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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화수소 시장을 잡아라

효성과 린데의 액화수소 플랜트 건설 계획 발표
한국기계연구원·두산중공업, 상용급 액화수소 설비 개발
2023년엔 운송·저장 장점 앞세운 액화수소 시장 열려



# 1. 효성그룹과 글로벌 화학 기업인 린데그룹이 2022년까지 총 3,000억 원을 투자해 액화수소 생산과 운송, 충전시설 설치·운영 등을 망라한 밸류체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양사는 우선 효성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울산 용연공장 내 용지 3만여 ㎡(약 1만평)에 연산 1만3,000톤 규모 액화수소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하루 생산량은 35톤으로 단일 설비로는 세계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연내 합작사를 설립하고 내년 1분기에 공장 착공에 들어가 2022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린데그룹의 액화수소 플랜트

지난 4월 28일에 올라온 효성과 린데의 업무협약(MOU) 기사다. 말 그대로 업무협약이니 약속대로 일이 추진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어쨌든 수소업계에선 가장 핫한 뉴스였다. 주변에 이 기사에 대한 반응을 물었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춘 린데그룹의 상업용 대형 액화 플랜트가 국내에 들어선단 소리다. 액체수소가 저장이나 운송, 안전 면에서 장점이 많다. 버스나 트럭 같은 상용차, 열차나 선박 같은 대형 모빌리티 쪽으로 쓰임이 있을 거다. 기대가 크다.” 


기대와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린데의 액화 설비를 기술이전 없이 그대로 들여와서 국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뜻이다. 린데가 미국의 프렉스에어(Praxair)와 합병을 하면서 세계 최대 가스업체가 된 건 잘 아는 사실이다. 액화 설비를 깔고 나면 액화수소충전소를 짓겠다고 나설 거다. 수소충전소 시장을 잘 아는 효성은 거기다 또 린데의 설비를 들여올 테고. 그렇게 두 회사의 셈법이 맞아떨어졌다고 보면 된다.” 


의견은 이렇게 둘로 갈렸다. 다만 시점을 두고는 “생각보다 이른데?”라는 의견이 많았다. 국내에 액화수소 시장이 형성되는 시기를 2025년 정도로 보면 예상보다 일정이 2, 3년 정도 빠른 셈이다.




수소충전소 한 곳당 하루에 200대 정도 되는 차들이 드나들며 1톤가량 수소를 충전할 정도가 돼야 액체수소 시장이 열린다. 그러자면 10만대가량의 수소전기차가 시중에 돌아다녀야 한다. 한국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은 국내 수소전기차 운행 대수를 2022년에 6만7,000대로 잡고 있고, 맥킨지의 ‘한국 수소 로드맵’은 2025년에 16만대를 예상한다. 


수소전기차 수만 놓고 단순하게 계산할 순 없다. 개중에 버스나 트럭 같은 상용차의 비율이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한국기계연구원 에너지기계연구본부 플랜트융합연구실 최병일 실장에게 들었다. 


“액화수소는 워낙 온도가 낮아 저장탱크의 성능이 아주 좋아도 기화손실(Boil-off loss)을 피할 수 없어요. 기화로 탱크 안에 압력이 높아지면 내부 기체를 빼줘야 하죠. 그래서 수소승용차는 액화수소 탱크를 내부에 장착하기가 아무래도 힘들 겁니다. 하지만 정해진 노선을 운행하는 버스나 운송트럭, 열차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저장탱크의 크기나 용량, 편의성 등을 생각하면 결국 액화로 갈 수밖에 없어요. 대형 선박이나 항공기, 하늘을 나는 에어택시도 마찬가지죠. 저는 2025년 이후에는 본격적인 액화수소 시장이 열릴 거라고  봅니다.”

 



상용급 액체수소 플랜트 개발 사업

국내 수소액화 기술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창업 벤처기업인 하이리움산업이 개발한 소형 수소액화시스템이 유일하다. G-M(Gifford-McMahon) 극저온냉동기를 이용해서 하루 30kg 미만의 액화수소를 얻는 기술이다. 최소 하루 5톤은 돼야 경제성을 논할 수 있는 만큼, 상용급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액화수소 상용화 기술 개발은 이제 막 시작됐다. 한국기계연구원은 작년 9월에 ‘상용급 액체수소 플랜트 연구단’을 출범하고 수소 상용화 연구에 착수했다. 최병일 실장이 이 연구단의 단장을 맡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은 지난 2015년 경남 김해에 LNG·극저온 기계기술 시험인증센터를 구축한 바 있다. 액체수소 실증은 바로 이곳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수소를 액화하려면 전기가 들어요. 국내 산업용 전기가격(약 100원/kWh)으로 계산하면 수소 1kg을 액화하는 데 1,000~1,500원의 에너지 비용이 추가로 들죠. 화학공정 중에 나오는 부생수소는 제외하고, 대용량으로 메탄(천연가스)을 개질해서 수소를 생산하는 데 1kg당 3,000원 정도가 듭니다. 여기다 액화까지 더하면 에너지 비용이 아주 커지죠. 수소액화 플랜트의 효율을 높이려면 이 비용을 낮춰야 해요. 김해의 LNG 시설 옆에 붙여서 실증을 하려는 이유가 여기 있죠.”




