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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모니아가 뜬다 ② 암모니아 분해한 수소로 넥쏘 충전한다

암모니아 분해해 수소 생산하는 20N㎥급 시스템 개발
에너지연, CES, 현대차, 젠스엔지니어링 등 참여
수소와 질소 합성한 암모니아…수소 저장‧운송에 탁월
암모니아 분해형 온사이트 수소충전소, 경쟁력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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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대전에 있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하 에너지연) 본원을 찾은 길이다. 운동장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 기숙사동을 지나면 수소연구단 실험실이 나온다. 원내 지도상에는 ‘실내기후실험동’으로 표시된 곳이다. 반쯤 열린 커다란 철문을 지나 안으로 든다. 암모니아가 든 봄베 8개를 가스공급시스템에 체결하느라 아침부터 분주하다. 


딱 5개월 만이다. 2020년 8월호 연속기획 코너에 ‘수소 충전을 위한 암모니아 분해 수소생산 시스템’을 소개한 적이 있다. 그때는 본 과제의 주관사인 CES를 찾아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확인했다. 이날은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의 인증 검사를 앞두고 CES의 직원들도 현장에 내려와 있었다. 암모니아를 분해해서 수소전기차 충전에 적합한 99.97% 이상의 고순도 수소를 생산하는 시스템은 이제 완전체가 됐다.

 



루테늄 촉매를 활용한 암모니아 분해장치

‘암모니아 분해 수소생산·정제 시스템’ 개발은 정부 과제로 지난 2018년 6월에 시작됐다. 말 그대로 암모니아를 분해해 20N㎥/h(시간당 약 1.8kg)의 수소를 생산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게 된다. 여기서 나온 결과를 토대로 2021년 5월까지 시간당 300N㎥급 수소생산 시스템 설계도를 작성하게 된다. 


에너지연 수소연구단 정운호 책임연구원이 현장을 소개한다.


“설비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왼쪽에 보이는 설비는 에너지연에서 만든 ‘암모니아 분해장치’, 앞에 있는 설비는 현대자동차에서 개발한 ‘잔류 암모니아 제거장치’, 오른쪽에 있는 설비는 젠스엔지니어링의 ‘수소 정제장치’죠. 촉매분해장치에 암모니아가 들어가면 수소와 질소, 잔류 암모니아로 분해가 돼요. 그중 잔류 암모니아를 먼저 흡착해서 제거하고, 마지막에 VPSA(진공압력순환흡착) 방식으로 정제해서 고순도 수소를 얻게 되죠.”




이 수소를 현대차 넥쏘의 연료전지에 공급해 안정성을 평가하는 것도 이번 실증에 포함되어 있다. 여기서 핵심은 암모니아 분해장치다. 정운호 책임연구원이 분해반응기의 버너를 가동해 온도를 높이기 시작한다. 바요넷(bayonet) 형태로 제작한 반응기 튜브에 700℃ 정도의 열을 가하면서 8~9bar로 암모니아 기체를 통과시킨다. 이때 촉매가 코팅된 도넛 모양의 금속 구조체가 내부에서 분해반응을 촉진한다. 


“촉매나 담지체의 물성에 대한 연구를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진행했어요. 연구 초기에는 촉매로 산화니켈을 주로 썼고, 이후 백금이나 팔라듐 같은 귀금속 쪽을 연구하면서 분해효율을 테스트했죠. 그중 루테늄 촉매의 성능이 가장 좋게 나왔어요. 루테늄 입자를 담지한 분해촉매를 도넛 모양의 금속 구조체에 침전법으로 코팅을 해서 쓰고 있죠. 루테늄 입자를 수나노미터 크기로 금속 구조체에 코팅하는 방법은 수소연구단의 구기영 책임연구원이 개발했습니다.”


에너지연은 시간당 5N㎥급 반응기를 만들어 사전 테스트를 진행했다. 당시 분해 효율은 84.45%였다. 이날 인증 시험에선 얼마의 효율이 나올지 자못 궁금했다. 그런데 시운전을 하는 정운호 연구원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장비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굳은 얼굴로 타이머를 한 손에 쥐고 시간을 재기 시작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암모니아 분해장치의 피스톤 펌프 이상으로 적정 유량을 공급할 수 없었다. 펌프 세기를 최대치로 높여도 유량이 늘지 않았다. 어제만 해도 멀쩡하던 장비가 큰일을 앞두고 심술을 부렸다. 그는 실험실에 남아 있는 작은 펌프를 구해왔다. 기존 펌프에 남아 있는 암모니아 기체를 배출시키고 새 펌프를 추가로 연결하느라 두 시간이 훌쩍 지났다. 


