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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스기술공사 청주수소충전소 사례로 본, 수소충전소 문제

고압저장용기 수소 누출 우려로 350bar 충전만 가능
고객 불편 해소 위해 압축기 활용한 ‘직접 충전’ 방식 제안
질소발생기 자체 개발해 노즐 결빙 문제 해결…만족도 커
가스기술공사, 사업 초기 시행착오 개선 위해 노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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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오창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굽은 도로를 한 바퀴 돌면 청주수소충전소를 만나게 된다. 청주 오창읍에 자리하고 있어 ‘청주’보다는 ‘오창’충전소로 통하는 곳이다. 한국가스기술공사에서 노르웨이의 넬(nel)사와 손을 잡고 구축한 수소충전소로, 지난 6월에 개장했다. 겉보기엔 번듯한 새 충전소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고압저장용기의 안전성 문제로 8월부터 감압(제한) 충전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고객들 불만이 많죠. 넥쏘를 완충하면 600km를 가는데, 수소를 절반만 채우니 300km밖에 못 가잖아요. 어디 강원도로 멀리 떠나고 싶어도 연료가 떨어질까 봐 불안해서 못 간다고 하소연을 하는 분도 있죠.”


조인성 안전관리자가 이 말을 하고 파란 하늘을 쳐다본다. 청주수소충전소는 현재 350bar 충전만 가능하다. 사무실로 들어가 모니터에 뜬 충전 현황판을 확인한다. 고압저장용기는 아예 잠겨 있다. 사용 불가다.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문제가 된 도원수소충전소 고압저장용기

8월 이전만 해도 정상 충전을 이어왔다. 문제가 처음 불거진 곳은 인근의 도원수소충전소였다. 도원 또한 가스기술공사에서 넬사의 수소충전 패키지를 들여와 구축했다. 개장 시기도 같고, 저장용기나 밸브 패널, 압축기 등 설비도 동일하다. 가스기술공사 수소LNG충전사업팀의 권양중 팀장 차에 올라 도원수소충전소로 향한다. 오창충전소에서 그리 멀지 않다. 차로 10분이면 닿는다. 


단독 부지를 쓰는 오창충전소와 달리, 도원수소충전소는 LPG충전소·주유소와 부지를 공유하는 복합충전소에 든다. 시간은 지난 8월로 거슬러 오른다. 도원충전소의 고압용기에서 수소 누출이 감지됐다. 미국 CP Industries(CPI)사가 제조한 설계압력 100MPa의 수소저장용기에서 수소가 샌 것이다.  



“가스 누출이 감지되고 나서 3분 안에 조치를 완료했어요. 이쪽 플러그 조임부에서 가스가 샌 걸로 확인이 됐죠. 현재 문제가 되는 고압용기를 해체해서 철거하기 위한 사전 작업을 하고 있어요. 11월 안으로 조치를 완료해서 350bar 충전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입니다.”


뭐니 해도 안전이 최우선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CPI사의 수소저장용기 안전성이 입증될 때까지 사용중지 조치를 내렸다. 동일한 제품이 설치된 인근의 오창수소충전소, 충주의 연수수소충전소도 감압 충전에 들어가야 했다. 부득이한 조치였다.


“가스기술공사도 그렇고 넬사도 그렇고, 값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있는 중이죠. 350bar 감압 충전을 하더라도 서둘러 정상 운영에 나서는 게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향후 도원에는 미국 피바테크(FIBA Tech)사의 고압용기를 설치할 예정이에요. 내년 상반기로 보고 있는데, 재고를 쌓아놓고 파는 게 아니라 발주를 받아서 생산에 들어가는 제품이라 바로 입고하기가 힘든 면이 있어요. 미국 내 용기 재료 수급에 어려움이 있다는 말도 들리고요.”




권양중 팀장은 회사 차인 넥쏘를 몰고 왔다. 오창수소충전소로 돌아가는 내내 그의 표정이 어둡다. 가스기술공사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수소충전소 사업을 준비해왔다. 그런데 첫 단추를 잘못 꿰고 말았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인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의원(전북 군산시)이 최근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수소충전소 건립에 필요한 핵심기술과 부품의 국산화율은 42%에 지나지 않는다. 현장에서 느끼기에도 그렇다. 전 세계에서 단시간에 이렇게 많은 수소충전소를 집중해서 짓는 곳이 없다. 한국이 유일하다. 


