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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튜브트레일러 시장 변화 ① 규제 혁파로 운송 효율성·경제성 높인다

고압·대용량 저장용기로 운송 효율 높이는 추세
수소 공급가격 낮춰야 수소충전소 정상화 가능
‘선제적 규제 혁파’ 못지않게 안전문제 따져야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수소충전소 운영은 녹록치 않다. <월간수소경제> 4월호 커버스토리에서 ‘수소충전소, 적자운영으로 문 닫을 판’이라는 제목으로 그 사정을 속속들이 들여다본 바 있다. 단독 수소충전소의 경우 연간 운영비만 최대 약 3억2,000만 원이 든다. 이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역시 수소 구매비용이다. 

수소매입 가격을 7,500원/kg으로 보면 연간 수소매입 비용은 약 1억7,000만 원에 달했다. 수소매입 가격이 kg당 6,000~7,500원 수준인데 반해, 충전가격은 7,000~8,800원으로 수소 매입비를 빼고 남는 이윤은 kg당 1,000원대에 불과했다. 

충전소 운영사업자들이 앓는 소리를 하는 이유가 있다. 해외 수입 부품을 주로 쓰는 수소충전소 설비 특성상 유지보수비가 많이 들고, 여기에 인건비와 전력비, 검사비 등을 빼고 나면 적자 운영이 불가피했다. 기획재정부가 형평성의 이유를 들어 운영보조금 지원에 난색을 표한 만큼, 현실적인 대안은 수소 유통비를 낮추는 데 있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튜브트레일러다. 길쭉한 분홍 소시지처럼 생긴 원통형 저장용기를 싣고 다니는 트레일러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저장용기의 압력을 높이고 크기를 늘려 한 번에 더 많은 수소를 실어 나르면 수소매입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선제적 규제 혁파 로드맵
정부는 지난 4월 23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고 ‘친환경차(수소·전기차) 분야 선제적 규제 혁파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중 수소 가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수소의 생산·운송·저장·활용’ 부문에 주목했다. 

‘규제 혁파’의 요점은 수소 수송을 위한 튜브트레일러의 압력과 용적 기준 제한을 현행 450바(bar), 450리터에서 2024년까지 700바, 1,400리터 수준으로 확대해 나겠다는 것이다. 또 기체수소에 비해 대규모 운송과 저장이 가능한 액체수소에 대한 안전기준을 마련하겠다는 내용도 명확히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나흘 뒤인 4월 27일에 ‘2020년도 제1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열고 ‘수소저장용 고압·대용량 복합재료 용기’에 대한 실증특례 부여 안건을 통과시켰다. 규제 샌드박스와 더불어, 제도의 틀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고압가스 용기 제작사인 엔케이(NK)가 신청한 ‘수소저장용 고압·대용량 복합재료 용기’에 대한 실증특례를 말한다. 국내 최초로 350바, 1,700리터급 수소저장용 복합용기를 탑재한 수소 튜브트레일러를 현장에서 충전하고 운송한 뒤 하역까지 마무리하는 검증을 해보겠다는 것이다. 실증구역은 충남 서산의 SPG케미칼과 홍성군 내포 수소충전소, 울산 SPG케미칼과 서부산 수소충전소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규제 완화의 목표는 분명하다. 수소경제 생태계가 자생력을 키우려면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러자면 한 번에 많은 수소를 공급하도록 규제를 풀어 유통가격을 낮춰야 한다. 또 수소 공급량을 점차 늘려 미래 수소전기차 수요에도 대비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소가격은 kg당 8,000원 수준이다. 이는 경유차와 경쟁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적으로 맞춰둔 가격으로, 보통 5kg 충전에 4만 원이 든다. 정부의 수소경제 로드맵에 따르면 수소 생산자가 충전소에 공급하는 가격을 2022년에는 6,000원까지 낮추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자면 튜브트레일러의 1회당 운송량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수소 공급가격을 낮춰라”
국내 수소 생산업체로 가장 큰 곳은 덕양이다. 시간당 19만N㎥(약 17톤)의 수소를 생산해 울산이나 여수, 서산의 석유화학단지, 군산공업단지에 파이프라인으로 수소를 대량 공급하고 있고, 국내 최다인 200대가 넘는 튜브트레일러를 보유해 그중 일부를 수소충전소용으로 운영 중이다.

그 형태를 보면, 통상 여러 개의 Type 1 원통형 저장탱크에 180이나 200바로 수소기체를 압축, 저장한 뒤 트레일러로 운송한다. Type 1 저장탱크는 주철로 만든 고압용기로 중량 대비 수소 저장량이 매우 작은 편이다. 25톤급 튜브트레일러 1대에 총 중량의 1.2%인 300kg 정도의 수소를 싣게 된다. 

