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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 가스터빈과 수소의 만남 

기계연, 수소 혼소 가스터빈용 연소기 개발 과제 시작
가스터빈 복합발전효율 60% 이상…연료전지보다 높아
천연가스 대신 수소 사용, 향후 두산중공업 가스터빈에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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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딱 1년 전이다. 두산중공업은 경남 창원 본사에서 발전용 가스터빈 초도품의 최종 조립행사를 열었다. 집어등 밑에서 번들거리는 은색 갈치 같은 터빈의 블레이드가 방송을 탔다. 


역사적인 날이었다. 전 세계에서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기술을 보유한 나라는 딱 네 곳이다.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 독일의 지멘스, 일본의 미쓰비시 파워(MHPS), 이탈리아의 안살도를 손에 꼽는다. 마지막 다섯 번째 손가락에 한국의 두산중공업이 이름을 올린 셈이다.


두산중공업에서 개발한 가스터빈은 270MW 이상 H급으로, 한국서부발전이 추진 중인 김포열병합발전소에 납품되어 2023년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액화천연가스(LNG)로 터빈을 돌려 1차로 전력을 생산한 뒤, 폐열을 활용해 증기터빈을 돌려 한 번 더 전력을 생산한다. 복합발전 효율은 60% 이상으로 잡고 있다.




수소 가스터빈을 위한 연소기 개발 과제

“발전용 연료전지가 천연가스를 개질한 수소로 발전하듯, 가스터빈도 LNG로 발전을 해요. 최신 기종의 가스터빈은 발전효율이 43% 정도죠. 대부분 여기에 증기터빈을 붙여서 한 번 더 전기를 만들기 때문에 발전효율은 64%에 이르죠. 3세대 연료전지인 SOFC(60%)와 비교해도 같은 연료를 쓴다고 가정했을 때 가스터빈의 복합발전 효율이 더 높아요.”


한국기계연구원(이하 기계연) 가스터빈연구팀 김민국 책임연구원의 말이다. 대전의 유성구에 있는 기계연을 찾은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 5월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지원 정부 과제로 ‘수소 가스터빈 혼소 연소기와 전소연소기 개발’이 동시에 시작됐다. 그때만 해도 이 소식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과제 완료가 2025년으로 잡혀 있는 데다, 두산중공업에서 개발한 가스터빈이 아직 상업운전에 들어가기 전이라 너무 먼 얘기로 들렸기 때문이다.


전자는 300MW급 대형 가스터빈용 연소기를 대상으로 기존 성능을 유지한 채 수소 연료를 50%까지 섞을 수 있는 대체 연소기를 개발하는 과제로, 바로 이곳 기계연에서 주관한다. 후자는 이미 개발이 완료된 두산중공업의 5MW급 분산발전용 가스터빈을 대상으로 한다. 두산중공업이 주관해 100% 수소 연료로 구동되는 연소기를 개발하게 된다.


“그동안 두산중공업과 협력 연구를 통해 가스터빈의 핵심 구성품인 압축기나 연소기, 회전체에 대한 설계 검증이나 성능평가 기술을 개발한 바 있죠. 기계연이 이번에 맡은 과제는 수소 혼소용 연소기 개발이에요. 이 연소기를 300MW급 가스터빈에 달아서 운전하는 후속 실증 과제는 아직 미정이죠. 실제로 연소기를 달고 터빈 엔진을 현장에서 돌려봐야 해요. 그 과정까지 완수해야 우리도 대형 수소터빈 기술을 보유했다고 할 수 있죠.”


경남테크노파크, 한국남동발전 같은 곳과 실증과 관련된 후속 과제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사안은 없다. 


김민국 책임연구원을 따라 연소기 개발실로 향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좀 치워놓는 건데….” 


정리를 한들 다를 것 같지 않다. 일단 설비 자체가 복잡하다. 세계 7대 수학 난제로 꼽히는 ‘푸앵카레 추측’의 방정식이 적힌 칠판을 보는 듯하다. 금속 챔버와 연통 사이로 온갖 배관과 전선, 튜브가 실타래처럼 엉켜 있다. 보기만 해도 어지럽다. 


