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수소연료전지 기업들이 내수 공급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다. 대표 품목은 말할 것도 없이 수소전기차다. 현대는 넥쏘에 이어 수소전기트럭 수출에 나섰고, 넥쏘의 경우 올해 1천대 수출을 목표로 잡고 있다. 여기에 수소드론과 연료전지 기업이 가세하면서 수출 전략의 밑그림에 조금씩 색을 입혀가는 중이다.

미국·아프리카로 진출하는 DMI의 수소드론

지난 1월 미국 LA에서 열린 세계가전전시회(CES 2020)에서 단연 주목을 받은 건 현대차그룹이 선보인 개인 비행체(PAV)였다. S-A1란 이름이 붙은 이 비행체는 우버와 맺은 ‘도심항공 모빌리티 사업 추진을 위한 협약’의 상징이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을 5명이나 태우고 나는 이 비행체는 아직 ‘콘셉트’에 불과했다. 상용화된 제품을 논할 땐 ‘드론’이 몇 걸음 앞선다.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DMI)의 수소전기드론 DS30은 S-A1의 축소모형 같다. DMI은 이 제품을 CES 2020에 출품해 ‘드론·무인시스템’ 부문에서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DS30은 연료전지 팩을 달고 2시간 이상 비행을 구현하면서 20~30분에 불과한 배터리형 드론의 비행시간을 극복했다는 평을 받았다.  

▲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의 DS30_ DMI View 앱을 통해 실시간 잔여 수소량, 전압, 전류 등 파워팩의 성능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경로 지정 자동비행, 수소연료가 부족할 경우 이륙 지점 자동복귀도 가능하다.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은 CES 2020 현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 드론 솔루션 개발 업무협약을 맺고 미국시장 진출을 알렸다. 또 MS와 업무협약을 맺기 일주일 전 미국의 현지 업체 2곳과 손을 잡았다. 수소공급 업체인 ReadyH2, 미국 공공안전 드론 운영서비스 기업인 Skyfire가 그 주인공이다. DMI 김지영 부장의 말을 들어보자.

“ReadyH2와는 DJI Airworks 2018 행사장에서 처음 만났어요. 우리가 전시한 연료전지 팩에 큰 관심을 보이더군요. ReadyH2는 미국에서 DMI의 수소공급과 수리센터 업무를 맡게 돼요. 통신장비 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Fortress Solutions의 자회사인데, 제품 수리에도 상당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죠.” 

Skyfire는 드론 운영서비스 기업으로, 지난해 11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와 함께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에서 43마일(69km) 떨어진 섬에 혈액을 운반하는 시연을 한 적이 있다. 이 프로젝트를 DMI가 성공시키며 큰 신뢰를 얻었고, 이를 계기로 협약을 맺고 미국 내 파이프라인 점검 프로젝트를 준비하게 됐다.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업은 현재 순조롭게 진행 중입니다. MS의 클라우드 플랫폼인 애저(Auzure)를 활용한 수소드론 솔루션은 이미 개발을 마쳤죠. DMI의 데이터를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MS의 클라우드 서버에 전송하고, 이를 드론을 조종하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방식입니다.” 

AI를 활용한 태양광 발전소 수소드론 관리 솔루션도 올해 말 출시를 목표로 현재 개발 중이다. 태양광 발전소를 드론으로 촬영한 다음, MS 애저의 AI기술로 문제가 있는 패널을 자동으로 분석해 고객이 쉽게 점검하게 하는 방식이다. 드론의 비행시간이 늘면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아진다. 서울만 해도 2시간이면 어디든 다 보낼 수 있다.

