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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수소충전소, 아직은 흐림

서울 상암충전소, 승압공사 마치고 재개장 준비 중
부지 선정 어려움, 운영비 적자가 큰 걸림돌
올해 충전소 7기 추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지난 3월 12일이었다. 상암충전소가 재개장을 앞두고 시운전 중이라는 말에 하늘공원으로 향했다. 민트색과 하늘색의 조합이 산뜻한 ‘신상’ 디스펜서가 맨 먼저 눈에 들었다. 과거 홀쭉한 350bar 디스펜서에 비하면 확실히 몸집이 불었다. 라이트급 복서가 헤비급 복서로 탈바꿈한 것만 같았다. 


이젠 승압을 해서 700bar를 소화한다. 개장도 하기 전에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흰색 넥쏘 한 대가 들어온다. 상암충전소 직원이 며칠 전에 다녀간 여자 분이라며 알은 체를 한다. 


“개장을 앞두고 시운전 중이라 시험 삼아 연료를 무료로 넣어드리고 있어요.”  




수소를 넣을 땐 시동을 끄고 차에서 모두 내려야 한다. 마스크를 쓴 직원이 바퀴에 접지를 하고 충전기 노즐을 체결한다. RF카드에 터치를 하고 녹색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충전이 시작된다. 일반 주유와 크게 다를 바 없다. 5분 정도면 끝난다. 상암충전소를 책임지는 이승민 소장이 옆에 서서 충전량과 시간 등을 꼼꼼히 기록한다. 이날 한 시간 동안 다녀간 차는 모두 3대다.

 

국내 첫 온사이트형 수소충전소

상암 수소충전소는 연구용으로 시작됐다. 난지도 쓰레기 매립지에서 나오는 메탄가스에서 수소를 생산·공급하는 온사이트(on-site)형으로 시민 편의를 위해 민간에 개방하다 이번에 새롭게 리뉴얼 공사를 마쳤다. ‘국내 첫 온사이트형 상업용 수소충전소’라는 타이틀은 지금도 유효하다. 


서울시는 지난해 4월 ‘상암수소스테이션 승압설비 제작구매 설치’를 공고한 뒤 최종 사업자로 제이엔케이히터를 선정했다. 난지 매립지에서 나오는 메탄만으로는 늘어난 수요를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수소 공급량을 늘리려면 천연가스(도시가스) 개질을 통한 수소 생산이 필요했고, 여기에 제이엔케이히터의 수소추출기를 활용하기로 했다.


겉보기엔 디스펜서만 바뀐 것 같지만, 뒤쪽에 마련된 설비를 돌아보면 말이 달라진다. 새로 들인 450bar 압축기 뒤편에 하루 250kg의 수소를 추출할 수 있는 제이엔케이히터의 HIIS-250이 자리하고 있다. 또 기존 721L 용기 바로 옆에 553L 규모의 고압용기 2기를 새로 설치했다. 저압은 주황색, 고압은 흰색이라 딱 구분이 된다. 그 앞에 900bar를 소화하는 고압압축기 한 대가 놓여 있다. 




이날 시험 충전에 참여한 차주 중에는 전직 프로레슬러였던 김남훈 씨도 있다. 그는 15년간 스포티지를 몰다 넥쏘로 갈아탔다. 차는 아주 만족해하면서 잘 타고 있다. 다만 충전이 문제였다. 일산에 거주하는데 차량 구입 당시만 해도 반경 100km 안에 충전소가 딱 3개였다. 상암, 양재, 안성. 


“양재충전소에 들렀다가 가스가 없으면 고속도로를 타고 바로 안성으로 달렸죠. 다행이 고향이 평택이라 부모님을 뵈러 자주 갔어요. 충전 덕에 효자 노릇을 했죠. 상암은 리뉴얼을 하고 나서 처음 방문했는데, 풀 충전이 되네요. 구형일 땐 350bar라 절반만 찼거든요. 완충 후에 이동가능 거리가 602km나 찍힌 건 저도 처음 봅니다.” 


