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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버스제조사, 수소버스 생산 가능할까?

현대차 올해 안에 연료전지 시스템 판매 계획
중소·중견 전기버스 회사, 수소버스 생산길 열려 있어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국회 앞 대로변에 경찰 수소버스 한 대가 서 있다. 시동을 걸고 공회전 중이지만, 배기가스 걱정은 없다. 오히려 도심 대기 환경에 도움이 된다. 수소버스 한 대가 정화하는 미세먼지의 양은 중형 디젤 승용차 40대에 해당한다. 


버스 로고 위에 ‘ELEC CITY’란 문구가 보인다. 일렉시티는 현대차의 전기버스, 수소버스 라인업 모델명이다. 버스 상단에 붙은 ‘친환경 수소전기버스’에서 ‘수소’ 한 글자를 빼면 전기버스다. 수소를 연료로 하는 점이 다를 뿐, 전기로 움직이는 점은 동일하다. 


지난 2018년 11월로 기억한다. 서울시는 1711번 지선에 전기버스를 처음 운행했다. 또 다음 달에는 405번 간선버스에 ‘꼬마버스 타요’를 꼭 닮은 수소전기버스를 운행했다. 색깔만 다를 뿐 현대의 일렉시티 모델이다. 이 수소버스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 셔틀버스로 처음 데뷔했다. 또 그해 10월 22일 전국 최초로 울산 시내버스 정규 노선(124번 버스)에 투입되기도 했다.



 

버스용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공급 협약

작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팔린 저상 전기버스는 총 583대다. 이중 현대차가 211대로 가장 많고 에디슨모터스(168대), 우진산전(47대), 자일대우상용차(10대)가 그 뒤를 잇는다. 에디슨모터스의 전기버스는 ‘E-화이버드’, 우진산전은 ‘아폴로’, 자일대우상용차는 ‘BS110EV’란 모델명을 달고 있다. 나머지 146대는 중국산으로 보면 된다. 하이거의 ‘하이퍼스’와 포톤의 ‘그린어스’, 중통의 ‘매그넘’ 등이 여기에 든다.


작년 10월 15일 경기도 화성에 있는 현대·기아차기술연구소에서 ‘미래차산업 국가비전 선포식’이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등이 참석한 대규모 행사로, 바로 그날 현대차는 에디슨모터스, 우진산전, 자일대우의 임원들과 한 테이블에 앉아 ‘버스용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공급 협력 업무협약’을 맺었다.


뜻이 좋았다. 현대차가 개발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활용해 국내 중소·중견 버스 제작사들이 자체적으로 수소전기버스를 생산하는 길을 터주기 위한 상생 협약 자리였다. 당시 그 자리에 배석한 버스업체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현대차, 산자부와 함께 수소버스 확대 방안에 대한 논의를 했어요. 현대차가 전기버스 회사에 연료전지 스택을 공급할 의향이 있다고 했고, 우리는 스택만으로는 어렵다, 연료전지 시스템 전체를 통으로 받아서 가도록 해달라고 요청한 기억이 납니다. 현대차 쪽에서도 수소버스 공급 확대를 위해 그럴 의향이 있다고 했고,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협약으로 좋은 사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업무협약 이후로 다섯 달이 지났지만, 아직 진전된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그동안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현대차로부터 7대의 수소버스를 들이기로 결정했다. 경쟁 입찰 공고를 냈지만, 사실상 현대차 외에는 참여사가 없어 2회 유찰 끝에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계약을 맺었다. 


인천공항공사가 수소버스 7대 구매 예산으로 잡은 비용은 48억 원이다. 대당 7억 원에 못 미치는 금액으로 8억3,000만 원에 이르던 초기 가격에 비하면 확실히 싸졌다고 볼 수 있다. 올해 수소버스 구매보조금으로 국비 3억 원을 지급하는 만큼, 대당 3억 원대에 구매가 가능한 셈이다.

 



현대차, 올해부터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판매

수소버스에 비하면 전기버스가 확실히 싸다. 전기버스의 가격은 대당 3억 원 후반에서 4억 원 초반으로, 2억5,000만 원 내외의 보조금을 받을 경우 1억에서 1억5,000만 원 사이에 구매할 수 있다. 


사실상 정부나 지자체의 보조금 정책이 없으면 친환경 차량의 보급은 불가능하다. 전기버스만 하더라도 천연가스를 연료로 하는 CNG버스와의 경쟁에서 밀린다. 규모의 경제를 갖춰 자생력을 기를 때까지 정부의 지원은 불가피하다. 현대차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미래 전략 사업으로 수소전기차 개발에 오랫동안 공을 들였고, 95kW 연료전지 스택이 들어간 넥쏘를 내놓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넥쏘의 연료전지 스택 2개가 일렉시티 수소버스에도 들어간다. 


‘승용’과 ‘상용’은 체급이 다르다. 단순히 스택 수만 늘린다고 될 일이 아니다. 수소탱크 용량을 늘리고, 주변장치도 새로 만들고, 구동 모터와 배터리도 손봐야 한다. 구동 제어를 위한 소프트웨어와 전력 관리 부품 개발에도 품이 든다. 




“현대 측 말로는 넥쏘에 들어가는 스택을 붙여서 가는 방식이 아니라, 상용차용 스택과 주변 장치를 따로 만들어서 프로그래밍을 하고 내구성을 검증하는 데 꽤 시간이 걸린다고 하더군요. 그 기간을 한 3년 정도로 잡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넥쏘에 들어가는 연료전지 스택의 수명이 16만km예요. 이걸 일반 버스에 적용하면 얼마나 갈까요? 2년은 몰 수 있을까요? 전 어렵다고 봅니다.”


