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이치앤파워의 강인용 대표.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서대전역에서 택시에 오른다. 출근 시간에 닿은 대전 도심은 거북이걸음을 하는 차량들로 가득하다. 정체 구간을 피해 천변도시고속화도로를 탄다. 갑천을 따라 북쪽으로 달려 대덕 테크노밸리에 닿는다. 현대프리미엄아울렛을 앞에 두고 우회전하자 에이치앤파워(HnPower) 1공장이 눈에 든다.  

‘국내 최초 3kW급 SOFC시스템 KGS 인증 획득’이란 문구가 인쇄된 커다란 현수막이 공장 외벽에 걸려 있다. 제대로 찾았다. 에이치앤파워는 카이스트(KAIST)의 수소추출, 연료전지 기술을 바탕으로 지난 2009년에 창업했다. 개질기·탈황기·스택 등 연료전지 핵심기술을 하나씩 확보하면서 미코, STX중공업과 더불어 국내를 대표하는 SOFC 플레이어로 거듭났다.

▲ 대덕 테크노밸리에 있는 1공장에 현수막이 걸려 있다.


최적의 유지보수를 위한 패키징 기술

“KGS(한국가스안전공사)에 처음으로 기술검토 서류를 넣고, 설계단계 검사, 생산단계 검사, 공장심사까지 1년 남짓 시간이 걸린 것 같아요. KGS 인증은 가스용품 기기 판매를 위한 필수 인증이라 할 수 있죠.”

에이치앤파워 연료전지 사업팀의 박현배 팀장이 말한다. 1공장에는 기업부설연구소가 붙어 있다. 그 입구에 3kW 에너블럭이 서 있다. 박 팀장이 손끝으로 액정을 눌러 에너블럭의 작동법을 설명한다. ‘에너블럭(ENERBLOCK)’은 블록 형태로 패키징하는 에이치앤파워만의 장점을 살린 브랜드명이다. 내부 전기 사용량, 외부 전기 판매량, 온수 온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인터페이스를 넣어서 디자인한 홍보용 케이스예요. 실 제품은 시스템 시험평가실에서 운전을 하고 있죠. 3kW 세 대와 6kW 한 대를 돌리고 있어요.”

▲ 에이치앤파워의 3kW급 SOFC시스템 패키지.

박현배 팀장을 따라 시험평가실로 향한다. 1공장은 올해 초 연간 1MW의 연료전지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다. 공장 내부는 콜드 BOP, 핫 BOP, 스택 모듈을 제작해 시스템을 조립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시스템 시험평가실은 공장 끝에 붙어 있다. 가동 중인 SOFC 연료전지 4대 앞에 운전 현황을 볼 수 있는 컴퓨터 모니터 한 대가 놓여 있다. 3kW SOFC는 높이 2m의 길쭉한 박스 형태를 하고 있다. 

“블록 세 개를 세로로 쌓았다고 보시면 돼요. 맨 위가 스택 박스, 중간이 핫 박스, 맨 아래가 콜드 박스죠. 보통 스택에 문제가 생기면 통째로 교환을 해야 하지만, 에너블럭은 맨 위에 있는 스택만 교체하면 돼요. 시스템 패키징의 강점을 살려 유지보수를 위한 최적의 설계를 적용했죠.”

말 그대로 3단 분리형이다. 스택 박스에는 SOFC 스택이 들어가고, 핫 박스에는 버너, 개질기, 열교환기가 들어간다. 또 하단의 콜드 박스에는 각종 전자제어장치와 인버터, 송풍기와 펌프 등이 들어간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자사에서 개발한 스택뿐 아니라 외부 스택도 박스 형태로 넣어서 연결하면 작동이 된다. 친화력이 좋은, 유연한 시스템이다.

▲ 1공장 한쪽에 시스템 시험평가실이 마련되어 있다.

▲ 3kW급 세 대와 6kW급 한 대의 운전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타사 제품들은 보통 스택을 중심에 놓고 발전효율을 높이기 위해 박스 일체형으로 설계를 해요. 블룸에너지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죠. SOFC 특성상 최소 650℃ 이상의 고온에서 운전하기 때문에 셀 하나만 문제가 생겨도 스택 전체의 성능이 크게 떨어져요. 그럴 땐 시스템 하나를 통째로 교체해야 하죠. 우리는 발전용이 아니라 소량의 건물용, 상업용 시장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단위 유지보수에 적합한 블록 형태로 갔어요. 이 편이 유지비용이 훨씬 적게 들죠.”