▲ 비행시간이 늘면 대규모 논경지 관리도 가능해진다.(사진=DMI)
 

두산퓨얼셀의 발전용 연료전지

미국은 땅이 넓어 하늘에서 점검할 게 많다. 그 활용 분야를 보면 산림의 병해충·산불 감시, 송전선·송전탑 점검, 태양광·풍력 발전소 점검, 물류 배송, 치안 유지 등 활용도가 높다. 미국은 현재 산업용 드론의 활용이 가장 활발한 시장으로 통한다. 2024년에는 그 규모가 연간 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땅 크기로 보면 아프리카도 뒤지지 않는다.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은 지난 2월 5일부터 사흘간 르완다 키갈리에서 열린 ‘아프리카 드론 포럼(ADF)’에 참석했다. 국토교통부의 주도로 국내 10개 드론업체와 민관 합동 대표단이 참여해 ‘대한민국 드론관’을 열고 10개 업체의 부스를 운영한 바 있다.

▲ ADF 개막 하루 전, 르완다 서부 국경지역 키부(Kivu)호 인근에서 시범 비행 중인 DS30.(사진=DMI)

“아프리카 시장은 아주 중요합니다. 긴급 구호품이나 의료품 배송 사업은 이미 시작됐고, 선진국보다 규제 면에서 자유로워 사업 환경이 좋은 편이죠. 응급물자 배송에 비행거리가 긴 수소드론은 물류 혁신을 제공할 수 있어요. 현재 아프리카 정부, 세계은행과 협력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전략으로 가고 있죠.”

수소 공급도 중요하다. DMI는 아프리카에서 나는 가스를 개질해 수소를 생산하고, 고압의 수소를 해상으로 이송하는 방식 등을 아프리카 정부와 논의하고 있다. 여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영국의 에너지 전시회 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고, 유럽 진출을 위한 CE 인증 준비에도 나섰다. 또 이스라엘, 독일, UAE, 벨기에 등의 드론업체와 유럽 진출을 두고 활발하게 논의 중이다.

같은 두산의 계열사인 ‘두산퓨얼셀’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한국의 연료전지발전은 지난해 연말 기준 글로벌 보급량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발전 분야만큼은 한국이 가장 앞선다고 볼 수 있다. 두산퓨얼셀은 지난해 9월 미국의 EIP(Energy Innovation Park) 프로젝트를 통해 코네티컷주 뉴브리튼에 총 10억 달러를 들여 짓고 있는 데이터센터에 인산형 연료전지(PAFC)를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이 데이터센터는 4,180m2(1,264평) 부지에 들어서며, 실내에 들어가는 연료전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이 사업은 올해 하반기 20MW 공급을 시작으로 최종 44MW가 공급되며, 두산퓨얼셀아메리카의 코네티컷 공장에서 연료전지 생산이 이뤄진다. 또 향후 20년간 연료전지 시스템의 유지·보수 업무도 함께 맡는다. 

중국으로 간 에스퓨얼셀의 건물용 연료전지

미국에 공장이 있는 두산퓨얼셀을 빼면 연료전지 수출은 그리 활발하지 않다. 수전해 시스템 개발사로 잘 알려진 ‘지필로스’의 경우 지난해 11월 캐나다 연료전지 전문기업인 하이드로제닉스에 국내 기업 최초로 대용량 발전용 연료전지 인버터를 수출한 바 있다. 제품 기획부터 출시까지 전 과정을 단독으로 수주 받아 125kW급 연료전지 인버터 한 대를 수출했지만, 그 후로 진척이 된 내용은 없다. 

물론 기쁜 소식도 있다. 지난 3월 16일 ‘에스퓨얼셀’이 건물용 연료전지의 중국 수출 소식을 알려왔다. 에스퓨얼셀은 5kW 건물용 연료전지 4기를 처음으로 중국에 수출했다. 진천에 있는 수출품 포장업체를 통해 부산항으로 이송한 뒤 중국 다롄으로 보냈다. 