현대차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서울의 405번 ‘타요’ 간선버스는 딱 10개월만 운행했다. 경찰 수소버스는 달릴 때보다 서 있을 때가 많다. 같은 상용차라도 버스보다 트럭은 더 큰 출력을 필요로 한다. 현대차는 여수광양항만공사와 지난 2월 수소전기트럭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현대차가 물류 운송용 수소트럭을 개발해 광양항에서 부산까지 왕복 320km 구간을 운행하는 시범사업을 하기로 한 것이다. 그 실증 기간을 2023년으로 맞춘 건 우연이 아니다. 


다만, 지난 3월 19일 현대차그룹 주주총회에서 이원희 현대차 사장이 수소전기차를 두고 한 말은 새겨둘 만하다. 그는 “올해부터는 차량뿐 아니라 연료전지 시스템 판매를 본격화하고, 관련 인프라 구축사업 협력을 통해 수소산업 생태계 확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올해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팔 생각이 있다. 그 수요처가 전기버스를 만드는 우진산전이나 에디슨모터스가 될 수도 있다. 

 

중국의 약진, 발라드의 연료전지 시스템

이웃나라 일본과 중국도 수소전기버스에 관심이 많다. 일본 도요타는 2017년 수소버스 2대를 시내버스 노선에 투입했고, 2018년 3월에는 수소전기버스 소라(SORA)를 양산한 바 있다. 중국은 투 트랙 전략을 쓴다. 도심과 단거리 이동에 필요한 세단은 전기차 중심, 버스나 장거리 물류 운송은 수소전기차 중심으로 돌아간다. 


중국의 상하이자동차그룹은 2017년 수소전기 미니버스인 Maxus FCV80을 출시했고, 중국 최대 버스 제조사 위퉁(宇通)은 2018년에 수소버스 20대를 투입해 실증 사업을 벌인 바 있다. 중국은 한국과 일본에 비해 연료전지 기술이 떨어진다는 평이지만, 부족한 기술력을 발 빠르게 보완하는 그들만의 방식이 있다.  


중국은 캐나다 발라드사의 연료전지 시스템, 도요타의 연료전지 스택 등을 제공받아 전기차 기술에 접목하면서 자체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자금력도 풍부하다. 중국 내 최대 디젤엔진 업체인 웨이차이 파워는 발라드와 ‘웨이차이 발라드’라는 합작사를 설립하고 중국 산둥성에 수소연료전지 스택과 모듈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공장은 올해 상반기에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이 공장은 3월 31일에 공식 가동에 들어갔다). 


또 상하이자동차그룹은 수소전기차에 집중하기 위해 2018년 6월 SHPT(상하이 수소추진기술 유한회사)를 설립해 3세대 연료전지 시스템을 개발한 바 있다. 셀 스택 전력이 115kW에 이르고 영하 30℃의 낮은 온도에서 자동차를 시동할 수 있다. 중국은 여러 회사들이 전기버스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유럽 또한 ‘JIVE(유럽 전역의 수소차량을 위한 공동 이니셔티브) 프로젝트’를 통해 수소전기버스 보급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18년 1월에 두 번째 프로젝트가 시작되어 올해 초까지 유럽 전역 22개 도시에 약 300대의 수소전기버스를 배치하게 된다. 




발라드는 ‘JIVE 프로젝트’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벨기에의 반 호르(Van Hool), 폴란드의 솔라리스(Solaris Bus & Coach), 북아일랜드의 라이트버스(Wrightbus), 네덜란드의 VDL Bus & Coach 등 유럽 버스 제조사에 연료전지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특히 솔라리스는 발라드의 8세대 최신 모듈인 FCmove를 최초로 장착한 Urbino 12 수소버스를 작년 6월에 출시한 바 있다.

 

올해 수소전기버스 보급 목표는 180대

미국의 플러그파워도 발라드와 유사한 전략을 구사한다. 플러그파워는 지난해 4월 연료전지 시스템인 30kW급 ProGen 엔진을 출시해 큰 주목을 받았다. 플러그파워는 ProGen 엔진을 DHL 배송트럭 등에 공급하고 있으며, 출력을 크게 늘린 125kW ProGen 엔진을 올해 3분기에 출시해 5톤 이상의 중형트럭이나 시내버스 제작사에 공급할 예정이다. 


캐나다의 발라드나 미국의 플러그파워는 완성차 업계가 아닌, 연료전지 시스템 제작사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일본의 도요타처럼 완성차 업체가 주축이 되어 연료전지의 핵심 장비와 부품을 같이 생산한다. 현재 현대모비스가 충북 충주에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연료전지 모듈 전용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수소전기버스는 전기버스의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폴란드의 솔라리스만 해도 수소연료전지에 기반 한 레인지 익스텐더(Range Extender)를 장착한 배터리 버스를 개발하면서 처음으로 수소의 경험을 얻었다. 




무엇이든 첫 시작이 어렵다. 상용차로 갈수록 수소는 전기와 충돌하지 않는다. 서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올해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수소버스 보급 목표는 2019년 누적 15대에서 2020년 누적 195대, 2022년 누적 2,000대에 이른다. 이 계획대로라면 올해 180대 보급이 목표다. 인천공항공사에서 구매하기로 한 7대의 버스도 여기에 든다. 


현대차는 아직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중소·중견 버스업체들은 지난해 맺은 업무협약에 내심 기대를 걸고 있다. “연료전지 시스템 판매와 기술 이전이 함께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을 밝히기도 하지만, 밥상에 음식이 다 차려질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것도 올바른 대처는 아니다. 국내 전기버스 업체엔 ‘수소’가 또 다른 기회일 수 있다. 업무협약서 문구를 찬찬히 읽어보면서 서로 ‘상생’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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