“이 장비를 ‘가스터빈 연소기 성능시험 리그(Rig)’라고 해요. 바로 이 챔버 안에 연소기가 들어 있죠.”



부품 수만 4만여 개에 달하는 발전용 가스터빈은 ‘기계공학의 꽃’으로 불린다. 이 꽃을 피우기가 정말 어렵다. 가스터빈의 성능은 편의상 터빈 입구의 온도로 나눈다. F급은 1,350℃, G급은 1,500℃, H급은 1,700℃에 이른다. 당연히 온도가 높을수록 효율이 좋다. 따라서 이런 고온을 견딜 수 있는 냉각기술과 초내열 합금기술에 복잡한 형상의 부품을 구현하는 정밀한 주조 능력이 필수다.


두산중공업에서 가스터빈의 개발과 설계를 맡은 이광열 상무가 한 말이 떠오른다. “터빈 블레이드의 경우 열에 강한 니켈 초합금으로 만드는데, 표면에 지름 0.6㎜의 미세 구멍이 360여 개 뚫려 있어요. 이 구멍을 통해 냉각 공기가 밖으로 흘러나와 표면에 ‘에어 커튼’을 만드는데, 이를 통해 블레이드 표면온도를 최대 400도까지 낮출 수 있죠.”


열과 공기역학, 냉각·공조시스템, 코팅기술 등에 해박해야 한다. 가스터빈을 만든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이 기술은 항공기나 군함에도 적용된다. 두산중공업은 이제 막 가스터빈 개발을 마쳤지만, 우리나라에 설치된 가스터빈은 150기가 넘는다. 말할 것도 없이 모두 외국산이다. 




화염역화현상 억제하는 연소기술 필요

미국과 독일, 일본 등 가스터빈 OEM사들은 이미 수소 연료 혼소가 가능한 가스터빈 엔진의 개발과 상용화를 마친 상태다. 천연가스에 수소를 섞어 써도 가스터빈 발전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이들 업체는 수소 전소 엔진 상용화를 위한 실증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단계에 와 있다. 


“기술개발로 보면 선진 업체에 비해 최소 6년 정도는 뒤처진 상황이죠. 상용화를 위한 실증까지 고려하면 10년 정도 격차가 난다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수소사회로 당장 넘어가는 게 아니니,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부지런히 따라잡아서 기술력을 확보해야죠. 향후 수소 연료를 대량으로 쓰는 활용처로 수소터빈의 역할이 큰 만큼, 수소도시 시범사업 등과 연계한 후속 실증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번 과제를 이끌고 있는 김한석 팀장의 말이다. 기존 가스터빈에 수소를 섞어 쓰기 위해 기술적으로 해결할 점이 있다. 먼저 화염역화를 억제할 수 있는 연소기술 개발이 꼭 필요하다. 수소는 난류연소속도가 천연가스에 비해 몇 배 이상 빠르다. 강력한 선회유동으로 화염을 안정화한 기존의 가스터빈에 수소 연료를 주입하면 화염역화현상이 생겨 연료 노즐이 과열로 손상되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한 기술이 요구된다.


또 질소산화물(NOx) 배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천연가스 연료보다 화염온도가 높은 고온 환경에서 NOx 배출이 증가하는 만큼 이를 낮추는 연구가 필요하다. 마지막은 연소진동이다. 터빈을 안정적으로 돌리려면 이 연소진동을 잡는 세심한 튜닝이 필요하다. 


“가스터빈 기술의 최신 흐름을 보면 고효율과 대형화, 연료와 운전의 유연성 향상으로 요약할 수 있어요. 효율이 높은 H급(일본은 J급) 가스터빈은 복합발전 효율이 64%가 넘어요. 모든 열기관 중에서 가장 효율이 좋죠. 800MW급 발전소를 짓는다고 하면, H급 가스터빈 한 기에 증기터빈 한 기를 붙여서 갈 수 있어요. F급 가스터빈 두 기로 가는 것보다 이 편이 연료 절감이나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가 훨씬 뛰어나죠.”