울산이나 여수의 수소 생산지에서 kg당 원가가 이삼천 원에 불과한 수소가 수도권으로 올라오면 7,000원 수준으로 값이 뛴다. “탱크 압력을 높이고, 용기 크기를 늘려 수소 공급가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용량 저장탱크를 수소운송에 투입해 1회 운송량을 두 배 남짓 올리면 운송비를 절반 아래로 떨어뜨려 충전소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



현행 ‘고압가스 안전관리법’의 안전기준인 KGS AC419(압축수소 운송용 비금속라이너 복합재료용기 제조의 시설·기술·검사 기준)에 따르면, Type 4 수소 저장용기의 검사기준 등을 내용적(내부부피) 450리터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이 제한을 1,400리터까지 풀면 수소 공급가격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알아둘 점은 저장탱크의 종류다. 고압의 수소기체를 저장하기 위한 압력용기는 사용 재료와 복합재료 강화 방법에 따라 Type 1부터 Type 4까지 총 4가지로 나뉜다. Type 1은 용기 전체가 금속 재질로 된 금속용기이며, Type 2는 금속 재질 라이너에 유리섬유 복합재료로 몸통 부분을 보강한 형태다. 

그에 반해 Type 3는 알루미늄 라이너에 탄소섬유 복합재료를 보강했고, Type 4는 강화플라스틱 같은 비금속 라이너에 탄소섬유 복합재료를 보강해 무게를 크게 줄였다. Type 4 용기가 여타 금속 재질 용기에 비해 가볍고 내구성도 좋지만, 제작 공정이 그만큼 복잡하고 까다로워 가격이 비싸다. 그래서 국내 튜브트레일러 시장에선 엔케이에서 생산하는 Type 1 금속용기를 주로 쓴다.  

압력용기의 고압화, 대형화 추세
튜브트레일러를 운영하는 외국의 최근 사례를 보면, 무게가 가벼운 복합재 압력용기 개발에 주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헥사곤링컨(Hexagon Lincoln)은 250바급 Type 4 용기를 개발해 1회 운송 시 수소를 최대 885kg까지 수송할 수 있는 튜브트레일러를 상용화했다. 

미국의 퀀텀퓨얼시스템즈(Quantum Fuel Systems)는 AFP(Automated Fiber Placement)에 와인딩 방식을 적용한 하이브리드 공정으로 700바급 10피트 Type 4 용기를 개발, 기존 와인딩 단일 공정 대비 15~23%의 중량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또 독일의 린데는 정부 지원으로 500바 복합재 압력용기에 1회 최대 1.1톤까지 수송할 수 있는 튜브트레일러를 개발해 운용 중이다. 이 튜브트레일러는 압력용기를 세로로 세워 적재하는 방식이다. 

엔케이와 기술협력을 맺고 있는 노르웨이의 UMOE는 45피트(13.7m)에 이르는 하이큐브 트레일러에 최대 약 1톤의 수소를 실어서 운송한다. 1회 수소 수송량을 크게 늘려 운용 효율을 높여가는 것이 세계적인 흐름이다. 

우리도 이 추세를 따르고 있다. 산업부는 산업기술 혁신사업으로 ‘수소 1톤 운송용 용기개발’ 과제를 진행 중이다. 정확한 과제명은 ‘토우 프리프레그가 적용된 압력용기(700bar·1,400L)를 활용한, 1회 운송량 1톤 이상 총중량 20톤 이하 수소 튜브트레일러 개발’이다. 전주에 있는 한국탄소융합기술원(KCTECH)을 주관사로 롯데케미칼과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참여하고 있다. 이 과제는 작년 10월부터 시작해 2022년 12월까지 진행된다. 



토우 프리프레그(tow prepreg)는 탄소섬유에 에폭시를 함침(투입)시킨 뒤 와인딩(감기)을 하는 방식으로 건식과 습식이 있다. Type 4 초경량 복합소재 수소탱크 제작에 꼭 필요한 가공재라 할 수 있다. 

“태광후지킨과 함께 2016년부터 2년간 국가 과제로 진행해서 나온 게 KGS AC419 코드예요. Type 4 용기에 적용이 되죠. 일본의 사례를 참조해서 450바로 용기 압력을 맞추고 내용적을 450리터 이하로 잡았어요. 이 제한을 푸는 쪽으로 가고 있죠.” 한국가스안전공사 관계자의 말이다.

700바와 1,400리터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제시된 수치다. 이번 과제에서 나온 자료를 토대로 압력용기의 안전성을 검증해 향후 KGS 코드에 반영하게 된다. 

