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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수소전기차 시장, 상용에서 승용까지

정부와 기업의 강한 추진력으로 ‘수소 굴기’ 승부수
전기차 간섭 피해 수소 버스와 트럭에 집중
도요타, 발라드와 기술 제휴...연료전지시스템 개발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중국은 굴기(堀起)의 나라다. 전도유망한 기술 분야가 있으면, 이를 딱 찜해두고 국가 차원에서 집중 투자로 기세 좋게 밀고 나간다. ‘반도체 굴기’나 ‘항모 굴기’가 대표적이다. 전기차만 해도 “저게 될까?” 싶었지만, 어느새 전기차 보급 1위 시장으로 우뚝 섰다. 전기차 다음이 ‘수소차’란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수소전기차 상용화는 한국보다 한 발 늦었지만 ‘수소 굴기’로 그 간격을 단단히 메우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지난 4월 2일에 내놓은 ‘중국의 수소차 개발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흥미롭게 읽었다. 보고서의 핵심 주장은 이렇다. “중국이 전기차에 이어 수소전기차(FCEV) 최대 시장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에 우리 기업들도 일본의 도요타처럼 중국 정부의 FCEV 개발·보급정책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두렵지만 사실이다. ‘승용’은 아직 한국이 앞서지만 ‘상용’으로 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승용보다 상용에 집중하다

중국 정부의 ‘수소 굴기’는 현재진행형이다. 2016년 ‘수소차 보급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2020년 5천 대, 2025년 5만 대, 2030년 100만 대 공급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2030년까지 수소차 보급량 100만 대는 한국의 63만 대, 일본의 80만 대 목표치를 훌쩍 뛰어넘는다. 대국다운 스케일이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수소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약 90%가 늘어난 7,500대를 넘겼다. 이중 현대차 넥쏘의 판매량이 4,818대로 글로벌 1등이다(물론 이중 4,194대는 국내 판매다). 그 뒤를 도요타 미라이(2,407대)와 혼다 클래리티(349대)가 이었다. 이렇게만 보면 한국과 일본이 세계 수소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것 같지만, 엄밀히 말해 ‘승용 완성차’에만 해당된다. 


이제 중국을 보자. 지난해 중국의 수소전기차 생산량은 3,018대로 2018년 대비 86.53%가 늘었다. 이중 버스가 1,335대, 나머지 1,683대는 트럭·운송차량으로 볼 수 있다. 수소승용차 숫자는 미미하다. 중국의 수소 굴기는 ‘승용’보다 ‘상용’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중앙정부의 방침은 명확했다. 전기차와의 간섭을 피하면서 운송이나 운반에 이점이 있는 상용차 시장에 집중한 것이다. 


중국은 ‘수학의 정석’ 상권을 건너뛰고 하권을 먼저 풀고 있다고 보면 된다. 하권의 셈법을 터득하면 상권은 저절로 풀린다는 것이다. 현명한 전략일 수 있다. 큰 차일수록 높은 출력을 요구하고, 스택의 내구성이나 연료전지시스템의 성능 유지에도 더 큰 노력이 든다. 중앙정부의 이 방침을 지방정부와 국영기업들이 찰떡같이 알아듣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자동차업체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수소 굴기’