두산중공업이 주도하는 ‘분산발전 가스터빈용 수소 전소 저 NOx 연소기 개발’ 과제 또한 연소기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 과제로 예전에 개발해둔 5MW 가스터빈에 수소만으로 돌아가는 연소기를 새로 설계해서 개발한 후 붙여서 운전을 해보겠다는 것이다.


복합발전효율 64%, 부하추종이 장점

<월간수소경제>는 지난 2018년 12월 수소 가스터빈으로 생산한 전기와 증기를 주변 공공시설에 공급하는 ‘수소CGS 에너지센터’를 찾은 적이 있다. 일본의 3대 항구도시인 고베시 포트아일랜드에 위치한 곳으로, 가와사키중공업에서 개발한 1MW급 가스터빈을 활용해 수소와 천연가스의 혼소 실증을 벌였다.


이와타니산업에서 공급받은 액화수소를 기화한 뒤 17bar의 압력으로 연료혼합 유닛에 넣어 천연가스와 혼합해서 연소한다. 물론 천연가스 또는 수소 연료만으로도 발전이 가능하다. 1MW급이라 발전효율은 30%에 지나지 않지만, 발전용 연료전지에 비해 시설투자 비용은 훨씬 저렴하다. 또 용량을 키울수록 효율이 높아지는 가스터빈의 특성도 감안해야 한다.

 




여기서 생산된 전기는 인근에 있는 국제전시장, 스포츠센터, 하수처리장으로 공급했다. 또 열에너지는 배열회수보일러를 통해 물을 데워 증기를 발생시켰다. 연료전지에서 나오는 온수가 65℃ 정도인데 반해 가스터빈은 100℃ 이상의 증기를 공급할 수 있어 인근 스포츠센터에 온수를 공급하는 데도 무리가 없다.


“대형 가스터빈은 단독으로 가지 않지 않고 증기터빈을 꼭 붙여서 가요. 600도가 넘는 열로 증기터빈을 돌려 전기를 또 만들어내죠. 이렇게 ‘복합발전’으로 가기 때문에 발전효율이 높죠. 고베의 사례처럼 ‘열병합’도 가능해요. 폐열을 활용해서 고압증기나 온수를 생산할 수 있죠. 이 둘을 합쳐서 열병합복합발전으로 가도 돼요. 방식은 정하기 나름이죠.”


김민국 책임연구원은 이번 과제가 저탄소 연료 전환에 맞춰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1차는 석탄화력발전을 천연가스를 활용한 복합화력발전으로 전환하고, 2차에선 천연가스에 수소를 섞어 온실가스 배출을 낮추게 된다. 3차에선 수소 전소를 통해 무탄소 배출을 실현한다. 


“가스터빈을 활용한 복합발전은 석탄화력에 비해 CO2는 약 55%, NOx는 약 23% 수준의 배출량을 보이죠. 황산화물(SOx)이나 미세먼지(PM2.5)는 배출하지 않아요. NOx가 문제가 되는 건 대기 중 수분 등과 반응해서 미세먼지로 변하는 간접발생 요인이라는 점인데, 최신 가스터빈 기종은 모두 SCR(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환경설비가 붙어 있어서 실제로 대기 중에 배출되는 질소산화물 양은 3ppm(15% O2 기준)에 불과해요. 도심 거주지 인근에 세워도 문제가 되지 않죠. 실제로도 그렇고요.” 


중부발전이 운영하는 세종발전본부는 대형마트 인근에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다. 남부발전이 운영하는 안동천연가스발전소도 산업단지 안에 위치하고 있고, 외관은 캠퍼스 분위기가 난다. 또 GE의 최신 기종인 7HA 가스터빈이 적용된 GS파워의 안양 열병합발전소도 아파트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최신 가스터빈의 복합효율이 작년에 64%였고 2025년에는 65%를 예상하고 있어요. 기술 발전으로 효율을 높여가는 추세죠. 두산중공업이 2024년 완료를 목표로 두 번째 가스터빈을 개발 중이에요. 이 제품은 복합발전효율 목표를 63%로 잡고 있죠. 기술의 완성도가 해외 선진업체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늦게 뛰어든 만큼 열심히 해서 기술의 격차를 좁혀가야죠.”




