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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수소 추진 현황 ‘긴급 점검’ ② 제주의 바람, 그린 수소로 거듭난다

풍력, 태양광 미활용 전력 활용한 그린 수소 사업 시작
제주 상명풍력발전소에 500kW급 수전해 발전시스템 설치
강원도 동해에 국내 최고 2MW급 P2G 실증단지 구축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바람이 많은 제주에는 풍력발전기도 많다. 한데 이 바람이 너무 세도 문제다. 풍속이 지나치게 빨라 발전량이 급증하면 전력망에 과부하가 걸린다. 이럴 땐 ‘출력제한’을 발동해 발전기를 강제로 멈춰 세운다. 반대로 바람이 약해도 문제다. 장마철 태양광 발전소를 떠올리면 된다.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는 계절과 날씨를 탄다. 바로 이 약점을 ‘수소’로 보완할 수 있다. 


“제주는 태양광보다 풍력에 우선을 두고 발전을 하고 있어요. 바람이 너무 세서 전기 공급이 넘칠 땐 가동을 멈추는 게 낫죠. 이런 미활용 전력을 활용해서 에너지를 저장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풍력에서 나오는 전기로 수소를 만들어 저장하는 P2G(Power to Gas) 사업을 논의하고 있죠. 코로나 19가 진정되는 대로 워킹그룹 회의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제주에너지공사 연구센터 김태영 연구원의 말이다. 제주에너지공사는 지난 1월 한국중부발전,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현대자동차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풍력발전에서 나온 전기로 수소를 만들어 저장한 뒤 수소전기차나 연료전지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서다. 협약만 맺고 아직 밑그림을 그리진 못했다. 여기도 코로나 19가 걸림돌이다.


 

제주, 풍력발전을 활용한 그린 수소 생산

지난해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2018년 제주의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 중 잉여전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0.18%였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올해, 그 비율은 14.6%로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P2G 사업의 목표는 명확하다. 바로 이 잉여전력을 활용한 수전해로 수소를 만들어 저장한 뒤 필요할 때 돌려쓰자는 것이다.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방식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이렇게 생산한 수소를 ‘그린 수소’라 한다. 전기(잉여전력)로 가스(수소)를 만들다 보니, 전력회사가 주도적으로 나서 P2G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전력, 동서발전, 중부발전 같은 전력회사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는 이유다.


제주 한림에는 상명풍력발전소가 있다. 한국중부발전 제주발전본부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5월부터 그린 수소 국책과제의 현장 실증이 바로 이곳에서 진행된다. 이 과제에는 중부발전과 지필로스를 중심으로 수소에너젠, 아크로랩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가스공사, 제주대 등이 참여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일정이 조금 늦어졌어요. 지금(4월 23일) 제주 현장에 직원들이 내려가 있고, 컨테이너에 든 장비들을 배로 옮겨 5월 안에는 현장에서 시운전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지필로스 강병근 이사의 말이다. 이 말은 곧 500kW급 하이브리드 수소 변환·발전 시스템을 제주에서 만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장치는 크게 두 종류의 컨테이너박스로 구성된다. 500kW 알카라인 수전해 장치가 하나 있고, 나머지 하나는 비상전원 기능을 갖춘 10kW 연료전지, 전력변환장치, ESS(에너지저장장치)로 이뤄져 있다. 이 장비들을 3MW짜리 풍력발전기 한 대에 물려 수소를 생산하는 실증에 나서게 된다.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은 전력 생산이 일정하지 않다. 이 변동성이 전력계통의 불안정을 높여 물 분해가 일어나는 전해조 장치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일정한 전력을 전달하는 전력변환장치(PCS)가 꼭 필요하다. 지필로스가 이걸 잘 만든다. 여기에 10kW 연료전지를 더해 정전 같은 비상상황에 전기를 공급하는 안전장치로 쓰게 된다.


“풍력발전기에서 나오는 전기가 워낙 가변적이라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변수들을 잘 봐야겠죠. 제주에는 아직 수소를 나르는 튜브트레일러가 없다고 들었습니다. 시스템이 안정화되고 수소가 정상적으로 생산되면 수소드론 쪽으로 활용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 중입니다. 제주가 2년 연속으로 ‘드론 규제 샌드박스 실증도시’에 지정된 터라 수소 충전이 가능할 테니까요.”  