수소는 CNG와는 또 다르다. CNG가 라이트급이라면 수소는 헤비급이다. 압력이 그만큼 높다. 새롭게 진입한 시장이라 어디서 어떤 문제가 생길지 겪어보지 않고는 예측이 어렵다. 폭발이나 화재에 대한 안전문제도 예민하고, 국내에서 검증된 부품이나 제품을 찾기도 어렵다. 그래서 일단 외국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미국이나 독일 기업 제품이 많고, 압축기의 경우 고장이 나면 부품 조달의 어려움으로 긴 시간 충전소 문을 닫기도 한다. 이래저래 코로나도 말썽이다. 엔지니어의 입국 일정이 차질을 빚으면서 준공 날짜가 미뤄진 경우도 있다. 


“가스기술공사만 해도 넬사의 덴마크 시운전 엔지니어가 코로나19로 입국이 금지되면서 한 달 정도 개장이 늦어졌죠. 충전소 구축이 더딘 건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보시면 돼요. 이중 삼중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는데도 설계와 시공 단계에서 보강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많죠. 준비를 한다고 했는데도 대처가 어려울 때가 있어요.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질소를 활용한 노즐 결빙 문제 해결

오창충전소에 넥쏘 한 대가 들어온다. 조인성 안전관리자가 받침대에 꽂힌 충전건을 빼 들고 수소 주입구에 체결한다. 충전건의 형태가 조금 다르다. 노즐에 원통형 커버가 씌워져 있고, 질소 주입을 위한 가느다란 튜브가 커버에 연결되어 있다. 소음은 크지 않다. 쉬이익 쉭, 바람이 새는 소리가 약하게 난다. 




“커버 안으로 질소를 불어넣어서 수분을 모두 날리는 거예요. 그래서 수소가 충전되는 동안 아이싱(결빙)이 안 생기죠. 공기 중 수분이 얼면 충전건 노즐이 차에 딱 들러붙어요. 습도가 높은 여름 장마철에 특히 심하죠. 이거 녹이려고 핫팩도 대고 드라이어로 뜨거운 바람을 쐬기도 하죠. 그래도 안 되면 결국 힘으로 떼어내야 하는데, 딱 붙어서 차가 울렁거릴 정도죠. 시간도 오래 걸리고, 온종일 이 일로 시달리다 보면 손목이 다 나가요.”


수소는 영하 40℃에서 영하 33℃로 온도를 낮춰 충전하기 때문에 한여름에도 서릿발이 내린 것처럼 노즐이 하얗게 변한다. 가스기술공사는 이 문제를 질소발생기로 해결했다. 질소는 불활성 가스로 화재나 폭발 위험이 없다. 또 녹는점은 영하 210℃, 끓는점은 영하 196℃라 웬만한 곳에선 문제가 없다. 권양중 팀장이 사무동 옆에 있는 캐비닛을 열어 질소발생기를 보여준다. 


“시중에 있는 제품이 아니라 이번에 새로 개발한 거예요. 가스기술공사가 바이오가스에서 메탄을 분리하는 바이오가스 정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기술을 활용해서 소형으로 제작했죠. 개발에 석 달은 걸린 것 같아요. 산업용 질소를 봄베로 받아서 쓰는 곳도 있는데,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해서 번거로운 점이 있죠. 공기 중에 있는 질소를 분리해서 사이트에서 바로 공급하고 있어요.”




결빙을 막는 충전노즐 커버도 개발해서 특허출원을 냈다. 충전 중에 수분이 노즐에 달라붙는 현상을 원천 차단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이 커버는 구형과 신형 충전노즐에 모두 장착할 수 있다. 


“보통 질소는 PSA(압력변동흡착) 방식으로 분리해요. 정기적으로 흡착제를 교체해야 해서 관리가 까다롭죠. 이번에 개발한 질소발생기는 멤브레인(중공사막) 필터 타입이라 수명이 길고, 설치 후 관리도 쉬워요.”


질소 농도는 98% 이상이다. 현재 공기압축기를 쓰고 있지만, 공기압밸브(AOV) 작동기로도 질소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압력을 낮추고, 가동 시간을 효율적으로 조정하고, 제품 크기를 줄이는 등 시운전을 통해 문제점을 하나씩 개선할 방침이다.


“충전을 해보면 이게 얼마나 편한지 알게 됩니다. 제가 여기 충전소를 운영하면서 직접 충전도 하거든요.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어요.”