부하추종이 가능한 점도 가스터빈의 장점이다. 복합발전의 경우 늦어도 1시간, 이르면 30분 안에 터빈을 돌려 정격출력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고, 가스터빈 단독운전 시에는 이마저 10분으로 줄어든다.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늘어날 경우 날씨에 따른 간헐성에 대응할 수 있고, 여름철 전력 수요 급증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양수발전이나 ESS(에너지저장장치)는 부하추종은 되지만 유지가 어렵잖아요. 물이 부족해지거나 배터리가 다 되면 전기를 공급할 수 없죠. 하지만 가스터빈은 연료만 안정적으로 공급해주면 돼요. 부하추종도 되면서 유지도 가능하죠. 재생에너지가 늘어날수록 가스터빈의 역할이 커질 거라고 봐요. 전력망 안정에 기여할 수 있죠.”


가스터빈 시장, 향후 20GW 규모 예상

현재 국내 발전소에서 운영되는 가스터빈은 153기로 전량 수입산이다. LNG 발전용 가스터빈의 대당 가격은 700억 원이 넘고, 유지보수 비용도 발전사별로 연간 300억 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가스터빈 시장의 수요는 전망이 밝은 편이다.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브리핑 자료를 보면, 폐지되는 석탄발전소 30기 중 24기를 천연가스 발전으로 전환하는 것을 포함해, 국내 천연가스 발전은 2020년 41.3GW에서 2034년 60.6GW로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가스터빈 복합발전 신규 시장의 규모를 약 20GW로 예상하고 있어요. 복합발전 용량을 1GW 정도로 보고 총 20기의 복합발전소가 건설된다고 가정하면, 약 40기의 가스터빈 시장이 열리게 되죠. 가스터빈 한 대당 700억 원만 잡아도 2조8,000억 원의 시장이에요. 현재 유지보수 시장 규모를 연간 1,550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으니 정말 큰 시장이죠.”


원전 한 기로 보통 1GW의 전기를 생산한다. 대형 가스터빈 두 기에 증기터빈을 붙여서 가면 1GW가 나온다. 물론 원전은 기저발전으로 꾸준히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연간 전기 생산량을 놓고 보면 우위에 있는 게 확실하다. 


“발전용 연료전지가 수소로 작동하는 건 맞지만, 증기메탄개질을 통해 수소를 얻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가스터빈과 별로 다를 게 없어요. 메탄(CH4)을 깰 때 나오는 CO2의 양은 동일하니까요. 만약 재생에너지로부터 그린수소가 충분히 생산되어 공급된다면 가스터빈도 100% 수소터빈을 사용하게 될 테니 CO2 배출 문제는 사라지게 되죠. 그렇다면 발전 용량과 목적에 따라 설비단가나 전기효율을 고려해서 최적의 선택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죠.” 


이 말을 듣자 연소기 성능시험실의 복잡한 설비가 떠오른다. 하지만 그렇게 헷갈릴 것도 없다. 수소생산 단계에서부터 탈탄소를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 점에서 지멘스가 프랑스 남동부 비엔(Vienne)의 재활용 종이 제조공장에서 최근 시작한 4년짜리 하이플렉스파워(HYFLEXPOWER) 프로젝트는 좋은 본보기가 된다. 지멘스는 전해조를 통해 인근의 재생에너지에서 나는 유휴전력으로 수소를 생산한 뒤, 이 수소를 천연가스와 섞어 자사의 SGT-400 가스터빈과 회수보일러를 통해 열병합발전을 할 예정이다. 



미쓰비시 파워(MPHS)가 미국의 유타주에서 올해 수주한 840MW급 가스터빈 복합화력발전소의 경우에도 2025년에는 수소를 30% 혼합해 운전을 시작한 뒤, 2045년까지 수소 혼합 비율을 100%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2040년이 되면 2000년대 중반의 석유처럼 수소 가격이 치솟지 않을까? 다행인 점은 수소가 중동에서만 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그때가 되면 수전해가 상용화되고 그린수소 비용도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르다.’ 이 말은 가스터빈 사업에도 해당된다. 기계연과 두산중공업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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