▲ 기업부설연구소에서 이신구 연구소장과 이야기 중인 박현배 팀장(오른쪽).


‘연료개질’과 ‘연료전지’ 기술에 강점 

에이치앤파워는 지난해부터 산업부 과제로 ‘발전용 확장이 가능한 고효율 모듈형 SOFC시스템 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단일 시스템의 출력을 20kW까지 늘릴 방침으로, 올해 6kW에 이어 내년에는 10kW 시스템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10kW급 이하로 인증 받은 3kW급 시스템을 복수로 연결해서 대응을 하고, 10kW급 이상은 시스템의 플랫폼을 새롭게 개발할 계획입니다. 최종 개발 예정인 25kW급(DC 기준) 모듈을 기반으로 발전용으로 올라갈 생각이에요. 단순 계산으로도 25kW급 모듈 6개를 붙이면 150kW급이 가능하죠.”


▲ 담당 직원이 SOFC시스템 장비의 가스누출 여부를 검사 중이다.

박현배 팀장을 따라 기업부설연구소 1층에 있는 회의실로 향한다. 그곳에서 강인용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이어간다. 에이치앤파워는 차로 5분 거리에 2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1공장은 연료전지, 2공장은 수소추출기 생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카이스트 안에 연구개발팀은 특수 군용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에이치앤파워는 개질을 통한 수소추출 쪽에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도시가스(천연가스)나 바이오가스 개질은 기본이요, 디젤이나 가솔린, 폐오일 같은 액체 개질에 강점이 있다. 에너블럭의 경우 핫 박스 등을 교체하면 디젤이나 가솔린을 개질한 수소로 운전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 과제로 디젤 개질기를 적용한 1kW SOFC시스템을 개발한 적이 있어요. 디젤은 연료 구조가 복잡해서 수소를 추출하기가 쉽지 않죠. 상온에 액체를 분사하는 기술, 탄소 침적 현상을 제어하는 기술, 액체 연료에 든 황을 제거하는 기술 등이 필요하죠. 이걸 해내면 다른 연료를 개질하는 건 쉽게 갈 수 있습니다.”

에이치앤파워는 ‘연료개질 기술’과 ‘연료전지 기술’이라는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수소추출기에 들어가는 탈황기, 개질기, CO변성기 기술은 고스란히 연료전지시스템에도 적용된다. 강인용 대표는 “재생 폐기물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기술 등을 활용하면 연료 다변화 측면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에이치앤파워는 시간당 10N㎥의 수소를 생산하는 하이지(HyG-10) 수소추출기도 개발 보급할 계획이다. 하루에 21kg의 수소를 생산하는 장치로, 99.99%의 고순소 수소를 뽑아낸다. 향후 물류센터나 유통센터에 수소지게차 등이 보급되면 온사이트 수소충전 설비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또 연료전지시스템과 연계한 발전용 수소 생산에도 쓰일 수 있다.

▲ 시간당 10N㎥의 수소를 생산하는 하이지-10 수소추출기.


KS 인증·발전원별 보정계수가 사업화의 관건

에이치앤파워는 지난 2011년 산업부의 ‘그린홈 연계형 건물용 SOFC시스템 개발 및 실증’ 과제에 참여하면서 연료전지시스템 개발에 뛰어들었다. 또 2015년부터 한전의 전력연구원과 손을 잡고 SOFC 개발에 나서, 2018년 10월에 3kW SOFC시스템을 내놓은 바 있다. 

“한국전력연구원과 함께 3kW급 시스템을 공동으로 개발했어요. 연구개발을 통해 효율을 꾸준히 높여왔고, 올해는 52%를 달성했죠. 이번에 KGS 정밀검사에서 정격출력 시 51.7%의 효율이 나왔는데, 현재로선 국내 최고 효율입니다.”

