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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특례로 ‘수소 실증’ 나선 충남 & 강원

충남, 수소에너지전환 규제자유특구로 새로운 도전
강원, 액화수소에 최적화된 종합 실증단지로 전문성 높여
가스안전공사 등 참여로 위험성 평가, 안전관리 기준 마련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정전이 된 비상 상황에 건물용 연료전지를 돌려 발전을 하면 어떻게 될까? 수소 정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수소충전소의 디스펜서로 검사장비 탱크에 수소를 충전하면 어떻게 될까? 이동식 수소 연료통으로 수소드론에 직접 충전을 하면 어떻게 될까? 질문의 답은 모두 “NO”다. 이런 행위는 법적으로 규제 대상이다.


시장에 새롭게 진입한 기술을 법이 수용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그렇다고 무작정 손을 놓고 기다릴 순 없다. 규제에 발목이 잡혀 기술개발을 게을리 한다면 시장을 선점할 모처럼의 기회를 놓치고 만다. 


지난 7월 6일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규제자유특구위원회에서 새롭게 7곳이 규제자유특구로 지정이 됐다. 그중 수소 관련 특구는 두 곳이다. 강원도는 ‘액화수소산업’ 규제자유특구로, 충청남도는 ‘수소에너지전환’ 규제자유특구로 지정이 됐다. 위에서 열거한 세 가지 사례는 이제 충남에서 가능해진다. ‘규제특례’를 적용받아 실증의 기회가 열린 셈이다.

 

규제특구로 수소에너지전환에 나선 충남

충남은 수소산업에 관심이 많다. 화력발전소와 제철소, 화학공장 등 에너지 다소비 사업장이 밀집한 지역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전국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화력발전소의 경우 전국 60기 중 절반이 충남에 몰려 있다. 그래서 더더욱 ‘에너지전환’이 절실했다. 




충남은 지난해 수소시범도시 공모사업에 역량을 집중했지만 그 결과는 좋지 않았다. 하지만 두 번 실패는 없었다. 이번에 ‘수소에너지전환 규제자유특구’로 지정이 되면서 움츠렸던 어깨를 펼 수 있게 됐다. 충남 규제자유특구는 천안과 보령, 논산, 당진, 홍성, 태안 등 9개 시군을 포함하는 총 면적은 73.32㎢에서 진행되며, 2년간 총 사업비는 국비와 민자 등을 포함한 261억 원이다.


규제자유특구는 규제에 묶여 불가능했던 기술 등을 제약 없이 시험하고, 제품 실증 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허가된 지역을 뜻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해 도입해 시행 중으로, 이번 특구 지정에 따라 충남은 2024년 7월까지 4년간 △가정·건물용 수소연료전지 발전시스템 실증, △수소충전 시스템 실증, △수소드론 장거리 비행 실증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엔 서두에 말한 세 가지 규제가 모두 포함된다. ‘연료전지 계통전환 시스템 사업’을 통해 정전 시 비상발전을 통해 연료전지 발전을 중단하지 않고 독립전원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기술과 안전성을 검증하고 그 기준안을 마련하게 된다. 또 ‘수소충전소 부품·설비·검사장치 사업’을 통해 수소충전소에서 검사장비에 수소를 바로 충전해 정확한 유량을 측정하는 실증이 가능해진다.


현재 국내에선 수소드론을 위한 이동식 기체수소·액화수소 충전을 허용하지 않는다. 또 드론용 액화수소 연료전지시스템(파워팩)이나 연료탱크에 대한 제조기술, 재검사 기준이 없는 실정이다. 이번에 ‘이동식 기체·액화 수소충전시스템 실증’을 통해 이동식 수소용기 충전시스템 제작을 위한 기준을 마련하고, 일정 장소에서 드론용 기체·액화 수소용기에 대한 충전 실증을 진행하게 된다. 