▲ 에스퓨얼셀의 ecogener NG6Km_ 건물용으로 나온 6kW급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PEMFC) 제품으로 전기효율 35%, 종합효율 85%를 달성했다. 50·75·100% 부하추종 운전이 가능하며, 웹을 통한 운전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에스퓨얼셀은 2017년부터 중국 진출을 검토해왔다. 중국 내 사업성, 기술 유출 문제 등을 따져보고, 사업 파트너의 신뢰도를 신중히 검토하느라 제법 긴 시간이 흘렀다. 에스퓨얼셀은 지난해 6월 국내 연료전지 기업 최초로 조인트벤처(JV)를 세워 중국 대련화성과일신에너지 유한공사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공급을 위한 합자기업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또 그 해 11월에는 연료전지 제조기술이전 협약을 맺었다. 에스퓨얼셀 임원택 이사의 말을 들어보자. 

“연초에 건물용 연료전지와 함께 기술자를 보내 시스템 제조·조립기술을 이전하고 생산 공장 구축에 들어갈 예정이었죠. 아시다시피 코로나19 발병으로 일정이 지연됐습니다. 이후 현지 사정이 안정을 찾으면서 3월 16일에 연료전지를 선적하게 됐죠. 중국이나 국내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기술자를 보내 시운전을 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에스퓨얼셀은 이번에 수출한 연료전지를 현장에 설치해 시범 운전에 들어간 뒤, 중국 내 합작사의 현지 공장과 공급체인을 활용해 공급량을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다만 핵심기술 보호를 위해 수소연료전지의 핵심부품인 스택, 수소추출기 등은 국내에서 제조하며, 주변 보조기기(BOP)와 양산 부품, 기계가공 등은 중국 현지에서 조달하는 방식으로 원가 경쟁력을 갖출 방침이다.

화려한 비상을 위한 ‘수출 준비기’

중국은 지난해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수소에너지 설비와 수소충전소 건설’을 언급하며 수소에너지를 새로운 국가 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현재 중국은 ‘수소 굴기’를 통해 공격적인 정책 지원을 펼치고 있으며, 글로벌 연료전지 업체인 발라드, 파워셀 등이 진출하여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에스퓨얼셀이 대표 주자로 나서 중국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셈이다.

“중국 현지에 스모그 현상이 심각하고, 환경 규제나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죠. 디젤 발전기 등 사용을 억제하는 규제 분위기가 있고, 실제로 철수 기한을 정한 곳도 있어요. 조만간 건물용 연료전지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겁니다. 기술로 보면 촉매 쪽은 수준이 높지만, 스택이나 개질기 등 핵심부품은 한국에 비해 뒤쳐진 상태라 할 수 있죠.”

▲ 지난 2016년 서울드래곤시티에 설치된 에스퓨얼셀의 146kW 연료전지.(사진=에스퓨얼셀)

올해는 유럽 실증도 예정되어 있다. 여기도 코로나19가 말썽이다. 체코와 덴마크 등 유럽 현지 3곳에 연료전지 5대를 보내 연간 4천 시간, 총 1만 시간의 실증을 진행하기로 한 프로젝트는 일단 석 달 뒤로 미뤘다. 이 말은 김민석 연구소장에게 들었다.

“주말에만 운전을 쉬는 방식으로 일을 진행해 2022년 실증을 마치는 시점에 CE 인증을 받는다는 계획이었죠. 현재 실증 업무가 예기치 않게 지연이 되면서 목표치에 변화가 있을 것 같지만, CE 인증 관련한 과제는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종 목표인 CE 인증 획득은 무난할 것으로 봅니다.”

정부의 수소경제 로드맵에 따르면 아직은 ‘준비기’다. 2022년부터 2030년까지를 ‘확산기’로 잡은 만큼 지금은 기초를 탄탄히 다지며 내실을 기해야 할 시기다. 그 내실은 경제적 기반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정부의 정책 지원을 통한 내수 물량 확보가 꼭 필요하다. 수소충전소만 하더라도 핵심 설비나 장비, 부품은 해외 선진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내수를 기반으로 기술력과 경쟁력을 쌓다보면, 시장이 크게 열리고 수출의 물꼬가 트이는 시점에 큰 힘을 발휘하게 된다. 물론 그전에 자생력을 길러 해외 시장에 당당히 진출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그 노력이 결실을 맺으려면 아직은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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