지난 4월 16일 제주도는 서귀포시 상모리에 있는 환태평양 평화소공원에서 수소드론을 띄워 공적마스크 600장을 가파도에 배송했다. 한 시간 뒤에는 마라도 선착장으로 마스크 300장을 날려 보냈다.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의 DS30 수소드론에 쓸 수소 연료를 한림의 풍력발전기로 만들 날이 머지않았다. 

 

한국동서발전, 동해 P2G 실증단지 구축사업

그린 수소 생산을 위한 P2G 사업은 이제 막 발을 뗐다. 실증을 위한 본격적인 연구는 지난해 시작됐다고 보면 된다. 2018년 기준으로 발전원별 설비 용량을 보면 풍력은 전체 발전설비 중 1.2%, 태양광은 6%다. 설치 비율로 보면 태양광이 크게 앞선다. 이 태양광을 활용한 P2G 연구개발 사업이 처음 시작된 곳은 바로 강원도 동해다. 


‘국내 최초 MW급 P2G 실증단지 구축’ 사업으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485억 원이 투입된다. 한국동서발전이 운영하는 동해바이오화력본부에서 진행되는 사업으로, 크게 2단계로 나뉜다. 1단계 사업은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수소 생산과 저장 기술 개발, 2단계 사업은 에너지믹스 그리드와 연계한 실증 플랜트의 구축과 운영을 목표로 한다. 


“현재 진행 중인 1단계 사업은 2022년 4월까지로 잡혀 있어요. 이 사업에 총 15개 업체와 기관이 참여하고 있죠. 태양광에 알카라인 수전해 장치와 PEM 수전해 장치를 붙여서 그린 수소를 생산하게 됩니다. 주변장치인 BOP부터 이것저것 챙길 게 많죠. 이렇게 생산된 수소에 동해본부의 바이오가스 플랜트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더해서 메탄(CH4)을 제조하는 메탄화 공정 모듈화 기술도 개발하게 됩니다.” 동서발전 동해바이오화력본부 김주헌 사업개발파트장의 말이다.


메탄은 천연가스의 주성분이다. 수소에 이산화탄소를 반응시켜 만든 메탄은 일반 연료처럼 쓸 수 있다. 또 수전해로 생산한 수소를 차세대 수소저장 기술인 LOHC(액상유기수소운반체)로 저장하는 것도 1단계 사업에 든다. 한전에서 LOHC 중 하나인 디벤질톨루엔을 촉매와 반응시켜 시간당 20N㎥의 수소를 저장하는 실증에 성공한 바 있다. 20N㎥에는 수소 1.8kg 정도가 들어 있어 저장 효율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이런 시도를 통해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다. 




동해에는 2.4MW 해파랑길 햇빛발전소가 있고, 지난해 11월에는 동해화력 안에 2MW의 태양광 설비를 준공했다. 또 올해 10월부터 동해 북평국가산업단지 내 유휴 부지에 2.4MW 규모의 태양광 설치 공사가 시작된다. 삼척·동해 수소융복합 클러스터에 드는 이곳 구호동 일대에서 P2G 실증사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부하변동 대응형 수전해 스택 개발이 목표입니다. 태양광은 초기에 전압이 오락가락해요. 부하변동이 심하죠. 수전해 장치로 알카라인과 PEM 두 가지를 설치하게 돼요. PEM 수전해 장치는 부하추종 능력이 우수하기 때문에 초기 대응에 좋아요. 전력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덜한 시간대에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면서 용량이 큰 알카라인 수전해 장치를 써서 재생에너지의 이용을 극대화하는 하이브리드형 수전해 시스템으로 보시면 됩니다.”


한국전력, P2G 기반 마이크로그리드 실증사업

한국전력과 울산테크노파크가 중심이 되어 추진 중인 ‘P2G 기반 한전 마이크로그리드 실증사업’도 있다. 마이크로그리드는 전력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작은 단위의 소규모 독립형 전력망을 뜻한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원과 에너지저장장치가 융복합된 소규모 스마트그리드 시스템 및 스마트 빌딩 구축을 위한 실증사업으로 볼 수 있다.