연료전지의 복합배기 허용도 이번에 포함됐다. PEMFC 같은 저온형 연료전지는 하나의 연통에 6개까지 배기구를 연결할 수 있지만, SOFC 같은 고온형 연료전지는 연료전지 숫자만큼 배기구를 따로 설치해야 했다. 주택이나 건물용 SOFC(고체산화물 연료전지) 발전시스템의 보급 확산을 위해 이번에 복합배기 허용을 받아 실증을 진행하게 된다.


SOFC를 통한 ‘직접수소 연료전지 발전시스템’에 대한 실증도 가능해진다. SOFC의 경우 그동안 도시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해 발전하는 개질형만 허용했을 뿐, 파이프라인으로 직접 수소를 받아 발전하는 방식은 허용되지 않았다. 제철소나 석유화학 공장에서 나는 부생수소를 연료로 SOFC를 장기간 운전하는 실증이 이번에 처음 진행된다. 


충남 서산의 대산석유화학단지와 당진의 현대제철에서 생산되는 부생수소는 연간 21만 톤으로 전국 생산량의 11%를 차지(전국 3위)한다. 지난 7월 28일에 준공식을 연 대산수소연료전지 발전소는 선례가 될 수 있다. 바로 앞 한화토탈에서 나는 부생수소를 파이프라인으로 받아 연간 40만MWh의 전력을 생산한다. 부생수소를 활용한 세계 최초, 최대 규모의 연료전지 발전소로 충남지역 16만 가구가 쓸 수 있는 규모의 전기를 공급한다.

 



충남의 수소드론·수소용기 실증 사업 

충남은 ‘액화수소드론 파워팩’ 제작과 ‘드론용 액화수소 용기’ 제작 실증에도 나선다. 이 사업은 액화수소 복합재료 용기의 성능 시험과 안전검사를 위한 시험, 연료전지 파워팩 및 드론의 장거리 비행 실증을 규제특례로 허용 받아 추진된다. 


현행법에 따르면 드론용 액화수소 연료탱크 기준이 전무한 실정이다. 초저온가스 저장용기 재질이 오스테나이트강이나 알루미늄 합금강으로 한정되어 액화수소드론 파워팩 제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번 실증은 액화수소드론을 제작한 경험이 있는 중소 드론업체, 액화수소 전문기업 간 협업을 통해 진행된다. 또 KT가 드론을 제어하고 감시 영상을 운용하는 통신망 실증에 참여한다. 


충남은 해안선 감시, 도서지역으로 긴급 물품을 배송하는 장거리 비행에 최적화된 입지를 보유하고 있다. 행담대교가 지나는 행담도에서 출발해 태안의 만리포까지 약 100km의 해안선을 4시간에서 6시간 동안 비행하게 된다. 또 무창포항에서 출발해 가의도, 격렬비열도, 외연도 등 40km에서 100km 정도 떨어진 도서지역으로 긴급물품을 나르는 실증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액화수소로 한정해서 보면 충남이 강원도와 겹치는 부분이 있다. 다만 드론에만 한정되어 훨씬 작은 규모로 진행된다. 강원도가 ‘소형 모빌리티용 이동식 액화수소충전소’ 구축을 위해 150kg의 액화수소를 실은 특수차량을 개발한다면, 충남은 17kg의 액화수소를 자체 개발한 디스펜서로 드론에 충전하는 ‘이동식 액화수소용기 충전시스템’ 개발(1.5톤급 트럭 활용)에 나선다. 이 시스템으로 액화수소드론을 충전해 바람이 강한 서해의 섬으로 긴급물품을 이송하는 실증을 벌일 예정이다.


충남은 이와 병행해 ‘이동식 기체수소용기 충전시스템’ 개발에도 나선다. 국내 용기 업체에서 개발을 완료하고 한국가스안전공사에서 인증시험을 마친 450bar 고압수소용기를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DMI)의 수소드론에 장착해 실증할 예정이다. DMI는 미국 IGX 그룹을 통해 이동식 차량 충전시스템을 제작해 운영 중이지만, 우리나라는 그동안 규제에 막혀 진전을 보지 못했다. 


