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제철은 당진공장에서 부생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수소전기차 수요가 늘어나면서 석유화학단지를 중심으로 생산되는 부생수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월 ‘수소전기차’와 ‘연료전지’를 양대 축으로 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수소전기차는 오는 2022년까지 6만7,000대, 2040년까지는 290만대를 보급한다는 목표다. 연료전지의 경우 발전용은 2022년 1GW, 2040년 8GW, 가정·건물용은 2022년 50MW, 2040년 2.1GW를 보급할 계획이다.  

이에 따른 수소 수요는 2022년 연간 47만 톤, 2030년 194만 톤, 2040년 526만 톤 이상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전망에 따라 부생수소, 추출수소, 수전해 수소, 해외 수입 수소 등 다양한 방식의 수소 공급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중 부생수소를 수소경제 준비 물량으로 활용키로 했다. 수소생산 단가가 가장 저렴하고, 여유 생산 능력이 연간 약 5만 톤(수소전기차 약 25만 대에 필요한 수소량)에 이르러 단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부생수소는 수소경제 포문을 여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현재 수소전기차는 부생수소를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연료전지에는 천연가스 추출 수소가 공급되고 있지만 발전용 연료전지에 부생수소 공급을 시도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어 주목된다.  
 
부생수소, 넌 어디서 왔니?
부생수소는 납사의 개질이나 분해, 제철 등의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 중에 수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는 혼합가스를 압력순환 흡착공정(PSA: Pressure-Swing Adsorption) 등으로 정제해 순도를 높여 생산하는 수소를 말한다.

현재까지는 국내에서 가장 경제적인 수소 제조방법이다. 수소생산 방식별 생산단가를 보면 2018년 기준 부생수소가 kg당 2,000원 미만으로 가장 저렴하다. 천연가스 추출방식은 2,700~5,100원, 수전해 방식은 9,000~1만원 수준이다.

정유산업은 납사 개질 공정에서 국내에서 생산되는 75%의 수소가 생산되지만 정유공장 내부에서 수소첨가 탈황 공정이나 수소첨가 분해공정 등에 직접 사용하고, 정유공장 외부로의 공급은 사실상 없다. 오히려 자체 소비량이 모자라 석유화학업체에서 추가로 구매하는 상황이다.

석유화학산업은 납사에서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생산하는 납사 분해공정이나 염소와 가성소다를 생산하는 클로르-알칼리 공정에서 수소가 부산물로 발생한다. 부생수소 공급 여력이 가장 많은 산업으로 꼽힌다.

제철산업은 철광석 환원 시 사용하는 코크스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수소를 포함하고 있는 COG(코크 오븐 가스)가 발생하는데 대부분 연료로 자체 소비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17일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발표회에 참석한 이후 덕양의 제3공장을 방문했다.(사진=울산시)

국내는 현재 울산, 여수, 대산 등 석유화학단지를 중심으로 부생수소를 생산 중이다. 2017년 국내 수소생산능력은 연간 192만 톤(울산 50%, 여수 34%, 대산 11%, 기타 5%) 정도로, 실제 생산량은 약 164만 톤(정유공장, 석유화학업체 등 자체 소비 141만 톤 + 외부 활용 23만 톤)이다. 주요 수소생산 업체는 덕양, SPG, 에어리퀴드, SDG, 에어리퀴드, 린데 등이 있다.

외부 활용 물량은 제강산업(철강 압연 시 표면처리, 비철금속 환원용 가스, 스테인리스 냉연 가공 시 표면처리)이나 반도체(실리콘 반도체, 디스플레이, 실리콘웨이퍼 제조 공정에 사용), 용접·절단, 광섬유, 유리제조, 식품산업 등에서 사용되며, 덕양이 약 50%를 유통하고 SPG, 에어리퀴드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부생수소는 주로 수소 파이프라인, 튜브트레일러 등으로 유통된다. 국내 수소 파이프라인은 약 193km로, 울산·여수·대산 등 석유화학단지 내에서 산업체 사용(외부 활용) 수소(23만 톤)의 93% 정도(약 21만 톤)를 공급한다.

▲ 부생수소를 싣고 온 튜브트레일러가 충전소에 수소를 공급하고 있다.

외부 유통물량 중 7% 정도(약 1만7,000톤)가 총 500여 대의 튜브트레일러를 통해 공급된다. 수소경제가 추진되면서 외부 유통물량 중 일부가 수소충전소에 공급되고 있다. 현재 전국에서 운영 중인 수소충전소는 총 32기로, 이 중 덕양이 가장 많은 충전소에 수소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여유 생산 능력은 연간 약 5만 톤으로, 이는 수소전기차 약 25만 대에 필요한 양이다. 석유화학 공정의 가동률과 연계되는 부생수소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부생수소의 생산량은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외부 유통량 중 일부를 수소경제 분야로 전용해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제철·한화토탈, 부생수소 공급
최근 부생수소와 관련한 시장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당진에 있는 현대제철은 그간 2,300m³/h의 부생수소를 생산해 왔다. 이 중 자체 소비 후 남는 물량 800m³/h 정도는 외부에 공급해 왔다. 현대제철은 수소충전소 구축이 본격화함에 따라 수소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기존 생산량을 4,600m³/h로 2배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이 생산량을 확대하면 수소 가격을 낮추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부생수소는 생산지 편중에 따른 높은 수송비용과 전반적인 수요 부족 등으로 경제성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울산·대산 등지에서 수도권으로 수소 운반 시 kg당 약 1만1,000~1만2,000원 정도가 든다. 수소충전소가 운영 경제성을 확보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다.