수소추출기와 함께 눈여겨볼 장비가 디스펜서다. 보통 독일이나 일본제 수입품을 쓰지만, 상암에는 제이엔케이히터가 국내 중소기업인 샘찬에너지와 협력해서 개발한 700bar급 디스펜서를 처음 적용했다. 시험 운전과 테스트를 거쳐 시스템 안정성이 확보되는 대로 개장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양재충전소가 문을 닫은 사연

김남훈 씨가 한때 자주 드나들었다는, 서초구 양재시민의숲 건너에 있는 양재충전소는 현재 문을 닫았다. 지난해 12월 5일 수소충전소가 부족하다는 차주들의 성화에 운영시간을 늘리기로 했고, 그 후 8일 만에 고장이 났다. 오래된 시설에 많은 차량들이 몰리다보니 설비에 과부하가 걸린 탓이다. 


그도 그럴 것이 2018년에 84대에 불과하던 서울시 등록 수소전기차는 작년에 599대로 613%나 늘었다. 양재IC 근처라 타 지역 차량들이 잔뜩 몰리다보니 정작 서울의 차주들은 안성으로 ‘원정 충전길’에 올라야 했다. 연말에 복구가 완료되면서 한때 충전이 가능했지만, 이후 고장이 장기화되면서 충전 설비를 전면 교체하는 쪽으로 결정이 났다. 


양재충전소는 현대차가 운영한다. 현대차는 수소에너지네트워크(하이넷) 주최로 민간 공모 신청을 받아 올해 말 개장을 목표로 리뉴얼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재개장 후에는 국회충전소와 같은 유료 형태로 운영된다.

그 후 서울의 수소전기차 차주들은 국회 수소충전소만 바라봤다고 보면 된다.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규제 샌드박스 1호로 작년 9월 10일에 설치된 국회 수소충전소는 반년이 조금 지난 2월 23일 기준으로 누적 충전 1만35대를 기록했다. 1만대 충전에 근 6개월이 걸린 셈이다. 




국회충전소는 휴무 없이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현대차 넥쏘를 1회 4kg 충전한다고 보면 시간당 5대, 하루 평균 70대 정도가 다녀간 셈이다. 이를 한 달로 단순 계산해도 2,100대다. 실제로 지난해 12월에 월 방문 차량이 처음으로 2천대를 넘어섰다. 양재충전소에 과부하가 걸린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올해 수소충전소 7개 확충 계획

상암충전소가 개장하면 서울의 수소전기차 차주들에겐 그나마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다만 긴 대기시간을 감내하며 무료로 충전하던 지난날의 추억은 핸드폰 사진으로만 남게 됐다. 국내 수소가격은 지역별로 편차가 있는데, 서울은 가장 비싼 1kg당 8,800원을 받는다. 이마저도 수소충전소 운영업체 측엔 적자에 든다.


서울시는 최근 수소전기차 보급 목표를 내놨다. 올해 수소전기차는 1,250대를 도입하고, 수소충전소는 7개소를 구축하기로 했다. 예산도 확보했다. 478억4,500만 원을 들여 수소승용차에는 대당 3,500만 원, 수소버스에는 대당 3억 원의 구매보조금을 지급한다. 보조금은 배출가스 5등급 차량 폐차 후 수소승용차를 구매할 경우 우선 지원된다. 경기도 거주자이긴 하나, 김남훈 씨의 사례가 여기에 든다.




서울시가 지난해까지 보급한 수소전기차는 총 584대로 모두 넥쏘로 보면 된다. 현재 서울에는 상암, 양재, 국회 세 곳에 충전소가 마련되어 있고, 올해 안으로 7개를 더 확충해 10개로 불린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민간협력 방식 3개소, 민간공모 2개소, 시 자체 구축 2개소가 들어 있다. 


그중 한 곳이 바로 강동구에 들어서는 GS칼텍스의 수소충전소다. GS칼텍스는 지난해 강동구 상일동 443-9번지에 휘발유·경유를 포함해 LPG·수소·전기 충전이 모두 가능한 ‘토털 에너지스테이션’ 건립에 나섰다. 현대차와 협력해서 구축하는 수소충전소의 명칭은 ‘H 강동 수소충전소(GS칼텍스)’로 올 상반기 준공을 앞두고 있다. 서울 강동구나 경기도 하남에 거주하는 넥쏘 차주에겐 희소식이다. 