“700바면 아주 큰 압력이죠. 기술이 가장 앞서 있다는 독일만 해도 550바 튜브트레일러 용기를 연구·개발하는 단계라 할 수 있죠. 규제를 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압력이나 체적이 높을수록 용기의 품질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예기치 않은 곳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죠. 외국의 사례를 보면서, 조금 늦더라도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각 지자체마다 규제자유특구가 생겨나고, 경쟁적으로 규제를 푸는 데만 집중하다 자칫 안전에 소홀해질 수 있다. 수소 안전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아는 가스안전공사 전문가의 의견이니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죽음의 계곡’을 건너는 법
미국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주의 경계에 ‘데스밸리(Death valley)’가 있다. 한여름에는 기온이 50도 넘게 치솟고, 65km에 이르는 소금사막이 펼쳐져 우주의 외딴 행성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다. 데스밸리는 해수면보다 고도가 낮아 지구의 육지 가운데 가장 낮은 곳에 든다.

경영학에서는 사업 초기의 어려움을 흔히 이곳 데스밸리에 빗대곤 한다. 죽음의 계곡(The Death of Valley)에 들면 끝이 안 보인다. 막막하다. 국내 수소충전소 사업도 마찬가지다. 데스밸리를 날아서 건너는 방법은 없다. 묵묵히 한 발 한 발 걸어서 벗어나야 한다. 

수소충전소의 비용을 절감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수요의 촉진이다. 수소전기차가 많이 팔려서 충전소 이용률을 높이는 것이다. 여기엔 시간이 걸린다. 현대자동차는 수소전기차 넥쏘의 올해 국내 판매 목표를 1만100대(누적)로 잡았다. 일단 분위기는 좋다. 넥쏘의 4월 판매량만 795대로 월간 최대 판매 기록을 세웠다. 보조금에 따른 진폭은 있겠지만, 이대로 가면 올해 목표 달성은 무난해 보인다.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르면 2025년까지 승용차 12만대, 상용차 1만대 등 총 13만대의 수소전기차 양산 계획이 잡혀 있다. 이를 위해 2022년까지 전국에 수소충전소 310개소를 설치하겠다는 목표를 잡고 있고, 수소충전소의 하루 충전 용량도 250kg에서 400kg 이상으로 늘고 있다. 

수소충전소의 인프라 확충 없이는 수소전기차의 판매량 증가가 어렵다. 계획대로 수소충전소 숫자를 늘리려면 운영비 절감이 필요하고, 수소 매입가격을 낮추려면 튜브트레일러의 운송량 확대가 꼭 필요하다. 튜브트레일러 무게를 40톤에서 20톤으로 줄이고, 탱크 압력을 200바에서 700바로 상향해서 액화수소로 넘어가기 전까지 수소 운송 효율을 높이겠다는 것이 ‘규제 혁파’의 핵심이다. 

서울만 해도 32톤을 초과하는 차량은 교량이나 고가도로, 일반도로, 터널 등을 운행할 수 없다. 차량과 트레일러를 합쳐 통상 40톤에 이르는 수소 이송용 튜브트레일러는 법적으로 도심 진입이 불가능하다. 압력을 올려 더 많은 양의 수소를 가볍고 작은 통에 채워 이송하는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다. 

넥쏘에 들어가는 연료탱크를 만드는 일진복합소재가 올해 4분기 출시를 목표로 대용량 수소 운송용기인 ‘튜브스키드’ 개발에 나선 배경이 여기 있다. 튜브스키드는 저장용기를 세워서 고정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차량 길이가 10m로 짧아지고, 총 중량도 28톤으로 줄어 2대의 차량으로 충전소 1곳을 하루 동안 운영할 수 있게 된다.



비트코비체실린더즈코리아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동양기산이 체코의 비트코비체실린더즈와 세운 합작사로, 올해부터 밀폐형 프레임에 여러 개의 탱크를 세워서 고정한 집합형 가스컨테이너(MEGC) 형태의 저장용기를 국내에 공급한다. 250바로 압축해서 310kg의 수소를 이송할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죽음의 계곡’을 벗어나는 시점을 빠르면 10년, 길게는 15년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수소충전소로 한정하면 2027년은 지나야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때가 되면 Type 4 용기로 가득한 튜브트레일러뿐 아니라, 액화수소를 가득 실은 탱크로리를 자주 보게 될 것이다. 

수소 기체를 액화하면 부피가 800분의 1로 줄어 저장과 운송에 드는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수소를 액체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영하 253℃를 유지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그동안은 튜브트레일러가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 

2027년.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시간이다. 지금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그 시간은 빨라질 수도 있고, 더 늦어질 수도 있다. 데스밸리 구간을 지날 땐 애써 느긋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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