당진에서는 수소 수요가 보장되면 현대제철 외에도 부생수소 공급과 관련 시설 투자에 나설 의향이 있는 기업들이 몇 개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대산 수소연료전지발전소에 부생수소를 공급하는 한화토탈 대산공장.

또한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전용 연료전지에 부생수소가 공급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충남 서산시 대산읍 대산산업단지에 있는 석유화학업체 한화토탈이 발전용 연료전지에 부생수소를 공급 중이다.  

한화에너지가 자본금 49%를 출자한 대산그린에너지는 지난 2018년 8월 대산산업단지 약 2만㎡ 부지에 부생수소용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50MW급 대산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착공한 바 있다. 한화에너지는 한국동서발전, 두산, SK증권과 공동으로 대산그린에너지를 설립했다.

대산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설비용량은 50.16MW로 두산의 440kW급 PAFC 114기가 복층형으로 구축됐다. 올해 7월 중으로 준공해 약 17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연간 40만MWh의 전기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해 7월 최초 발전을 개시한 바 있다.  

이 발전소에는 한화토탈 대산공장의 방향족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가 수소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되고 있다.

부생수소가 연료전지에 공급된 사례는 울산시가 실시한 가정용 연료전지 발전 시범사업(수소타운, 총 195kW 140세대)이 있으나, 이는 실증용이었다. 상업용으로는 대산 수소연료전지 발전소가 최초다.
 
부생수소 이용 프로젝트 활발
이밖에 연료전지에 부생수소를 활용하려는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어 주목된다. 국내 최대 부생수소 생산지역인 울산에서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울산시는 지난 2018년 10월 테크노산업단지에 수소 배관(3km)과 수소연료전지 실증화센터를 구축해 연료전지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두산·에스퓨얼셀·현대자동차 등의 연료전지 기업들이 부생수소를 활용한 연료전지 실증을 진행 중이다.

▲ 한국동서발전, 현대자동차, 덕양은 지난해 4월 울산 내 석유화학단지에서 생산된 부생수소를 활용하는 ‘수소연료전지 발전 시범사업 MOU’를 체결했다.(사진=한국동서발전)

또한 한국동서발전, 현대자동차, 덕양은 동서발전 울산 화력발전소 내에 부생수소를 이용하는 1MW급 연료전지 발전 설비를 구축해 시범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차가 수소전기차 ‘넥쏘’의 파워 모듈을 기반으로 개발한 500kW급 발전용 연료전지(PEMFC)를 실증하는 사업으로, 오는 9월 말 실제 운영에 돌입할 예정이다. 덕양이 수소 배관 매설과 부생수소 공급을 담당한다.  

울산시와 안산시에서는 부생수소 생산지에서 수소공급 배관을 통해 충전소에 수소를 공급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국내 최초 사례이며, 일본· 미국에 이어 세계 세 번째이다.

울산시, 울산테크노파크, 한국가스안전공사, 덕양, 한국플랜트관리, 이엠솔루션, 투게더 등 7개 기관·기업은 지난해 8월 ‘배관에 의한 수소충전소 수소공급 및 안전관리 강화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사업에서 수소생산·공급 기업 덕양이 ‘수소공급 배관’을 설치하고, 투게더수소충전소(남구 신화로 101번길)에 부생수소를 공급하게 된다. 수소 배관이 연결되면 1일 130대 이상 충전할 수 있는 시설능력을 갖추게 된다.

▲ SPG수소의 수소 튜브트레일러가 목적지로 출발하는 모습.

안산시는 지난해 11월 안산도시개발, SPG수소와 ‘2020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반월국가산업단지 내 SPG수소의 수소생산기지에서 생산하는 부생수소를 지하에 매설된 스마트 배관으로 2.5km 거리에 있는 수소충전소에 공급하는 사업이다.

안산도시개발은 단원구 초지동 672-2 일원에 있는 2,000㎡ 부지를 제공해 수소충전소를 구축·운영한다. SPG수소는 수소생산기지에서 생산한 수소를 충전소에 공급하는 배관을 구축하게 된다. 오는 12월 사업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수소충전소 내부에 부생수소를 싣고 온 튜브트레일러가 보인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수소 인프라 및 충전소 구축 방안’에 따르면 오는 2022년에는 전국적으로 연간 약 3만 톤, 지역별로는 수도권 1만 톤, 중부권 0.6만 톤, 영남권 1만 톤, 호남권 0.4만 톤 등의 수소 수요가 발생할 전망이다.

이러한 전망에 따라 수도권도 부생수소를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 눈에 띈다. 인천 등 수도권에서 생산되는 연간 약 5만 톤의 부생수소를 활용하고, 수도권 공급을 위한 파이프라인과 ‘수소 유통 허브’ 구축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수도권 부생수소 생산지에서 수소 유통 허브, 버스차고지로 이어지는 약 30km의 수소 전용 파이프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파이프라인 인근에 별도의 수소 유통 허브를 구축해 수도권으로 향하는 튜브트레일러를 충전하는 기지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산업용으로만 쓰여왔던 부생수소가 수소전기차를 통해 국민 곁으로 다가왔다. 수소전기차와 함께 수소경제 포문을 연 부생수소다.

▲ 상용차 충전이 가능한 완주 수소충전소.(사진=현대차)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