“장비를 새로 개발할 때마다 늘 겪는 일이죠. 그래도 다행입니다. 제때 맞춰서 수리를 마쳤으니까요.” 


정 연구원이 담담하게 말했다. 점심도 거르고 일을 잘 마무리한 덕에 인증 검사를 차질 없이 완수했다. 그러고 나서 오후 3시쯤 홀가분한 마음으로 마주앉았다.

 

분해효율 93%로 메탄 개질보다 효율 높아

암모니아가 뜬 데는 이유가 있다. 암모니아(NH3)를 분해하면 수소와 질소가 나온다. 질소는 우리가 숨 쉬는 공기의 5분의 4 정도를 차지하는 무색·무미·무취한 기체로 잘 알려져 있다. 슈퍼마켓에 진열된 과자봉지 안에도 질소가 꽉 차 있을 정도로 안전한 물질이다. 암모니아에서 바로 이 질소를 톡 떼어내면 수소만 남는다. 탄소(C)는 어디에도 없다.


수소를 얻기 위해 스팀메탄개질(SMR) 방식을 주로 쓴다. 메탄(CH4)이 주성분인 천연가스에 고온·고압의 수증기를 넣어서 수소를 분리한다. 이 방식은 비용이 적게 들고 생산 공정이 비교적 간단하다. 다만 개질 과정에서 많은 탄소가 배출되고, 고온의 수증기를 만드는 데도 큰 에너지가 든다. 


“암모니아 분해시스템은 원료가 암모니아 딱 하나예요. 단순하고 효율이 높죠. 분해 과정에서 코크(coke)가 안 생기기 때문에 촉매의 수명도 길고 운영비도 훨씬 적게 들어요. 그에 반해 메탄 개질은 일단 도시가스의 황을 제거해야 하고, 필터로 물을 정수해야 해요. 해마다 들어가는 탈황필터, 정수필터 값만 해도 만만치가 않죠. 개질 설비는 코크가 생기기 때문에 촉매 보호 차원에서 물을 많이 넣어야 해요. 뜨거운 수증기를 허공에 그냥 날리는 셈이죠.”


‘암모니아 분해장치’를 통과한 잔류 암모니아는 현대차에서 개발을 완료한 ‘암모니아 제거장치’에서 대부분 걸러진다. 이 장치에는 4개의 흡착탑이 들어 있다. 1, 2, 3, 4번 베드로 옮겨가며 흡착을 진행하는 이유는 냉각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번 베드를 쓰고 난 다음에는 온도가 낮은 베드로 변경을 해서 흡착을 진행한다. 




“앞에 보이는 액화질소는 냉각을 위해 임시로 들여놓은 거예요. 운전 초기라 일단 질소로 흡착탑의 온도를 낮추고 있죠. 마지막 단에 있는 ‘수소 정제장치’에서 고순도 수소를 빼고 남는 오프가스가 있어요. 여기에도 수소와 질소가 섞여 있는데, 이걸 그냥 버리지 않고 버너 쪽으로 당겨 와서 연소를 시키게 되죠. 이때 흡착탑을 거치도록 조정해서 냉각제 역할을 하도록 설계했어요. 낭비되는 에너지 없이 자체 시스템의 효율을 극대화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수소 정제장치는 PSA 방식이 아닌 VPSA 방식을 적용했다. 진공(Vacuum)이라는 하나의 과정을 더 추가한 것이다. 젠스엔지니어링의 김인백 팀장은 “VPSA는 일시적으로 진공 상태를 만들어 내부를 한번 털어주기 때문에 탈착율과 기체 회수율이 높다”고 한다. 다만 진공펌프가 추가되기 때문에 설비비용이 더 든다. VPSA는 작은 설비는 가능하나 일정 규모 이상이 되면 설치가 어렵다. 장단점이 있어 현장 상황에 맞게 적용하고 있다.




