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소전기트럭 밑에서 두 명의 직원이 작업을 하고 있다.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현대차 전주공장에 도착한 건 오전 10시였다. 마침 공장 정문으로 7대의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이 줄을 지어 빠져나오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자 지난 7월 6일 스위스행 수출 배에 오르기 위해 공장을 나서던 10대의 수소트럭 사진이 떠올랐다. 이미 광양항을 통해 트럭 20대를 스위스로 수출했고, 3차 수출분 물량 중 7대가 도로를 달리는 주행시험에 나선 길이었다.

“방금 나간 차들 보셨어요?”

현대차 전주공장 상용파이롯트실 김종해 상무가 인사차 건넨 말이다. 몇 분 전만 해도 공장 앞에 줄줄이 늘어서 있던 트럭들을 두고 한 말이다. 김종해 상무를 따라 공장 안으로 든다. 캡이 앞쪽으로 들린 수소트럭 밑에서 두 명의 작업자가 일을 하고 있다. 그 뒤로 길게 이어지는 조립 라인을 보자 실감이 난다. 전부터 와보고 싶었던 곳이다. 

▲ 지난 7월 6일 스위스행 첫 수출분 10대가 전주공장 정문을 나서고 있다.(사진=현대차)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트럭 양산

“이 정도 라인을 갖춰야 고품질의 차량을 양산할 수 있죠. 스위스 수출 물량은 10대씩 내보내고 있어요. 좀 전에 본 차량들이 3차 수출분이고, 현재 4차 수출분을 생산하고 있죠. 올해 말까지 50대를 수출할 예정입니다.”

스위스 수출 물량은 2025년까지 1,600대가 잡혀 있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그럼에도 수소전기 대형트럭을 일반 고객에 판매하는 양산 체제를 갖춘 것은 현대차가 세계 최초다. 바로 그 최초의 현장에서 대화를 나누는 중이다. 

미국의 수소전기트럭 제조사인 니콜라만 해도 최근에야 애리조나 쿨리지에서 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중국의 경우에는 전기 차량에 캐나다 발라드(Ballad)사, 베이징 시노하이텍(SinoHytec), 상하이 리파이어(Re-Fire) 같은 회사의 연료전지시스템을 추가해 주행 거리를 늘리는 방식이라 현대차와의 기술 격차가 분명히 존재한다. 

일본 도요타의 행보도 주목해야 한다. 도요타는 상용 부문 자회사인 히노자동차를 통해 프로피아 모델을 기반으로 한 수소전기트럭을 개발 중이다. 여기에는 차세대 미라이를 위해 개발한 2개의 연료전지 스택이 들어간다.

▲ 올해 말까지 50대의 수소전기트럭을 스위스로 수출할 예정이다.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의 제원을 보면, 넥쏘에 들어가는 2개의 연료전지로 구성된 190kW급 수소연료전지시스템에 최고 출력 350kW급 구동 모터를 적용했다. 또 30kg이 넘는 수소를 저장할 수 있는 수소탱크 7개를 장착해 1회 충전으로 최대 400km를 달릴 수 있다. 

수소탱크를 350bar로 간 건 유럽 현지 충전 사정에 맞춘 것이다. 수출용 수소전기트럭의 경우 수소탱크를 뒷바퀴 위쪽에 눕혀서 고정한 이유를 묻자 이런 답변이 돌아온다.

“원래 캡(운전석) 뒤에 붙여서 세우는 게 맞죠. 우리나라는 화물용이 많지만, 유럽은 냉장트럭의 수요가 많아요. 일단 뒤쪽에 고정해서 테스트를 진행한 다음 수출을 하고 있죠. 차를 인도받은 유럽 현지의 특장업체가 냉장차로 개조할 때 프레임을 세워서 캡 뒤에 고정하게 됩니다.”

▲ 현대차 전주공장 상용파이롯트실의 김종해 상무.

▲ 유럽은 화물보다 냉장차 수요가 많다. 스위스 현지의 특장업체가 연료탱크 프레임을 세워 냉장차 형태로 개조하게 된다.

유럽은 도로 사정이 우리와 다르다. 아스팔트가 아닌 돌로 된 도로나 다리가 많다. 그래서 서스펜션을 다르게 갔다. 차선유지 보조장치(LKAS)도 스위스 도로 사정에 맞게 튜닝을 새로 했고, 냉장트럭의 용도에 맞게 전장시스템도 따로 개발했다. 현대차 상용상품기획팀의 양명환 책임매니저가 말을 받는다.

“수출품의 경우 차량의 전장장치, 그러니까 전자제어 시스템 쪽에 튜닝이 많이 들어갑니다. 나라마다 시장에 특화된 시스템에 맞게 변경을 해서 들어가죠.”

고전압·고압 시스템으로 기술 난이도 높아

10톤급 트럭의 경우 우리나라는 냉장보다 화물 쪽에 쓰임이 많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택배 물류 차량이다. 환경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월 20일 ‘수소화물차 시범사업’을 진행하기로 하고, CJ대한통운·현대글로비스·쿠팡과 수소화물차 도입 협약을 맺은 바 있다.