천연가스는 영하 162℃에서 액체로 냉각된다. 천연가스는 액화하면서 그 부피가 600분의 1로 줄어든다. 우리나라는 평택, 인천, 통영, 삼척에 LNG 기지를 두고 배로 수입한 뒤 이를 기화해서 도시가스 형태로 각 가정에 공급하고 있다. 


“수소액화는 더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해요. 천연가스보다 온도가 훨씬 낮은 영하 253°C에서 액체가 됩니다. LNG를 기화시킬 때 나오는 냉기를 활용해서 수소를 영하 160℃로 떨어뜨려 1차 냉각을 하면 에너지 투입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죠. 기존 수소액화 플랜트에서 액체질소로 진행하는 예냉 과정을 그냥 버려지는 LNG의 증발열로 대체하는 거죠. 국내에는 LNG 기지가 많아서 가능한 기술이죠.” 


381억 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이번 사업은 2023년 12월까지 일정이 잡혀 있다. 하루에 만드는 액화수소 용량은 500kg으로, 향후 본격적인 상용화를 위해 하루 5~50톤급으로 규모를 늘린 고효율 수소액화 공정도 설계할 계획이다.


이 사업의 목표는 극저온(–253°C) 팽창기, 열교환기, 밸브, 저장탱크 등 주요 설비를 국산화하고 이를 적용한 수소액화 플랜트를 실증함으로써 액화수소 플랜트 기술력을 높이는 데 있다. 또 높은 압력을 견디는 극저온 단열기술을 적용한 35m³(3만5천L)~350m³(35만L)급 액체수소 저장탱크를 제작해 독자기술도 확보할 계획이다. 이런 기술들은 향후 액체수소 운송선 개발에도 적용될 수 있다. LNG선을 만드는 대우조선해양도 이번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2. 호주 빅토리아 주에 남아도는 갈탄(수분이 많은 저품질 석탄)에서 수소를 추출해 이를 일본으로 운송하는 ‘수소에너지 공급망’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빅토리아 주 라트로브 밸리의 갈탄을 고온·고압으로 산소와  반응시켜 만든 합성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이렇게 생산한 고순도 수소는 압축을 거쳐 인근 헤이스팅스 항의 수소액화 시설로 옮겨진다. 


이 파일럿 프로젝트의 핵심은 ‘액화’에 있다. 기체수소가 극저온인 영하 253°C로 냉각되면 부피가 800분의 1로 줄어든다. 바로 이 액체수소를 가와사키중공업에서 특수 제작한 선박에 실어 일본으로 운송하게 된다. 이 프로젝트가 올해 성공하면, 액체수소를 배로 운송하는 세계 최초의 프로젝트로 기록되게 된다.


액화수소의 장점과 전망

액체수소가 로켓의 추진 연료라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상업용 수소액화 플랜트가 없는 우리나라는 현재 로켓 추진에 케로신이라는 등유 계열의 연료를 쓴다. 일본은 이미 1970년대 후반에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미국의 NASA로부터 액체수소 추진체 기술을 이전받았고, 이와타니산업이 린데의 기술을 기반으로 한 액화 플랜트를 운영 중이다. 또 가와사키중공업은 지난해 12월 액화수소 운송용 선박을 세계 최초로 진수했다. 이 배의 이름은 Suiso Frontier로, Suiso는 일본어로 ‘수소’를 뜻한다.


일본의 수소액화 기술은 우리보다 몇 걸음 앞서 있다. 일본에서 수소 생산과 유통 시장의 60%를 선점하고 있는 이와타니산업만 하더라도 1941년에 이미 수소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2004년에 액화수소 제조회사인 ‘하이드로 엣지’를 세워 액체수소 유통에 나섰고, 전체 유통 시장에서 액체수소가 차지하는 비율을 절반으로 늘렸다. 


액화천연가스(LNG)를 보면 수소의 미래를 알 수 있다. 액화 비용이 들더라도 가스공급의 전 주기를 고려하면 수소를 액체로 운송하고 저장하는 체계가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다. 기체수소는 통상 200bar 압력의 저장용기에 300kg 정도를 담아 튜브트레일러로 수송하는데, 이를 액체수소로 바꾸면 그 열 배에 이르는 3.5톤을 탱크로리 한 대로 실어 나를 수 있다. 




안전에도 이점이 있다. 운송 효율을 높이기 위해 튜브트레일러의 용기 압력을 450bar 이상으로 높여가는 추세다. 하지만 액화수소는 대기압 수준(2bar)의 압력이면 충분하다. 또 기체 상태의 수소를 활용한 충전소는 설비 면적에 420㎡(127평)가량의 부지가 필요하지만, 액화수소충전소 설비는 20㎡(6평) 정도만 있으면 된다. 린데가 독일에 세운 액화수소충전소만 하더라도 가로, 세로 5m 정도 되는 세차장 크기에 불과하다. 액체수소펌프와 기화기로 압력을 700bar로 높여서 차량에 바로 충전할 수 있다.  