이날 인증기관에서 측정한 암모니아의 분해효율은 93%(LHV)로 나왔다(계산 결과는 취재 다음날 받았다). 메탄 개질의 분해효율은 80% 수준으로, 암모니아 개질은 그보다 10% 남짓 효율이 더 높다. 이는 같은 양의 수소를 추출하는 데 그만큼 에너지를 덜 쓴다는 소리다.


“암모니아는 상온에서 6기압만 가해도 액화가 돼요. 그에 반해 수소는 영하 253℃까지 온도를 떨어뜨려야 액화가 되죠. 암모니아는 액화수소처럼 특별한 기술이나 설비가 필요하지 않아요. 운송법도 간편해서 일반 탱크로리로 실어 나를 수 있죠. 화재 위험도 낮고요. 우리가 흔히 접하는 LPG 가스통을 생각하면 됩니다. 암모니아의 기화 성격이 LPG랑 비슷하거든요. 계절을 가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죠.”


암모니아는 독성물질로 분류되는 만큼 관리 법규가 명확하다. 비료나 의약품, 폭발물, 플라스틱 등을 만드는 데 쓰는 10대 화학물질 중 하나로 현장에선 익숙한 물질이다. 그래서 기존 설비나 운송망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크다.   

 

암모니아 분해형 온사이트 수소충전소의 가능성

석유 왕국으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기업인 아람코는 2020년 6월 블루 암모니아 40톤을 일본으로 보냈다. ‘블루’라는 말이 붙은 건 암모니아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회수했기 때문이다. 암모니아는 탄소 배출이 없다. 일본은 복합화력발전의 원료인 석탄이나 LNG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암모니아를 혼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수소 로드맵을 보면 일단 발전용으로 암모니아를 쓸 계획이죠. 암모니아를 그냥 태우면 NOx(질소산화물)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따로 연소기를 개발해야 해요. 그래서 처음에는 혼소로 가고, 연소기 개발에 맞춰 차츰 그 비중을 늘려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죠. 암모니아가 친환경 선박 연료로 주목받는 것도 그 연장선에 있어요. 이 경우에도 엔진은 따로 개발해야 하죠.”


현대미포조선,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사는 차세대 친환경 선박으로 ‘암모니아 연료 추진 선박’을 개발하고 있다. 건조에 큰 비용이 드는 운송용 선박은 연료의 장기 공급 여부가 아주 중요하다. 50년 뒤에도 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면서 탄소 배출이 없는 연료여야 한다. 운송이나 저장의 이점을 고려하면 수소를 다량 포함한 암모니아가 최적의 대안이다. 


“아람코 같은 국영기업이 암모니아 생산에 나서는 데는 이유가 있죠.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에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대규모 그린수소 생산시설을 짓고 있는데, 여기서 생산한 수소도 암모니아 형태로 저장을 해요. 호주나 모로코, 덴마크 같은 나라도 수전해로 생산한 그린수소를 암모니아로 합성해서 유통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죠. 앞으로 수소를 암모니아로 만들어서 수출하는 나라들이 늘어날 거예요. 연료 수입국 입장에서 보면 암모니아를 분해해서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 확보가 꼭 필요하죠.”



암모니아는 수소 저장밀도가 높다. 1㎥당 120kg의 수소를 저장할 수 있다. 또 영하 33℃면 액화가 된다. 이는 기존 LPG운반선으로도 암모니아의 이송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수소생산 거점시설에 꼭 메탄 개질 방식의 수소추출기를 들일 필요는 없다. 암모니아를 분해해 대량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면 선택지가 하나 더 느는 셈이다. 저장이나 운송 조건이 훨씬 까다로운 액화수소와의 경쟁도 가능하다.


“제가 주목하는 건 그린 암모니아예요. 노르웨이의 야라(Yara) 같은 회사가 대표적이죠. 석탄이나 천연가스에서 추출한 암모니아로 비료를 만드는 세계 1위 업체예요. 야라만 해도 재생에너지의 전력으로 만든 그린수소로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설비를 갖춰가고 있죠.”


서호주 필바라에 건설 중인 수소 생산시설이 여기에 든다. 화석연료는 언젠가는 고갈이 되고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그에 반해 수전해 기술은 갈수록 효율은 오르고 가격은 떨어지는 추세다. 


