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리 주비(Lee Juby) 박사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영국 러프버러에 본사가 있는 인텔리전트 에너지(Intelligent Energy)의 최고영업책임자이자 엔지니어였다. 

“영업을 잘하는 엔지니어”라면 물을 게 많겠다 싶었다. 그래서 질문 리스트를 길게 뽑아 이메일을 보냈다. 답변서가 조금 늦게 왔다. 그래도 좋았다. 공들여 꼼꼼히 작성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리 주비 박사는 세계 곳곳을 돌며 클라이언트를 상대했다. 그래서 나라마다 ‘개인적으로’ 느낀 점이 있으면 솔직히 말해달라는 질문을 슬쩍 끼워서 보냈다.

“중국에서 지적재산권을 보호받으면서 공급망과 생산 능력을 키우려면 현지 협력업체가 꼭 필요하다”고 했고, “미국은 규제가 단순하면서도 느슨한 특징이 있다”고 했다. 또 유럽은 건설 부문에서 연료전지 기술을 널리 채택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내용보다 더 큰 관심을 끈 건 BOC 사의 지니(Genie) 수소용기였다. 린데에 인수된 후로는 ‘린데의 지니 실린더’로 불렸다. 

크기는 캠핑용으로 나온 LPG 연료통처럼 아담했다. 수소드론의 실린더에 밸브를 체결한 뒤 레버를 트는 것만으로 300bar 충전이 됐다. 혼자서 편하게 운반할 수 있고, 액정의 수치를 보며 누구나 손쉽게 충전할 수 있는 신통방통한 물건이었다.

그런데 한국에선 ‘지니 실린더’로 수소를 충전할 수 없다. 불법이다. 안전을 위해 수소 충전은 수소차에만 허용하고 있다. 수소충전기를 개발한 샘찬에너지의 안광찬 대표는 “넥쏘의 연료가 다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충전 시험을 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아무리 똑똑한(Intelligent)한 에너지도 엄격한 규제 앞에서는 평범한 에너지에 지나지 않는다. 요술램프 속 지니를 아무 때나 불러내려면 좀더 느슨해질 필요가 있다. 

정부가 지난 4월 23일 ‘친환경차 분야 선제적 규제혁파 로드맵’을 발표했다. 규제혁파 대상에는 수소전기차 관련 24개 항목이 포함된다. 현실에 맞지 않는 배출가스 정밀검사를 없애고, 수소차 전용보험도 개발하고, 튜브트레일러의 압력기준 제한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다 좋다. 바라건대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선제적으로’ 혁파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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