국내 지자체로 보면 액화수소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강원도다. 정부가 6월 말 발표를 앞두고 있는 제3차 규제자유특구로 유력하다. ‘강원 액화수소산업 규제자유특구’는 강릉, 동해, 삼척, 평창 일원 총 7.17㎢ 면적에 조성된다. 하루 200kg 생산이 가능한 수소액화 설비와 400리터급 액화수소 저장용기를 갖추고, 액화수소충전소와 액화수소선박 등 다양한 실증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통상 정부는 규제자유특구 지정이 유력한 사업에 대해 지자체 공고를 통해 관련 기업이나 전문가, 주민들이 참여하는 공청회 절차를 밟도록 하고 있다. 공청회에 참여한 하이리움산업의 조은엽 이사는 “삼척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소규모 액화기를 통한 액체수소 생산 실증을 진행하면서 액화수소충전소를 함께 가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효성 공장 부지에 린데의 액화수소 플랜트가 들어서면 수소 버스나 트럭 같은 상용차 시장에서 바로 반응할 거예요. 드론부터 시작해서 액체수소를 쓰는 연료 탱크 시장이 커질 겁니다.”





# 3. 경상남도는 창원시, 두산중공업, 한국산업단지공단, 창원산업진흥원과 함께 공동으로 수소액화 산업단지 조성에 나선다. 국비와 민간자본 등 총 980억 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오는 2022년까지 창원국가산단 내 두산중공업 부지에 액화수소 생산·저장을 위한 설비를 구축하고, 핵심 기술 개발과 부품 국산화에 나서게 된다. 창원에 액화수소 설비가 구축되면 2022년 하반기부터 하루 5톤의 액화수소를 생산·보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창원과 평택, 액화수소에 눈뜨다

지난 4월 9일, 경상남도에서 수소액화 실증사업을 위한 업무협약 소식이 전해졌다. 창원국가산업단지에 있는 두산중공업 부지에 5톤 규모의 수소액화 플랜트를 짓는 사업이다. 사실 이 이야기는 1년 전부터 흘러나왔다. 지난해 8월 한국산업단지공단이 공모한 ‘산업단지 환경개선펀드 사업’에 ‘창원 수소액화생산기지 구축사업’이 선정됐고, 계획대로라면 올해 1월부터 사업에 들어가 2022년 3월에 플랜트를 완공하기로 일정이 잡혀 있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지속되고, 코로나19를 계기로 국내외 사업 환경이 크게 나빠지면서 두산그룹은 위기를 겪고 있다. 다만 두산중공업이 유상 증자와 자산 매각에 나서고, 대주주의 사재 출연 등 자구안을 마련하면서 한숨을 돌렸고, 채권단이 풍력이나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소 등 두산중공업이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신사업에 힘을 실어준 만큼 예정대로 진행될 확률이 높다. 창원시의 수소 담당자 또한 “2022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일정대로 일이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눈여겨볼 지역은 평택이다. 평택에는 거점형 수소생산시설이 들어선다. 한국가스기술공사가 주도하는 사업으로, 48억5,000만 원의 국비를 포함해 총 210억 원을 들여 평택 LNG 기지 옆 포승읍 원정산업용지에 수소생산시설을 세우게 된다. 




“현재 생산기지 표준화 설계나 건설에 필요한 각종 자재, 장비 발주를 완료했고, 6월에는 저장용기 발주와 함께 건축, 토목 등 기초공사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내년 3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해외에서 들어오는 설비의 경우 코로나19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준공 시기가 조금 미뤄질 수 있습니다.” 한국가스기술공사 관계자의 말이다. 


가스기술공사는 포승읍에 들어설 수소생산시설 옆에 액화수소 플랜트를 건설할 계획이다. 하루 5톤 규모는 1,000억 원, 하루 30톤은 3,000억 원의 사업비가 드는데, 향후 경제성을 감안해 30톤으로 갈 계획이다. 


“액화수소 플랜트 부지 안에 수소충전소와 연료전지 발전설비 등을 융복합으로 구성하는 방안을 세워두고 있죠. 급하게 가지는 않을 겁니다. 국내 수소시장의 흐름과 수요 등을 보면서 판단을 하게 되겠죠.” 


액화수소는 장점이 많다. 다만 기술적으로 넘어야 할 장벽이 높다. 액화수소 상용화 기술을 빠르게 습득하면서 린데나 에어리퀴드 같은 글로벌 업체들의 진출에 대응하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2023년이든 2025년이든, 시기는 달라질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액체수소가 시장에 깔리는 건 시간문제란 점이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지금이라도 워밍업을 해두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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