현대차는 조만간 국내 사양에 맞는 10톤급 수소전기트럭을 개발해 내년에 출시할 예정이다.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수소전기트럭 5대를 우선 투입해 군포-옥천 구간, 수도권 지역에서 수소화물차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이 기간 동안 차량 성능개선 과정을 거쳐 2023년부터 수소전기트럭을 본격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5톤급 트럭을 기반으로 개발한 쓰레기 수거용 수소트럭도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17년부터 정부 국책 과제로 수소 청소트럭을 개발해왔다. 이 트럭은 올해 창원시의 쓰레기 수거 노선에 투입되어 내년까지 실증을 벌인다.

“수출용 트럭과 마찬가지로 넥쏘용 연료전지 2개를 탑재했고, 240kW의 출력을 내는 구동 모터를 적용했죠. 청소트럭은 캡과 적재함 사이에 수소탱크가 들어가요. 1회 충전 시 시속 60km 정속 주행으로 599km를 달릴 수 있죠. 시범운행 기간 동안 차량의 작업 환경을 모니터링해서 탱크 용량이나 개수를 조정할 계획입니다.” 양명환 책임매니저의 말이다.

김종해 상무가 공장 입구에 서 있는 두 대의 수소트럭 앞에서 손짓한다. 코앞에서 엑시언트 퓨얼셀 트럭을 보는 건 처음이다. 캡 바로 뒤, 두 줄로 지나는 굵은 프레임의 중심에 스택이 들어 있다. 

“수소전기트럭은 수소를 연료로 하지만 결국 전기로 구동되는 수소전기차죠. 일반 차량은 24V면 되지만, 수소트럭의 고압전선(빨간색)은 700V까지 올라가죠. 동력 계통과 연결되는 부분들이 기본적으로 고전압이고, 수소가 공급되는 피팅 라인이 고압이라 기술의 난이도가 훨씬 높아요.”

구동 모터나 배터리 등 동력 계통에 전기를 공급하는 시스템에는 제어기가 달려 있다. 이런 전자 제어기의 열을 식히는 냉각 시스템도 필수다. 스택의 성능도 정말 중요하지만, 이런 주변장치나 제어 프로그램이 조화롭게 잘 작동해야 최적의 성능을 낼 수 있다.

정규 양산형 수소버스, 올해 100대 보급 목표

‘상용’을 대표하는 차로는 트럭 외에 버스가 있다. 수소버스의 경우 차고지를 기점으로 정해진 노선을 달리는 만큼, 승용 수소전기차에 비해 충전소를 운영하는 데 효율적이다. 버스는 대중이 많이 이용하는 만큼 수소에너지에 대한 홍보 효과가 크고, 도심을 오가는 동안 미세먼지 제거 효과도 크다.

2006년에 처음 개발된 현대차의 수소버스는 세 차례 기술개발 과정을 거쳐 올해 6월부터 본격 정규 양산 체계를 갖췄다. 수소버스 출력은 180kW이지만 내구성(보증기간)은 기존 대비 두 배 넘게 늘렸다. 상용상품기획팀 양명환 책임매니저의 말을 들어보자.

“버스는 트럭 대비 높은 순간 출력을 필요로 하지 않아요. 버스 운행에는 평균 60kW 정도의 출력을 필요로 하죠. 180kW로도 출력은 충분해요. 연료탱크는 700bar 기준으로 35kg 남짓 수소가 들어가고, 1회 충전으로 450km 이상 달릴 수 있죠.” 

정규 양산형 수소전기버스는 현재 전주 버스2공장에서 초저상 CNG, 전기 버스와 함께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바로 그 양산형 1호차가 지난 7월 29일 전주시에 인계되어 양묘장에서 송천동 종점까지 운행 중이다. 

수소전기버스의 가격은 작년에만 대당 8억3,000만 원이었다. 이번에 양산 체계를 새롭게 갖추면서 그 가격은 6억3,000만 원까지 떨어졌다. 현재 환경부 보조금(1.5억 원)과 지자체 보조금(1.5억 원), 저상버스 구입 보조금(0.9억 원)에 현대차의 자체 지원금(1.1억 원)을 모두 더하면 1억3,000만 원에 수소버스를 구입할 수 있다.

▲ 수출용 수소트럭 두 대가 공장 안에 나란히 주차되어 있다.

정부는 지난 7월에 열린 국정현안점검 조정회의에서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사업용 수소차(여객·화물운송 분야)에 대해 2022년부터 연료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2022년 수소버스에 먼저 연료보조금을 도입하고, 택시와 화물차는 2023년에 도입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소버스의 연료비를 전기버스만큼 낮춘다고 가정할 경우, 수소 1kg당 3,500원의 보조금이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 충전요금이 오르는 추세예요. 한전이 지금까지 100% 면제한 전기차 충전기의 대당 기본요금을 지난 7월부터 50% 감면으로 조정했고, 전기료 할인율도 작년 50%에서 올해는 30%로 낮췄으니까요. 내년에 수소연료보조금 지급이 확정이 된다면, 2022년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죠. 버스는 보통 10년 정도 운행을 하니까, 운수업체들도 수소버스 도입에 전향적으로 나서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해봅니다.”