지방정부로 보면 상하이가 맨 먼저 시작했다. 2017년 9월 ‘상하이 연료전지 자동차 발전계획’을 발표했고, 올해 말까지 3천 대의 수소전기차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음은 베이징이다. 2018년 7월부터 수소차 구입에 대한 정부 보조금의 50%를 시에서 추가로 지원하기 시작했고, 연료전지의 핵심 부품 개발, 출력 밀도(3kW/kg)와 내구성 달성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텐진시도 2018년 10월 ‘신에너지산업 발전 3년 행동계획’을 통해 캐나다 발라드(Ballard) 사의 30kW 연료전지스택 기술 도입을 지원한 바 있고, 수소충전소 설치와 수소차 구입 보조금 지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의 수소차 보급 목표 중 차량 가격을 보면, 승용 FCEV의 경우 2025년에는 20만 위안(3,400만 원), 2030년에는 18만 위안(3,060만원) 수준으로 잡아 경쟁력을 갖춘다는 전략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상하이자동차, 둥펑, 제일자동차(FAW), 장안자동차, 광저우자동차(GAC) 등 10여 개 업체의 수소차 행보는 정부 정책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중 대표라 할 수 있는 상하이자동차(SAIC)는 지난 2006년 연료전지 사업부를 발족하고 수소차 관련 기술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2016년에 중국 최초의 세단형 수소전기차인 Roewe 950을 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승용보다는 Maxus FCV80이라는 다목적 차량(MPV)을 중심으로 보조금 지원과 판매가 이뤄졌다. 이 차는 수소연료전지에 배터리를 붙여 최대 500km를 달릴 수 있고, 350bar로 3분이면 충전할 수 있다. 또 SAIC의 버스 브랜드인 SUNWIN을 통해 출시한 수소버스가 버스 노선에 투입되어 상업 운행에 들어가는 등 덩치 큰 차들을 중심으로 그 세를 불리고 있다.




상하이자동차는 2018년 6월에 연료전지시스템 연구개발을 중심으로 하는 자회사인 SHPT(상하이 수소추진 유한기술회사)를 세운 바 있다. SHPT는 상하이 자딩 구에 수소연료전지 기지를 건설해 내년부터 연간 1만2,000세트의 연료전지 스택과 시스템을 생산하는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이런 흐름은 이미 중국 산둥성에서 실현됐다. 웨이차이 그룹이 산둥에 연료전지 공장을 세우고 지난 3월 31일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 것이다. 중국 상용차 파워트레인 기업인 웨이차이가 캐나다의 연료전지 전문회사인 발라드와 합작사를 세운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 연장선에서 추진된 프로젝트로, 연간 2만 개의 연료전지 스택 생산이 가능한 세계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여기서 생산되는 연료전지는 버스회사에 우선 공급될 예정이다.



 

일본 도요타의 ‘기술 제휴’ 행보

중국의 수소차는 연료전지가 주 동력원인 넥쏘, 미라이와 달리 주행거리 연장형(Range Extender) 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연료전지와 충전이 가능한 구동용 배터리를 함께 탑재해 수소연료가 부족할 경우 리튬배터리를 차량의 동력원으로 쓸 수 있다. 이는 전기차 기술에 능숙한 중국 자동차업체들엔 낯설지 않다.


이 방식은 기존 FCEV와 비교해 개발이나 설계가 쉽고 비용도 적게 든다. 하지만 구동 배터리의 수명이 연료전지에 비해 짧고, 추가로 다는 배터리 때문에 차량 무게가 늘어나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중국은 연료전지시스템 개발을 아웃소싱에 주로 의존하고 있고, 이는 ‘베이징 SinoHytec’이나 ‘상하이 Re-Fire’ 같은 연료전지시스템 제작사와 부품회사들에 일감을 몰아줘, 이들 회사가 연구개발을 이어가면서 전문성을 쌓아가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18년 2월 둥펑에서 제작한 500대의 수소트럭에는 발라드의 FCvelocity PEM 연료전지 스택이 적용됐다. 발라드의 스택을 기반으로 Re-Fire에서 설계한 30kW 연료전지시스템이 적용된 것이다. 이 트럭은 길이 6.4m에 3.2톤의 화물을 적재할 수 있고, 1회 충전으로 330km 이상 달릴 수 있다. 