울산테크노파크에 태양광을 설치한 후 여기서 나오는 여유 전력을 활용해 그린 수소를 생산하게 된다. 이 수소를 활용해 수소전기차를 충전하거나 연료전지 발전을 통해 주변 빌딩이나 아파트 등에 전기와 열을 공급하는 시스템 실증사업이다. 연료전지의 경우에는 울산테크노파크 안에 있는 기존 인산형 연료전지(PAFC)를 활용하게 된다.


한전의 마이크로그리드 실증사업은 계통 연계에 중점을 두고 진행되는 사업이다. 수전해 1MW, 태양광 발전 1MW, 연료전지 200kW(기존), ESS 0.5MWh 규모로 총 193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2019년 5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추진된다. 수전해만 놓고 보면 1MW급으로 규모가 작을 뿐, 동해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이곳에도 알카라인 수전해와 PEM 수전해를 함께 설치해 효율과 경제성을 따져보게 된다. 




한전 전력연구원의 이학주 책임연구원은 “울산테크노파크에서 실증을 거쳐 표준 모델을 확보한 후 사업화 여부를 평가하게 된다”며 “여기서 나온 자료를 토대로 정부 과제인 2단계 그린 수소 사업을 전남 나주에서 진행한다고 보면 맞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전력과 전라남도, 나주시는 지난해 9월 ‘그린 수소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마이크로그리드는 대규모 전력망이 가진 문제점을 해결하거나 보완할 수 있다. 갑작스런 정전사태에 대비할 수 있고, 생산과 소비의 불일치에 따른 발전원 입지 문제, 기피 전력시설에 따른 지역 갈등과 보상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태양광의 여유 전력을 활용한 그린 수소 생산은 환경뿐 아니라 에너지의 저장과 활용 측면에 큰 이점이 있다.

 

전라북도, 새만금 그린 수소 생산 클러스터

P2G 사업은 재생에너지와 붙어서 간다. 재생에너지 설비가 많은 곳에 수전해 시설을 붙여 수소 생산을 늘리게 된다. 이런 대규모 그린 수소 생산 클러스터로 주목받는 곳은 단연 ‘새만금’이다. 정부는 작년 12월부터 ‘새만금 그린 수소 생산 클러스터 구축사업’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며, 그 결과는 올해 5월에 나온다. 


이 사업은 전북의 최대 현안 중 하나로, 이미 지난해 8월 중장기 로드맵인 ‘전라북도 수소산업 육성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국내 그린 수소 생산 1위 달성, 그린 수소 산업 전주기 생태계 조성, 수소 저장과 수소상용차 산업 선도라는 비전을 세우고, 4대 추진 전략에 따른 27개 세부 과제를 담았다. 바로 이 4대 추진 전략 중 첫 번째가 ‘그린 수소 생산저장 실증과 상용화 거점 조성’이다. 




정부가 총 3GW에 이르는 세계 최대 수준의 ‘새만금 재생에너지단지’를 조성하기로 한 만큼 향후 P2G 사업의 거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3GW에는 육상태양광 0.7GW, 수상태양광 2.1GW, 풍력 0.1GW, 연료전지 0.1GW가 포함된다. 발전 규모가 가장 큰 수상태양광 사업에만 4조6,000억 원의 민간자금이 들어간다. 


전북은 군산에 있는 육상풍력단지(발전기 10기, 750MW)를 활용해 조기에 그린 수소 생산과 저장 실증 기반을 구축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또 수소 기반 에너지저장장치(HESS)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이동형 수전해장치 개발과 실증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전북은 4대 추진 전략을 통해 연간 그린 수소 7만 톤(2030년)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수소전기차 35만 대 이상을 굴릴 수 있는 양으로, 예정대로 사업이 진행될 경우 정부가 추진 중인 ‘신재생에너지 3020’ 정책에 따른 환경 개선 효과를 톡톡히 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수전해 방식으로 생산한 그린 수소는 재생에너지의 저장과 활용 측면에서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업계에서 자주 드는 비유 중에 “우유가 전기라면 치즈는 수소다”란 말이 있다. 우유는 바로 마실 수 있지만 치즈는 그렇지 않다. 시간과 품을 들여 가공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오래 저장해두고 먹기 위해서다. 그린 수소 사업이 주목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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