또 충남의 태안군은 최근 기업도시 안에 95억 원을 들여 국내 유일의 무인조정 복합테마파크인 ‘태안 UV랜드’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무인이동체(Unmanned Vehicle)를 위한 드론교육장, 레이싱서킷, 이·착륙장, 무인조종멀티센터를 갖춰 이번 드론 비행 실증을 비롯해, 관련 산업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액화수소에 최적화된 종합 실증단지, 강원

액화수소, 하면 강원도가 딱 떠오른다. 다른 지자체와 달리 일찌감치 액화수소를 블루오션으로 선점해 정부사업에서 좋은 승률을 보였다. 삼척 호산항 LNG 인수기지에서 동해시 북평산업단지에 이르는 반경 20km 이내가 수소 저장·운송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 사업으로 선정됐고, 삼척시는 국토교통부가 공모한 수소시범도시(수소 R&D 특화도시)로 선정된 바 있다. 그리고 이번에 액화수소산업 규제자유특구에 지정되면서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실제로 수소 분야 3대 핵심사업인 수소 클러스터, 수소도시, 규제자유특구 3개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곳은 강원과 울산뿐이다. ‘강원 액화수소산업 규제자유특구’는 강릉, 동해, 삼척, 평창 일원 총 0.25㎢ 면적에 조성된다. 예산은 내년부터 2년간 국비와 지방비, 민자 등 305억 원이 투입된다. 


강원도는 액화수소를 위한 최적의 입지로 평가받는다. 정부는 균형 있는 수소공급 유통망 구축을 위해 국내를 대표하는 부생수소 생산지(울산 온산, 전남 여수, 충남 대산)를 제외한 제4의 대규모 공급기지를 필요로 하고 있다. 액화수소 클러스터가 조성되는 동해·삼척지역은 대규모 액화수소 수입을 위한 전용 항만 설치에 좋은 입지를 확보하고 있고, 액화수소충전소 구축이나 이를 활용한 선박이나 철도 운행에도 강점이 있다.


강원도는 이번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통해 액화수소와 관련한 주요 기술과 부품, 장비에 대한 실증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는 다음의 7개 실증이 포함된다. △액화수소 생산설비(배관, 밸브) 제작 실증, △액화수소 용기 및 저장탱크 제작 실증, △액화수소 저장·운송용 1톤급 탱크로리 실증, △액화수소충전소 구축 실증, △이동형 액화수소충전소 구축 실증, △액화수소 연료전지 선박 제작 및 운항 실증, △액화수소드론 운행 제작 및 운행 실증.


실증 과제를 보면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넘길 게 없다. 액화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활용 전 부문에 걸친 실증이 포함되어 있다. 액화수소의 장점은 명확하다. 우선 수소 저장 능력이 탁월하다. 기체수소는 통상 200bar 압력의 저장용기에 300kg 정도를 담아 튜브트레일러로 수송하는데, 이를 액체수소로 바꾸면 그 열 배인 3.5톤을 탱크로리 한 대로 옮길 수 있다. 또 대기압 수준(2bar)의 압력이면 충분해 안전하고, 충전소 부지 면적도 적게 차지해 도심 설치에 유리하다.




다만 수소를 액체로 만들려면 영하 253℃라는 극저온 상태로 온도를 낮춰야 한다. 이를 위한 액화설비가 꼭 필요하고, 운송과 저장을 위한 별도의 용기와 운송선 개발이 요구된다. 수소 냉각에 드는 에너지 투입 비용도 문제다. 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LNG를 기화할 때 나오는 냉기를 활용하는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이 냉기로 수소를 영하 160℃로 떨어뜨려 1차 냉각을 하면 에너지 투입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향후 삼척 LNG 생산기지와 연계해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기술이다.