기술 제휴도 활발하다. SinoHytec은 도요타와 기술 제휴를 통해 개발한 연료전지시스템을 베이징자동차의 상용차 브랜드인 포톤(FOTON)의 수소버스에 납품하고 있고, 앞서 말한 Re-Fire도 도요타의 FCEV 부품이 들어간 연료전지시스템을 중국제일자동차(FAW)나 소주 금룡자동차에서 생산하는 상용차에 탑재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도요타의 행보다. 도요타는 외국계 업체로는 최초로 2017년 10월에 수소차 미라이를 중국에 도입해 3년간 실증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완성차 수출 정책을 버리고 연료전지의 핵심 부품을 판매하는 전략을 취하면서 광저우자동차, 제일자동차, 포톤 등과 손을 잡았다. PC가 아닌 CPU 판매에 주력하면서 전성기를 맞은 ‘인텔 인사이드’ 전략을 그대로 따른 셈이다.




도요타는 부가가치가 높은 스택 같은 연료전지 핵심 부품을 팔아 시장을 선점할 수 있고, 중국은 도요타의 선진기술을 현장에 적용해보면서 자국의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다. 그에 반해 현대차의 중국 진출은 제자리걸음이다. 2016년 사드 배치를 계기로 한중 관계가 악화된 뒤로 반전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그동안 기술 유출을 우려해 수소연료전지시스템 등 국가핵심기술로 지정·관리해온 69개 기술이 지난 4월 20일 처음으로 수출 승인을 받았지만, 이는 미국과 유럽을 상대로 한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지분 전량을 확보하면서 자회사로 들어온 쓰촨현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쓰촨현대를 기반으로 앞선 기술력을 내세워 수소 상용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아보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의 강력한 정책 추진력

주행거리 연장형 방식을 벗어나 제대로 된 수소차를 시장에 내놓겠다는 중국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상하이자동차는 2021년을 목표로 MPV 모델인 Maxus G20 FC를 출시할 계획이다. 주행거리는 550km, 충전시간은 5분, 최대 출력은 150kW를 목표로 하고 있다. 


승용 FCEV의 경우 2025년 본격 출시를 목표로 곳곳에서 개발이 한창이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에 시범 운행을 하면서 홍보 효과를 보겠다는 전략도 유효하다. 지난해 8월 연료전지 모듈 생산라인을 구축한 중국제일자동차는 세단인 홍치 H5에 이 모듈을 탑재했고, 전기차 회사인 비야디(BYD)도 2년 전부터 미국의 US Hybrid와 수소차 공동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장안자동차의 경우에는 작년 11월부터 영국의 인텔리전트 에너지와 손을 잡고 연료전지 차량을 개발 중이다. 내년에는 주행거리 연장형 FCEV를 출시한 뒤, 2025년에는 승용 FCEV를 내놓을 계획이다.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중국의 정책 추진력은 강력하다. 다수의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 공과대학 등 산학연이 똘똘 뭉쳐 FCEV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이런 집중력은 수소충전소 인프라 확대에도 큰 힘을 발휘한다. 민원이나 규제에 막혀 부지 확보조차 어려운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되는 면이다. 


상하이시는 2025년까지 관내 50곳에 수소충전소를 짓고, 2만 대 이상의 수소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우한시는 내년까지 충전소 20곳을 건설하고 수소전기차 3천 대를 생산하겠다는 단기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의 ‘수소 굴기’에는 코로나19가 유일한 걸림돌로 보인다. 




중국은 배터리로 가는 순수 전기차와 달리 수소차 핵심기술의 개발 수준은 한국이나 일본에 밀린다고 보고 있다. 또 단거리가 아닌 장거리, 소형이 아닌 대형으로 갈수록 수소전기차의 사업성이 밝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것이 상용차에 먼저 집중한 이유다. 


시장은 크다. 중국에는 1,300만 대 이상의 중대형 트럭이 있고, 환경 규제에 맞춰 수소전기차로 대체되는 시간은 더 빨라질 전망이다. 이는 유럽이나 미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반도체나 OLED 시장에서 벌이고 있는 주도권 싸움은 이제 ‘수소전기차’로도 넘어왔다. 중국과의 한 판 대결은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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