“2025년을 기점으로 상황이 역전될 가능성이 커요. 탄소세를 부과하면 당장이라도 전세를 바꿀 수 있죠.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예요. SMR 방식의 수소추출기에 탄소를 포집해서 저장하거나 이용하는 CCS, CCU 설비를 붙인다고 해도, 이 장비들이 워낙 고가라 가격 경쟁이 힘들 겁니다.”


이 말을 듣자 5개월 전 CES의 박종률 상무와 나눈 대화가 떠오른다. 통상 도시가스 개질형 온사이트 수소충전소 건설에 약 56억 원이 든다. 암모니아 분해형 수소충전소 구축비용으로 53억 원을 예상하는 만큼 직접 경쟁이 가능하다. 


암모니아 분해 시스템은 수처리 장치와 물공급 장치가 필요 없어 메탄 개질 방식보다 설비 구조가 간단하고 열 소모가 적다. 당연히 운영비가 적게 든다. 천연가스보다 암모니아가 비싸기는 하나, 운영비를 고려하면 그 차이가 별로 크지 않다. 무엇보다 암모니아는 탄소 배출이 없다. 그린 암모니아에서 추출한 수소는 그린수소인 셈이다.

 

그린수소로 만든 그린 암모니아

CES의 협력사인 CNF의 박원규 차장이 두 대의 모니터 앞에 앉아 통합모니터링 프로그램을 확인하고 있다. 모니터에 뜬 패키지 1, 2, 3은 순서대로 암모니아 분해장치, 잔류 암모니아 제거장치, 수소 정제장치를 가리킨다. 시스템의 전체 작동 현황을 모니터 상에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CES는 각 장비의 패키징과 통합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을 맡았다. 또 유체가 흐르는 벤트의 연결 작업도 함께 진행했다. 




과제의 최종 목표는 이번 실증 결과를 토대로 시간당 300N㎥급 수소생산 시스템의 설계도를 완성하는 일이다. 암모니아를 분해해 시간당 27kg의 수소를 생산하는 상용급 설비로, 하루 10시간을 운전할 경우 250kg 남짓 수소를 얻을 수 있다. 일반 수소충전소에서 하루에 한 번 튜브트레일러로 공급받는 수소량에 든다.


“지금은 실증 중이라 장비들이 다 커 보이지만, 향후 공간 활용을 효율적으로 해서 컨테이너 하나에 다 들어가도록 설계를 하게 되죠. 암모니아 하면 나쁜 냄새가 난다는 선입견이 있어요. 탄소 배출이 없는 깨끗한 연료인데도 도심에 들어가기가 어려울 수 있죠. 꼭 도심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외곽에 있는 버스차고지 같은 곳에 설치하기만 해도 분산형 수소생산 시설 역할을 할 수 있죠.”


수소는 암모니아의 원료다. 그리고 암모니아는 다시 수소의 원료가 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역설 같지만, 질소가 부리는 재주 덕에 가능한 일이다. 수소가 뜨면서 덩달아 암모니아도 떴다. 수소경제의 틀에서 현실적으로 암모니아보다 경제성이 높은 화학물질을 손에 꼽기도 어렵다. 다만 암모니아도 ‘블루’나 ‘그린’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때 의미가 있다.


인류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 전체의 약 3%가 암모니아 제조공정에서 발생한다. 천연가스에서 추출한 수소가 그레이 수소라고 지적받듯, 화석연료를 투입해 하버-보슈법으로 생산한 ‘그레이’ 암모니아는 여전히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다. 


최근 울산과학기술원(UNIST)의 백종범 교수팀이 상온에서 쇠구슬과 철가루로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기술을 새롭게 찾아냈다. 쇠구슬이 회전하는 볼 밀링 장비 안에 질소와 수소를 넣어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기술로, 고온·고압 설비에 들어가는 에너지 투입 없이 간단한 기계화학 반응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수소전기차나 연료전지 등 수소의 활용처가 늘고 있고, 수소의 저장과 운송에 암모니아의 이점이 명확한 만큼 이 같은 신기술의 접목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수소로 탄소발자국을 줄이려면 생산 시점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린수소는 곧 그린 암모니아가 된다. 이 암모니아를 수입해서 다시 수소로 만들어 쓰겠다는 것이 ‘암모니아 분해 수소생산 시스템’의 개발 동기다. 수소가 재생에너지의 전기를 저장하는 에너지 캐리어 역할을 하듯, 암모니아는 수소의 에너지 캐리어 역할을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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