바로 옆 오창관문주유소(셀프)를 함께 운영하는 김현일 안전관리총괄책임자의 말이다. 수소 충전에 5분이 걸린다면, 얼어붙은 노즐을 차에서 떼어내는 데 그만한 시간이 걸린다. 이 장비는 운영자나 관리자가 받는 스트레스를 크게 줄여준다. 손님 또한 대기 시간이 줄어 좋고, 누가 내 차를 막 다루는 경험(?)을 하지 않아도 된다. 

 

압축기 통한 ‘직접 충전’ 방식 제안

언뜻 봐도 오창충전소는 도원충전소보다 두 배는 키가 높다. 빗물이 들지 않게 지붕 천장을 덮는 대신, 바람이 잘 통하도록 측면 갤러리 창의 세로 폭을 높여서 지었다. 국내 안전 규정상 그렇게 지어야 한다. 앞서 다녀온 도원충전소의 경우는 천장에 갤러리 창이 나 있어 빗물이 안으로 떨어진다. 안전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조인성 안전관리자를 따라 충전소 내부를 돌아본다. 방폭을 위해 설치한 콘크리트 담으로 칸막이가 되어 있다. 수소 튜브트레일러 옆에 난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수소저장용기를 볼 수 있다. 중압용기만 쓰고 고압용기는 비워둔 상태다. 압축기는 안쪽 벽 너머에 있다. 





길을 돌아 나와 압축기를 보러 간다. 입구는 반대쪽에 있다. 컨테이너 문을 열자 넬사의 다이어프램 압축기가 모습을 드러낸다. 피스톤 방식과는 그 모양이나 구조가 확연히 다르다. 유압을 활용해 다이어프램 격막을 움직여 압을 높이는 방식으로, 양쪽에 하나씩 두 개의 다이어프램이 설치되어 있다. 


“다이렉트 필링(Direct Filling)이라고 해서 고압용기에 수소를 저장했다 충전하는 차압 방식이 아니라, 압축기로 넥쏘 탱크에 수소를 바로 밀어 넣는 ‘직접 충전’ 방식을 고민하고 있어요. 감압 충전에 대한 고객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 할 수 있죠.”


권양중 팀장의 말이다. 한시적인 대책이긴 하나, 이렇게라도 대안을 마련해서 현 상황을 타개하려는 노력은 그것대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다이렉트 필링은 기술적으로 새로운 방식은 아니다. 현대차가 마북에서 수소전기차를 처음 개발할 때도 직접 충전 방식으로 수소연료를 주입했고, 현재도 그 시설이 남아 있다. 


350bar까지는 기존 방식대로 차압 충전을 하고, 후속으로 압축기를 활용해 600~700bar 정도로 수소를 직접 충전하게 된다. 다만 이 방식은 차압 방식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700bar까지 5kg 정도 수소를 충전할 경우 17분(충전 13분, 압력회복 4분) 정도가 소요된다.  




“안전 쪽은 가스안전공사에, 차량 안전 쪽은 현대차에 의뢰를 해둔 상태죠. 문제가 없다는 소견을 받아 허가가 떨어지면 한 달 내로 준비가 가능합니다. 직접 충전 방식을 도입해서 수소 충전량을 늘리면 주행 거리를 늘리는 데 큰 도움이 되죠.”


넬사 충전기 위에 ‘고압저장용기 이상으로 현재 충전을 50%밖에 할 수 없다’는 협조 안내문이 작게 붙어 있다. 청주의 수소 단가는 kg당 8,250원으로 수도권보다 600원가량 싸다. 지금처럼 SOC(State of Charge) 기준으로 50~60%를 충전하면 2만 원대 초반의 금액(수소 2.5kg 충전 시 20,625원)이 나온다. 


“수소충전소 고장이나 설비 문제가 이슈가 된 걸 잘 알고 있어요. 다만, 가스기술공사뿐 아니라 시공사에서도 나름으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처음 구축한 현장이다 보니 시행착오가 있었고, 앞으로 이런 문제를 바로잡아가는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을 깊이 하고 있습니다.”


질소발생기를 활용한 노즐 결빙 문제 해결이나, 압축기를 활용한 직접 충전 방식 도입은 그 노력의 일환으로 읽힌다. 준비한 대로 일을 잘 마무리하는 게 물론 ‘최선’이겠지만, 예기치 않게 불거진 문제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이를 올바로 고쳐나가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차선’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결국 진정성이다. 한국가스기술공사나 넬 코리아가 치른 값비싼 수업료가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할 시간은 충분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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