀은 성남에 아파트형 공장을 마련하고 상용급 모델의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이성근 대표는 “오는 2월에 KC 인증, 4월에 KS 인증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상반기 중에 효율과 내구성을 높인 상용급 모델의 개발을 완료하고 하반기부터 판매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물용으로는 보통 10kW 이하의 연료전지 제품이 들어간다.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가정·건물용 연료전지 보급 규모를 2022년에는 50MW, 2040년에는 2.1GW 이상으로 잡고 있다. 특히 연면적 1,000m² 이상의 공공건축물은 지난해부터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량 비율 30% 이상을 적용받으면서 연료전지 설치가 늘어날 전망이다. 2030년에는 이 비율이 40%까지 높아진다.


국내 건물용 PEM 연료전지 제작사로는 두산퓨얼셀, 에스퓨얼셀, 범한퓨얼셀 정도가 있다. 이중 에스퓨얼셀은 에스에너지가 지난 2014년에 GS칼텍스 연구소의 연료전지 개발 인력을 흡수해서 설립한 회사다. 경북도청 신청사(60kW), 하나은행 본점(85kW), 서울드래곤시티(146kW), 롯데캐슬아파트(100kW) 등에 에스퓨얼셀의 연료전지가 들어가 있다.




에스퓨얼셀은 신규 사업으로 연료전지 하이브리드 파워팩을 기반으로 한 수송용 연료전지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향후 드론, 지게차, 선박, 차량 등에 연료전지 파워팩의 쓰임이 많은 만큼 PEM 연료전지 기술의 확장이 가능하다. 지난해 10월에는 액화수소를 연료로 한 2kW 연료전지 드론의 시험비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를 적용한 3kW 에너블럭 제품을 출시한 에이치앤파워도 눈에 띈다. SOFC는 650℃를 넘는 고온에서 운전하기 때문에 발전효율이 높다. 한국가스안전공사의 KGS 인증을 받은 에너블럭은 정격출력 시 전기생산 효율이 51.7%에 이른다. 


에이치앤파워의 강인용 대표는 “기업이 시장에 좋은 제품을 내놓아도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KS 인증에 SOFC가 들어가는 데 3년이 걸렸다.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를 적용받는 공공건물에 에너블럭을 넣을 수 있는 길이 이제야 열린 셈”이라고 말했다.   

 



MEA 공장 증설 나선 비나텍

전북 전주에 비나텍이란 회사가 있다. 에너지 저장장치인 슈퍼커패시터를 주력으로 하며, 수소연료전지의 핵심 소재와 부품도 함께 생산한다. 탄소 지지체, 촉매, 막전극접합체(MEA)를 일괄 생산하는 원천기술을 갖춘 업체로는 국내에서 유일하다. 비나텍이 최근 전북 완주에 860억 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200~300억 원을 우선 투자해 완주 테크노밸리 제2산단에 공장을 세우고 MEA 생산라인을 증설한다.


비나텍 R&S센터의 정한기 부사장은 “상반기에 공장을 세우고 MEA 생산 물량을 연간 100만 장으로 늘린다”며 “장기적으로는 2024년까지 MEA 생산량을 400만 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매출 비중을 보면 슈퍼커패시터 93%, 수소연료전지 6%, 기타 1% 순이다. 수소연료전지 부문의 매출을 늘려 슈퍼커패시터에 쏠린 균형을 맞추고 연료전지 시장을 선점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비나텍은 지난해 12월 탄소 복합체 분리판 제조사인 에이스크리에이션을 인수했다. 탄소 분리판은 금속 분리판보다 두꺼운 대신, 무게가 가볍고 부식에 대한 염려가 없어 내구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 MEA 제조사인 비나텍이 분리판 제조사를 인수했다는 것은 향후 스택 생산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이다. 





정한기 부사장은 “중국에서 주로 쓰는 발라드사 스택에는 탄소 분리판이 들어간다. 모빌리티 쪽에서는 금속 분리판을 코팅해서 쓰는 쪽으로 계속 갈지, 카본 분리판 쪽의 수요가 늘어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가정·건물용 연료전지는 정치형이라 부피가 크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내구성이 높은 탄소 분리판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비나텍의 완주 공장에는 향후 MEA 생산설비뿐 아니라 탄소 분리판 대량생산 설비도 추가될 전망이다. 여기에 고출력 슈퍼커패시터 신제품 생산도 계획하고 있다. 이는 늘어나는 전기차 수요에 맞춘 제품으로, 전기차 배터리의 수명을 보완하면서 높은 순간출력을 내게 된다.


수소기술 이전도 활발하다.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 강점이 있는 기존 업체들이 이 방식을 택했다. 자동차 내장재나 신발, 매트 등에 들어가는 발포제 국내 생산 1위 업체인 금양은 지난해 금양이노베이션을 설립하고 MEA 개발에 뛰어들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으로부터 초소형 나노입자 제조와 흡착기술에 대한 기술이전을 통해 백금 촉매와 MEA 개발을 진행 중이다.


또 수경화학은 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수전해 장치 성능평가 장비’ 기술을 이전 받았다. 수경화학은 건축물이나 냉장고, LNG선에 들어가는 단열재용 폴리우레탄 제조 외에도, 이차전지 전해액과 양극재 개발의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수경화학의 김문언 대표는 “향후 수소 시스템 개발과 고분자 소재 개발을 같이 갈 생각”이라며 “수전해 성능평가 기술을 바탕으로 연료전지 쪽과 연계한 정부 과제 등에 참여하면서 그린수소 생산 시스템 개발까지 한번 가보자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수소 분야에 중소기업이 뛰어들어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면 몇 번의 고비를 넘어야 한다. 대기업은 자본을 동원해 기술기업을 인수하거나 합병하는 방식을 취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그럴 여력이 없다. 그래서 더 치열하게, 사활을 걸고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수소기술은 그만한 값어치가 있다. 시장은 뛰어난 기술이나 제품을 단박에 알아보고 특별한 대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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