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의 기세가 무섭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자동차 신규 등록대수는 전년 대비 1.8% 감소했다. 이는 시장 규모가 2년 연속 줄어든 것이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에 따른 부품 수급 문제로 공장이 멈춰 서고, 소비 심리마저 꽁꽁 얼어붙으면서 자동차 시장의 전망은 더 암울해졌다.

하지만 전기동력차 시장의 사정은 다르다. 그 ‘동력’을 잃지 않고 조금씩 속도를 붙여가는 모양새다. 올해 2월 친환경차 내수는 전년 대비 16.2%가 감소한 6,341대가 팔렸지만,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는 내수(48.7, 515.3%↑)와 수출(10.5, 136.8%↑)에서 동반 증가세를 이어갔다. 

전체 자동차 수출물량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유럽 중심의 친환경차 수출 성장세에 힘입어 전체 수출은 전년 동월 수준인 1만4,649대의 수출을 유지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중 전기차는 4,502대(10.5%↑),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는 2,130대(120.3%↑), 수소전기차는 90대(136.8%↑)로 전년 동월 대비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내연기관에 의존하는 하이브리드에서 전기차(EV)와 수소전기차(FCEV) 쪽으로 넘어가는 소비의 흐름이 글로벌 트렌드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실제로 전기차는 31개월 연속, 수소전기차는 20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친환경차 수출이 3만9,000대(전체 수출의 1.3%)에 불과했다면, 2019년에는 25만9,000대(10.8%)로 크게 늘었다. 4년 만에 그 비중이 여덟 배 남짓 불어난 셈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펴낸 <2019년 자동차 신규등록 현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동력차 신규 등록대수는 전년보다 14.6%가 늘어난 14만3,000대로 나왔다. 그중 수소전기차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전년 대비 무려 474.7%나 늘어 하이브리드 차량(11.8%↑)과 전기차(12.2%↑)를 뛰어넘는 큰 성과를 올렸다. 

올해도 그 흐름은 지속되고 있다. 지난 1, 2월에 팔린 친환경차는 1만3,834대다. 이중 하이브리드가 1만1,402대로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전년과 비교하면 18.3%나 감소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전기차는 1,390대, 수소전기차는 524대가 팔렸다. 전년 대비 각각 12.2%와 463.4%가 늘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전체 내수 시장이 침체된 점을 감안하면 친환경차의 약진이 도드라지고, 수소전기차의 수요는 큰 폭으로 늘었다.

국내 친환경차 보급 대수를 보면, 2017년을 기점으로 하이브리드 차량의 판매량 증가세가 한풀 꺾인 걸 알 수 있다. 그 수요는 고스란히 전기차가 흡수했고, 2018년에는 넥쏘가 출시되면서 수소전기차의 수요가 생겨났다. 이는 곧 하이브리드 차량의 수요가 전기차나 수소전기차로 대체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친환경차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전체 차량 수를 놓고 보면 그 비중이 크지 않다. 지난해 국내 전기동력차 비중을 보면 하이브리드 5.8%, 전기차 1.9%, 수소전기차는 0.2%에 지나지 않는다. 수소전기차 수요가 큰 폭으로 늘었다고 하나,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다.


HYBRID vs EV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엔진)에 전기모터를 결합한 구조다. 테슬라의 배터리전기차(BEV)가 나오기 전까지 도요타의 프리우스가 그 명성을 이어왔다. 작년에 나온 테슬라 모델3은 출시 후 꾸준한 인기를 얻으며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국고보조금과 지자체의 보조금을 더하면 구입 가격에 대한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 

현대·기아차도 전기차 모델 수출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전기차 중 해외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차량은 기아의 니로 EV로, 작년에만 60개국에 수출됐다. 친환경차 시장이 잘 형성된 스웨덴에서는 올해 1, 2월에만 1,680대가 팔려 모델별 판매 순위 3위에 오르기도 했다. 

현대의 코나 EV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스위스 생 갈렌(St. Gallen)주의 경찰차에 최종 선정되어 13대를 수출했다. 생 갈렌주 경찰은 전기차 구매 요건으로 △출력 100kW 이상 △1회 충전 주행거리 400km 이상 △구매비용 5만 스위스프랑 이하의 엄격한 기준을 마련했고, 많은 차들과 경쟁 끝에 코나 EV가 최종 낙점됐다.