 

압축펌프 활용한 액화수소충전소 실증 나서

수소생산 시설과 연계해서 운영되는 액화수소 플랜트는 제조반응기, 배관·밸브, 저장탱크로 구성된다. 저온 밸브나 이송 배관에 대한 기술개발이 현재 LNG에 집중되어 액화수소용 배관과 밸브는 따로 개발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는 액화수소 용기, 저장탱크의 제작과도 관련이 있다. 액화수소는 수소 저장 효율은 높지만, 온도가 워낙 낮아 상온에서 기화손실을 피할 수 없다. 기화로 탱크 내부에 압력이 높아지면 수소기체를 밖으로 빼주는 장치가 꼭 필요하다.


액화수소 저장용기의 경우 하이리움산업의 주도로 150kg급 1개, 400kg급 2개를 만들고, 저장탱크는 1톤급 2개를 신규로 제작하게 된다. 2023년 이후가 되면 액화수소 저장탱크가 수소트럭이나 수소버스, 수소선박, 액화수소충전소 등에 널리 쓰이기 시작하면서 그 시장이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액화수소의 원거리 이송을 위한 탱크로리 운송 실증은 디앨과 진아스틸의 주도로 이뤄진다. 1톤급 외산 탱크로리 한 대의 운송 실증, 1톤급 국산 탱크로리 한 대 제작을 통한 실증을 병행하게 된다. 일반 튜브트레일러의 기체수소 수송량이 약 250kg인 걸 감안하면, 그 네 배인 1톤의 수소를 액체 상태로 운송해 운송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 차량 크기가 작아 도심 진입이 가능하고, 저압 운송이라 시민 불안감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된다.


액화수소충전소, 이동형 액화수소충전소 구축 실증도 눈여겨봐야 한다. 액화수소충전소의 경우 기존 수소충전소에 400kg급 액화수소 저장탱크를 붙여서 가는 방안을 1단계로 진행하고, 2단계에서 액화수소충전소를 실증하게 된다. 일본의 이와타니는 대용량 수소충전소의 경우 대부분 액화 방식으로 수소를 운송한다. 액체수소는 기화기를 통해 기체수소로 만든 뒤 기존 방식으로 압축해서 차량에 충전하면 된다. 


그에 반해 독일의 린데는 액화수소충전소에서 압축펌프를 활용해 직접 충전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액화수소를 800bar 이상으로 압축한 뒤, 고압기화기로 버퍼탱크에 기체수소를 일시 저장했다 차량에 700bar로 바로 충전하는 방식이다. 강원도는 린데의 최신 방식을 실증에 적용하길 원한다. 2단계 실증에 액화수소를 880bar로 압축하는 초저온 액화수소 펌프 개발이 들어 있는 이유다.




이동형 액화수소충전소는 드론이나 선박 등에 쓰임이 많다. 강원도는 전체 면적의 81%에 이르는 산림의 산불 감시와 재난 모니터링, 318km 이르는 해안의 실종자와 조난자 탐색에 운항 거리가 긴 액화수소드론을 활용할 방침이다. 이런 비상 상황에는 고정형 충전소보다 신속한 현장 대응이 가능한 이동형 충전소가 이점이 많다.


액화수소 연료전지 선박의 제작과 운항 실증은 삼척 대진항 인근 해상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3톤급 선박 1기, 근해 낚시나 관광을 위한 15톤급 선박 1기 제작으로 실증이 예정되어 있다. 강원도에는 건조 후 20년이 넘은 노후 선박이 많고(950척), 그중 308척이 3톤 미만의 어선이라 개발 선종을 3톤급 어선으로 잡았다. 이들 선박의 연료 충전도 이동형 액화수소충전소로 진행한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듯, 규제특례에는 그에 맞는 ‘안전 대책’에 뒤따라야 한다. 이는 충남, 강원을 가리지 않는다. 시장에 새롭게 진입한 기술인 만큼 경험 부족으로 생길 수 있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위험성 평가와 안전관리 매뉴얼이 매우 중요하다. 또 한국가스안전공사나 한국해양안전공단 등을 참여시켜 사전에 안전성을 검토하고 관련 제도나 안전 기준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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