작년에 보급된 수소버스는 총 15대(창원 5대, 부산 5대, 울산 3대, 경찰버스 2대)다. 올해는 다르다. 전국에 총 100대의 버스를 보급할 계획이다. 수소시범도시로 지정된 전주·완주만 하더라도 올해 15대를 도입한다. 서울시도 수소버스 도입에 적극적이다. 인천공항도 노후화된 셔틀버스를 향후 5년간 수소버스로 바꿔갈 예정으로, 올해 하반기 상용급 수소충전소 완공에 맞춰 7대를 우선 도입한다.

현대차는 대량생산을 통해 수소버스 가격을 2023년까지 4억 원대로 낮출 계획이다. 또 수소버스 보급 초기에 정비의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단순 부품 교체를 넘어 장기적으로는 운수업체에서 연료전지시스템을 교체할 수 있도록 정비교육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수소 모빌리티의 핵심은 ‘상용’에 있다

실과 바늘처럼 수소전기차는 수소충전소와 함께 간다. 현대차 전주공장이 있는 완주군의 경우 지난 6월 3일에 완주수소충전소가 문을 열었다. 그곳을 돌아보기로 한다. 걸어서 가기엔 멀어 차를 타고 이동 한다. 전주공장의 출하 대기장 끝에 있다.

▲ 완주수소충전소로 들어온 수소전기트럭. 빗물받이 지붕을 새로 설치했다.

완주수소충전소는 상용차 충전이 가능한 국내 최대 수소충전소다. 시간당 약 110kg의 수소를 충전할 수 있는 시설로, 수소승용차 22대 또는 버스나 트럭 같은 수소상용차 3대를 충전할 수 있다. 전라북도와 환경부가 설비 구축비용을 지원했고, 완주군에서 운영비를 부담해 전북테크노파크에서 5년간 위탁운영을 맡았다.

정규 양산형 수소버스 1호차로, 전주시 양묘장과 송천동 공판장을 오가는 103번 버스(호남고속 1783호)도 현재 이곳을 충전소로 이용한다. 전주시는 올해 안으로 103번 버스의 회차지인 덕진구 송천동에 승용급 수소충전소를 세우고, 2022년까지 상림동 버스 회차지와 제일여객 차고지 인근에 상용급 수소충전소를 1기씩 건설할 예정이다. 

마침 수소전기트럭 한 대가 충전을 위해 들어온다. 디스펜서는 350bar와 700bar 대응이 모두 가능하다. 물론 수출용 수소트럭은 350bar로 충전이 된다. 완주수소충전소 직원이 7개의 수소탱크가 장착된 프레임 앞쪽에 충전기 노즐을 체결한다. 15분 내외의 충전으로 약 400km를 달릴 수 있다.


▲ 7개의 수소탱크 장착하고 있으며, 수출용 트럭은 350bar로 충전이 된다.

중국은 수소전기차 발전 로드맵에 따라 2030년까지 수소차 100만대 보급, 충전소 1,000기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명 ‘수소 굴기’를 통해 상용차를 중심으로 수소전기차 시장을 발 빠르게 성장시켰고, 지난해 3월에는 정부 업무보고에 처음으로 수소충전소 건립에 관한 내용을 언급하기도 했다. 또 상하이, 장쑤성 루가오시, 후베이성 우한시 등 지방정부에서 수소 관련 정책을 펼치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유럽도 최근 독일을 중심으로 그린딜에 합의하고 수소산업 육성에 나서기 시작했다. 2025년 기준으로 상용차 9,000여 대를 보급하고, 2030년까지 약 4,000기의 수소충전소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또 다임러트럭과 볼보트럭도 가세해 상용차용 연료전지시스템 개발과 생산, 판매를 위한 합작법인 설립에 나섰다. 

미국은 캘리포니아 주를 중심으로 수소전기차 보급을 이어가고 있고, 니콜라 같은 기업이 수소상용차 시장에 진출해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수소 모빌리티의 핵심은 트럭과 버스로 대표되는 ‘상용’에 있다. 우선 탄소배출 저감 효과가 크다. 또 일정한 구간을 달리는 만큼 수소충전소의 구축이나 운영, 수요 예측 면에 이점이 많다. 중국이나 유럽이 승용보다 상용에 집중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미 글로벌 국가들은 탄소배출을 줄이는 쪽으로 정책의 방향성을 잡고 있고, 모빌리티 부문의 대안은 ‘전기차’ 아니면 ‘수소전기차’라는 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현대차는 수소상용차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관건은 그 행보를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다. 상용차 시장의 경쟁도, 정규리그 우승을 놓고 다투는 프로야구처럼 치열해질 날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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