친환경차 수출은 자동차 전체 수출액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교해 전기차나 수소전기차의 평균 수출가격은 각각 99%, 263%가량 더 높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수출에서 친환경차 비중은 10%를 넘어섰고, 정부는 2030년까지 이 수치를 25% 이상으로 늘려갈 방침이다. 

▲ 기존 엑시언트 모델을 기반으로 개발된 현대의 수소전기트럭.

친환경차의 종류도 일반 승용차에서 버스, 트럭 등 상용차로 다변화되고 있다. 지난 1월 평택항에서 스위스로 수출된 현대의 수소전기트럭이 대표적이다. 엑시언트 모델을 기반으로 개발된 이 트럭은 95kW 연료전지 스택 2개를 병렬로 연결한 190kW 연료전지시스템, 7개의 대형 수소탱크를 탑재해 약 35kg의 수소저장 용량을 갖췄다. 1회 충전 시 300km 이상을 주행하며, 스위스 합작법인의 현지 테스트와 시범운행을 거쳐 2025년까지 1,600대를 수출할 예정이다.

기아  니로  일렉트릭

64kWh 배터리 완충 시 주행가능 거리는 385km다. 최고 출력 150kW로, 전기차 연비는 1kWh당 5.3km다. 전방 출동방지 등이 포함된 기아의 첨단 보조시스템인 ‘드라이브 와이즈’가 기본으로 적용되어 있다.

현대  코나  일렉트릭

1회 충전으로 406km 주행이 가능한 동급 최대 항속거리를 보유하고 있다. 최고 출력 150kW로, 전기차 연비는 1kWh당 5.6km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에 든다.


테슬라  모델3

5인승 전기차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1회 충전으로 최대 500km 안팎을 주행할 수 있고, 최고속도는 시속 261km,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 시간은 3.4초에 불과하다. 배터리 용량은 72kWh, 전기차 연비는 1kWh당 4.7km다.


현대  쏘나타  하이브리드

솔라루프 시스템을 최초로 적용한 신형 하이브리드다. 차량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 국내 하루 평균 일조시간인 6시간을 충전할 경우 1년 기준 약 1,300km를 더 주행할 수 있다.

FUEL CELL EV

수소전기차는 수소 연료로 전기를 만들어 움직일 뿐, 구동 원리는 전기차와 동일하다. 승차감도 별반 차이가 없다. 다만, 연료 충전 시간이 전기차보다 짧고, 1회 완충 후 항속거리도 길기 때문에 충전소 인프라만 잘 갖춘다면 큰 폭의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는 수소전기차는 현대의 ‘넥쏘’, 도요타 ‘미라이’, 혼다 ‘클래리티’ 3종뿐이다. 2014년 11월 일본에서 처음 출시된 미라이는 출시 2년 만에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대량 리콜 사태를 겪긴 했지만, 해마다 2천 대 이상을 팔며 전 세계 시장에 1만대 이상 보급된 차량이다. 

하지만 작년에 넥쏘의 추월을 허용했다. 미라이는 2,336대가 판매된 반면 넥쏘는 내수에 힘입어 4,483대가 팔렸다. 실제 차량 성능이나 공간 효율, 편의 사양 면에서 넥쏘가 앞선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또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SUV 차량인 점도 인기의 비결이다.


도요타  미라이

2014년 연말에 출시된 미라이는 수소전기차를 대표하는 차량이다. 최대 출력은 113kW, 완충 시 항속거리는 502km, 122.4리터짜리 연료탱크 하나가 들어간다. 2세대 신차 출시를 앞두고 있다.


현대  넥쏘

넥쏘의 최대 출력은 113kW, 완충 시 항속거리는 609km에 이른다. 52리터짜리 연료탱크 3개가 들어간다. 839리터에 이르는 넉넉한 짐칸도 장점이다.


혼다 클래리티

2016년 3월에 공개된 혼다의 2세대 세단형 수소전기차 모델이다. 최대 출력 130kW로 타사에 비해 연료효율이 높다. 1회 완충 시 최대 항속거리는 589km로, 1.7kWh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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