올 하반기 개장을 목표로 추진 중인 서울시 사업 중, 하이넷과 진행하는 탄천물재생센터, 에코바이오홀딩스와 진행하는 서남물재생센터 수소충전소 사업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하지만 시 자체 사업으로 60억 원을 들여 강서·진관 공영차고지 두 곳에 수소충전소를 세우는 계획은 주민 반발이 거세다. 


서울시는 수소전기버스 한 대를 도입해 405번 노선에 시범 운행한 적이 있다. 염곡동에서 서울시청까지 43km 구간을 하루 5회씩 10개월간 운행했다. 버스는 고장 한 번 없었지만, 충전이 문제였다(이 버스는 지난해 8월까지 운행했고, 당시만 해도 양재충전소를 이용했다). 서울시는 수소버스 30대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강서공영차고지에 온사이트형 충전소를 구축하려 했지만, 주민 반발에 부딪혀 포기해야 했다.


일단 서울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정부의 수소경제 로드맵에 맞춰 4천 대 이상의 수소전기차 보급과 15기 이상의 수소충전소 설치를 추진하고 있고, 수소버스를 시내 노선에 투입하려면 수소충전소 구축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규제 샌드박스 1호 국회충전소

아침 일찍 국회 수소충전소를 찾는다. 경찰 수소전기버스 한 대가 충전을 마치고 나자 이어서 넥쏘 한 대가 들어온다. 국회충전소는 상징성이 있다. 규제 샌드박스 1호 사업으로 승인을 받자마자 국회·정부 등이 나서 인허가부터 최종 완공까지 7개월 만에 일을 마무리했다. 여의도 도심 한복판, 그것도 국회 바로 앞 충전소 시설이 별 문제없이 운영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소에너지는 고압가스법의 규제를 받는다. H 강동 수소충전소만 해도 상일초, 상일미디어고 등이 학교보건법 6조에서 정한 상대정화구역(직선거리 200m) 안에 위치해 한 차례 인허가가 미뤄진 적이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화 통화에서 충전소 건립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부지 확보’를 꼽았다. “업체가 충전소 부지를 확보하려면 최소 1년 이상은 걸립니다. 기존 LPG나 CNG 충전소 옆에 설치해서 복합으로 가는 게 그나마 쉽죠. 도심에서 LPG충전소를 운영하는 분들은 수소충전 설비를 추가로 설치하는 데 별 거부감이 없어요. 운영 노하우도 있고, 인건비도 아낄 수 있어서 장점이 있죠.”


규제는 조금씩 풀리고 있다. 올 4월부터 복층 구조의 충전소 설치가 허용되고, 개발제한구역 안에 수소 제조를 겸한 융합충전소 설치도 가능해진다. 올해 정부가 세운 목표도 뚜렷하다. 국민들이 수소경제를 체감할 수 있도록 수소전기차 1만대(누적)를 보급하고, 수소충전소 100기를 새로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또 수소 도매가격을 25% 인하해 충전소 운영에 현실적인 도움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정책도 정부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 리뉴얼된 상암충전소의 경우 700bar로 하루 30~40대의 충전이 가능하다. ‘H 강동 수소충전소’는 국회충전소와 비슷한 규모로 하루 70대 이상 충전이 가능할 전망이다. 상반기에 이렇게 세 곳의 충전소가 제대로 돌아가기만 해도 서울의  차주들은 한시름을 놓게 된다. 


올해 수소충전소 7기 추가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그래도 하반기에 양재충전소가 문을 열고, 탄천물재생센터(강남구 일원동)와 서남물재생센터(강서구 마곡동)에 수소충전소가 개장하면 넥쏘의 연료 게이지를 보며 가슴을 쓸어내릴 일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연료 채우러 톨비 내고 안성까지 달렸다”는 말은 이제 추억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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