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부 ‘그린뉴딜 미래차충전소 현장지원팀’ 이태양 전문위원과 송태곤 사무관이 세종 수소충전소를 찾았다.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환경부가 수소충전소의 조속한 구축을 위해 ‘수소충전소 정책협의회’를 구성하고 세종시 국가물관리위원회 회의실에서 첫 번째 회의를 열었다. 바로 그날(9월 10일), 환경부를 찾았다. 5층 대기미래전략과 앞에는 ‘그린뉴딜 미래차충전소 현장지원팀’(이하 현장지원팀)이라는 아크릴 현판이 세로로 달려 있었다.

현장지원팀이 가동된 건 지난 8월 24일이다. 총 인원은 모두 9명이다. 안중기 수소TF팀장을 중심으로 대기미래전략과 사무관 2명, 주무관 2명, 산하기관인 한국환경공단과 한국자동차환경협회에서 파견된 전문위원 각 2명이 한 팀을 이루고 있다. 

내년부터 수소충전기 증설에 보조금 지원

“현장지원팀은 주로 충전소 구축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민과의 갈등이나 각종 인허가 문제 해결에 주력하게 되죠. 현재 충전소 구축이 진행 중인 모든 사업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 중에 있어요. 아시다시피 그린뉴딜의 핵심 사업인 수소충전소 구축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죠. 지자체나 민간사업자들이 현장에서 겪는 문제들이 있고,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거나 지원하기 위해 구성된 조직으로 보시면 됩니다.”

안중기 수소팀장은 이 말을 마치자마자 자리를 뜬다. 아침부터 부산하다. 대기미래전략과 손삼기 과장이 팀원들을 불러 수소충전소 관련 전략 회의를 이어간다. 지난해 수소충전소 20개소가 개소해 세계 최고 수준의 구축 능력을 보여줬지만, 각종 민원이나 인허가 문제 등으로 아직은 인프라 구축 속도가 더딘 편이다. 여기에 최근 개소한 몇몇 수소충전소들이 고장으로 멈춰 서면서 이슈가 된 바 있다.

▲ 환경부 대기미래전략과 손삼기 과장(중앙)이 현장지원 팀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압축기 누유나 충전호스 고장, 배관 내 오링(고무패킹) 파손이나 인압밸브 작동 불량 등 다양한 고장 사례를 보고받고 있습니다. 환경부 내에서도 아직은 수소충전소 운영 노하우나 충전설비 제작사의 고장 대응 경험이 많이 부족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어요. 충전소 구축이 확대되고 경험이 축적되면 고장률도 줄고 대응력도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죠.”

안중기 팀장이 방금 전에 한 말이다. 일각에서 환경부가 충전소 구축에만 집중하고 그동안 관리 쪽으로는 소홀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현장지원팀은 각오가 남다르다. 현재 구체적인 사례와 정보를 수집해 ‘수소충전소 구축·운영 표준매뉴얼’의 초안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소가 700bar가 넘는 고압으로 충전이 되다 보니 수요가 한 곳으로 몰려 과충전이 되면 잦은 고장의 원인이 된다. 또 압축기와 디스펜서(충전기), 수소저장용기 등 주요 제품이나 부품이 외산이라는 점도 코로나19의 예외적인 상황에서 고장 수리 등에 문제가 된다. 아무래도 충전소가 많으면 이런 문제가 크게 불거지지 않는다. A충전소 대신 인근에 있는 B충전소를 이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올해까지는 충전소 신설에 대해서만 설치비용의 절반인 15억 원을 지원하지만, 내년부터는 신설뿐 아니라 충전기 증설에 대해서도 한 기당 7억5,000만 원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충전기 한 기가 고장이 나더라도 나머지 하나가 정상 작동이 되면 설비 고장이나 점검 시에도 충전소를 무리 없이 운영할 수 있으니까요. 다만, 증설을 위한 시설 부지가 확보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죠.”

충전기 하나를 추가로 세우는 데 15억 원이 든다. 이는 압축기, 저장용기, 냉각기 등 주요 설비가 세트로 함께 들어간다는 뜻이다. 그래서 여유 부지가 꼭 필요하다. 여의도 국회 수소충전소만 해도 충전기 증설이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대기시간이 절반으로 줄고, 설비 고장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환경부는 내년에도 올해와 동일하게 충전소 한 곳 신설 시 일반 수소충전소는 15억 원, 버스 수소충전소는 42억 원의 국고 보조금을 일괄 지원한다. 다만, 내년부터 충전소 증설에 국고 보조금이 지원되는데, 이에 따라 충전소를 증설하게 되면 실제로 충전소 한 곳당 지원 받는 국고 보조금의 총액은 늘어나게 된다.

현장지원팀·정책협의회 꾸려 충전소 구축 지원

수소충전소 구축은 크게 부지 선정, 설계, 인허가, 기술 검토, 공사와 시운전 등 5단계로 나뉜다. 환경부 대기미래전략과 손삼기 과장은 “이 다섯 단계 중 첫 단추(부지 선정)를 꿰기가 가장 어렵다”고 말한다. 그 뒤를 이어 인허가와 기술 검토, 각종 주민 민원 해결에 긴 시간이 걸린다.

▲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5층에 ‘현장지원팀’의 아크릴 현판이 걸려 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인근 주민이 민원을 내면 구축이 어려울 때가 많아요. 현행법을 만족하면서 민원 발생 가능성이 적은 부지를 선정하는 일이 만만치가 않죠. 인허가 과정도 주민 민원으로 지연이 될 때가 많습니다. 지자체에서 건축허가 시 주민 동의를 구할 때가 많으니까요. 일단 민원이 생기면 주민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여기에 상당한 시일이 걸리고, 끝까지 해소가 안 되면 사업 부지를 변경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죠.”