수요처가 궁금했다. 이웃나라 일본은 에네팜을 통해 700W급 가정용 연료전지가 널리 보급된 데 반해, 국내 수요는 건물용에 집중되어 있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를 기반으로 공공건물 중심의 수요가 있지만, 실제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SOFC가 고온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셀이나 스택, 시스템의 개발 난이도가 높아 기술개발에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기술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시급합니다. 시장이 열리려면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해요. KS 인증에 SOFC가 들어가는 데만 3년이 걸렸어요. 조달청을 통해 공공건물에 에너블럭을 넣고 싶어도 KS 인증이 없으면 불가능하죠. 이게 며칠 전에 개정이 완료됐어요.”

10월 중순에 KS 인증이 열리자마자 바로 신청서를 냈다. 하지만 KS 인증을 받는다고 공급처가 생기는 건 아니다. 중앙정부에서 발전원별 보정계수를 정해주지 않으면 소비자가 움직이지 않는다. 보정계수가 정해져야 건축주가 태양광, 지열, 연료전지 등을 따져보면서 설치 용량을 산정하게 된다. 

강 대표는 서울시의 행보를 예로 들었다.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 설치용량 3kW 이하 소형 SOFC를 도입한 건축물에 한해 인허가 특례를 부여한 바 있다. 환경영향평가 대상인 중대형 건축물 신축 시 소형 SOFC를 도입하면 높은 가중치를 부여해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 시험평가실에서 운전 중인 3kW급 SOFC시스템.

서울시 보정계수를 보면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PEMFC)는 2.84, SOFC는 8.88을 받았다. 8.88은 신재생에너지를 통틀어 최고 배점이라 할 수 있다. 시장 초기에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지금이나마 KS 인증의 기회가 열린 건 반가운 일이다. 에이치앤파워의 에너블럭(3kW)을 비롯해, 미코의 투시(2kW), STX중공업의 엔큐브(1kW) 등이 가중치를 적용받아 서울시 공공건물에 들어가는 길은 열린 셈이다. 

후발주자지만 SOFC 발전 가능성 충분

현재 국내 연료전지 시장은 발전용 중심이다. 포스코에너지가 용융탄산염 연료전지(MCFC)로 판을 깔았고, 이후 두산이 인산형 연료전지(PAFC)로 시장을 넓혀왔다. 또 작년부터 3세대로 평가받는 SOFC가 높은 효율을 앞세워 발전시장을 이끄는 형국이다. 

그 중심에 미국의 블룸에너지가 있고, SK건설과 합작한 블룸SK퓨얼셀의 연료전지 공장이 최근 경북 구미에 문을 열었다. 하지만 이들 대기업의 연료전지 기술은 라이센스 계약이나 기업 인수를 통해 이뤄진 면이 있다. 특히 장기유지보수계약(LTSA) 문제로 홍역을 치른 포스코에너지의 사례는 기업의 기술 확장이나 정부의 연료전지 보급정책에 큰 고민거리를 안겨준 바 있다.  

그동안 SOFC는 국내 중소·중견 기업을 중심으로 기술개발이 이뤄졌고, 건물용 소형 연료전지는 PEMFC가 주도해왔다. 그에 반해 SOFC는 가격 경쟁력 확보가 어렵고, 연료전지의 내구성에 대한 신뢰도가 부족해 상용화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이 있어왔다. 

“기업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시장에서 팔리는 제품을 만들고 싶죠. 그러자면 직접 시스템을 개발하는 수밖에 없어요. 한전과 연구개발을 하는 과정에서 시장 진입을 위한 광범위한 시스템 실증을 한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그리고 현재도 한전과 함께 핵심기술의 고도화와 보급 확대를 위해 협력하고 있죠. 향후 2022년까지 20kW를 목표로 건물용 연료전지 포트폴리오를 짤 계획입니다. 2년 후에는 연간 5MW급으로 제조 설비를 늘리는 게 목표죠.”

SOFC는 시장의 후발주자다. 출발은 늦었지만 높은 효율을 앞세워 선두로 치고 나갈 잠재력은 충분하다. 정부의 정책과 제도가 뒷받침되고 시장이 열린다면 발전 가능성은 크다. 에이치앤파워도 그 미래를 그리고 있다. 강인용 대표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앞으로의 수소산업은 수소의 생산과 활용기술을 아우르는 융복합 에너지산업이 될 겁니다. 특히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이용한 친환경 분산형 에너지 자원을 효과적으로 연결해서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을 완성하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기술을 넘어 수소사회로(Hydrogen beyond Technology)’란 슬로건을 그래서 제가 좋아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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