기술 검토 단계에서는 큰 어려움이 없다. 충전설비의 안전성을 보완하는 작업을 거치면 된다. 마지막 공사 단계에서는 현장 상황에 따라 주민 민원이나 우천 등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또 앞서 말했듯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외산 장비의 국내 반입이나 외국 기술진의 입국 문제 등으로 지연이 되는 사례가 있다.

지난 8월 31일 기준으로 전국에 47기의 수소충전소가 구축됐다. 이중 연구용 8기와 시설 보수 중인 서울의 양재, 상암 충전소를 빼면 35기 정도가 운영 중이다. 정부는 올해 60여 기를 추가로 구축해 100기를 확보하려고 노력 중이다. 

‘환경부 현장지원팀’이 충전소 구축에 팔을 걷고 나섰다면, ‘수소충전소 정책협의회’는 범부처 차원에서 수소충전소 구축에 관한 전반적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꾸려졌다.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관을 위원장으로 중앙부처(환경부, 산업부, 국토부, 국방부), 지자체와 민간사업자, 전문가 자문단 등 30여 명으로 구성됐다.

정책협의회는 분기별 1회 정기회의를 열고, 시급한 문제는 그때마다 모여 수시로 회의를 진행한다. 이날 1차 회의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전체회의 대신 정부, 일부 지자체, 민간사업자 등이 참여하는 소규모 방식으로 오후 4시 반에 열릴 예정이었다.

지자체나 민간사업자의 수소충전소 구축 현황을 점검하면서 정확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협의체의 일이다. 또 수소충전소 구축·운영과 관련한 지자체나 민간사업자의 건의사항을 검토하게 된다.

▲ 환경부 현장지원팀이 세종 수소충전소를 찾아가는 길이다.


수소충전소 돌며 현장 목소리 청취

현장지원팀의 송태곤 사무관과 이태양 전문위원을 따라 정부세종청사 수소충전소로 향한다. 세종수소충전소 홍완호 소장을 만나 현장 설비를 둘러보고 운영상의 어려움을 들어볼 생각이다. 

세종 수소충전소는 세종정부청사 10동 보건복지부 바로 앞에 있다. 옥외주차장으로 통하는 길목이라 눈에 딱 띈다. 이곳은 국회 수소충전소만큼이나 상징성이 크다. 한국가스공사, 현대차 등이 참여하는 특수목적법인인 수소에너지네트워크(HyNet)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하루 최대 60대의 수소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다. 

충전소 구축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환경부는 하이넷에 사업예산 15억 원을 지원하고 사업 전반에 대한 관리 감독을 수행했다. 국토교통부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정부청사 부지 안에 수소충전소를 세우기 위해 실시계획을 변경하고 입지 선정에 함께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소충전소 구축설비 등 부품 수급과 안전성 검토를 수행했다.

홍완호 소장을 따라 수소충전소 안으로 든다. SPG수소의 튜브트레일러가 수소 이입 설비와 연결되어 있다. 튜브트레일러 교체에는 보통 20분 정도가 소요된다. 튜브트레일러의 200bar 수소를 480bar로 1차 가압한 뒤, 바로 옆 870bar 저장용기로 2차 가압해서 저장한다. 최종 수소전기차에는 700bar로 충전이 된다. 충전설비 공급은 효성중공업에서 맡았다. 

▲ 이태양 전문위원과 송태곤 사무관이 세종 수소충전소 홍완호 소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 현장지원팀이 세종 수소충전소를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고압이 걸리는 압축기 쪽에 고장이 잦은 편이죠. 핵심 장비라 가장 비싸기도 하고요. 이건 유압으로 구동되는 독일 호퍼 사의 피스톤 압축기예요. 피스톤에 있는 오링 같은 곳에 문제가 생길 수 있죠. 자잘한 고장은 효성 직원들이 바로바로 대응을 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 세종 수소충전소 직원인 우기하 씨가 독일 호퍼 사의 피스톤 압축기를 살펴보고 있다.

홍 소장의 말에 송태곤 사무관이 고개를 끄덕인다. 밸브가 피팅된 출구 가스제어반 앞에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수소는 안전이 최우선이다. 고개를 들자 천장 곳곳에 달린 수소누출감지기가 눈에 든다.

때마침 넥쏘 한 대가 들어온다. 상온의 수소는 영하 33℃에서 40℃로 급속 냉각을 거쳐 충전이 이뤄진다. 우기하 씨가 충전기를 체결한 후 앞부분을 마른 수건으로 꽁꽁 감싼다. 

“더운 날 외부와의 온도차가 크면 클수록 충전기가 잘 들러붙죠. 이렇게 수건으로 싸서 온도차를 줄이면 금방 잘 떨어져요.” 

이런 생생한 이야기는 현장에서만 들을 수 있다. 


▲ 현장의 목소리에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있다.

환경부는 모빌리티 분야에서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수소전기차나 전기차 같은 미래차 보급 확대를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다. 내연기관의 미래차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충전 인프라 구축이 선행되어야 하고, 충전소의 안정 운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환경부는 재생에너지를 통해 수전해나 바이오가스로 생산된 수소를 활용한 ‘그린수소충전소’, 천연가스 개질 방식의 수소충전소에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 Carbon Capture Utilization) 설비를 갖춘 ‘블루수소충전소’ 구축을 통해 수소 생산단계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계획을 병행해서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수소충전소 설치를 지속 확대해 2022년까지 전국에 310개소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2년 뒤에는 일반 수소충전소를 비롯해 블루, 그린 수소충전소가 더해져 탄탄한 수소충전망을 갖출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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